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빌어먹을 계집애! 이건 우리 임씨 가문을 체면을 깎아내리는 짓이야!”“임씨 가문 같은 일류 가문에 어떻게 저런 여자가 나타났지!”“어쩐지 저 여자가 감히 우리 임씨 가문에 도전장을 내밀더라. 설마 돈 많은 남자를 꼬셨다고 이제부터 부귀영화를 누릴 줄 알았나?”화가 잔뜩 난 임씨 가문 사람들이 너도나도 말을 보탰다. 임씨 가문이 일류 가문이긴 하지만 사실 임무경 혼자의 지위로 겨우 버티고 있었던 것이며 가문 배경이 튼튼하지 않았기에 심지어 보통 이류 가문보다 뒤떨어졌다.이번에 백운 그룹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 기회에 휘황찬란한 인생을 즐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정민아가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돈까지 흥청망청 쓰자 임씨 가문 사람들이 보기엔 이건 반항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일편단심으로 백운 그룹을 삼킬 생각만 하는 임옥희는 이번 기회에 임씨 가문을 최고의 가문으로 만들고 싶었기에 화가 더욱 치밀어 올랐으며 심지어 몸까지 부들부들 떨었다.“이건 우리 임씨 가문에 대한 모욕이야! 우리 임 씨 가문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저 계집애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무경아! 네가 방법을 좀 생각해 봐. 난 저 계집애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야!”지금, 이 순간 임옥희는 당장이라도 정민아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어르신, 너무 화내지 마세요. 정민아가 먼저 시작했으니, 저희도 못 할 거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 경기도 성남에서의 지위로 정민아를 상대할 방법은 많아요. 전화 한 통이면 발등에 아주 불똥이 튈 거예요!”한편, 임씨 가문이 떠난 뒤, 정민아는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었으며 절대 임 씨 가문에 그녀의 회사를 빼앗기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이 회사는 그녀가 힘들게 차려서 지금까지 유지했기에 그 누구에게도 쉽게 내어줄 수가 없었고 임씨 가문을 거절한 대가에 대해서는 정민아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어찌 됐든 임씨 가문은 그녀의 외갓집이었기에 심할 정도로
김예훈의 말에 직원이 코웃음을 쳤다.“저희 대리점 식당이 오늘 청소 중이라 손님을 실망하게 할 수밖에 없겠네요. 여기서 좌회전하시면 벤츠 대리점이 있거든요. 거기 고객 식당도 꽤 맛있어요.”카센터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으며 차를 보러 온 손님 중 점심시간을 마주치게 되는 손님들은 대리점에서 고객 식사를 대접했다. 그래서 일부러 점심시간에 차를 보러 오는 손님들이 많았으며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솔직히 진심으로 차를 사러 온 고객은 대리점에서도 두 팔 벌려 환영이지만 눈앞의 김예훈은 아무리 봐도 차를 살 능력은 없어 보였다. 주머니에 돈도 없으면서 차를 보러 온 척하며 점심까지 먹고 가는 고객에 대해 직원들도 너무 지겨웠기에 보통은 말 몇 마디로 대충 돌려보내곤 했다.그들이 보기엔 김예훈이 차를 살 능력이 전혀 없어 보였기에 이번에도 대충 말로 돌려보낼 생각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밥 먹으러 온 거 아닙니다. 그런 거에 관심 없어요.”어이없다는 듯이 말을 하던 김예훈이 대리점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직원이 또다시 그를 막았다.“손님, 죄송한데 저희 대리점에서 차를 구매하려면 사전에 예약하셔야 합니다. 예약을 안 하셨으면 들어갈 수 없어요.”대리점 주제에 고고한 자태로 대단한 척하는 직원을 보며 김예훈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가 BMW 대리점을 떠나려던 순간, 정장을 입은 남자 몇 명이 다가왔고 김예훈을 내쫓던 직원이 반짝이는 두 눈으로 다급하게 달려 나갔다.“손님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저희 대리점은 소중한 고객님들을 위해 점심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천천히 둘러보세요!”정장 차림을 한 남자들은 김예훈이 보는 앞에서 직원의 안내에 안으로 들어갔고 갑자기 고개를 돌린 직원은 벤츠 대리점으로 향하던 김예훈을 보며 비꼬았다.“봤죠? 진짜 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은 고객들은 저희가 이렇게 안내해요. 근데 당신은 딱 봐도 공짜 점심을 먹으로 온 거 같은데 저희 대리점은 당신 같은 사람을 환영하지 않아요! 그
장효진을 아래위로 훑어보던 김예훈은 그제야 어렴풋이 생각나는 듯했다. 장효진은 몇 년 전에 김 씨 가문에서 일하던 하인이었으며 화장실 청소나 그릇을 닦는 일을 했었다.그때 당시 나대는 성격이 아니었던 김예훈은 가끔가다가 백운 병원에 나타났었고 장효진은 김예훈의 신분에 대해 정확히는 몰랐지만, 그가 김 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만은 알고 있었으며 그를 만날 때마다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났다. 김예훈은 안 본 사이에 장효진이 BMW 대리점의 대리가 되어 있었을 줄은 몰랐으며 그래도 꽤 충실하게 살고 있는 듯했다.“아, 장효진 씨, 오랜만이네요. 근데 부하 직원들 관리를 좀 더 신경 써야겠네요. 제가 고객이고 차를 사러 왔는데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건 말도 안 되죠.”김예훈이 웃으며 말하자, 장효진이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친애하는 도련님, 제 생각엔 직원들 행동에 문제가 없는 거 같은데요! 제가 뉴스도 안 보고 사는 줄 알아요? 김 씨 가문은 얼마 전에 파산해서 자금이 CY 그룹에 전부 넘어갔잖아요. 우리 김 씨 가문의 도련님은 예전에 명품만 입으셨는데 이제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을 전부 합쳐도 2만 원은 못 넘네요. 딱 봐도 차를 살 능력이 없는데 저희 직원이 안내할 필요가 전혀 없잖아요? 저희는 1분 사이에도 몇백만 원씩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라 시간이 곧 돈이거든요!”상대방의 말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김예훈은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굳어 있다가 옛정을 생각해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너무 치밀어 올랐기에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차를 살 돈이 없다고 누가 그래요? 제가 원하기만 하면 이 대리점까지 살 수 있어요.”“풉!”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 장효진이 말을 이어갔다.“그만 해요, 도련님, 제 앞에서는 허세를 안 부려도 돼요. 당신네 김 씨 가문이 어떤 상황인지 제가 모를까 봐요? 그리고 우리 도련님은 지금 데릴사위 노릇까지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먹고 자고 입는 것까지 아내 돈으로 살고 있는데 좋게 말해서
김예훈은 뒤도 안 돌아보고 벤틀리 대리점으로 들어갔고 지켜보던 BMW 대리점 직원들은 호탕하게 웃으며 수군거렸다.“대리님, 저 사람 웃음거리 되는 걸 보러 가실래요?”“그럴 가치도 없어요. 돈도 없는 주제에 뭘 사기나 하겠어요? 벤틀리는 고사하고 입구에서 바로 쫓겨날 거예요!”웃으면서 말하던 장효진은 돌아서서 대리점 안으로 들어갔다.한편, 벤틀리 대리점에 도착하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직원은 김예훈을 난감하게 만들지 않았다.“고객님,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차가 있나요? 아니면 제가 간단하게 설명을 해드릴까요?”긴 다리를 자랑하는 직원 양정아가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와 김예훈에게 말을 걸었고 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저기 BMW 대리점 바로 맞은편에 있으면서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모를 수가 없을 텐데 너무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네요. 제가 공짜 점심밥을 노리고 왔으면 어쩌려고요?”“고객님, 식사가 필요하시면 저희 벤틀리도 고객을 위한 식당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대리점이 영업을 하는 한, 오시는 모든 분은 저희의 소중한 고객입니다. 고객님이 저희 제품을 사든 안 사든 저는 직원으로서 고객님에게 제품을 소개해 드릴 의무가 있습니다. 고객님이 지금은 저희 제품을 사지 않더라도 일 년 뒤에 살 수도 있잖아요? 그때 가서 꼭 저희를 우선으로 고려해 주면 고맙겠습니다.”양정아가 웃음을 유지한 채 상냥하고 친절하게 설명했고 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손가락으로 전시 차량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차로 구매할게요.”“고객님, 이 차량은 저희 대리점에서 옵션이 가장 화려하고 좋은 모델로 가격이 10억이 넘습니다. 이 차량으로 드릴까요?”흠칫하던 양정아가 확실하지 않아서 다시 한번 물었고 김예훈은 가볍게 미소를 보이며 까만 카드 한 장을 건넸고 그 카드를 받은 양정아는 너무 놀라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블랙카드였다!벤틀리 판매원인 양정아는 이런 카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블랙카드는 한도가 제한되어 있지
한편, BMW 대리점에서.사장인 김광수가 시끌벅적한 맞은편 가게를 보며 감개무량한 듯이 말했다.“벤틀리 대리점에 재력가가 또 납셨다고 들었는데 한정판 전시 차량을 바로 구매했네. 참 대단해. 우리 가게에는 언제 저런 재력가가 오셔서 7시리즈를 사갈까?”김광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현재 BMW 가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건 1시리즈로 가격은 2천만 원 정도였는데 2억을 넘는 7시리즈는 꽤 오래전부터 전시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팔리지 않았다. 김광수는 저러다가 녹이라도 쓸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아참, 장효진 씨를 불러와요. 어마어마한 재력가님에게 애마를 뽑은 걸 축하한다고 선물이라도 드리러 가야죠. 나중에 또 우리 가게도 방문해 줄 수도 있으니까요.”김광수는 장사 머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이내, 장효진이 들뜬 표정으로 손에 꽃다발까지 들고 나타났으며 벤틀리를 구매하는 재력가와 안면을 틀 수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었기에 김예훈과 있었던 일은 까맣게 잊어버렸다.한편, 김예훈은 벤틀리 대리점 VIP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으며 다른 직원은 전부 거절한 채, 양정아와 둘이 흥미진진하게 바둑을 두고 있었다.바로 이때, 장효진과 최홍이 김광수를 따라 벤틀리 대리점에 들어섰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장효진은 문득 김예훈이 생각이 나서 중얼거렸다.“그 비렁뱅이는 어디 갔을까요? 안 보이네요?”“벤틀리 대리점에 고객 식당이 잘 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은 공짜 밥을 먹느라 정신없겠죠.”최홍이 웃으며 대답하자 장효진도 웃음을 터트렸다.“최홍 씨 추측을 맞을 거예요. 그 사람은 여기서 저녁밥까지 해결하고 갈 수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우리 BMW를 살 돈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염치도 없이 본인들 배 채우기 바쁘거든요!”이때, 앞에 서 있던 김광수가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그만 하세요! 여긴 벤틀리 대리점이에요. 말조심하세요. 그러다가 재력가 고객 눈 밖에 나기라도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사장님이 화를 내자 장효진과
김예훈의 냉랭한 표정에 깜짝 놀란 김광수가 얼른 말을 돌렸다.“고객님, 저희는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축하하는 마음으로 온 겁니다. 혹시 고객님께 불편을 드렸다면 사과하겠습니다.”김광수가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런 재력가들은 이런 요청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김광수는 혹시라도 자신이 성격이 괴팍한 고객을 만난 건가, 눈치를 보고 있었다.“얼른 와서 고객님에게 사과해요!”이때, 장효진과 최홍이 재빨리 앞으로 다가왔고 재력가 고객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두 사람은 눈앞이 까매진 채,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김예훈이라니! 한정판 벤틀리 차량을 구매한 재력가가 비렁뱅이 취급을 받았던 김예훈이라니!저 사람은 진짜 차를 사러 온 것도 모자라 주저 없이 11억이나 되는 차를 구매하다니!장효진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사장인 김광수도 김예훈 앞에서 쩔쩔매는데 그녀는 조금 전에 김예훈을 BMW 매장에서 쫓아낸 것이다. 그녀는 김광수가 혹시라도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알게 되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식은땀까지 흐르기 시작했다.이때, 김광수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김예훈이 냉랭하고 싸늘한 눈빛으로 BMW 직원들을 쳐다보았으며 마치 더러운 벌레를 쳐다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자신을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한테 저런 표정은 짓지 않을 것이기에 잠시 생각하던 김광수가 옆에 있던 비서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김예훈을 한눈에 알아본 비서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김광수의 귓가에 대고 조금 전에 있었던 상황을 얘기했으며 비서의 말을 듣고 있던 김광수는 하마터면 뒤로 쓰러질 뻔했다.“뭐라고?”재력가 고객이 그들 대리점에 다녀갔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장효진에게 쫓겨났다고? 저 빌어먹을!“멍청한 놈!”벌떡 몸을 일으킨 김광수가 장효진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사장님, 제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팍!”김광수는 장효진의 말에 다시 한번 뺨을 때렸다.“너희들은 우리 가게로 오신 고객님을 욕설로 쫓아냈을 뿐
결국 격하게 맞은 장효진은 이까지 몇 개 빠졌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김광수가 그녀의 무릎을 팍 차더니 장효진은 그대로 김예훈 앞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고객님, 이 버르장머리 없는 직원은 제가 제대로 교육했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세요!”김광수는 자신도 무릎을 꿇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런 거물급 인물이 그에게 어떤 파괴적인 타격을 줄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며 만에 하나라도 장효진 저 멍청한 직원 때문에 파산이라도 하게 되면 김광수는 벽에 머리를 박고 죽을 생각이었다.바로 이때, 김예훈이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사과는 받아줄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좀 바빠서 그러는데 길 막지 마세요.”벼락이라도 맞은 듯 깜짝 놀란 김광수가 재빨리 말했다.“고객님, 제가 지금 당장 저 몇몇 직원을 자르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절대 이 업계에 발도 못 들이게 블랙리스트에 올리겠습니다. 저희 BMW 회사는 물론 성남시의 그 어떤 카센터에서도 절대 저 사람들을 채용하지 못하게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김광수의 말에 장효진 등 직원들은 기절할 뻔했다. 몇 대 맞은 것도 괜찮고 뺨이 퉁퉁 부을 정도로 후려 맞은 것도 참을 수 있었지만 해고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게 되면 모든 게 끝장나는 셈이다. 이렇게 높은 월급을 주는 회사를 찾기 힘들었기에 앞으로 살아가는 것이 문제며 연봉을 1억 정도 받는 그들은 집 대출과 차 대출도 많이 남았기에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되면 큰일 날 것이다.이건 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벌이었다.이때, 벤틀리 대리점의 사장이 적절한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저희 업계는 막말로 물건을 파는 직업입니다. 저희가 사업을 하면서 제일 중요한 원칙은 바로 고객님을 왕으로 모시는 겁니다. 이런 원칙조차 지키지 못하고 본인들이 대단하다고 착각하는 그런 사람은 저희 업계에서 일할 자격이 없습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물을 흐릴 수가 없죠! 그러니 전 해고를 찬성합니다!”“저희 포르쉐도 찬성합니다!”“저희
”마음은 감사하지만, 전 택시 타면 됩니다.”정민아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방현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아가씨,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전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조금 전에 보니 백운 빌딩에서 나오시던데 전 옆에 있는 로열 빌딩에서 근무하고 있거든요. 전 로열 가든 그룹 프로젝트 부서의 부총관 방현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저희가 합작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요.”훤칠한 외모를 자랑하는 방현은 지적이고 겸손해 보였으며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정민아에게 건넸다. 방현이 정민아에게 접근한 것은 의도적이었다. 점심때 우연히 정민아를 본 적이 있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한눈에 반했으며 이렇게 말을 걸 기회만 내내 엿본 것이다. 심지어 차에서 내리기 전에 친구들에게 길가에 서 있는 정민아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기까지 하며 오늘 어떻게든 정민아를 그의 여자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예의상 상대방의 명함을 받은 정민아가 자신의 명함도 방현에게 건넸다. 어찌 됐든 이 바닥에서 일을 하려면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했다.정민아의 명함을 받은 방현이 두 눈을 반짝거렸다.“백운 그룹의 정 대표님이셨네요. 이런 우연이 다 있다니. 저희 로열 가든 그룹도 건축업을 종사하고 있는데 앞으로 업무적으로 교류할 일이 많겠네요. 아참, 이 차는 제가 며칠 전에 새로 뽑은 BMW 7 시리즈로 가격이 2억 정도 되거든요. 제일 중요한 건, 제 조수석에 타본 사람은 아직 없다는 거죠. 정민아 씨가 그 첫 사람이 되면 너무 영광일 것 같습니다.”“괜찮습니다. 제가 이따가 택시 타고 가면 됩니다.”정민아가 예의 바르게 거절하자 방현이 일부러 화난 척하며 말을 이어갔다.“정민아 씨, 뭘 그렇게 경계해요? 설마 제가 정민아 씨를 잡아먹기라도 하겠어요? 제가 좋은 마음으로 바래다 드리려고 하는 건데 이렇게 나오시면 제 체면이 말이 아니죠! 이렇게 합시다. 정민아 씨가 제 차에 타 주시면 고마움 표시로 제가 오늘 저녁 성남 타워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어때요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
류서우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이 항복하거나, 끝까지 저항하거나, 더 대단한 사람을 불러와 집법 부대와 맞설 줄 알았는데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집법 부대가 이 상황을 휘어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나오키의 목숨을 살려서 이 증인들을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든 김예훈을 죽여버릴 방법이 많았다.그런데 김예훈이 이 증인들을 직접 황천길로 보내버릴 줄 몰랐다.증인이 없으면 김예훈의 죄를 증명할 수 없고, 또 그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으며 그를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핑계도 없었다.김예훈의 이 한 수에 현장에 있던 용문당 집법 부대 자제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이 순간 바람이 불어오자, 류서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김예훈의 실력을 봐서는 이들을 죽이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김예훈은 앞으로 다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진세은, 타케이 일가가 지은 죄가 두려워 알아서 복부를 찌른 모습을 보았지? 나의 증인이 되어줄 건가?”진세은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웃고 있는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증인 할게.”“타케이 가문은 홍성파에서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인데... 홍성파의 귀한 따님께서 타케이 가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시면 그 죄목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거지?”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류서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문당 회장이 법을 어기지만 않았다면 집법 부대 제자보다는 위치가 높은 거 아니겠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어떻게 하실 건데요?”“어떻게 할 거냐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용문당 집법 부대 사람들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이따 시체를 잘 치우고 바닥을 깨끗이 닦으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줄게. 이깟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교훈을 주기 위해 손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손쓰지 않게 해주길 바라.”김예훈이 태연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던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은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
퍽!바닥에 세게 부딪힌 나오키는 힘겹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체내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휘몰아쳐 결국 피를 토해냈다.그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이 순간 그는 대결로 모든 생명력과 잠재력을 소진했는지 아까보다도 더 늙고 초췌해 보였다. 나오키는 창백한 얼굴로 저항하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은 채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아직 죽지 않았지만, 곧 죽음이 다가올 운명이었다.김예훈의 손에 목숨이 잡혀있었기에 그가 원한다면 뺨 한 대로 바로 목숨을 끝내버릴 수 있었다.“안 돼!”이 모습에 일본 고수들은 마음속 신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여전히 표정이 덤덤한 김예훈의 모습에 일본 남녀들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진세은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졌다.김예훈이 나오키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다.몇 명의 아름다운 일본 여성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있었다. 무슨 소리라도 냈다간 함께 김예훈의 손에 죽을까 봐 겁이 났다.“네가 졌어.”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알아서 목숨을 내놓으면 체면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런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퍽!김예훈은 단검을 나오키 앞에 떨어뜨리더니 피식 웃었다.“일본 사무라이들이 전장에 나가서 지면 알아서 목숨을 끊는다고 들었어. 그리고 항상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닌다지? 장검은 적을 죽이는 데 쓰이고, 단검은 자결하는 데 쓰인다고 들었어. 단검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빌려줄게. 네가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 정신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해.”이 말에 열몇 명의 일본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그제야 김예훈이 전혀 용서할 마음 없이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제기랄! 끝까지 해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환각이 나타난 것처럼 나오키의 뒤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귀신이 나타나 검을 들고 내리치는 것 같았다.이런 한방에 마음이 약하나 자는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다.밖에서 그 기운을 느낀 진세은은 힘이 풀려 오줌을 지릴 뻔했다.쨍!이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나 나오키의 검을 막았다.쨍!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뒤로 날아가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 뒤로 세 발짝 물러서 나오키의 검에 담긴 기운을 물리쳤다.“흥미롭군. 이제 막 무신 급에 접어든 실력이 아니야.”김예훈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음양술로 이 실력에 도달할 수 있는 거 보면 일본 국방부의 그 몇몇 무신들도 너의 상대가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죽고 싶어서 억지로 장병급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무신 급으로 거듭난 거야? 이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무너지고, 사람 전체가 망가질 텐데?”김예훈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는 이러한 기이한 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음양술, 주술 등을 이용하여 강제로 실력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잠재력을 이미 소진하는 것과 같았다.특히 한 번에 큰 범위를 돌파하면 소진력은 더욱 무서웠다.나오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완전히 무너져서 병신이 될 수도 있었다.“김예훈,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어.”나오키는 차가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샤샥!나오키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한 번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완전히 방어를 포기한 상태라 오히려 빈틈을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샤샥!김예훈이 무심하게 휘두른 검은 정확히 나오키의 검에 부딪혔다.나오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뒤로 대여섯 발짝 물러났다.이순간 나오키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렀는데 맞은편의 김예훈이 이 정도로 쉽게 공격을 피해버릴 줄 몰랐다.이것으로
나오키는 김예훈의 폭넓은 지식에 놀라긴 했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열몇 명의 일본 고수들은 소리를 지르며 추문성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추문성은 진세은이 방금 바닥에 떨어뜨린 총을 집어 들고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퍽! 퍽! 퍽!여러 일본 고수가 피바다에 쓰러졌지만 다른 일본 고수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돌진해 왔다.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세은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전혀 움직일 수 없어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이 시각, 김예훈과 나오키는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샤샥!나오키가 은빛 광채를 띠는 검을 앞으로 내리치길래 김예훈은 검으로 그의 천둥 같은 일격을 막아냈다.쨍!두 검이 부딪히는 순간 고막이 터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나오키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연신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김예훈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오키를 바라보았다.“무신 급이네.”김예훈은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나오키가 종이 인형을 사용해서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어 무신 급이 될 줄 몰랐다.비록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그에 따른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무신 급은 엄연히 장병급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예를 들어 오정범과 추문성이 젊은 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긴 하지만 김예훈의 지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돌파구를 찾아 무신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나오키가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일본의 음양술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한 이유를 알수 있었다.김예훈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나오키는 이미 무표정으로 칼을 들고 다시 접근했다.일본 검도를 수련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나오키는 김예훈과 같은 상대를 상대할 때 그 어떠한 허세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매번 검을 내리칠 때마다 온갖 힘을 다해 휘둘렀다.쨍! 쨍! 쨍!무표정을 한 김예훈
어쨌든 나오키도 전설적인 인물로서 많은 풍파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다.하지만 자기가 직접 상속자로 지정한 아들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자, 품위를 지키던 모습은 사라지고 극도의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세이이치로와 마찬가지로 신분을 밝혔는데도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며 자기 아들을 죽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순간 나오키는 분노로 들끓기 시작하면서 김예훈을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어했다.열몇 명의 일본 남녀들이 짐승처럼 포효하면서 검을 꺼내 언제든지 덮칠 준비가 되어있었다.오직 김예훈만은 무덤덤하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추문성은 진작에 당도를 들고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장례식장에서 빠져나갔고,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다.따라서 홍성파 정예 부하들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그 순간, 진세은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지만 마치 느끼지 못한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이런 미친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진세은은 차라리 진주 감옥에 있었으면 했다.평생 감옥에 갇히더라도 이 장면을 겪고 싶지 않았다.“이런 제기랄! 감히 내 앞에서 내 아들을 죽여? 죽여버릴 거야! 너의 온 가족도! 너의 조상님들도 모조리 무덤에서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 거라고!”나오키는 검을 꺼내 앞으로 돌진했다.김예훈 역시 무심하게 검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은 부모님의 잘못이야. 네 아들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른 것도 네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일본인이 대한민국에 왔으면 고개를 숙이고 다녔어야 한다고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네가 불만이 많다는 거 알아. 그렇다면 내가 공정하게 대결할 기회를 줄게. 하지만 너는 분명히 내 상대가 아니야. 그러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좋을 거야. 나이를 잔뜩 처먹고 지는 것도 쪽팔리잖아.”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검을 들었다.쌍방의 원한은 이미 죽고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마냥 좋은 사람이 되기 싫은 김예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