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경기도 국방부 교대식에 총사령관과 전남산이 모두 참석한다는 소식은 이미 모든 사람에게 퍼졌다.들리는 바에 따르면 경기도 국방부 전체가 난리가 났다고 한다.총사령관은 국방부에서 신으로 여겨지며 살아 있는 전설이다. 총사령관의 실물을 보고 싶어 하는 부사관들이 얼마나 많은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 때문에 이번 기회를 그 누구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게다가 전남산 어르신까지 참석한다. 이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더욱이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이장우같이 평범한 사람조차도 벌써 기뻐 흥분했다.“이번에 만약 총사령관님과 얼굴을 익혀 놓으면 앞으로 진주 이씨 가문이 진주 세 명문 가문을 밟고 올라설지 누가 알아! 그리고 나도 김병욱을 한 번에 무찌를 수 있어!”임무경도 흥분했다.“만약 총사령관님이 나의 뒷배가 되어 주신다면 내가 경기도 일인자가 되는 건 더 이상 꿈이 아니야!”이 둘조차도 이렇게 기뻐 흥분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떨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국방부 교대의식 초청장 가격은 한순간에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많은 사람이 총사령관을 만날 기회를 잡으려 기꺼이 몇백만 원을 내려고 한다.이런 기회는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하므로 이번에 놓치면 앞으로 기회는 없다....병원.정민아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다.병원에서 3일을 지내고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정민아는 일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지금 회사가 직면한 상황은 이전과 또 다르다.이전에 백운 그룹은 최대한 좋게 말해서 중소기업 정도였고 직원도 몇십 명뿐이어서 일손도 부족했다. 심지어 사무실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그러나 백운 별장 사업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정민아는 지금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민아는 이 기회를 반드시 잡아 회사 규모를 키워 더 많은 땅을 가지려 주력했다.정민아는 백운 그룹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회사 규모를 확장 시키려면 반드시 직원을 새로 채용해야 하고 또 새로
사옥을 찾는 일은 힘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은 절대 아니었다.김예훈은 CY그룹 인맥을 동원하지 않고 고민 끝에 유미니에게 전화했다.“유미니,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는 거 맞지? 나 좀 도와줘라. 성남시 중심가에 비어 있는 사무실 있는지 한번 알아봐 줘.”“응? 빈 사무실 찾아서 뭐 하게?”유미니는 김예훈의 말이 뜬금없었다.“민아 회사가 최근에 엄청나게 잘 되고 있잖아. 이번 기회에 비즈니스 규모를 확장하고 직원도 많이 채용하려고 하는데 내가 사무실 하나 선물해 주고 싶어서.”감예훈은 아무 생각 없이 전부 말했다.휴대전화 너머에 있는 유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미니는 후회하고 있었다.만약 당시에 김예훈한테 콧대 높이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애초에 김예훈을 쫓아다녔더라면 이렇게 자상한 남편은 자신 옆에 있었을 텐데.한숨을 내쉬며 유미니는 머릿속에 맴도는 허무맹랑한 상상들을 전부 떨쳐버리고 대답했다.“알았어. 내가 무조건 도와줄게, 걱정하지 마.”전화를 마친 유미니는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유미니는 프리미엄 가든의 팀장으로 거액의 돈을 버는 것 외에도 엄청난 인맥을 쌓아 놨다.사방팔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유미니는 성남 타워 근처에 빈 사무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이곳은 비즈니스의 중심가로서 사방이 전부 기업들과 프리미엄 백화점들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그 어떤 기업도 이곳에 쉽게 들어오지 못한다.다시 말해 이곳은 김예훈의 요구에 절대적으로 부합하는 곳이다.유미니는 김예훈한테 전화한 뒤 둘은 오후에 같이 비즈니스 중심가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약속 장소에 도착 후 김예훈은 외관을 쓱 둘러본 후 유미니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 후 유미니는 건물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두 사람은 빠르게 건물 사장인 송대건을 만났다.50대처럼 보이는 송대건은 배불뚝이에 머리는 듬성듬성했고 얼굴은 창백한 게 딱 봐도 애주가였다.그러나 이 양반은 자기 객관화가 하나도 안 돼 보였다.유미니가 들어섰을 때 송대건 입가에는 웃음꽃이
오기 전에 유미니는 이 사무실 건물의 가격을 이미 알아보고 왔다.업계 최고가격으로 계산해 최대한 높게 불러봐야 4천억이다.그런데 이 건물주는 시장 가격보다 훨씬 높은 1조를 냅다 부르다니.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김예훈은 유미니의 표정을 보고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웃으며 말했다.“송 사장, 우리 모두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끼리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 근데 이 가격은 시세와 거리가 멀지 않나?”김예훈은 돈도 많고 이 금액을 낼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호구 고객이 되는 멍청이가 될 수는 없었다.송대건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큰손님, 저렴한 사무실 건물을 찾는 거면 이 지역에서 못 찾아. 나도 저렴하게 주고 싶은데 부지가 워낙 좋기로 유명해서 비싼 거 알잖아. 나도 어쩔 수 없어.”김예훈이 말했다.“우리도 정말 필요한데 1조는 너무하지 않아?”옆에서 유미니가 웃으며 말했다.“송 사장님, 저희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시장 가격으로 계산하시죠?”송대건은 이 말을 듣고 유미니를 위아래로 훑어본 이후 웃으며 말했다.“좋아. 아가씨 체면 생각해 줄게. 대신 가격은 나와 둘이 천천히 얘기할까? 쟤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서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네.”송대건은 김예훈을 훑어보고 불쾌감을 드러냈다.유미니는 김예훈을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좋아요. 송 사장님 저와 둘이 얘기 나누시죠.”송대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우리 들어가서 얘기 나눌까?”말이 끝난 후 송대건은 사무실 안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김예훈이 따라 들어가려 하자 송대건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말했을 텐데. 넌 예의가 없어서 말하고 싶지 않다고. 그냥 나가. 안 그러면 안 팔아.”송대건은 김예훈이 자신이 꾸미고 있는 일을 망치게 절대 내버려 두지 않았다.유미니는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훈아, 밖에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이 바닥 일은 공개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운 일
“네?”유미니는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당황했다.유미니의 이런 순진한 모습을 보니 송대건은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하며 말했다.“아가씨, 아직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내가 한참 전에 이혼하고 딱 맞는 상대를 찾지 못해서 아직도 재혼을 못하고 있어. 요즘 밤마다 적적해서 잠에 못 들고 있는데, 아가씨가 불면증 좀 없앨 수 있게 도와줘.”송대건은 말이 끝나자, 방 안에 있는 다른 문을 열었다. 안에는 침실이었고 침대도 있었다.“들어와! 다 끝나면 4천억에 파는 것으로 계약서 작성 해줄게.”송대건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욕망에 가득 차 안달이 나 있었다.“송 사장님, 이러시는 거 하나도 재미없어요.”유미니는 불쾌감을 드러냈다.이 바닥에 오래 있으면서 유미니의 마음을 사려고 했던 사람은 많았지만, 그 사람들은 점잖았고 그저 소박하게 데이트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유미니가 거절한 후에 그 사람들은 깔끔하게 포기하는 매너 좋은 사람들이었고 그 누구도 이런 일 때문에 체면을 구기지 않았다.그런데 오늘 송대건이 이렇게 무례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비즈니스 얘기를 하는 와중에 노골적으로 이런 요구를 한다니.송대건, 자신도 이 사무실 건물이 비싸도 4천억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일부러 가격을 터무니없게 부른 뒤 유미니를 이런 식으로 협박하려는 것이다.송대건은 자기 바지 벨트를 풀면서 유미니 앞으로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이 바닥에 공짜는 없어. 당연히 여자도 그렇고말고. 만약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불쾌하면 가격이 아직 덜 높다고 말하는 거랑 다름이 없지.”유미니는 계속 뒷걸음질을 치다 결국 벽에 부딪혀 싸늘하게 말했다.“송 사장님, 만약 아까 저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면 응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염치없는 요구를 하시면 저는 절대로 응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멍청해 보이세요? 제가 정말로 모를 것 같아요? 일부러 가격을 높게 불러서 저를 협박하려는 거잖아요!”송대건은 음흉
송대건은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쾅!이때 갑자기 사무실 문에서 소리가 들려왔고 굳게 잠긴 문은 발차기 한 번에 열렸다.사무실 안에 있던 송대건은 깜짝 놀랐다.유미니 역시 기겁했다. 유미니는 김예훈이 대단한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지금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이때 김예훈은 이미 송대건, 면전까지 다가왔다.송대건의 부하들은 진작 쓰러져 있었다.팍!김예훈이 주먹 한 번 날리자, 송대건은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이도 부러졌다.“감히 나를 때려? 내가 누구인지 몰라? 내 뒷배가 누구인지 알고 어디 감히 이러는 거야! 넌 죽을 각오 하고 있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 가만 안 둬!”이가 빠진 송대건은 발음이 어눌한 채로 계속 김예훈을 욕하면서 이리저리 날뛰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너무 오랜만인데. 네가 과연 나를 어떻게 가만 안 두는지 궁금해졌잖아.”“좋아. 너 거기 가만히 있어. 지금 당장 이 몸이 사람 불러온다!”송대건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송대건은 재빨리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굽신대며 말했다.“도끼 형님, 저 송대건입니다! 지금 누가 제 구역에 와서 소란을 피우고 심지어 저를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바로 오셔서 정리 좀 해주십시오! 네. 여기서 형님이 걸음 하시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끝내고 송대건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넌 오늘 제삿날이야! 우리 큰형님이 지금 오고 계시거든. 내가 너 오늘 기어서 집 가게 해줄게!”송대건은 피가 섞인 침을 땅에 뱉으며 유미니를 노려보고 말했다.“너도 가만 안 둬. 더러운 계집년이 기회를 주려고 해도 그걸 걷어차고 순진한 척까지 해? 오늘, 이 몸이 꼭 재밌는 시간 보내게 해줄게.”이 말을 듣자, 유미니는 얼굴이 창백해졌다.유미니는 김예훈의 지위가 높고 돈도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지금 송대건이 조직 사람을 불러왔다는 것이다.조직에
곧이어 자수가 있는 셔츠를 입고 시가를 문 남성이 들어오면서 말했다.“우리 대건이, 평소에 이 몸에 갖춘 예들이 많고 또 이 몸이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라 일이 생기면 너를 돕는 게 맞지. 근데 이 몸이 이렇게 걸음을 하셨는데 빈손으로 돌아가게 할 건 아니지?”이 사람은 경기도 조직 보스 중 한 명인 도끼다. 도끼가 관리하는 구역은 이 근처다.송대건은 도끼가 자신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지금 송대건은 급하게 돈뭉치를 가져다주면서 말했다.“도끼 형님, 절대 헛걸음하시지 않았습니다. 약소하지만 아우가 조금 준비했습니다. 잘 좀 봐주십시오!”말을 하면서 송대건은 현금을 도끼에게 건넸다.한 손으로 받는 도끼를 보며 송대건은 고개를 끄덕였다.도끼는 그제야 담담히 입을 열었다.“우리 대건이, 무슨 일인지 말해볼까?”송대건은 김예훈을 가리키며 말했다.“도끼 형님, 저 녀석이 제 일을 망치고 저를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했습니다!”도끼는 먼저 유미니를 한 번 보더니 화색이 돌며 말했다.“저 계집애가 네 일이야?”송대건은 순간 상황 파악을 하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도끼 형님이 마음에 드시면 먼저 데리고 가서 일을 보세요. 일 보시고 제가 나머지 일 보겠습니다!”유미니는 이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어 황당했다.뻔뻔한 사람은 몇 명 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부끄러운 게 뭔 줄도 모르는 사람은 정말 처음 본다.도끼는 송대건의 얼굴을 툭툭 치고 차갑게 말했다.“얘들아, 저 녀석 손 좀 보자. 더러운 계집애, 너 이 몸 따라 들어올래, 아니면 내가 너 끌고 들어갈까?”도끼와 송대건은 똑같은 인간들이었다.“죽었어.”유미니는 창백한 얼굴로 절망했다.유미니는 그런 치욕을 당할 바에는 죽어야겠다고 결정했다.이때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던 김예훈이 드디어 고개를 들고 담담히 말했다.“도끼, 지금 기어 나가면 내가 너는 봐줄게.”이 말을 듣고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조용해졌다.도끼의 부하들도 모두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생
도끼는 손사래를 치며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말했다.“재미있네. 이 몸 앞에서 이렇게 건방 떠는 사람은 너무 오랜만이군. 오늘, 이 몸이 도끼의 이름을 걸고 직접 네 녀석의 손발을 부러뜨린다.”말을 하며 도끼는 인파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송대건은 김예훈에게 냉소를 보이며 말했다.“도끼 형님이 직접 너를 손봐준다고 하니. 네 녀석은 오늘 무덤 자리 알아보는 게 좋을 거야!”유미니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김예훈 앞을 가로막았다.유미니는 까딱 잘못하다가는 자신도 오늘 김예훈이랑 쌍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팍!도끼가 김예훈의 얼굴을 확인하는 그 순간 김예훈이 무릎을 한 번 들자, 모든 사람이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었다.모든 사람은 이 상황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송대건, 유미니, 도끼의 부하들 모두 당황했다.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니 다들 지금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 할 지경이었다.살기 가득했던 조직의 보스 도끼가 이렇게 무릎을 꿇고 있다니.사무실 안은 숨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그 누구도 감히 낼 엄두를 못 냈다.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 한 표정으로 도끼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난 너 기억해.”김예훈의 말을 듣자, 도끼의 표정이 금세 일그러졌다.‘이분이 나를 기억한다고?’도끼는 당시 복률이 이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그래도 복률은 대단한 복세자인데 결국 이분 앞에서 꿇으라면 꿇고 기라면 기고 있었다.또 조직의 최고 보스 홍인경도 마치 이분에게 끌어내려진 것처럼 홍인경은 자기 사람들을 이분의 사람으로 바꾸고 더 높은 지위를 줬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이렇게 대단하신 분을 건드렸다고?’순간 도끼는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혀 차라리 누가 자신을 죽여줬으면 했다.이때 송대건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도끼 형님, 저 녀석은 그냥 쓸모없는 놈입니다. 여자가 보호해 줘야 하는 쓸모없는 녀석인데 지금 왜 무릎을 꿇고 계십니까!”“어서 이분께 무릎
“윽!”도끼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지만, 그 어떤 소리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도, 발버둥을 칠 수도 없이 그저 식은땀만 흘리며 말했다.“곧 나가서 손가락을 개 먹이로 주겠습니다.”김예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도끼는 울상을 하며 다른 부하들을 보고 말했다.“뭘 보고만 있어! 빨리 안 움직여?”부하들은 모두 부들부들 떨며 직접 손가락을 부러뜨렸다.어쩔 수 없다. 자기 조직의 보스도 겁에 질려 저러고 있는데 부하들도 똑같이 하지 않으면 어쩌면 오늘 여기서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유미니는 김예훈의 말 한마디로 조직 사람들이 허겁지겁 자기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있는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하고 나서야 도끼는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고 눈치 봐가며 말했다.“어르신, 지금 이 사무실 건물을 마음에 들어 하신 겁니까?”김예훈은 부정하지 않고 말했다.“나쁘지 않지. 근데 누가 이 건물 가격을 1조까지 올려버렸지, 뭐야. 그리고 건물을 사려면 내 친구 보고 잠자리하자네?”“어르신의 뜻은 즉슨...”“네가 방법 좀 찾아줄래?”김예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이곳도 나쁘지 않았지만 무조건 살 정도는 아니었다.김예훈의 말을 듣고 도끼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구석에 있던 송대건의 멱살을 잡고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퍽.”송대건은 피가 사방으로 튈 정도로 맞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도끼 형님. 일부러 그런 거 아닙니다.”“일부러고 뭐고 사무실 건물 얼마에 팔 거야?”도끼는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송대건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도끼 형님, 사무실 건물 4천억에 팔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원하시면 10% 할인해 드리겠습니다...”“10%? 오늘 너 대신 내가 건물주야. 90% 할인해!”도끼는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그리고 도끼의 명령에 따라 송대건은 빠르게 계약서를 작성해 김예훈 앞에 가져갔다.도끼는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어르신, 바쁘시겠지만 사인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오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