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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임영운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정지용을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곧이어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당신 정 씨 일가 정지용 아니야? 대체 언제부터 남의 하인 노릇 하기 시작했지?”

정지용은 싸늘한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임영운이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임무경이 손을 휘휘 저었다.

“정지용, 내가 누군지 알지? 견청오 도련님한테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 찾아왔다고 전해.”

정지용이 쌀쌀맞게 말했다.

“도련님께서 괜히 부산 견씨 가문을 잘못 건드렸다가 지금 그나마 있는 명성마저 잃으면 어떡하냐고 하던데요? 임씨 가문은 당신의 그 명성 덕분에 고작 이류 가문에서 일류 가문으로 급부상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만약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임씨 가문이 무슨 신세로 전락할지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정지용의 말을 듣자 임무경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러나 정지용이 헛소리를 한 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부산 견씨 가문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를 매장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임무경이 오랜 세월 동안 관직에 몸담으면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도 뒷심이 든든해서가 아니라 치고 빠질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에 임무경이 재빨리 꼬리를 내렸다.

“견청오 도련님이 오늘 일이 있으시다고 하니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

말을 마친 그는 임영운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이장우 일행은 눈앞의 광경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정지용의 태도에서 견청오가 오늘 마음을 굳게 먹었다는 걸 유추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고작 정민아 때문에 견청오를 건드리기에는 아무리 봐도 밑지는 장사였다.

다들 운에 맡겨볼 생각으로 찾아왔지만, 지금은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한편, 양정국도 다른 루트를 통해 정확한 소식을 파악하고 곧장 김예훈에게 보고하러 갔다.

“부산 견씨 가문? 그렇게 대단한가요?”

김예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이죠. 부산 견씨 가문은 한국 10대 제일의 명문가 중 9위로 유명해요. 10위가 바로 서울 하씨 가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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