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차에서 제복을 입고 허리춤에 당도를 찬 병사들이 뛰어내렸는데, 하나같이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다.고작 시선이 마주친 것만으로도 지레 겁먹고 도망치는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다.천여 명이 되는 당도 부대 병사 중 일부는 잽싸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일부는 9호 저택의 후퇴로를 지키고 있는가 하면, 나머지는 수백 미터 떨어진 곳으로 물러나 사면팔방에서 상황을 감시하기 시작했다.모든 장병은 마치 본능에 이끌린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그리고 현장에 남은 백 명의 병사들은 오와 열을 맞춰서 앞으로 나갔다.아까만 해도 건방지게 날뛰던 경호팀장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나마 보고 들은 게 있는지라 그는 한국 최강 군대에 속하는 당도 부대를 한 눈에 알아봤다.경호팀장은 감히 찍소리도 못한 채 힘이 탁 풀리면서 무릎을 꿇었다.“털썩!”다른 경호원들도 재빨리 무릎을 꿇고 손에 든 무기를 내동댕이치더니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장난하나? 전설 속의 당도 부대마저 출동하다니?이때, 오정범이 큰 소리로 말했다.“견청오, 네 놈이 간덩이가 부었군! 세자님이 친히 왕림하셨는데 당장 나오지 못해? 3초 줄 테니까 당장 와서 무릎 꿇어. 아니면 죽여버릴 거야!”“흥! 누가 감히 우리 도련님 앞에서 세자라고 자칭해? 우리 도련님은 경기도 김세자도 안중에 없는 분이야!”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정지용이 펄쩍 뛰면서 고래고래 외쳤다.견청오는 흐뭇한 표정으로 정지용을 바라보았다.때와 장소를 가려 알아서 척척 해결하니 시름이 놓인다는 생각에 아랫사람치곤 나름 흡족했다.견청오의 인정을 받자 정지용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청오 도련님, 제가 함부로 입을 놀린 놈을 찾아가 다리 몽둥이를 분지른 다음 도련님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할게요.”말을 마친 정지용은 손짓하더니 경호원을 대동하여 뛰쳐나갔다.하지만 문을 박차고 정원으로 나오는 순간 정지용 일행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왜냐하면 눈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싸늘한 표정의 장병들이기 때문이다
견청오는 냉소를 지었다.“누가 감히 우리 부산 견씨 가문의 구역에서 함부로 굴겠어? 심지어 경기도 일인자인 하정민이라고 해도 내 앞에서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기 마련이야. 이게 바로 우리 부산 견씨 가문의 위상이지! 물론 그동안 제멋대로 구는 사람이 있었지만,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되었어. 솔직히 말해서 난 누가 우리 부산 견씨 가문한테 시비 좀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아니면 성남시까지 왔는데 너무 심심하잖아.”정가을은 홀린 듯이 견청오를 바라보았는데, 표정에서 진심이 우러났다.이게 바로 진정한 금수저이자 부잣집 도련님이지 않겠는가!자칭 성남시 금수저라고 하는 사람 중에서 누가 감히 이런 소리를 하겠냐는 말이다.정가을은 자칫 자신의 신분도 잊은 채 견청오와 사랑에 빠질 뻔했다.한편,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정민아는 흠씬 두들겨 맞은 탓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쾅!”이때, 누군가 방문을 발로 걷어차자 저 멀리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곧이어 수십 명의 병사가 뛰쳐 들어왔고, 순식간에 사방을 점령해 현장을 통제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견청오와 정가을은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병사들이 쳐들어오다니?그리고 옷차림을 보아하니 전설의 당도 부대인 듯싶은데?“민아야?”김예훈은 들어서자마자 정민아를 발견하더니 흠칫 떨면서 재빨리 다가갔다.정민아는 비록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김예훈을 보자 무의식적으로 말했다.“여보, 여긴 위험하니까 얼른 가!”“아니야, 하나도 안 위험해!”김예훈은 자칫 눈물을 쏟을 뻔했다. 그는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정민아를 부축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파?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지?”“아니야, 괜찮아.”안 그래도 체력이 바닥 난 정민아는 김예훈의 품에 안기는 순간 안심한 나머지 정신을 잃고 말았다.“의사 있어? 얼른 불러와!”김예훈이 큰소리로 외쳤다.이내 흰색 가운을 입은 병사 두 명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중 한 사람이 정민아를 꼼꼼히 살피더니 한참이 지나서
견청오는 나름 난다긴다하는 사람이지 않겠는가! 비록 지금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이 뻘뻘 흘렀지만, 여전히 이를 악문 채 물었다.“너 누구야!”“내가 누구냐고?”김예훈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정민아의 남편이자 네가 그렇게 무시하는 김세자야. 나한테 비참한 결말이 뭔지 보여준다고 하지 않았어?”“뭐?!”이 말을 들은 견청오는 겁에 질려 흠칫 떨었다.정민아의 데릴남편이 전설 속의 김세자라니?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한편, 옆에 있던 정가을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착잡한 얼굴로 쓴웃음을 지었다.그제야 예전에 정 씨 일가에 있을 때 CY그룹이 왜 정민아만 인정하고, 김세자의 프러포즈 상대가 이미 결혼한 유부녀인지 알게 되었다.알고 보니 김예훈이 김세자라니!그는 사실만 말했지만, 정 씨 일가 사람들이 믿지 않았을 뿐이다.만약 정 씨 일가에서 그의 정체를 알고 있거나 김세자와 정민아를 조금이라도 더 잘 챙겨줬다면, 과연 오늘날의 지경까지 되었겠냐는 말이다.또한, 정가을과 정지용도 남의 하인 노릇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정가을은 땅을 치며 후회할 정도로 억울했다.물론 견청오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당장 정지용을 찾아가서 뺨을 후려갈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비록 부산 견씨 가문은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문제는 여기가 경기도라는 점이다.경기도에서 김세자는 곧 하늘과 같은 존재이다.그런 곳에서 김세자의 여자를 건드린 결과란...이내 견청오도 절망에 빠졌다.그는 크게 심호흡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귀한 분을 몰라보고 심기를 건드려서 너무 미안해. 어찌 됐든 내가 부산 견씨 가문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우리 집안의 체면을 봐서라도 용서해 주면 안 될까? 아내 분한테는 공식적으로 사과할게.”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기회를 줄게. 내일 우리 와이프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견청오는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이를 악물고 말했다.“알았어! 약속
경호원 팀장은 반항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팀장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식칼을 들고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도련님, 죄송합니다.”이 말을 한 뒤 팀장은 손에 쥐고 있던 식칼로 있는 힘껏 내리치자 견청오의 오른손이 떨어져 나갔다.“아악!!!!”돼지 멱따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견청오는 밀려오는 고통에 바닥을 뒹굴었다.김예훈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이거 개나 갔다 줘.”경호원 팀장은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잘린 손을 들고 뒤뜰로 뛰어나갔다.곧바로 뒤뜰에서 견청오가 키우는 셰퍼드의 짖는 소리와 씹는 소리가 들려왔다.온 바닥을 뒹군 견청오는 절망에 빠졌다.‘나쁜 새끼. 김예훈 이 천하의 나쁜 새끼!’견청오는 절망스러웠다. 세상에서 가장 실력 있는 의사를 데리고 온다 해도 개 뱃속에 들어간 잘린 손을 꺼내 붙일 수 있는 의사는 없다.견청오는 원망하는 마음이 한가득이었지만 차마 표정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비위를 맞추며 김예훈을 바라봤다. 정가을은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으로 오줌을 질질 지리고 있었다.정가을은 피도 눈물도 없는 무섭고 매정한 김예훈의 모습을 처음 봐서 예전에 자신이 김예훈을 모욕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숨이 턱턱 막혀 왔다.견청오는 끝내 이를 꽉 물고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었다.“김세자, 오늘의 모든 일들은 다 오해야. 전부 정지용, 그 녀석이 시킨 일이야. 내가 사모님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사모님에게 그런 짓을 했겠어.”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내 아내 얘기는 차차하고 먼저 얘기해야 할 다른 일이 남아있지?”“응?”견청오는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또 다른 일? 또 내 손모가지 자르지는 않겠지..?’김예훈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방금 내 아내 데리고 간 놈들 어디 있어? 다 들어오라 해.”곧바로 견청오의 부하 몇 명이 겁에 질려 벌벌 떨면서 붙들려 들어왔다.김예훈을 보자마자 이들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부터 넙죽 박아 댔다.“김세자님, 오해입니다. 저희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모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겁에 질렸다.이게 바로 김세자의 진짜 모습이다!먼저 김세자를 건드리지 않으면 김세자도 가만히 있지만 만약 김세자를 건드렸다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넘어서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옆에서 보고 있던 홍인경조차도 소름이 돋아 온몸에 털이 바짝 섰다.홍인경은 지금 자신의 권위만 잃은 것을 다행히 여기고 있다.이 모든 일을 마치고 김예훈은 견청오 앞에 쭈그려 앉아 담담히 말했다.“사과해야 할 것들, 배상해야 할 것들 다 알아서 빠짐없이 해.”“그래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지금 바로 할게!”견청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허리를 굽히며 답했다.김예훈은 말을 이어갔다.“부산 견씨 가문이 감히 경기도에 발을 들였으니, 지금부터 너희들은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견청오는 이길 배짱도 없기에 그저 자신을 살려달라 애원했다....성남대병원.정군과 임은숙 그리고 정민아 모두 성남대병원에 입원해 있다.전남산이 이들을 직접 치료해 회복하는 속도도 빨랐고 대우도 최고급으로 받고 있다.이튿날 아침 댓바람부터 아직 날이 밝지 않은 틈을 이용해 견청오는 부하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왔다. 머리 숙여 사죄하며 큰 액수의 배상금을 건네고 축 처진 어깨를 하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성남 일류 클럽에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이번 일은 견청오가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려 한쪽 손이 부러졌고 성남에서 쫓겨나게 된 것처럼 됐다.도대체 누가 손을 쓴 건지는 베일에 감춰졌다.성남 경찰 관계자인 양정국은 아마 그가 누구인지 알 수도 있지만 누구라고는 절대로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임은숙의 병실에 임은숙과 정군이 나란히 누워있었다. 김예훈이 들어오자, 임은숙은 말을 쏘아댔다.“네가 모지리니까 장모인 내가 다른 사람한테 맞기나 하지! 만약 네가 힘이 있어 봐 우리가 다른 사람한테 무시나 당하면서 지금, 이 꼴이 났겠어?”김예훈은 임은숙이 억울하게 당한 것을 알고 있어 차마 아무 말도 하지
임씨 가문.임씨 가문 큰 어르신인 임옥희는 소파에 단정히 앉아 조용히 입을 열었다.“사실 확인했어. 난 또 김예훈 이 쓸모없는 녀석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았잖아. 알고 보니 거물 운전해 주는 일개 기사였네. 이번에 정민아를 살릴 수 있던 것도 김예훈이 모시는 거물이 손써줘서 된 거야. 무경아, 김예훈이 모시는 거물이 누구인지는 알아봤니?”임무경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찾아봤는데 해외 관련된 단서들만 나왔습니다. 그래서 김예훈이 모시는 거물이 해외에서 돌아와 사업을 하는 화교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 화교는 아마 근본도 없고 세력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해외 출신 화교여서 양정국 쪽도 육성책으로 그를 돕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날도 성남 경찰서 쪽 사람들이 성남 골드코스트 별장 쪽을 둘러쌓는데 이 또한 양정국이 내린 지시였습니다. 비록 양정국이 말을 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사람이 그가 나섰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그렇게 된 일이었군.”임씨 가문 큰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이 쓸모없는 녀석이 운이 좋을 줄은 몰랐네. 이런 거물을 알고 있었다니.”임무경은 웃으며 말했다.“큰 어르신, 기왕 이렇게 된 거 사실 우리가 이 데릴사위를 겁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거물의 일개 기사일 뿐인데 거물이 한 번 손 써줬다 해서 두 번은 안 도와줄 겁니다. 사람 간의 정이라는 게 한 번 사용할 때마다 하나씩 사라지는 것 아니겠습니까.”“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니?”임씨 가문 큰 어르신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임무경은 냉정하게 말했다.“백운 별장이 돈이 됩니다. 또 전남산 어르신도 거기에 살고 계시니 나중에 10배 이상 폭등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이 기회에 정민아의 회사를 손에 넣지 않는다면 더 이상 기회는 없습니다. 정민아의 회사를 차지하면 임씨 가문은 분명 제일의 명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임씨 가문 큰 어르신이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그 회사가 CY그룹의 지분을 51%나 가지고 있어...”임무경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문제
부산 금정산.금정산은 부산 최대 특A급 관광지이다. 평일에는 많은 참배자가 이곳에서 예불한다.하지만 금정산의 뒤쪽은 일반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다.이곳은 대규모 요양원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만 출입이 허용된다는 속설이 있다.하지만 요양원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사실 저택이다.부산 견씨 가문의 저택!한국의 10대 명문가 중 9위인 부산 견씨 가문이 소유한 저택이다.금정산 뒷산 전체가 산과 강을 끼고 있는 건축물로 가득했고, 이 건축물들은 호화로운 저택의 품격을 갖췄다. 가히 정자와 저택들로 가득 찬 그들만의 프라이빗 단지였다.이때 금정산 저택의 한 응접실에 들것 하나가 땅에 놓여 있었고 거기에는 손발이 다 잘린 정지용이 누워 있었다.창백한 얼굴의 정가을은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옆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견청오는 자신의 팔을 감싸고 일그러진 표정을 하며 응접실 양옆에 깔린 의자에 앉아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평소에 사납기 짝이 없던 견청오는 지금 이곳에서 마치 고양이를 마주친 쥐새끼처럼 숨죽이고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응접실 안쪽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얼마 후 비즈 발이 걷히고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은 젊고 예쁜 여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모델처럼 가늘고 늘씬한 몸매에 옅은 화장을 했지만, 아름다운 미모는 숨겨지지 않았다.이 국보급 여자는 그 어떤 남자도 한 번 보면 눈을 떼지 못했다.그러나 여자를 무지하게 밝히는 견청오는 이 여자의 눈도 못 쳐다보고 오히려 여자가 걸어오자 벌떡 일어나 밀려오는 고통을 참고 입을 열었다.“동생, 왔어?”여자는 부산 견씨 가문의 현재 실세인 견하연이다.비록 장손은 아니지만 지위는 비슷하다.견하연이 안락의자에 편하게 앉자, 누군가 와서 구두를 벗겨 주고 숄을 걸쳐 줬다.견하연은 비스듬히 걸쳐 앉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들어보니 경기도에 가서 전남산 어르신을 모셔 오지도 못하고 거기에 배신까지 당하고 왔다며?”견청오는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동생아. 너의 오빠인
성남시.경기도 국방부 교대식에 총사령관과 전남산이 모두 참석한다는 소식은 이미 모든 사람에게 퍼졌다.들리는 바에 따르면 경기도 국방부 전체가 난리가 났다고 한다.총사령관은 국방부에서 신으로 여겨지며 살아 있는 전설이다. 총사령관의 실물을 보고 싶어 하는 부사관들이 얼마나 많은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 때문에 이번 기회를 그 누구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게다가 전남산 어르신까지 참석한다. 이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더욱이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이장우같이 평범한 사람조차도 벌써 기뻐 흥분했다.“이번에 만약 총사령관님과 얼굴을 익혀 놓으면 앞으로 진주 이씨 가문이 진주 세 명문 가문을 밟고 올라설지 누가 알아! 그리고 나도 김병욱을 한 번에 무찌를 수 있어!”임무경도 흥분했다.“만약 총사령관님이 나의 뒷배가 되어 주신다면 내가 경기도 일인자가 되는 건 더 이상 꿈이 아니야!”이 둘조차도 이렇게 기뻐 흥분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떨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국방부 교대의식 초청장 가격은 한순간에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많은 사람이 총사령관을 만날 기회를 잡으려 기꺼이 몇백만 원을 내려고 한다.이런 기회는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하므로 이번에 놓치면 앞으로 기회는 없다....병원.정민아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다.병원에서 3일을 지내고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정민아는 일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지금 회사가 직면한 상황은 이전과 또 다르다.이전에 백운 그룹은 최대한 좋게 말해서 중소기업 정도였고 직원도 몇십 명뿐이어서 일손도 부족했다. 심지어 사무실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그러나 백운 별장 사업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정민아는 지금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민아는 이 기회를 반드시 잡아 회사 규모를 키워 더 많은 땅을 가지려 주력했다.정민아는 백운 그룹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회사 규모를 확장 시키려면 반드시 직원을 새로 채용해야 하고 또 새로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