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방현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정민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여보, 얼른 타, 집에 가자.”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정민아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김예훈 차에 탔으며 방현은 고급 벤틀리 차량을 보며 정민아의 남편이 저 정도로 부자인가 감탄하고 있었다.그런데 들은 바에 의하면, 정민아의 남편이 데릴사위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저 차는 정민아 차라는 얘기인가?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방현의 눈빛이 탐욕스럽게 변했다. 조금 전까지는 그저 정민아와 하룻밤을 보내고 싶었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어 김예훈을 제치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다. 방현의 실력과 외모로 정민아에게 접근할 기회만 생긴다면 저 여자와 그녀가 갖고 있는 자산들은 전부 그의 소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한편, 차 안에서. 정민아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포르쉐보다 비싼 벤틀리를 그녀도 처음 타보는 것이며 그녀는 김예훈이 이런 차를 살 능력이 절대 없다고 생각했다.“예훈아, 어디서 빌려온 차야? 시간이 되기 전에 얼른 돌려줘!”“여보, 당신에게 주려고 산 거야. 요즘 많이 바빠서 편리한 교통수단이 필요하잖아. 이 차가 여보 신분에 딱 어울리는 거 같아서 샀어.”김예훈이 웃으며 대답하자 정민아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뭐? 정말이야? 무슨 돈으로 샀어?”김예훈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차량 등록증을 정민아에게 건넸고 자신의 이름이 떡하니 적혀 있는 등록증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11억이나 되는 차가 갑자기 그녀의 소유가 되다니.집으로 돌아온 정민아는 식사 자리에서 정군과 임은숙, 그리고 정소현에게 벤틀리 차에 대해 얘기했고 정소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실실 웃으며 김예훈에게 말했다.“형부, 언니에게 차를 사줬으면 저도 사줘야죠. 전 페라리 488로 사주세요.”“그래, 너 명문대에 붙으면 그때 사줄게.”김예훈이 정소현을 힐끔 쳐다보며 대답하자 기분이 좋아진 정소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예훈의 목을 끌어안으며 볼에 뽀뽀했다.“고마워요, 형부!”정민아도 크게
"뭐라고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임은숙이 궁금한 듯 묻자, 정민아가 누군가가 건물 10년 임대료로 별장 한 채를 바꾼 얘기를 해주었고 고개를 돌려 김예훈을 보며 물었다.“예훈아, 저 별장은 그분에게 공짜로 드리는 거라고 했잖아? 너 설마 그분에게서 돈을 받은 거야?”“물어볼 필요도 없어. 무조건 돈 받았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만 원도 없는 놈이 11억짜리 차를 어떻게 사?”임은숙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고 화가 나서 김예훈의 뺨을 때리고 싶었지만, 정민아의 체면을 봐서 참은 것이다.정민아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이마를 꾹꾹 눌렀다. 김예훈이 상대방에게 돈을 받았다고 해도 상대방은 개의치 않겠지만 정민아가 이번 기회를 빌려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된 것이다.그녀는 자기 남편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왠지 모르게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김예훈은 그런 그녀를 보며 지금 계속 설명을 이어가면 그녀가 더욱 실망할 거로 생각했기에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튿날,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은 정민아는 김예훈에게 말도 걸지 않고 홀로 회사로 향했고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공사 현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문자를 받았다.공사를 제시간에 끝내기 위해 백운 별장 프로젝트 현장은 24시간 동안 잔업을 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정민아가 직원들의 잔업 수당까지 어마어마하게 챙겨줬는데 갑자기 문제가 생기다니.해당 부서에서 현장을 검사하러 왔는데 공정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으며 백운 별장 프로젝트에 엄청난 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고 통보받았다.“그럴 리가 없어요! 국내에서 가장 실력이 강한 공사팀을 불렀고 전문 설계 기관까지 모셔 왔어요. 심지어 원자재도 최고급만 고집했습니다!”“우리는 최상급 별장을 목표로 만들었는데 문제가 생길 리가 없잖아요?”“도대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거죠?”소식을 접한 백운 그룹 직원들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너도나도 말을 보탰고 이마를 꾹꾹 누르던 정민아가 이내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누군가가
아침 열 시가 되자 주택 관리 부서와 생산 안전 부서가 동시에 출동했고 두 부서의 최고 담당자가 직접 부하들을 거느리고 백운 별장 프로젝트 현장의 작업을 중지시켰으며 공사팀의 대리 몇 명이 조사 협조로 경찰서에 끌려갔다. 심지어 백운 그룹의 모든 자격증과 문서를 취소하고 영업 정지를 시킨다는 소문도 파다했다.소문이 퍼지자, 백운 그룹에 마비가 오기 시작했다. 정민아가 직원들과 회의를 진행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던 그때, 회의실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경기도 경찰청 감사관인 문준남이 사람들을 거느리고 기세가 등등하게 나타났다.“담당자는 저희와 함께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경기도 중점 부서들로 이루어진 특별 행동 팀이고 당신들 회사에 생긴 사고를 조사하러 왔습니다.”문준남의 곁에는 경기도 주택 관리 담당자와 생산 안전 담당자가 서 있었으며 모든 사람이 각 영역의 최고로 전문적인 담당자들이었다.백운 별장 프로젝트는 너무 많은 사람의 이익과 연관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서울의 일부 전설 인물들까지 알게 모르게 구매 자격을 얻었고 계약금까지 지불한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큰 사건이 터진 이상, 그분들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했기에 경기도 시청에서는 어쩔 수 없이 특별 행동 팀을 보낸 것이다.“제가 백운 그룹의 대표 정민아입니다.”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던 정민아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고 문준남은 공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저는 이번 특별 행동 팀의 팀장을 맡은 경기도 경찰청 감사관 문준남입니다. 백운 그룹이 완공 시간을 지키고 최대의 이익을 남기기 위해 질 떨어진 원자재를 사용하여 중대 사고가 났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아닙니다! 저희가 사용한 원자재는 최상급 원자재입니다!”정민아가 부인하자 문준남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냉랭한 태도로 물었다.“최상급이요? 그런데 현장이 왜 무너진 겁니까? 누가 일부러 무너트리기라도 한 겁니까?”“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외삼촌 임무경의 체면을 봐서 저에게 시간을 좀 주실
"그래요? 당신 회사에서 사용한 모든 원자재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해요? 그 공사 현장에 매일 사용하는 원자재는 10톤을 넘어요! 대표인 당신은 매일 현장에서 지켜봤나요? 전남산 어르신이 별장을 구매하셔서 판매가 전혀 걱정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예산을 낮춘 거 아닌가요? 당신들 별장을 구매한 유명 인사들이 많아요. 이번 조사로 별장에 질적인 문제가 확실히 존재하면 당신은 끝장난 거예요! 그렇게 많은 사람의 코털을 건드리고 앞으로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줄 알아요?”문준남이 코웃음 치며 연이어 말을 하자 정민아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으며 공사 현장에 문제가 발생한 건 사실이기에 이 상황에서 모든 변명이 무색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바로 이때, 성남시 경찰서 사람들까지 찾아왔다.“여기 담당자가 누굽니까? 조금 전에 백운 그룹에 인명 사고가 났다고 익명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백운 그룹에서 공정 퀄리티 문제를 덮기 위해 피해자 가족에게 2억 원을 줬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명확한 위법 행위입니다!”“뭐라고요?”경찰의 말에 정민아는 정신이 혼미했다. 그녀가 언제 피해자 가족에게 돈을 보냈단 말인가?“어이가 없네요! 공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을 한 이유가 있었네요! 벌써 피해자를 매수했을 줄은 몰랐네요! 이건 사실 은폐입니다!”곁에 있던 문준남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하자, 정민아가 다급하게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아닙니다! 저희는 돈을 보낸 적이 없습니다. 돈 보낸 사람이 누구죠?”성남 경찰서 직원이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틀었고 영상 속의 누군가가 병상에 누워있는 피해자에게 돈 봉투를 건넸으며 영상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정민아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한동안 말이 없었다.임은숙이었다!피해자에게 돈을 건넨 사람이 그녀의 어머니였기에 정민아는 입이 백 개여도 반박할 말이 없었다. 임은숙이 소문을 듣고 정민아 대신 이 일을 해결하려고 한 행동인 건 알지만 문제는 누군가에게 찍혔고 그 영상이 지금 명백한 증거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내, 조사를 위해 문준남 측은 정민아를 데려갔고 회사의 경영과 관리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이와 동시에 성남대병원에서.전남산은 평소와 다름없이 환자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며칠 동안 밖에 나가지 않았기에 무슨 일이 발생한 건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바로 이때, 복도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무슨 일이에요? 병원에서 조용해야 한다는 걸 몰라요?”전남산이 곁에 있던 간호사에게 나가보라고 눈치를 주던 순간,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전남산 어르신, 소문에 의하면 어르신께서 백운 그룹의 거액 홍보비를 받고 공사 현장에서 연기를 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사실 백운 별장의 부실 공사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죠? 그런데 돈을 위해서 여전히 광고 모델을 하셨고 덕분에 백운 별장이 더욱 유명해진 게 맞나요?”“지금 완공 일정을 맞추기 위해 부실 공사에 문제가 터졌습니다! 작업자가 목숨을 잃을 위험도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순간, 기자들의 마이크가 전남산 얼굴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고 특종을 따내기 위해 의학계 거장인 전남산에 대한 예의를 전혀 갖추지 않았다.이때, 피해자 가족들이 뛰어 들어와서 전남산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전남산, 이 늙은 양아치야! 당신이 공사 현장에 가지만 않았다면 내 아들은 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야!”“공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 멈출 생각은 안 하고 더욱 대대적으로 홍보하다니! 당신은 살인자야!”“당신 같은 사람은 돈에 눈이 멀었어! 당신은 흰 가운을 입을 자격이 없다고!”피해자 가족들은 손에 들고 있던 물건들을 집어 던지며 끊임없이 욕설을 퍼부었고 뉴스와 소문들에 현혹되어 전남산도 이 문제에 막대한 책임이 있다고 여겼다.“도대체 무슨 일입니까?”전남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자, 의사 한 명이 빠르게 다가가 전남산에게 소식을 전했다.“어르신, 어젯밤에 어르신이 구매하신 별장이 공사를 하던 과정에서 갑자기 무너짐 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몇몇 작업자가 건물에 묻혔었고 이미 구출했지만,
전남산은 의학계의 거장으로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무릎을 꿇어가면서 그에게 수술을 부탁했는데 오늘날 사람들이 그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같이 죽으라고 하다니. 전남산은 도무지 이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어떻게 이럴 수가!”전남산은 김예훈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당도 부대 총사령관으로 혼자의 힘으로 5대 강국을 평정한 전설이고 신화인데 그런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니? 그리고 가문 배경이 어마어마한 김예훈이 그 정도의 푼 돈을 위해 아내에게 부실 공사를 저지르게 했을까?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리가 전혀 없다! 김예훈의 신분으로 그런 푼 돈은 눈에도 안 들어올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전남산이 책상을 탁 치더니 목청을 높였다.“다들 조용히 하세요! 이 일은 제가 꼭 철저하게 밝히겠습니다! 그리고 부상자는 지금 당장 수술실로 옮기세요! 제가 직접 집도할 겁니다! 만약 수술 도중 목숨을 잃으시면 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이내, 피해자 가족들은 병원의 의사들에 의해 끌려 나갔고 간호사들은 일사불란하게 환자를 수술실로 옮겼으며 전남산이 직접 수술실로 들어가 집도했다.이 일이 알려지자, 파장이 더욱 커졌다. 다들 알다시피 전남산은 근 몇 년 동안 거의 집도를 안 했는데 이번에 고작 작업자 한 명을 위해 직접 나섰다는 건 뭔가 찔리는 것이 있다고 여겼으며 전남산이 수술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더니 심지어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네티즌들이 백운 별장에 찾아가 난동을 피우기도 했다.한편, 임 씨 가문에서.임옥희와 임무경 등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었고 그 곁에는 웃음을 머금은 한 남자가 서 있었으며 그 사람이 바로 정민아와 일면식이 있는 로열 가든 그룹의 방현이었다.이때, 임무경이 방현을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방현아, 이렇게 하면 백운 그룹을 뺏을 수 있어?”사건이 점점 커지고 어느 순간, 컨트롤이 안 될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기에 임옥희도 살짝 마음이 흔들렸지만, 방현은 실실 웃으면서 대답했다.“어르신, 다
임무경은 툴툴거리며 말했다.“감히? 아무리 김세자라고 불린다 해도 이번 일에 전남산까지 끌어들여 이렇게 크게 만들었는데, 지금 서울, 부산, 금릉 등 지역에 얼마나 많은 높은 분들이 이번 일을 예의주시하는지 알아? 김세자니 뭐니 이런 얘기 그만해. 하정민이더라도 함부로 개입할 수 없어! 정민아가 아무 잘못 없다고 누군가 증거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정민아는 못 나와.”이 말을 들은 모든 임씨 가문은 웃었다.여문성이 웃으며 말했다.“민아가 아직 어리잖아요. 이번 일을 겪고 나면 뒷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될 거예요. 우리 임씨 가문이 뒤에서 든든하게 있어 주지 않는다면 정민아는 뭣도 아니에요.”임무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아예 정민아를 안에서 몇 년 있게 하고 우리가 백운 그룹을 통째로 인수하는 건 어떠세요?”임옥희가 덤덤하게 말했다.“정민아는 그래도 능력은 있어. 근데 우리 중에서 사업을 해본 사람이 없으니, 운영을 잘한다는 보장이 없어. 그니까 정민아가 우리를 위해 돈을 벌어다 주는 꼭두각시 인형이 돼주는 것도 나쁘진 않아.”이 말을 듣자 모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임씨 가문이 이렇게 권력을 잡을 수 있던 이유는 기관 출신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 쪽으로는 확실히 아는 게 별로 없다.이때 방현이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임옥희 어르신, 임무경 어르신, 이번에 우리가 협력에서 제가 원했던 것들 잊지 않으셨죠?”임옥희는 방현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염려 놓으렴, 우리는 약속은 무조건 지켜. 우리 임씨 가문의 목적만 달성한다면 우리가 정민아랑 그 쓸모없는 것을 이혼하게 하고 너를 우리 손녀의 남편으로 만들어 줄게. 그리고 백운 그룹의 지분 10%도 주고 그럼 그때부터 우린 한 가족 되는 거야.”방현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렇다면 삼촌과 외할머니를 먼저 뵙게 됐네요! 하하하! 저희는 이제 한 가족입니다. 한 가족!”다른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부동산 업계에서 오래 종사한 사윗감이
임씨 가문은 온갖 만반의 준비를 다 끝냈지만, 정민아 일가는 정민아가 잡혀간 일 때문에 발만 동동거리고 있었다.CY 그룹의 김예훈도 가장 먼저 이 소식을 들었다.김예훈은 자신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있는데 감히 누가 백운 그룹과 정민아를 손 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김 대표님,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이번 일은 로열 가든 그룹과 관련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하은혜는 수북한 자료들을 들고 눈살을 찌푸린 채 말했다.하씨 가문의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하은혜는 최근 출근하지 않았지만, 정민아가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다른 일들은 내버려 둔 채 달려왔다.“이번 일은 로열 가든 그룹 외에도 기관 사람이 뒤에서 모든 지시를 내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론이나 각계에서 이렇게 빨리 반응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이번에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일은 바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인데, 어쩌면 중요한 단서나 증거들을 이미 없앴을 수도 있습니다.”하은혜는 자료들을 계속 넘겨 보며 결국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은 잠시 망설이다 빠르게 오정범한테 연락해 임무를 지시했다.어떤 일들은 기관과 업계에서는 알아낼 수 없지만 조직 쪽에서는 관련된 여러 소식들을 알 수 있다.이때 송준이 전화가 왔다.“김 대표님, 지금 공사장 현장에 왔지만, 공사장의 감시 카메라를 어젯밤에 누군가 모두 훼손했습니다.”김예훈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말했다.“백운 별장의 공사장을 이미 누군가 와서 조작했군. 송준, 훼손된 감시카메라 안에서 영상 자료를 뺄 방법이 있을까?”“한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확신하지는 못합니다.”휴대전화 너머의 송준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빠르게 준비해 보고 정 안 되면 박인철 보고 국방부의 전문가를 찾아 영상 자료 확보를 도와달라 해. 내가 지금 갈게!”김예훈은 빠르게 지시했다.곧이어 김예훈이 공사장 현장에 도착했고 박인철이 보낸 전문가도 도착했다.하지만 감시 카메라가 어젯밤에 굉장히 심하게 훼손돼 각종 기술이나 방법을 다 사용해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
“게다가 추문성 도련님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을 장악하고 있잖아요. 추씨 가문이 지금 진주·밀양에서 지위가 얼마나 높은데요. 추문성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셨어요? 만약에 정말 겁도 없이 죽였다가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을 데려와서 저희 옥루 회관을 더럽히면 어쩌려고요.”남윤지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추문성 도련님이 오늘 화해할 겸 사과하러 왔다는데 왜 총을 꺼내 들고 무릎부터 꿇게 만들어요. 이래서 어떻게 화해한단 말이에요.”남윤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분명 어제 일어난 일은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추문성이 김예훈의 사람이라면 그를 밟아 죽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물론 추문성을 밟아 죽이기 전에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그래요. 윤지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밤은 죽이지 않을게요.”이때 맹승현의 손짓 하나에 웨이터가 공손하게 샴페인을 한잔 가져왔다.맹승현은 샴페인 잔을 들고 추문성의 머리에 부으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대로 사과해. 무릎 꿇으라면 꿇고 머리를 박으라면 박아. 아니면 윤지 씨 기분을 망쳤다간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거니까.”맹승현이 소파에 다시 앉았지만 그의 보디가드들은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현장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추씨 가문이 김현민의 대립 구도에 서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윤지 씨한테 화해하러 온 거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것도 모자라 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위해 화해를 요청하다니.’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억했다.남윤지는 맹승현을 비난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쳐다보았다.“추문성 도련님, 모욕을 당하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맹승현 도련님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
“맹승현 씨, 말조심하세요!”동하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왜 오자마자 총부터 꺼내는 거예요?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추문성도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미쳤어? 지금 나한테 총을 내민 거야? 그렇게 대단하면 총으로 쏴 죽여 보든가! 날 죽이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아무리 그래도 추문성은 당도 부대 출신으로 장병급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비록 맹승현도 흑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렸지만 추문성은 다른 사람들처럼 맹승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오늘 화해하는 자리만 아니었다면 바로 손을 댔을 것이다.추문성의 곁에 있던 유일한 부하가 본능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곱, 여덟 명의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허리에서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분명 맹승현이 흑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용병들로 하나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순식간에 현장에는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다른 보안 요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총을 꺼내 김예훈 일행을 위협적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주인인 남윤지는 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실 뿐이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그녀가 원했던 장면인 것 같았다.“추문성,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이 순간, 전장을 지배하는 맹승현이 피식 웃었다.“너희 아버지가 밀양 1인자라고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한다면 너희 아버지도, 너희 누나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어떻게 내륙인을 위해 우리한테 등을 돌릴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서 말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내가 이번에 돌아온 목적은 바로 저놈을 죽여버리는 거야. 내가 떠나기 전에 분명 말했잖아. 윤지 씨를 건드리는 사람은 그 가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추문성, 한마디만 더 했다간 머리를 쏴버릴 거야.”맹승현은 바로 총알을 장전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에 올렸다.철컥!다른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총알을 장전하
남윤지도 오늘 허벅지까지 갈라진 원피스를 입고 하얗고 길쭉한 다리를 드러냈다.그야말로 유혹적인 모습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남윤지는 확실히 남달랐다.최소한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고 난 뒤 방에 틀어박혀 자포자기하지 않고 밖에 나와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추문성의 시선은 남윤지 옆에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청년에게 향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맹승현 이 자식, 언제 돌아온 거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동하임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흑아프리카에서 용병 게임을 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심지어 최근에 금광을 발굴했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거죠? 저 사람은 그럴 성격이 아니잖아요.”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김예훈도 전투복을 입고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마치 전쟁터의 용병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품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귀한 기품을 풍기는 것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도 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대했다.남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가끔 그와 말을 주고받았고, 또 술잔까지 부딪히는 것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 보였다.김예훈은 이 사람을 쳐다보며 호기심에 물었다.“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데 뭐 하는 사람이야?”“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맹씨 가문의 도련님, 맹승현이라고 해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도련님들과는 다르게 정치나 사업을 좋아하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생활을 좋아해요. 그동안 흑아프리카에서 여러 용병 부대를 조직해서 많은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어요.”추문성은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부잣집 도련님이 이정도까지 할수 있다니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이때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맹승현 이 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와서 저희 젊은 세대와는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김현민 체면도 별로 지켜
임수민의 직업적 미소가 얼마나 가식적으로 보이는지 예쁜 얼굴에 뺨 한 대 때리고 싶어질 정도였다.추문성이 곤란해진 상황에 김예훈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추씨 가문은 진주·밀양에서 최상급의 가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곳을 마음대로 들락거리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진주·밀양 사람들이 추씨 가문이 김예훈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추씨 가문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김예훈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추문성이 나서려고 할 때, 동하임이 담담하게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여기서 싸울 필요는 없어요. 저희 둘도 있는데 정말 싸웠다간 저희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할 거예요. 제가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도 최상급으로요.”동하임은 말하는 사이 가지고 있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카드 한장을 꺼내 건넸다.이 회원 카드는 예전에 남윤지가 선물한 것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데 오늘 뜻밖으로 역할을 하게 될 줄 몰랐다,“이 카드는 남윤지 씨가 직접 저에게 준 거예요. 이것도 인정하지 않으면 옥루 회관에서 일부러 저희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죠?”동하임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오늘 이 일을 똑똑히 기억해 두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많이 겸손해졌지만 본성은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이라 이렇게 쉽게 모욕을 당할 수만은 없었다.임수민은 동하임이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는지 당황하고 말았다.원래 부잣집 자식들은 얼굴을 내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것을 휴대하고 다닐 리가 없었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회원 카드에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도 없죠. 그리고 최대한 세 명까지 더 데려올 수 있고요.”임수민은 추문성을 계속 괴롭히고 싶었지만 더 이상 기회가 없었다.아무리 괴롭혀봤자 외부인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추문성은 자기 부하들에게 앞을 지키라 하고 김예훈, 동하임, 그리고 한 명의 부
추문성은 최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동하임까지 데려갔다.진주에서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동하임을 데려간 것이다. 이로써 상대방을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말에 힘을 실어 넣을 수 있었다.뒤따르던 김예훈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경호원 복장으로 갈아입었다.차량 행렬은 곧 옥루 회관에 도착했다.땅값이 비싼 이곳 건물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시내 중심에서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옥루 회관은 시적인 미적 감각을 보여주었다.이곳은 진주·밀양 권력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로 가난한 자는 절대 들어올 수 없었다.이 사람들 외에도 많은 부잣집 따님들이 오가며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추문성은 익숙하게 정차하고 김예훈, 동하임과 함께 입구로 걸어갔다.막 들어가려던 찰나 기모노를 입고있는 한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죄송한데 이곳은 개인 회관으로서 회원 카드를 제시하셔야 입장이 가능해요.”일본 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차가운 기운을 풍기기도 했다.“회원 카드요?”추문성은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추문성이라고 해요. 제가 이곳을 드나드는데 회원 카드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아무리 그래도 밀양 1인자 가문의 도련님인데 예전에 방탕한 생황을 누리고 있을 때는 이곳을 제집 드나들듯이 자주 찾아왔다.그때는 이른바 회원 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얼굴도장만 찍으면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그런데 그런 그에게 회원 카드를 제시하라고 한다고?이것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다름없었다.일본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죄송한데 방금 접한 저희 아가씨 명령대로 오늘부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해요. 부잣집 도련님이든 김현민 도련님이 오시든 예외는 없어요. 그리고 개인 출입만 가능하고요.”추문성이 냉랭하게 말했다.“정말 회원 카드가 있어야 하겠어요? 저를 막을 수나 있겠어요?”일본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임수민은 당연히 추 도련님을 알고 있죠... 그런데 제
김예훈을 추문성에게 전화해서 현장을 처리해달라고 했다.동하임에게도 전화하려고 했지만 여자한테 이런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얼마 후, 주우섭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상처를 치료받았다.추문성은 아까 쓰러진 고서희를 알아본 듯 미간을 찌푸렸다.“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김예훈은 추문성의 표정을 캐치하고 물었다.추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서희는 옥루 회관 사람이거든요. 옥루 회관은 진주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구역인데 어젯밤 남윤지를 건드린 것도 모자라 옥루 회관까지 건드렸으니 남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남씨 가문?”김예훈은 실성하고 말았다.“남씨 가문이 나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 아니라 내가 남씨 가문을 건드렸다고 어떻게 확신하는 건데?”추문성은 멈칫하더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조사해 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 강서연 씨가 정말 잡혀갔어?”김예훈이 화제를 돌리자 추문성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맞아요. 제가 받은 정보에 의하면 남씨 가문이 화해의 의미로 강서연 씨를 데려갔다고 했는데 사실 반강제로 끌려갔다고 했어요.”“그러면 강준 씨는 이 사실을 알고 있고?”김예훈이 물었다.“강준 씨는 집법부대 사람들에게 끌려가 심문을 받고 있어서 아무도 그와 연락할 수 없었어요. 이 중요한 순간에 강서연 씨가 옥루 회관으로 끌려간 걸 보면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강준 씨는 늘 조심스러운 사람인데 어떻게 갑자기 남씨 가문을 건드렸을까요?”추문성은 어제 사건의 세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의아하기만 했다.“내 편에 서기로 했거든.”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섰다.“겉으로는 남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나를 노리고 있어. 나랑 함께 옥루 회관에 가보자고. 강서연 씨를 무사히 데려오지 못하면 아마 진주·밀양에서 아무도 나한테 투자하지 않으려고 할 거야.”추문성은 이제야 이해한 표정이었다
“그래. 지금 놔줄게.”김예훈은 그를 힘껏 바닥에 던져버렸다.“푸!”정장남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목구멍이 달아오르고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에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동시에 입에서 피가 쏟아져나와 그를 절망에 빠뜨렸다.그는 필사적으로 입을 벌려 숨을 쉬고 싶었지만 마치 누군가에 의해 목이 조여진 것처럼 전혀 공기를 들이마실 수가 없었다.김예훈이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올 줄 몰랐던 그는 그래도 기절하고 말았다.퍽!김예훈은 정장남을 발로 차서 그녀 앞으로 날려 보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풀어줬어. 이제는 됐어?”이 장면을 지켜보던 주우섭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것이 바로 그가 원하던 결말이었다.“죽여버려!”이때 일곱, 여덟 명의 정장남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소리를 지르며 김예훈을 향해 달려들었다.두목이 쓰러졌는데 김예훈을 죽여버리지 않으면 어떤 끔찍한 결말을 맞이할지 몰랐다.쨕! 쨕! 쨕!김예훈은 뒤로 물러서지도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가 그들의 뺨을 가차 없이 때렸다.잠시 후, 이들은 모두 저 멀리 날아가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채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눈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이들은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이 정도로 무서운 존재인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김예훈을 마주했을 때 이 일곱, 여덟 명의 장정들은 반격은커녕 전혀 피할 수조차 없었다.아까 그녀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곧바로 소리쳤다.“김예훈, 넌 이제 큰일 났어!”쨕!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뺨 한 대로 그녀를 바닥에 넘어뜨렸다.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겨우 일어나려고 할 때, 김예훈은 그녀의 머리를 밟아버렸다.“말해. 누가 나를 괴롭히라고 보낸 건지.”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누가 너를 괴롭힌다고 그래? 분명 네가 먼저 우리의 좋은 일을 망쳤잖아. 죽고 싶어?”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멀리 있는 총을 다시 잡으려 했다.하지만 김예훈은 다른 한 발로 그녀의 손가락을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