“퍽!”누군가 정군의 아랫배를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그는 고통에 못 이겨 땅바닥에 웅크린 채 부들부들 떨었다.임은숙은 그들을 말리려 하다가 결국 싸대기를 몇 대나 더 얻어맞았다.정민아는 이내 끌려가게 되었는데, 그제야 정신을 차린 프리미엄 가든 경비원들이 막아서려고 하다가 흠씬 두들겨 맞고 바닥에 나뒹굴었다.십여 분이 지나서 김예훈의 동창이자 프리미엄 가든 영업부장인 유미니도 소식을 접했다.그녀는 아연실색하며 곧바로 김예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김예훈, 큰일 났어! 정체불명의 무리가 와서 너희 장인 장모님한테 손찌검하더니 네 와이프까지 끌고 갔어!”“뭐라고?”전남산과 밥을 먹던 김예훈이 벌떡 일어나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자신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감히 정민아를 납치할 줄이야!김예훈은 곧바로 양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양정국 씨, 일 처리가 이래서 되겠어요? 성남시 치안이 정말 개판이네요. 10분 줄 테니까 만약 우리 와이프가 어디 있는지 못 알아낸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날 준비부터 하세요!”성남시 교외, 진주와 인접한 해안가.골드코스트라고 불리는 이곳은 진주의 빅토리아 항구가 한눈에 보였다.곳곳에는 대저택과 별장으로 가득했는데, 워낙 땅값이 비싼 곳이라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의 신분과 자산을 나타낸다. 물론 일반인은 이곳에 얼씬거릴 자격조차 없다.한편, 검은 슈트 차림의 경호원 수백 명이 도처에 널린 9호 저택에는 삼엄한 경비 때문에 벌레 한 마리조차 발견하기 힘들었다.그리고 저택 정중앙 연못 위에 세워진 정자에 두 남녀의 모습이 보였는데, 겨우 스무 살 남짓한 남자는 표정이 거만스럽기 짝이 없었다.그가 바로 견청오이며, 여자는 다름 아닌 정가을이다.정가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조심스럽게 과일 껍질을 까서 정성껏 준비한 과일을 견청오의 입에 넣어주었다.견청오는 그녀의 몸을 쓰다듬더니 이내 흥미를 잃은 듯 지루한 표정을 지었다.어쨌든 한두 명과 놀아본 정가을이 아닌지라 고작 그런 몸뚱어리로
정지용이 히죽 웃었다.“도련님, 물론 정민아의 신분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도련님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일 뿐, 거론할 가치조차 없죠.”견청오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런데?”“그래서 제가 알아서 사람을 보내 정민아를 납치했죠.”정지용이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정가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청오 도련님, 정민아보다 오만한 여자는 없을 거예요. 게다가 허세는 어찌 부리는지, 얼굴만 믿고 엄청 새침하게 군다니까요? 알고 보면 그냥 걸레 같은 년인데!”견청오는 정가을의 뺨을 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가 어디라고 끼어들어? 놀 거 다 놀고 할 거 다 한 화냥년이 어디서 남을 무시하고 난리야?”곧이어 견청오는 일어나서 주변을 서성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만약 이전에 이런 짓을 벌였다면 그냥 넘어갔겠지. 하지만 오늘부터 그녀의 위상은 많이 달려졌어. 우린 어디까지나 외지에서 온 사람에 불과한데, 성남시에서 괜히 소란을 피워봤자 악영향만 끼칠 거야.”“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툭 까놓고 말하면 정 씨 일가는 고작 부산 견씨 가문의 하인에 불과하죠. 도련님이 무엇을 하시든 어디까지나 하인을 혼낸다고만 생각하지, 감히 도련님 앞에서 왈가불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요? 게다가 도련님의 시중을 든다는 자체가 정민아에게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축복이지 않겠어요? 우리 가을이는 그런 기회조차 얻기 힘들잖아요.”정지용은 히죽 웃으면서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그의 말을 듣는 순간 견청오도 미소를 지었다. 이내 앞으로 다가가 정지용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네가 언급한 덕분에 생각났네. 정 씨 일가라 해봤자 그냥 우리 가문 하인에 불과한데, 누가 감히 우리 집안일에 참견할 수 있는지 두고 볼 거야.”곧이어 정민아는 건장한 사내들의 손에 이끌려 들어왔다.“정지용, 정가을! 너희였어?”두 사람을 발견하는 순간 정민아는 정지용과 정가을이 옆에서 부추긴 탓에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다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하하
“짝!”정민아는 저도 모르게 싸대기를 날리더니 바락바락 외쳤다.“이 망나니! 변태야!”뺨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이곳은 공기마저 얼어붙은 것 같았다.“감히 나한테 손찌검을 해?”견청오는 볼을 감싼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우리 아빠도 나한테 손 댄 적이 없는데 네가 뭐라고 감히 날 때려?”말이 끝나기 무섭게 견청오는 정민아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이내 정민아는 저 멀리 떨어져 나가 벽에 쿵 하고 부딪혔다.견청오는 잽싸게 따라가서 있는 힘껏 싸대기를 날렸고, 정민아의 한쪽 볼이 벌겋게 부어오르더니 입가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그러나 정민아는 굴복하기는커녕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고집스러운 얼굴로 견청오를 노려보았다.“뭘 봐? 이제부터 아예 못 보게 해줄까?”견청오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당장이라도 손을 쓰려고 했다.이때, 정지용이 서둘러 다가와 그를 말렸다.“도련님, 진정하세요. 지금 망가뜨리면 오늘 저녁은 뭐 갖고 노시게요. 충분히 즐기고 나서 혼내도 되니까 일단은 좀 참으세요.”정지용의 말을 듣자 견청오는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혔다.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다시 정민아를 발로 걷어차고는 의자에 털썩 앉아 씩씩거리며 말했다.“끌고 가서 꼼꼼히 확인해. 괜히 내 몸이나 더럽히지 말고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그냥 죽여버려!”“네!”정지용은 굽신거리며 대답하더니 정민아에게 다가가 피식 비웃었다.“누나도 청오 도련님의 말 들었죠? 누나 남편이 아직 누나를 건드리지 않을 만큼 멍청해야 할 텐데, 아니면 청오 도련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잖아요.”정지용은 마치 견청오를 모시는 자체가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민아는 차가운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정지용, 넌 나중에 이 죄를 꼭 갚을 거야!”“죄요?”정지용이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정민아의 귓가에 바짝 다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첫째, 누나가 진짜 경험이 없어서 견청오를 즐겁게만 해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심지어 날 부
“날 가만두지 않겠다고? 너랑 놀고 나서 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 너무 궁금한데?”견청오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동안 제멋대로 살아온 그는 부산에서 절대 권력을 자랑했다.정민아의 까칠한 태도는 오히려 그를 야생마처럼 만들어 그녀를 정복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했다.정민아는 심호흡하면서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이봐, 그쪽이 정지용과 정가을의 부추김에 넘어갔는지 모르지만, 좋은 말할 때 얼른 날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진짜 큰일 날 테니까! 그때 가서 일이 커져도 난 지켜볼 수밖에 없어.”정민아가 언급한 사람은 사실 김세자였다. 어찌 됐든 이 상황에서 그녀를 구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오로지 김세자 뿐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문제는 김세자가 마음먹는 이상 그 후폭풍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는 점이다.“하하하! 지용아, 너희 집안에 이런 사람도 있었어? 나한테 협박까지 하다니?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야. 날 가만두지 않겠다는 놈이 대체 누군지 점점 더 궁금해지는걸?”견청오는 순간 구미가 확 당겼다.아까만 해도 단지 정민아의 몸에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이제 그는 정민아를 정복하고 싶었다. 육체는 물론 마음마저 짓밟아서 모든 신념을 산산조각 내버릴 작정이다.이게 바로 견청오의 스타일이다!부산 견씨 가문은 그야말로 오만하고 난폭했다.심지어 부산이 아닌 곳이라도 견청오는 거리낌이 없었다.비록 성남시에도 제일의 명문가가 있지만, 부산 견씨 가문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정민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결코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다행히 견청오가 당장 그녀에게 손을 댈 것 같지 않은 느낌에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그렇다면 어디 한번 두고 볼까. 딱 한 시간 기다려줄 테니까 날 실망하게 하지 마.”견청오는 도로 의자에 앉더니 잔뜩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대체 얼마 만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인가! 실로 드문 기회였다.한편, 성남시 상류층은 발칵 뒤집혔다.정민아는 전남산 덕분에 이미 성남시 바
약 30분 뒤 성남시 여러 가문과 세력은 조사를 통해 정민아가 골드코스트 9호 저택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리고 정민아를 납치한 사람이 바로 부산 견씨 가문일 가능성이 커졌다.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부산 견씨 가문은 일반인이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그런 존재이다.하지만 여기가 부산이 아닌 성남시라서 천만다행이다. 비록 고민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집을 나선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임씨 가문.임무경은 옷을 갈아입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도 골드코스트로 가자. 이번에는 누워서 떡 먹기가 따로 없는 상황이야. 정민아의 목숨을 구한 대가로 백운 그룹을 우리한테 내놓으라고 할 테니까.”곧이어 임씨 가문 일행이 탑승한 차량이 골드코스트 9호 저택 앞에 멈춰 섰다.이때, 다른 방향에서도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그들은 진주 이씨 가문의 세자 이장우, 나씨 가문의 회장 나성군, 윤 씨 가문의 회장 윤해진 등이다.다들 백운 별장 소유권에 큰 관심을 가졌기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좋은 기회를 절대로 놓칠 리가 없었다.“어쨌거나 민아는 우리 임씨 가문의 외손녀이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제가 나서는 게 맞는 것 같아요.”임무경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멈칫했다.비록 거슬리긴 했지만 문제는 사실이라는 점이다.게다가 임무경의 지위 때문에 다들 차마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는 못했다.이때, 임무경이 손짓하자 임영운이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성남시 임씨 가문 임무경이 견청오 도련님을 뵙기 위해 찾아왔다고 전해주세요.”임영운이 말했다.9호 저택에서 경비를 서던 경호원들이 이 말을 듣자 하나같이 숨을 들이켰다.예전에는 임무경이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일지 몰라도 성남시에 도착한 이후로 그를 모르면 간첩이다. 그는 경기도 삼인자로서 실권을 거머쥔 거물급 인사이다.견청오 도련님이 부산에서 아무리 눈에 보이는 게 없다고 해도 성남시 고위급 인사 앞에서는 예의를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어찌 보면
임영운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정지용을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곧이어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당신 정 씨 일가 정지용 아니야? 대체 언제부터 남의 하인 노릇 하기 시작했지?”정지용은 싸늘한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임영운이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임무경이 손을 휘휘 저었다.“정지용, 내가 누군지 알지? 견청오 도련님한테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 찾아왔다고 전해.”정지용이 쌀쌀맞게 말했다.“도련님께서 괜히 부산 견씨 가문을 잘못 건드렸다가 지금 그나마 있는 명성마저 잃으면 어떡하냐고 하던데요? 임씨 가문은 당신의 그 명성 덕분에 고작 이류 가문에서 일류 가문으로 급부상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만약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임씨 가문이 무슨 신세로 전락할지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정지용의 말을 듣자 임무경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러나 정지용이 헛소리를 한 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부산 견씨 가문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를 매장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임무경이 오랜 세월 동안 관직에 몸담으면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도 뒷심이 든든해서가 아니라 치고 빠질 줄 알았기 때문이다.이에 임무경이 재빨리 꼬리를 내렸다.“견청오 도련님이 오늘 일이 있으시다고 하니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말을 마친 그는 임영운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이장우 일행은 눈앞의 광경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정지용의 태도에서 견청오가 오늘 마음을 굳게 먹었다는 걸 유추할 수 있었다.다시 말해서 고작 정민아 때문에 견청오를 건드리기에는 아무리 봐도 밑지는 장사였다.다들 운에 맡겨볼 생각으로 찾아왔지만, 지금은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한편, 양정국도 다른 루트를 통해 정확한 소식을 파악하고 곧장 김예훈에게 보고하러 갔다.“부산 견씨 가문? 그렇게 대단한가요?”김예훈이 눈살을 찌푸렸다.“물론이죠. 부산 견씨 가문은 한국 10대 제일의 명문가 중 9위로 유명해요. 10위가 바로 서울 하씨 가문이거든요
김예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설마 저한테 가지 말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그럴 리가! 하지만 경기도 국방부 장관의 교대의식이 코앞인 지라 성남시를 주목하는 국내외 세력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특히 예훈 씨의 정체가 공개된다면 앞으로 아내 분한테 피해 줄 가능성이 더 크죠. 그때 가면 부산 견씨 가문은 둘째 치고 해외 세력까지 개입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따라서 오늘은 괜히 일 키우지 말고 최대한 소리소문없이 좋게좋게 해결해요.”김예훈이 물었다.“어르신의 말씀은...”“홍인경이라는고 경기도 조직의 보스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예전에는 부산 견씨 가문의 하인이었죠. 홍인경을 보내서 아내 분을 풀어주되 직접 찾아와서 사과하라고 하는 건 어때요?”전남산이 말했다.김예훈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알겠어요. 오늘 어르신의 충고를 들어서라도 참을게요. 견청오가 민아의 털끝이라도 건드리지 않고 직접 데리고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한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거로 할게요. 아니면 부산 견씨 가문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테니까.”김예훈은 무심한 표정으로 살벌하기 그지없는 말을 내뱉었다.옆에 있던 양정국은 이 말을 듣자 흠칫 떨었다.이렇게 간이 큰 사람은 처음이다. 10대 제일의 명문가에 속하는 부산 견씨 가문한테 전혀 겁을 먹지 않다니?남의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줄이야!반면, 전남산은 한숨을 푹 쉬었다. 당시 김예훈이 은퇴를 선언하고 총사령관직에서 사임한 이유가 사실 국가를 위해서였다.왜냐하면 그가 총사령관직을 계속 이어간다면 언젠간 장관으로 임명받아 이인자 자리까지 갈 게 뻔했다.이는 국내 정세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그래서 그는 국가의 안정을 위해 과감히 은퇴하고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10대 제일의 명문가 사람들이 자기 주제도 모르고 김예훈에게 도전장을 내민다면 향후 국가의 미래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컸다.김예훈은 전
뜻밖의 상황에 견청오는 깜짝 놀랐다.“홍인경 씨, 이게 뭐 하는 거예요?”홍인경은 무릎을 꿇고 있으면서도 다리에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내 정민아를 애써 외면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청오 도련님, 오늘 부탁드릴 일이 있어 찾아왔어요. 그동안의 정을 봐서라도 꼭 들어주길 바랍니다.”“무슨 일인데요? 최선을 다할게요.”견청오는 홍인경이 아직 경기도 조직의 보스인 줄 알고 선심 쓸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한편, 정지용과 정가을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홍인경을 바라보았다.조직을 주름잡는 전설 속 거물이 이토록 겁먹은 모습이라니?홍인경은 목소리마저 덜덜 떨렸다.“청오 도련님에게 말 좀 전해달라는 사람이 있는데, 당장 정민아를 돌려보내고 자기한테 찾아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네요. 그리고 정민아 부모님한테 손찌검한 놈을 찾아내서 손모가지를 부러뜨리라고 했어요.”“네? 어떤 자식이 감히 이토록 건방지게 굴죠? 우리가 부산 견씨 가문의 사람인 거 모른대요?”정지용이 펄쩍 뛰었다.정가을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봐요, 우리 청오 도련님이 예의를 차려줬더니 아무 소리나 지껄여도 되는 줄 알아요? 고작 조직 폭력배 주제에 이런 말을 내뱉는 자체가 하극상인 거 몰라요?”견청오는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면서 말했다.“홍인경 씨, 그분은 뭐 하는 사람인데요?”홍인경은 아연실색하더니 아무 말도 못 하고 연신 고개만 저었다.이때, 구석에 있던 정민아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나 자신의 예상대로 김세자가 나선 것이다.부산 견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경기도 안에서 누가 감히 김세자의 상대가 되겠냐는 말이다.이때 정민아의 기분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김세자가 그녀에게 호감이 있는 건 알고 있지만, 문제는 이미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그런데도 몇 번이고 그녀를 도와줬으니 이 신세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몰랐다.물론 이는 정군과 임은숙한테 비밀로 해야 했다.안 그래도 부귀영화만 따지는 사람들이 그동안 여러 가지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
류서우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이 항복하거나, 끝까지 저항하거나, 더 대단한 사람을 불러와 집법 부대와 맞설 줄 알았는데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집법 부대가 이 상황을 휘어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나오키의 목숨을 살려서 이 증인들을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든 김예훈을 죽여버릴 방법이 많았다.그런데 김예훈이 이 증인들을 직접 황천길로 보내버릴 줄 몰랐다.증인이 없으면 김예훈의 죄를 증명할 수 없고, 또 그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으며 그를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핑계도 없었다.김예훈의 이 한 수에 현장에 있던 용문당 집법 부대 자제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이 순간 바람이 불어오자, 류서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김예훈의 실력을 봐서는 이들을 죽이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김예훈은 앞으로 다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진세은, 타케이 일가가 지은 죄가 두려워 알아서 복부를 찌른 모습을 보았지? 나의 증인이 되어줄 건가?”진세은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웃고 있는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증인 할게.”“타케이 가문은 홍성파에서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인데... 홍성파의 귀한 따님께서 타케이 가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시면 그 죄목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거지?”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류서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문당 회장이 법을 어기지만 않았다면 집법 부대 제자보다는 위치가 높은 거 아니겠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어떻게 하실 건데요?”“어떻게 할 거냐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용문당 집법 부대 사람들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이따 시체를 잘 치우고 바닥을 깨끗이 닦으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줄게. 이깟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교훈을 주기 위해 손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손쓰지 않게 해주길 바라.”김예훈이 태연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던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은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
퍽!바닥에 세게 부딪힌 나오키는 힘겹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체내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휘몰아쳐 결국 피를 토해냈다.그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이 순간 그는 대결로 모든 생명력과 잠재력을 소진했는지 아까보다도 더 늙고 초췌해 보였다. 나오키는 창백한 얼굴로 저항하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은 채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아직 죽지 않았지만, 곧 죽음이 다가올 운명이었다.김예훈의 손에 목숨이 잡혀있었기에 그가 원한다면 뺨 한 대로 바로 목숨을 끝내버릴 수 있었다.“안 돼!”이 모습에 일본 고수들은 마음속 신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여전히 표정이 덤덤한 김예훈의 모습에 일본 남녀들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진세은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졌다.김예훈이 나오키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다.몇 명의 아름다운 일본 여성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있었다. 무슨 소리라도 냈다간 함께 김예훈의 손에 죽을까 봐 겁이 났다.“네가 졌어.”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알아서 목숨을 내놓으면 체면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런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퍽!김예훈은 단검을 나오키 앞에 떨어뜨리더니 피식 웃었다.“일본 사무라이들이 전장에 나가서 지면 알아서 목숨을 끊는다고 들었어. 그리고 항상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닌다지? 장검은 적을 죽이는 데 쓰이고, 단검은 자결하는 데 쓰인다고 들었어. 단검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빌려줄게. 네가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 정신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해.”이 말에 열몇 명의 일본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그제야 김예훈이 전혀 용서할 마음 없이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제기랄! 끝까지 해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환각이 나타난 것처럼 나오키의 뒤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귀신이 나타나 검을 들고 내리치는 것 같았다.이런 한방에 마음이 약하나 자는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다.밖에서 그 기운을 느낀 진세은은 힘이 풀려 오줌을 지릴 뻔했다.쨍!이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나 나오키의 검을 막았다.쨍!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뒤로 날아가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 뒤로 세 발짝 물러서 나오키의 검에 담긴 기운을 물리쳤다.“흥미롭군. 이제 막 무신 급에 접어든 실력이 아니야.”김예훈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음양술로 이 실력에 도달할 수 있는 거 보면 일본 국방부의 그 몇몇 무신들도 너의 상대가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죽고 싶어서 억지로 장병급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무신 급으로 거듭난 거야? 이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무너지고, 사람 전체가 망가질 텐데?”김예훈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는 이러한 기이한 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음양술, 주술 등을 이용하여 강제로 실력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잠재력을 이미 소진하는 것과 같았다.특히 한 번에 큰 범위를 돌파하면 소진력은 더욱 무서웠다.나오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완전히 무너져서 병신이 될 수도 있었다.“김예훈,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어.”나오키는 차가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샤샥!나오키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한 번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완전히 방어를 포기한 상태라 오히려 빈틈을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샤샥!김예훈이 무심하게 휘두른 검은 정확히 나오키의 검에 부딪혔다.나오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뒤로 대여섯 발짝 물러났다.이순간 나오키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렀는데 맞은편의 김예훈이 이 정도로 쉽게 공격을 피해버릴 줄 몰랐다.이것으로
나오키는 김예훈의 폭넓은 지식에 놀라긴 했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열몇 명의 일본 고수들은 소리를 지르며 추문성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추문성은 진세은이 방금 바닥에 떨어뜨린 총을 집어 들고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퍽! 퍽! 퍽!여러 일본 고수가 피바다에 쓰러졌지만 다른 일본 고수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돌진해 왔다.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세은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전혀 움직일 수 없어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이 시각, 김예훈과 나오키는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샤샥!나오키가 은빛 광채를 띠는 검을 앞으로 내리치길래 김예훈은 검으로 그의 천둥 같은 일격을 막아냈다.쨍!두 검이 부딪히는 순간 고막이 터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나오키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연신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김예훈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오키를 바라보았다.“무신 급이네.”김예훈은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나오키가 종이 인형을 사용해서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어 무신 급이 될 줄 몰랐다.비록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그에 따른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무신 급은 엄연히 장병급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예를 들어 오정범과 추문성이 젊은 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긴 하지만 김예훈의 지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돌파구를 찾아 무신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나오키가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일본의 음양술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한 이유를 알수 있었다.김예훈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나오키는 이미 무표정으로 칼을 들고 다시 접근했다.일본 검도를 수련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나오키는 김예훈과 같은 상대를 상대할 때 그 어떠한 허세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매번 검을 내리칠 때마다 온갖 힘을 다해 휘둘렀다.쨍! 쨍! 쨍!무표정을 한 김예훈
어쨌든 나오키도 전설적인 인물로서 많은 풍파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다.하지만 자기가 직접 상속자로 지정한 아들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자, 품위를 지키던 모습은 사라지고 극도의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세이이치로와 마찬가지로 신분을 밝혔는데도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며 자기 아들을 죽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순간 나오키는 분노로 들끓기 시작하면서 김예훈을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어했다.열몇 명의 일본 남녀들이 짐승처럼 포효하면서 검을 꺼내 언제든지 덮칠 준비가 되어있었다.오직 김예훈만은 무덤덤하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추문성은 진작에 당도를 들고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장례식장에서 빠져나갔고,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다.따라서 홍성파 정예 부하들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그 순간, 진세은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지만 마치 느끼지 못한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이런 미친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진세은은 차라리 진주 감옥에 있었으면 했다.평생 감옥에 갇히더라도 이 장면을 겪고 싶지 않았다.“이런 제기랄! 감히 내 앞에서 내 아들을 죽여? 죽여버릴 거야! 너의 온 가족도! 너의 조상님들도 모조리 무덤에서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 거라고!”나오키는 검을 꺼내 앞으로 돌진했다.김예훈 역시 무심하게 검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은 부모님의 잘못이야. 네 아들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른 것도 네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일본인이 대한민국에 왔으면 고개를 숙이고 다녔어야 한다고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네가 불만이 많다는 거 알아. 그렇다면 내가 공정하게 대결할 기회를 줄게. 하지만 너는 분명히 내 상대가 아니야. 그러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좋을 거야. 나이를 잔뜩 처먹고 지는 것도 쪽팔리잖아.”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검을 들었다.쌍방의 원한은 이미 죽고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마냥 좋은 사람이 되기 싫은 김예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