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어 자수가 있는 셔츠를 입고 시가를 문 남성이 들어오면서 말했다.“우리 대건이, 평소에 이 몸에 갖춘 예들이 많고 또 이 몸이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라 일이 생기면 너를 돕는 게 맞지. 근데 이 몸이 이렇게 걸음을 하셨는데 빈손으로 돌아가게 할 건 아니지?”이 사람은 경기도 조직 보스 중 한 명인 도끼다. 도끼가 관리하는 구역은 이 근처다.송대건은 도끼가 자신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지금 송대건은 급하게 돈뭉치를 가져다주면서 말했다.“도끼 형님, 절대 헛걸음하시지 않았습니다. 약소하지만 아우가 조금 준비했습니다. 잘 좀 봐주십시오!”말을 하면서 송대건은 현금을 도끼에게 건넸다.한 손으로 받는 도끼를 보며 송대건은 고개를 끄덕였다.도끼는 그제야 담담히 입을 열었다.“우리 대건이, 무슨 일인지 말해볼까?”송대건은 김예훈을 가리키며 말했다.“도끼 형님, 저 녀석이 제 일을 망치고 저를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했습니다!”도끼는 먼저 유미니를 한 번 보더니 화색이 돌며 말했다.“저 계집애가 네 일이야?”송대건은 순간 상황 파악을 하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도끼 형님이 마음에 드시면 먼저 데리고 가서 일을 보세요. 일 보시고 제가 나머지 일 보겠습니다!”유미니는 이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어 황당했다.뻔뻔한 사람은 몇 명 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부끄러운 게 뭔 줄도 모르는 사람은 정말 처음 본다.도끼는 송대건의 얼굴을 툭툭 치고 차갑게 말했다.“얘들아, 저 녀석 손 좀 보자. 더러운 계집애, 너 이 몸 따라 들어올래, 아니면 내가 너 끌고 들어갈까?”도끼와 송대건은 똑같은 인간들이었다.“죽었어.”유미니는 창백한 얼굴로 절망했다.유미니는 그런 치욕을 당할 바에는 죽어야겠다고 결정했다.이때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던 김예훈이 드디어 고개를 들고 담담히 말했다.“도끼, 지금 기어 나가면 내가 너는 봐줄게.”이 말을 듣고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조용해졌다.도끼의 부하들도 모두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생
도끼는 손사래를 치며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말했다.“재미있네. 이 몸 앞에서 이렇게 건방 떠는 사람은 너무 오랜만이군. 오늘, 이 몸이 도끼의 이름을 걸고 직접 네 녀석의 손발을 부러뜨린다.”말을 하며 도끼는 인파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송대건은 김예훈에게 냉소를 보이며 말했다.“도끼 형님이 직접 너를 손봐준다고 하니. 네 녀석은 오늘 무덤 자리 알아보는 게 좋을 거야!”유미니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김예훈 앞을 가로막았다.유미니는 까딱 잘못하다가는 자신도 오늘 김예훈이랑 쌍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팍!도끼가 김예훈의 얼굴을 확인하는 그 순간 김예훈이 무릎을 한 번 들자, 모든 사람이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었다.모든 사람은 이 상황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송대건, 유미니, 도끼의 부하들 모두 당황했다.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니 다들 지금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 할 지경이었다.살기 가득했던 조직의 보스 도끼가 이렇게 무릎을 꿇고 있다니.사무실 안은 숨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그 누구도 감히 낼 엄두를 못 냈다.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 한 표정으로 도끼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난 너 기억해.”김예훈의 말을 듣자, 도끼의 표정이 금세 일그러졌다.‘이분이 나를 기억한다고?’도끼는 당시 복률이 이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그래도 복률은 대단한 복세자인데 결국 이분 앞에서 꿇으라면 꿇고 기라면 기고 있었다.또 조직의 최고 보스 홍인경도 마치 이분에게 끌어내려진 것처럼 홍인경은 자기 사람들을 이분의 사람으로 바꾸고 더 높은 지위를 줬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이렇게 대단하신 분을 건드렸다고?’순간 도끼는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혀 차라리 누가 자신을 죽여줬으면 했다.이때 송대건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도끼 형님, 저 녀석은 그냥 쓸모없는 놈입니다. 여자가 보호해 줘야 하는 쓸모없는 녀석인데 지금 왜 무릎을 꿇고 계십니까!”“어서 이분께 무릎
“윽!”도끼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지만, 그 어떤 소리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도, 발버둥을 칠 수도 없이 그저 식은땀만 흘리며 말했다.“곧 나가서 손가락을 개 먹이로 주겠습니다.”김예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도끼는 울상을 하며 다른 부하들을 보고 말했다.“뭘 보고만 있어! 빨리 안 움직여?”부하들은 모두 부들부들 떨며 직접 손가락을 부러뜨렸다.어쩔 수 없다. 자기 조직의 보스도 겁에 질려 저러고 있는데 부하들도 똑같이 하지 않으면 어쩌면 오늘 여기서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유미니는 김예훈의 말 한마디로 조직 사람들이 허겁지겁 자기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있는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하고 나서야 도끼는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고 눈치 봐가며 말했다.“어르신, 지금 이 사무실 건물을 마음에 들어 하신 겁니까?”김예훈은 부정하지 않고 말했다.“나쁘지 않지. 근데 누가 이 건물 가격을 1조까지 올려버렸지, 뭐야. 그리고 건물을 사려면 내 친구 보고 잠자리하자네?”“어르신의 뜻은 즉슨...”“네가 방법 좀 찾아줄래?”김예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이곳도 나쁘지 않았지만 무조건 살 정도는 아니었다.김예훈의 말을 듣고 도끼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구석에 있던 송대건의 멱살을 잡고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퍽.”송대건은 피가 사방으로 튈 정도로 맞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도끼 형님. 일부러 그런 거 아닙니다.”“일부러고 뭐고 사무실 건물 얼마에 팔 거야?”도끼는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송대건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도끼 형님, 사무실 건물 4천억에 팔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원하시면 10% 할인해 드리겠습니다...”“10%? 오늘 너 대신 내가 건물주야. 90% 할인해!”도끼는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그리고 도끼의 명령에 따라 송대건은 빠르게 계약서를 작성해 김예훈 앞에 가져갔다.도끼는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어르신, 바쁘시겠지만 사인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오
“무슨 일 있어?”김예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정민아가 이런 표정을 짓는 모습은 흔치 않다.정만아는 조용히 말했다.“내가 오늘 회사 규모를 확장한다는 소식을 알렸는데 방금 외할머니랑 삼촌이 지분을 매입하겠대.”김예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지분을 매입한다고? 돈이 어디서 나서? 그만한 돈 있어?”정민아가 말했다.“삼촌은 회사에서 먼저 매입 영수증을 발급해 주면 나중에 돈 벌어서 갚겠대.”김예훈은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잇지 못했다.‘임씨 가문은 어쩜 이렇게 뻔뻔스럽게 약탈하려는 걸까.’정민아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랑 같이 임씨 가문에 갔다 오자. 이 일 반드시 해결해야 해, 안 그러면 성남의 삼촌 인맥들 때문에 우리가 골치 아프게 될 수도 있어.”김예훈과 정민아는 빠르게 임씨 가문을 만나러 갔다.임씨 가문은 특별히 파티를 열어 정민아를 초대했다.“민아야. 삼촌이 아침에 말한 일은 생각해 봤니? 성남시의 명문가인 임씨 가문 권력을 생각해 봐. 민아, 네가 임씨 가문이 너희 회사 지분을 매입할 수 있게 해주면 앞으로 너희 회사는 성남시에서 분명히 크게 성공할 거야! 삼촌 전화 한 통이면 널 건드는 놈들 다 빌빌 기게 할 수 있어. 아무도 민아, 널 못 건드릴 거야.”임무경은 웃으며 정민아에게 고기 한 점을 내어 주었다.“이 고기로 예를 들면, 민아 혼자 이 고기를 먹으면 너무 크겠지? 근데 만약 반을 떼서 임씨 가문이 대신 먹어주면 우리 민아는 체하지 않게 되겠지? 민아야. 너는 똑똑한 아이잖아. 삼촌이 무슨 말 하는지 이해했지? 삼촌은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임무경은 차분히 말하고 있지만 반드시 지분을 가져오겠다는 욕망이 얼굴에 가득했다. 처음 얘기를 할 때부터 정민아를 아랫사람 대하듯이 했다.옆에 있던 임은유도 웃으며 말했다.“민아야, 네 삼촌이 너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다 민아, 너를 위해서야. 네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거잖아. 백운 별장 사업이 잘 되고 나서 지금 회사를 노리는 사람이
정민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할머니, 이 회사 지분이 저에게 있고 제가 회사 대표라고 해도 회사의 진정한 소유권은 CY그룹에 있어요. 그래서 제가 혼자 결정할 수가 없어요.”임옥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그냥 할머니한테 약속만 하면 돼. 많을 필요도 없어. 10%의 지분만 우리 임씨 가문에 주면 돼. 그리고 네가 쥐고 있는 49%는 우리한테 주면 돼. 그러면 회사 소유권은 임씨 가문에 넘어오잖아! 임씨 가문이 뒤에서 든든하게 버텨주기만 하면 회사를 어떻게 키우든 다 상관없어. 이렇게 하면 나중에 임씨 가문이 다음 성남시 명문가가 될 수 있어. 할머니 말대로 해. 그러면 임씨 가문에 큰 공을 세운 거야. 내가 네 삼촌이랑 얘기해서 민아, 네 성도 임 씨로 바꾸게 해줄게. 그러면 앞으로 성남시에서 누가 널 건드릴 수 있겠니.”임옥희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는 것처럼 말했다.원하는 건 간단했다.첫째, 매입 영수증을 발급해서 임씨 가문에 지분을 10% 넘길 것.둘째, 정민아는 반드시 30%의 지분을 넘길 것.셋째, 어떻게든 회사 자산을 모두 이전시킬 것.그러나 정민아가 이것들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바로 임씨 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임씨 일가가 보기에는 이것도 엄청난 자비를 베푼 것이고 정민아에게 지위를 높일 기회를 준 것이다.정민아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이곳에 오기 전에 정민아는 가족들이 이런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정도로 뻔뻔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정민아의 표정을 보고 임무경은 말했다.“민아야, 만약 이렇게 못하겠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우리 임씨 가문이 안 도와준다고 탓하지 마!”이것은 위협이다. 그것도 노골적인 위협.정민아는 밀려오는 분노에 온몸을 떨며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김예훈은 급하게 정민아를 쫓아갔다.둘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불쾌한 내색을 했다.여문성은 기분 나쁜 티를 내며 말했다.“장모님, 매형, 민
정민아는 믿기지 않았다. 이건 하늘에서 떡이 툭 하고 떨어진 상황이다.‘이 사무실 건물은 일 년에 최소 400억의 세를 내야 하는데 건물주가 한 푼도 안 받고 별장 구매를 요구한다고?’김예훈은 웃기만 하고 있다.사실 이 사무실 건물은 지금 김예훈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정민아가 원한다면 바로 줄 수 있지만 그러면 정민아가 분명 놀랄 것이다. 그래서 핑계를 댔다.이 계약서도 유미니한테 부탁해 만들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민아야, 들어보니까 이 사무실 건물주가 전남산 어르신과 친한 친구래. 그리고 건물주는 권력도 있고 돈도 있어서 이 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가 봐. 내 생각에는 건물주가 이 사무실 건물의 세를 내준 건 우리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 별장을 선물해 주는 건 어때?”정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돈 많은 사람들은 참 특이해. 이렇게 된 거 예훈이, 네 말 들을게. 별장을 건물주한테 선물하자. 이 일도 부탁할게.”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좋아.”김예훈은 원래 전남산 근처 별장을 가지고 있다가 사용하려 했던 터라 지금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그럼, 계약서대로 내일 회사 이전하자!”김예훈은 싱글벙글 웃었다.정민아도 기뻐서 입꼬리가 올라갔다.오늘 임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은 기분 나빴지만, 남편이 성가신 일을 해결해 줘서 정민아는 드디어 기댈 곳이 생겼다고 느꼈다.저녁. 침실에서 정민아는 아까와는 다른 표정으로 서재로 가 김예훈의 침구를 안고 조용히 침대 옆에 가져다 놓았다.이렇게 하고 나니 정민아는 부끄러웠다.정민아는 이렇게 빨리 김예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김예훈은 잠잘 준비를 하러 서재에 들어갔다가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한참을 찾아 헤매다 침구를 발견하고는 서재로 다시 가지고 갔다.이미 마음의 준비를 다 한 정민아는 이 상황을 보고 황당했다.“김예훈! 이거 무슨 의미야?”정민아는 새끼 고양이처럼 화를 내며 말했다.김예훈은 어리둥
임씨 가문 사람들은 너도나도 멍한 얼굴이었다. 사실 그들은 남모를 수단을 통해 백운 그룹의 자산에 대해 알아봤었고 현금 유통이 어느 정도이고 그들이 회사의 장악권을 얻은 뒤, 그 자산들과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회의까지 했다.그런데 지금 정민아가 갑자기 저렇게 좋은 오피스를 임대했으니 많은 돈이 들었을 것이고 임씨 가문 사람들이 보기엔 그녀가 그들의 돈을 함부로 흥청망청 쓴 셈이었다.“저런 건방진 계집애! 백운 그룹이 우리 임씨 가문의 소유라는 걸 모르는 거야? 감히 겁도 없이 임씨 가문의 돈을 자기 마음대로 가져다 써?”임옥희가 화를 버럭 냈다. 어르신에게 있어서 백운 그룹은 이미 임씨 가문의 자산이나 마찬가지였기에 그 자산을 임시로 보관해 주는 정민아는 그 돈을 건드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그 사람들은 어디로 이사한 거야?”그나마 임무경이 차분하게 물었고 여문성이 얼른 대답했다.“성남 타워 바로 옆으로 이사 갔어요. 그 건물은 임대료가 비싸서 오랫동안 비어 있었거든요.”“뭐라고?”이사 간 위치를 듣자, 임무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을 이어갔다.“어르신, 얼른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떻게든 정민아를 막아서 돈을 도로 가져와야죠!”“차 대기해. 내가 직접 보는 앞에서 누가 감히 이사 갈 수 있는지 한번 지켜보자고!”임옥희의 말에 굳은 얼굴로 명령을 내리자 이내 고급 차 한 대가 임씨 가문을 떠나 성남시에서 가장 번화로운 상가로 향했으며 그 구역은 진정한 중심가로 땅값이 어마어마했다.백운 빌딩 앞에 도착하자 눈이 빠른 여문성은 이사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정민아를 발견했으며 임은숙, 정군, 정소현 등 사람들도 밝은 표정으로 이사를 돕고 있었다.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임씨 가문 사람 중 맨 앞에 서 있던 임옥희가 싸늘한 얼굴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민아야, 다들 지금 뭐 하는 거야?”“사무 장소를 옮기고 있죠. 회사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텐데 당연히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해야죠.”정민아가 웃으면서 대답하자 임옥희가 손에
“저 빌어먹을 계집애! 이건 우리 임씨 가문을 체면을 깎아내리는 짓이야!”“임씨 가문 같은 일류 가문에 어떻게 저런 여자가 나타났지!”“어쩐지 저 여자가 감히 우리 임씨 가문에 도전장을 내밀더라. 설마 돈 많은 남자를 꼬셨다고 이제부터 부귀영화를 누릴 줄 알았나?”화가 잔뜩 난 임씨 가문 사람들이 너도나도 말을 보탰다. 임씨 가문이 일류 가문이긴 하지만 사실 임무경 혼자의 지위로 겨우 버티고 있었던 것이며 가문 배경이 튼튼하지 않았기에 심지어 보통 이류 가문보다 뒤떨어졌다.이번에 백운 그룹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 기회에 휘황찬란한 인생을 즐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정민아가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돈까지 흥청망청 쓰자 임씨 가문 사람들이 보기엔 이건 반항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일편단심으로 백운 그룹을 삼킬 생각만 하는 임옥희는 이번 기회에 임씨 가문을 최고의 가문으로 만들고 싶었기에 화가 더욱 치밀어 올랐으며 심지어 몸까지 부들부들 떨었다.“이건 우리 임씨 가문에 대한 모욕이야! 우리 임 씨 가문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저 계집애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무경아! 네가 방법을 좀 생각해 봐. 난 저 계집애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야!”지금, 이 순간 임옥희는 당장이라도 정민아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어르신, 너무 화내지 마세요. 정민아가 먼저 시작했으니, 저희도 못 할 거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 경기도 성남에서의 지위로 정민아를 상대할 방법은 많아요. 전화 한 통이면 발등에 아주 불똥이 튈 거예요!”한편, 임씨 가문이 떠난 뒤, 정민아는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었으며 절대 임 씨 가문에 그녀의 회사를 빼앗기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이 회사는 그녀가 힘들게 차려서 지금까지 유지했기에 그 누구에게도 쉽게 내어줄 수가 없었고 임씨 가문을 거절한 대가에 대해서는 정민아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어찌 됐든 임씨 가문은 그녀의 외갓집이었기에 심할 정도로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
“맹승현 씨, 말조심하세요!”동하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왜 오자마자 총부터 꺼내는 거예요?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추문성도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미쳤어? 지금 나한테 총을 내민 거야? 그렇게 대단하면 총으로 쏴 죽여 보든가! 날 죽이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아무리 그래도 추문성은 당도 부대 출신으로 장병급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비록 맹승현도 흑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렸지만 추문성은 다른 사람들처럼 맹승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오늘 화해하는 자리만 아니었다면 바로 손을 댔을 것이다.추문성의 곁에 있던 유일한 부하가 본능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곱, 여덟 명의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허리에서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분명 맹승현이 흑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용병들로 하나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순식간에 현장에는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다른 보안 요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총을 꺼내 김예훈 일행을 위협적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주인인 남윤지는 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실 뿐이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그녀가 원했던 장면인 것 같았다.“추문성,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이 순간, 전장을 지배하는 맹승현이 피식 웃었다.“너희 아버지가 밀양 1인자라고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한다면 너희 아버지도, 너희 누나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어떻게 내륙인을 위해 우리한테 등을 돌릴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서 말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내가 이번에 돌아온 목적은 바로 저놈을 죽여버리는 거야. 내가 떠나기 전에 분명 말했잖아. 윤지 씨를 건드리는 사람은 그 가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추문성, 한마디만 더 했다간 머리를 쏴버릴 거야.”맹승현은 바로 총알을 장전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에 올렸다.철컥!다른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총알을 장전하
남윤지도 오늘 허벅지까지 갈라진 원피스를 입고 하얗고 길쭉한 다리를 드러냈다.그야말로 유혹적인 모습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남윤지는 확실히 남달랐다.최소한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고 난 뒤 방에 틀어박혀 자포자기하지 않고 밖에 나와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추문성의 시선은 남윤지 옆에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청년에게 향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맹승현 이 자식, 언제 돌아온 거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동하임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흑아프리카에서 용병 게임을 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심지어 최근에 금광을 발굴했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거죠? 저 사람은 그럴 성격이 아니잖아요.”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김예훈도 전투복을 입고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마치 전쟁터의 용병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품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귀한 기품을 풍기는 것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도 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대했다.남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가끔 그와 말을 주고받았고, 또 술잔까지 부딪히는 것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 보였다.김예훈은 이 사람을 쳐다보며 호기심에 물었다.“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데 뭐 하는 사람이야?”“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맹씨 가문의 도련님, 맹승현이라고 해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도련님들과는 다르게 정치나 사업을 좋아하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생활을 좋아해요. 그동안 흑아프리카에서 여러 용병 부대를 조직해서 많은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어요.”추문성은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부잣집 도련님이 이정도까지 할수 있다니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이때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맹승현 이 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와서 저희 젊은 세대와는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김현민 체면도 별로 지켜
임수민의 직업적 미소가 얼마나 가식적으로 보이는지 예쁜 얼굴에 뺨 한 대 때리고 싶어질 정도였다.추문성이 곤란해진 상황에 김예훈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추씨 가문은 진주·밀양에서 최상급의 가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곳을 마음대로 들락거리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진주·밀양 사람들이 추씨 가문이 김예훈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추씨 가문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김예훈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추문성이 나서려고 할 때, 동하임이 담담하게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여기서 싸울 필요는 없어요. 저희 둘도 있는데 정말 싸웠다간 저희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할 거예요. 제가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도 최상급으로요.”동하임은 말하는 사이 가지고 있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카드 한장을 꺼내 건넸다.이 회원 카드는 예전에 남윤지가 선물한 것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데 오늘 뜻밖으로 역할을 하게 될 줄 몰랐다,“이 카드는 남윤지 씨가 직접 저에게 준 거예요. 이것도 인정하지 않으면 옥루 회관에서 일부러 저희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죠?”동하임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오늘 이 일을 똑똑히 기억해 두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많이 겸손해졌지만 본성은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이라 이렇게 쉽게 모욕을 당할 수만은 없었다.임수민은 동하임이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는지 당황하고 말았다.원래 부잣집 자식들은 얼굴을 내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것을 휴대하고 다닐 리가 없었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회원 카드에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도 없죠. 그리고 최대한 세 명까지 더 데려올 수 있고요.”임수민은 추문성을 계속 괴롭히고 싶었지만 더 이상 기회가 없었다.아무리 괴롭혀봤자 외부인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추문성은 자기 부하들에게 앞을 지키라 하고 김예훈, 동하임, 그리고 한 명의 부
추문성은 최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동하임까지 데려갔다.진주에서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동하임을 데려간 것이다. 이로써 상대방을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말에 힘을 실어 넣을 수 있었다.뒤따르던 김예훈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경호원 복장으로 갈아입었다.차량 행렬은 곧 옥루 회관에 도착했다.땅값이 비싼 이곳 건물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시내 중심에서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옥루 회관은 시적인 미적 감각을 보여주었다.이곳은 진주·밀양 권력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로 가난한 자는 절대 들어올 수 없었다.이 사람들 외에도 많은 부잣집 따님들이 오가며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추문성은 익숙하게 정차하고 김예훈, 동하임과 함께 입구로 걸어갔다.막 들어가려던 찰나 기모노를 입고있는 한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죄송한데 이곳은 개인 회관으로서 회원 카드를 제시하셔야 입장이 가능해요.”일본 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차가운 기운을 풍기기도 했다.“회원 카드요?”추문성은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추문성이라고 해요. 제가 이곳을 드나드는데 회원 카드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아무리 그래도 밀양 1인자 가문의 도련님인데 예전에 방탕한 생황을 누리고 있을 때는 이곳을 제집 드나들듯이 자주 찾아왔다.그때는 이른바 회원 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얼굴도장만 찍으면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그런데 그런 그에게 회원 카드를 제시하라고 한다고?이것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다름없었다.일본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죄송한데 방금 접한 저희 아가씨 명령대로 오늘부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해요. 부잣집 도련님이든 김현민 도련님이 오시든 예외는 없어요. 그리고 개인 출입만 가능하고요.”추문성이 냉랭하게 말했다.“정말 회원 카드가 있어야 하겠어요? 저를 막을 수나 있겠어요?”일본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임수민은 당연히 추 도련님을 알고 있죠... 그런데 제
김예훈을 추문성에게 전화해서 현장을 처리해달라고 했다.동하임에게도 전화하려고 했지만 여자한테 이런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얼마 후, 주우섭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상처를 치료받았다.추문성은 아까 쓰러진 고서희를 알아본 듯 미간을 찌푸렸다.“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김예훈은 추문성의 표정을 캐치하고 물었다.추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서희는 옥루 회관 사람이거든요. 옥루 회관은 진주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구역인데 어젯밤 남윤지를 건드린 것도 모자라 옥루 회관까지 건드렸으니 남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남씨 가문?”김예훈은 실성하고 말았다.“남씨 가문이 나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 아니라 내가 남씨 가문을 건드렸다고 어떻게 확신하는 건데?”추문성은 멈칫하더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조사해 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 강서연 씨가 정말 잡혀갔어?”김예훈이 화제를 돌리자 추문성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맞아요. 제가 받은 정보에 의하면 남씨 가문이 화해의 의미로 강서연 씨를 데려갔다고 했는데 사실 반강제로 끌려갔다고 했어요.”“그러면 강준 씨는 이 사실을 알고 있고?”김예훈이 물었다.“강준 씨는 집법부대 사람들에게 끌려가 심문을 받고 있어서 아무도 그와 연락할 수 없었어요. 이 중요한 순간에 강서연 씨가 옥루 회관으로 끌려간 걸 보면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강준 씨는 늘 조심스러운 사람인데 어떻게 갑자기 남씨 가문을 건드렸을까요?”추문성은 어제 사건의 세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의아하기만 했다.“내 편에 서기로 했거든.”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섰다.“겉으로는 남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나를 노리고 있어. 나랑 함께 옥루 회관에 가보자고. 강서연 씨를 무사히 데려오지 못하면 아마 진주·밀양에서 아무도 나한테 투자하지 않으려고 할 거야.”추문성은 이제야 이해한 표정이었다
“그래. 지금 놔줄게.”김예훈은 그를 힘껏 바닥에 던져버렸다.“푸!”정장남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목구멍이 달아오르고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에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동시에 입에서 피가 쏟아져나와 그를 절망에 빠뜨렸다.그는 필사적으로 입을 벌려 숨을 쉬고 싶었지만 마치 누군가에 의해 목이 조여진 것처럼 전혀 공기를 들이마실 수가 없었다.김예훈이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올 줄 몰랐던 그는 그래도 기절하고 말았다.퍽!김예훈은 정장남을 발로 차서 그녀 앞으로 날려 보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풀어줬어. 이제는 됐어?”이 장면을 지켜보던 주우섭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것이 바로 그가 원하던 결말이었다.“죽여버려!”이때 일곱, 여덟 명의 정장남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소리를 지르며 김예훈을 향해 달려들었다.두목이 쓰러졌는데 김예훈을 죽여버리지 않으면 어떤 끔찍한 결말을 맞이할지 몰랐다.쨕! 쨕! 쨕!김예훈은 뒤로 물러서지도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가 그들의 뺨을 가차 없이 때렸다.잠시 후, 이들은 모두 저 멀리 날아가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채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눈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이들은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이 정도로 무서운 존재인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김예훈을 마주했을 때 이 일곱, 여덟 명의 장정들은 반격은커녕 전혀 피할 수조차 없었다.아까 그녀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곧바로 소리쳤다.“김예훈, 넌 이제 큰일 났어!”쨕!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뺨 한 대로 그녀를 바닥에 넘어뜨렸다.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겨우 일어나려고 할 때, 김예훈은 그녀의 머리를 밟아버렸다.“말해. 누가 나를 괴롭히라고 보낸 건지.”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누가 너를 괴롭힌다고 그래? 분명 네가 먼저 우리의 좋은 일을 망쳤잖아. 죽고 싶어?”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멀리 있는 총을 다시 잡으려 했다.하지만 김예훈은 다른 한 발로 그녀의 손가락을 부
누군가 호통치는 소리를 듣자 일곱 여덟 명의 장정은 뒤돌아 날카로운 시선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아까 그 여자는 피식 웃더니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의 등장이 매우 만족스러운 모양이다.“우리 지금 영화 촬영하고 있는 거 안 보여?”앞장서있던 남자가 김예훈을 잠시 눈여겨본 후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꺼져! 그리고 오늘 본 거 다 잊어버려. 아니면 너도 우리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이 될 거야.”“이대로 갈수 없겠는데?”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지금 맞고있는 사람이 나랑 일면식이 있는 사람이거든. 나한테 도움을 요청했는데 모른는 체할 수는 없잖아? 내 체면을 봐서라도 이대로 풀어주는 거 어때?”김예훈의 말에 상대방은 멈칫하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너 죽고 싶어? 우리가 누군지 알기나 해? 왜 네 체면을 지켜줘야 하는데? 체면이 있기라도 해?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꺼져!”이때 그의 손짓하나에 두 명의 부하가 목을 비틀며 잔인한 표정으로 다가왔다.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더니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반응할 수 없을 정도였다.아까 그녀는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소리쳤다.“조심해!”정장남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김예훈의 속도를 이길 수가 없었다.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순간, 김예훈은 이미 오른손을 뻗었다.이때 정장남이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이 자식이...”빠직!말도 끝나기 전에 김예훈은 이미 그의 목을 잡고 천천히 들어올렸다.이 장면은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정장남은 숨을 쉴 수 없어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한순간 죽음의 기운이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그 손 안 놔?”“빨리 내려놔!”“죽고 싶어?”일곱, 여덟 명의 정장남들은 멈칫도 잠시 동시에 총을 들었다.아까 그녀도 차에서 뛰어내려 총알을 장전하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서서히 다가왔다.바로 이때, 공중에 떠 있던 정장남도 충격에서 회복하고 김예훈을 째려보며 악랄하게 말했다.“이 자식이. 감히
“도련님, 저 지금 해양 공원 야외 주차장에 있어요.”주우섭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두려움이 담겨 있는 듯했다.“지금 컨테이너 뒤에 숨어있는데 계속 저를 찾고 있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어요... 서연이가 잡혀갔다고요. 빨리 와주시면 안 돼요?”“알겠어요. 곧 갈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김예훈은 조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는 웨이터에게 현금을 건네고는 택시를 잡아 해양 공원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누군가 어두운 구석에서 걸어 나와 무전기를 꺼내 조용히 말했다.“걸려들었어.”...십몇 분 뒤, 김예훈은 해양 공원 주차장 입구에 도착해서 택시요금을 낸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곧 김예훈은 구석 자리를 찾았다.몇몇 정장을 입은 장정들은 입에 시가를 물고 한 남자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었다.이들이 하나같이 호스, 야구방망이 같은 것들을 휘두르는 바람에 구석에 있는 남자를 울부짖게 했다.이들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랭글러 차 보닛 위에는 어떤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몸매 좋은 그녀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차가운 표정으로 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영락없는 명사수의 모습이었다.김예훈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힐끔 쳐다보더니 곧바로 살기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멀리서 총으로 김예훈을 겨냥하면서 저리 꺼지라는 제스처를 했다.한껏 거만한 태도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정말 아무것도 간파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김예훈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도대체 누가 자기를 건드리려고 하는지 보고 싶어서였다.김예훈은 그녀를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 구석에서 구타당하고 있는 주우섭을 발견했다.이 순간 그의 얼굴에는 뺨 자국이 가득했고 퉁퉁 부어있었다. 그리고 여러 곳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전혀 재벌 2세의 모습이 아니었다.게다가 그가 입고있는 정장은 너덜너덜해져 악취가 계속 풍겨 나왔다.앞장서있던 남자는 야구 방망이를 세게 내리쳐 주우섭의 비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