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유미니는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당황했다.유미니의 이런 순진한 모습을 보니 송대건은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하며 말했다.“아가씨, 아직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내가 한참 전에 이혼하고 딱 맞는 상대를 찾지 못해서 아직도 재혼을 못하고 있어. 요즘 밤마다 적적해서 잠에 못 들고 있는데, 아가씨가 불면증 좀 없앨 수 있게 도와줘.”송대건은 말이 끝나자, 방 안에 있는 다른 문을 열었다. 안에는 침실이었고 침대도 있었다.“들어와! 다 끝나면 4천억에 파는 것으로 계약서 작성 해줄게.”송대건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욕망에 가득 차 안달이 나 있었다.“송 사장님, 이러시는 거 하나도 재미없어요.”유미니는 불쾌감을 드러냈다.이 바닥에 오래 있으면서 유미니의 마음을 사려고 했던 사람은 많았지만, 그 사람들은 점잖았고 그저 소박하게 데이트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유미니가 거절한 후에 그 사람들은 깔끔하게 포기하는 매너 좋은 사람들이었고 그 누구도 이런 일 때문에 체면을 구기지 않았다.그런데 오늘 송대건이 이렇게 무례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비즈니스 얘기를 하는 와중에 노골적으로 이런 요구를 한다니.송대건, 자신도 이 사무실 건물이 비싸도 4천억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일부러 가격을 터무니없게 부른 뒤 유미니를 이런 식으로 협박하려는 것이다.송대건은 자기 바지 벨트를 풀면서 유미니 앞으로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이 바닥에 공짜는 없어. 당연히 여자도 그렇고말고. 만약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불쾌하면 가격이 아직 덜 높다고 말하는 거랑 다름이 없지.”유미니는 계속 뒷걸음질을 치다 결국 벽에 부딪혀 싸늘하게 말했다.“송 사장님, 만약 아까 저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면 응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염치없는 요구를 하시면 저는 절대로 응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멍청해 보이세요? 제가 정말로 모를 것 같아요? 일부러 가격을 높게 불러서 저를 협박하려는 거잖아요!”송대건은 음흉
송대건은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쾅!이때 갑자기 사무실 문에서 소리가 들려왔고 굳게 잠긴 문은 발차기 한 번에 열렸다.사무실 안에 있던 송대건은 깜짝 놀랐다.유미니 역시 기겁했다. 유미니는 김예훈이 대단한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지금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이때 김예훈은 이미 송대건, 면전까지 다가왔다.송대건의 부하들은 진작 쓰러져 있었다.팍!김예훈이 주먹 한 번 날리자, 송대건은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이도 부러졌다.“감히 나를 때려? 내가 누구인지 몰라? 내 뒷배가 누구인지 알고 어디 감히 이러는 거야! 넌 죽을 각오 하고 있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 가만 안 둬!”이가 빠진 송대건은 발음이 어눌한 채로 계속 김예훈을 욕하면서 이리저리 날뛰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너무 오랜만인데. 네가 과연 나를 어떻게 가만 안 두는지 궁금해졌잖아.”“좋아. 너 거기 가만히 있어. 지금 당장 이 몸이 사람 불러온다!”송대건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송대건은 재빨리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굽신대며 말했다.“도끼 형님, 저 송대건입니다! 지금 누가 제 구역에 와서 소란을 피우고 심지어 저를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바로 오셔서 정리 좀 해주십시오! 네. 여기서 형님이 걸음 하시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끝내고 송대건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넌 오늘 제삿날이야! 우리 큰형님이 지금 오고 계시거든. 내가 너 오늘 기어서 집 가게 해줄게!”송대건은 피가 섞인 침을 땅에 뱉으며 유미니를 노려보고 말했다.“너도 가만 안 둬. 더러운 계집년이 기회를 주려고 해도 그걸 걷어차고 순진한 척까지 해? 오늘, 이 몸이 꼭 재밌는 시간 보내게 해줄게.”이 말을 듣자, 유미니는 얼굴이 창백해졌다.유미니는 김예훈의 지위가 높고 돈도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지금 송대건이 조직 사람을 불러왔다는 것이다.조직에
곧이어 자수가 있는 셔츠를 입고 시가를 문 남성이 들어오면서 말했다.“우리 대건이, 평소에 이 몸에 갖춘 예들이 많고 또 이 몸이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라 일이 생기면 너를 돕는 게 맞지. 근데 이 몸이 이렇게 걸음을 하셨는데 빈손으로 돌아가게 할 건 아니지?”이 사람은 경기도 조직 보스 중 한 명인 도끼다. 도끼가 관리하는 구역은 이 근처다.송대건은 도끼가 자신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지금 송대건은 급하게 돈뭉치를 가져다주면서 말했다.“도끼 형님, 절대 헛걸음하시지 않았습니다. 약소하지만 아우가 조금 준비했습니다. 잘 좀 봐주십시오!”말을 하면서 송대건은 현금을 도끼에게 건넸다.한 손으로 받는 도끼를 보며 송대건은 고개를 끄덕였다.도끼는 그제야 담담히 입을 열었다.“우리 대건이, 무슨 일인지 말해볼까?”송대건은 김예훈을 가리키며 말했다.“도끼 형님, 저 녀석이 제 일을 망치고 저를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했습니다!”도끼는 먼저 유미니를 한 번 보더니 화색이 돌며 말했다.“저 계집애가 네 일이야?”송대건은 순간 상황 파악을 하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도끼 형님이 마음에 드시면 먼저 데리고 가서 일을 보세요. 일 보시고 제가 나머지 일 보겠습니다!”유미니는 이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어 황당했다.뻔뻔한 사람은 몇 명 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부끄러운 게 뭔 줄도 모르는 사람은 정말 처음 본다.도끼는 송대건의 얼굴을 툭툭 치고 차갑게 말했다.“얘들아, 저 녀석 손 좀 보자. 더러운 계집애, 너 이 몸 따라 들어올래, 아니면 내가 너 끌고 들어갈까?”도끼와 송대건은 똑같은 인간들이었다.“죽었어.”유미니는 창백한 얼굴로 절망했다.유미니는 그런 치욕을 당할 바에는 죽어야겠다고 결정했다.이때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던 김예훈이 드디어 고개를 들고 담담히 말했다.“도끼, 지금 기어 나가면 내가 너는 봐줄게.”이 말을 듣고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조용해졌다.도끼의 부하들도 모두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생
도끼는 손사래를 치며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말했다.“재미있네. 이 몸 앞에서 이렇게 건방 떠는 사람은 너무 오랜만이군. 오늘, 이 몸이 도끼의 이름을 걸고 직접 네 녀석의 손발을 부러뜨린다.”말을 하며 도끼는 인파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송대건은 김예훈에게 냉소를 보이며 말했다.“도끼 형님이 직접 너를 손봐준다고 하니. 네 녀석은 오늘 무덤 자리 알아보는 게 좋을 거야!”유미니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김예훈 앞을 가로막았다.유미니는 까딱 잘못하다가는 자신도 오늘 김예훈이랑 쌍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팍!도끼가 김예훈의 얼굴을 확인하는 그 순간 김예훈이 무릎을 한 번 들자, 모든 사람이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었다.모든 사람은 이 상황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송대건, 유미니, 도끼의 부하들 모두 당황했다.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니 다들 지금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 할 지경이었다.살기 가득했던 조직의 보스 도끼가 이렇게 무릎을 꿇고 있다니.사무실 안은 숨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그 누구도 감히 낼 엄두를 못 냈다.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 한 표정으로 도끼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난 너 기억해.”김예훈의 말을 듣자, 도끼의 표정이 금세 일그러졌다.‘이분이 나를 기억한다고?’도끼는 당시 복률이 이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그래도 복률은 대단한 복세자인데 결국 이분 앞에서 꿇으라면 꿇고 기라면 기고 있었다.또 조직의 최고 보스 홍인경도 마치 이분에게 끌어내려진 것처럼 홍인경은 자기 사람들을 이분의 사람으로 바꾸고 더 높은 지위를 줬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이렇게 대단하신 분을 건드렸다고?’순간 도끼는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혀 차라리 누가 자신을 죽여줬으면 했다.이때 송대건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도끼 형님, 저 녀석은 그냥 쓸모없는 놈입니다. 여자가 보호해 줘야 하는 쓸모없는 녀석인데 지금 왜 무릎을 꿇고 계십니까!”“어서 이분께 무릎
“윽!”도끼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지만, 그 어떤 소리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도, 발버둥을 칠 수도 없이 그저 식은땀만 흘리며 말했다.“곧 나가서 손가락을 개 먹이로 주겠습니다.”김예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도끼는 울상을 하며 다른 부하들을 보고 말했다.“뭘 보고만 있어! 빨리 안 움직여?”부하들은 모두 부들부들 떨며 직접 손가락을 부러뜨렸다.어쩔 수 없다. 자기 조직의 보스도 겁에 질려 저러고 있는데 부하들도 똑같이 하지 않으면 어쩌면 오늘 여기서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유미니는 김예훈의 말 한마디로 조직 사람들이 허겁지겁 자기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있는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하고 나서야 도끼는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고 눈치 봐가며 말했다.“어르신, 지금 이 사무실 건물을 마음에 들어 하신 겁니까?”김예훈은 부정하지 않고 말했다.“나쁘지 않지. 근데 누가 이 건물 가격을 1조까지 올려버렸지, 뭐야. 그리고 건물을 사려면 내 친구 보고 잠자리하자네?”“어르신의 뜻은 즉슨...”“네가 방법 좀 찾아줄래?”김예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이곳도 나쁘지 않았지만 무조건 살 정도는 아니었다.김예훈의 말을 듣고 도끼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구석에 있던 송대건의 멱살을 잡고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퍽.”송대건은 피가 사방으로 튈 정도로 맞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도끼 형님. 일부러 그런 거 아닙니다.”“일부러고 뭐고 사무실 건물 얼마에 팔 거야?”도끼는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송대건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도끼 형님, 사무실 건물 4천억에 팔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원하시면 10% 할인해 드리겠습니다...”“10%? 오늘 너 대신 내가 건물주야. 90% 할인해!”도끼는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그리고 도끼의 명령에 따라 송대건은 빠르게 계약서를 작성해 김예훈 앞에 가져갔다.도끼는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어르신, 바쁘시겠지만 사인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오
“무슨 일 있어?”김예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정민아가 이런 표정을 짓는 모습은 흔치 않다.정만아는 조용히 말했다.“내가 오늘 회사 규모를 확장한다는 소식을 알렸는데 방금 외할머니랑 삼촌이 지분을 매입하겠대.”김예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지분을 매입한다고? 돈이 어디서 나서? 그만한 돈 있어?”정민아가 말했다.“삼촌은 회사에서 먼저 매입 영수증을 발급해 주면 나중에 돈 벌어서 갚겠대.”김예훈은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잇지 못했다.‘임씨 가문은 어쩜 이렇게 뻔뻔스럽게 약탈하려는 걸까.’정민아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랑 같이 임씨 가문에 갔다 오자. 이 일 반드시 해결해야 해, 안 그러면 성남의 삼촌 인맥들 때문에 우리가 골치 아프게 될 수도 있어.”김예훈과 정민아는 빠르게 임씨 가문을 만나러 갔다.임씨 가문은 특별히 파티를 열어 정민아를 초대했다.“민아야. 삼촌이 아침에 말한 일은 생각해 봤니? 성남시의 명문가인 임씨 가문 권력을 생각해 봐. 민아, 네가 임씨 가문이 너희 회사 지분을 매입할 수 있게 해주면 앞으로 너희 회사는 성남시에서 분명히 크게 성공할 거야! 삼촌 전화 한 통이면 널 건드는 놈들 다 빌빌 기게 할 수 있어. 아무도 민아, 널 못 건드릴 거야.”임무경은 웃으며 정민아에게 고기 한 점을 내어 주었다.“이 고기로 예를 들면, 민아 혼자 이 고기를 먹으면 너무 크겠지? 근데 만약 반을 떼서 임씨 가문이 대신 먹어주면 우리 민아는 체하지 않게 되겠지? 민아야. 너는 똑똑한 아이잖아. 삼촌이 무슨 말 하는지 이해했지? 삼촌은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임무경은 차분히 말하고 있지만 반드시 지분을 가져오겠다는 욕망이 얼굴에 가득했다. 처음 얘기를 할 때부터 정민아를 아랫사람 대하듯이 했다.옆에 있던 임은유도 웃으며 말했다.“민아야, 네 삼촌이 너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다 민아, 너를 위해서야. 네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거잖아. 백운 별장 사업이 잘 되고 나서 지금 회사를 노리는 사람이
정민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할머니, 이 회사 지분이 저에게 있고 제가 회사 대표라고 해도 회사의 진정한 소유권은 CY그룹에 있어요. 그래서 제가 혼자 결정할 수가 없어요.”임옥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그냥 할머니한테 약속만 하면 돼. 많을 필요도 없어. 10%의 지분만 우리 임씨 가문에 주면 돼. 그리고 네가 쥐고 있는 49%는 우리한테 주면 돼. 그러면 회사 소유권은 임씨 가문에 넘어오잖아! 임씨 가문이 뒤에서 든든하게 버텨주기만 하면 회사를 어떻게 키우든 다 상관없어. 이렇게 하면 나중에 임씨 가문이 다음 성남시 명문가가 될 수 있어. 할머니 말대로 해. 그러면 임씨 가문에 큰 공을 세운 거야. 내가 네 삼촌이랑 얘기해서 민아, 네 성도 임 씨로 바꾸게 해줄게. 그러면 앞으로 성남시에서 누가 널 건드릴 수 있겠니.”임옥희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는 것처럼 말했다.원하는 건 간단했다.첫째, 매입 영수증을 발급해서 임씨 가문에 지분을 10% 넘길 것.둘째, 정민아는 반드시 30%의 지분을 넘길 것.셋째, 어떻게든 회사 자산을 모두 이전시킬 것.그러나 정민아가 이것들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바로 임씨 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임씨 일가가 보기에는 이것도 엄청난 자비를 베푼 것이고 정민아에게 지위를 높일 기회를 준 것이다.정민아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이곳에 오기 전에 정민아는 가족들이 이런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정도로 뻔뻔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정민아의 표정을 보고 임무경은 말했다.“민아야, 만약 이렇게 못하겠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우리 임씨 가문이 안 도와준다고 탓하지 마!”이것은 위협이다. 그것도 노골적인 위협.정민아는 밀려오는 분노에 온몸을 떨며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김예훈은 급하게 정민아를 쫓아갔다.둘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불쾌한 내색을 했다.여문성은 기분 나쁜 티를 내며 말했다.“장모님, 매형, 민
정민아는 믿기지 않았다. 이건 하늘에서 떡이 툭 하고 떨어진 상황이다.‘이 사무실 건물은 일 년에 최소 400억의 세를 내야 하는데 건물주가 한 푼도 안 받고 별장 구매를 요구한다고?’김예훈은 웃기만 하고 있다.사실 이 사무실 건물은 지금 김예훈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정민아가 원한다면 바로 줄 수 있지만 그러면 정민아가 분명 놀랄 것이다. 그래서 핑계를 댔다.이 계약서도 유미니한테 부탁해 만들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민아야, 들어보니까 이 사무실 건물주가 전남산 어르신과 친한 친구래. 그리고 건물주는 권력도 있고 돈도 있어서 이 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가 봐. 내 생각에는 건물주가 이 사무실 건물의 세를 내준 건 우리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 별장을 선물해 주는 건 어때?”정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돈 많은 사람들은 참 특이해. 이렇게 된 거 예훈이, 네 말 들을게. 별장을 건물주한테 선물하자. 이 일도 부탁할게.”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좋아.”김예훈은 원래 전남산 근처 별장을 가지고 있다가 사용하려 했던 터라 지금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그럼, 계약서대로 내일 회사 이전하자!”김예훈은 싱글벙글 웃었다.정민아도 기뻐서 입꼬리가 올라갔다.오늘 임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은 기분 나빴지만, 남편이 성가신 일을 해결해 줘서 정민아는 드디어 기댈 곳이 생겼다고 느꼈다.저녁. 침실에서 정민아는 아까와는 다른 표정으로 서재로 가 김예훈의 침구를 안고 조용히 침대 옆에 가져다 놓았다.이렇게 하고 나니 정민아는 부끄러웠다.정민아는 이렇게 빨리 김예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김예훈은 잠잘 준비를 하러 서재에 들어갔다가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한참을 찾아 헤매다 침구를 발견하고는 서재로 다시 가지고 갔다.이미 마음의 준비를 다 한 정민아는 이 상황을 보고 황당했다.“김예훈! 이거 무슨 의미야?”정민아는 새끼 고양이처럼 화를 내며 말했다.김예훈은 어리둥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
류서우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이 항복하거나, 끝까지 저항하거나, 더 대단한 사람을 불러와 집법 부대와 맞설 줄 알았는데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집법 부대가 이 상황을 휘어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나오키의 목숨을 살려서 이 증인들을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든 김예훈을 죽여버릴 방법이 많았다.그런데 김예훈이 이 증인들을 직접 황천길로 보내버릴 줄 몰랐다.증인이 없으면 김예훈의 죄를 증명할 수 없고, 또 그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으며 그를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핑계도 없었다.김예훈의 이 한 수에 현장에 있던 용문당 집법 부대 자제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이 순간 바람이 불어오자, 류서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김예훈의 실력을 봐서는 이들을 죽이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김예훈은 앞으로 다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진세은, 타케이 일가가 지은 죄가 두려워 알아서 복부를 찌른 모습을 보았지? 나의 증인이 되어줄 건가?”진세은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웃고 있는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증인 할게.”“타케이 가문은 홍성파에서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인데... 홍성파의 귀한 따님께서 타케이 가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시면 그 죄목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거지?”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류서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문당 회장이 법을 어기지만 않았다면 집법 부대 제자보다는 위치가 높은 거 아니겠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어떻게 하실 건데요?”“어떻게 할 거냐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용문당 집법 부대 사람들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이따 시체를 잘 치우고 바닥을 깨끗이 닦으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줄게. 이깟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교훈을 주기 위해 손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손쓰지 않게 해주길 바라.”김예훈이 태연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던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은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
퍽!바닥에 세게 부딪힌 나오키는 힘겹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체내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휘몰아쳐 결국 피를 토해냈다.그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이 순간 그는 대결로 모든 생명력과 잠재력을 소진했는지 아까보다도 더 늙고 초췌해 보였다. 나오키는 창백한 얼굴로 저항하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은 채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아직 죽지 않았지만, 곧 죽음이 다가올 운명이었다.김예훈의 손에 목숨이 잡혀있었기에 그가 원한다면 뺨 한 대로 바로 목숨을 끝내버릴 수 있었다.“안 돼!”이 모습에 일본 고수들은 마음속 신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여전히 표정이 덤덤한 김예훈의 모습에 일본 남녀들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진세은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졌다.김예훈이 나오키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다.몇 명의 아름다운 일본 여성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있었다. 무슨 소리라도 냈다간 함께 김예훈의 손에 죽을까 봐 겁이 났다.“네가 졌어.”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알아서 목숨을 내놓으면 체면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런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퍽!김예훈은 단검을 나오키 앞에 떨어뜨리더니 피식 웃었다.“일본 사무라이들이 전장에 나가서 지면 알아서 목숨을 끊는다고 들었어. 그리고 항상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닌다지? 장검은 적을 죽이는 데 쓰이고, 단검은 자결하는 데 쓰인다고 들었어. 단검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빌려줄게. 네가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 정신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해.”이 말에 열몇 명의 일본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그제야 김예훈이 전혀 용서할 마음 없이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제기랄! 끝까지 해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환각이 나타난 것처럼 나오키의 뒤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귀신이 나타나 검을 들고 내리치는 것 같았다.이런 한방에 마음이 약하나 자는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다.밖에서 그 기운을 느낀 진세은은 힘이 풀려 오줌을 지릴 뻔했다.쨍!이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나 나오키의 검을 막았다.쨍!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뒤로 날아가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 뒤로 세 발짝 물러서 나오키의 검에 담긴 기운을 물리쳤다.“흥미롭군. 이제 막 무신 급에 접어든 실력이 아니야.”김예훈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음양술로 이 실력에 도달할 수 있는 거 보면 일본 국방부의 그 몇몇 무신들도 너의 상대가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죽고 싶어서 억지로 장병급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무신 급으로 거듭난 거야? 이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무너지고, 사람 전체가 망가질 텐데?”김예훈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는 이러한 기이한 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음양술, 주술 등을 이용하여 강제로 실력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잠재력을 이미 소진하는 것과 같았다.특히 한 번에 큰 범위를 돌파하면 소진력은 더욱 무서웠다.나오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완전히 무너져서 병신이 될 수도 있었다.“김예훈,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어.”나오키는 차가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샤샥!나오키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한 번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완전히 방어를 포기한 상태라 오히려 빈틈을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샤샥!김예훈이 무심하게 휘두른 검은 정확히 나오키의 검에 부딪혔다.나오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뒤로 대여섯 발짝 물러났다.이순간 나오키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렀는데 맞은편의 김예훈이 이 정도로 쉽게 공격을 피해버릴 줄 몰랐다.이것으로
나오키는 김예훈의 폭넓은 지식에 놀라긴 했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열몇 명의 일본 고수들은 소리를 지르며 추문성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추문성은 진세은이 방금 바닥에 떨어뜨린 총을 집어 들고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퍽! 퍽! 퍽!여러 일본 고수가 피바다에 쓰러졌지만 다른 일본 고수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돌진해 왔다.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세은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전혀 움직일 수 없어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이 시각, 김예훈과 나오키는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샤샥!나오키가 은빛 광채를 띠는 검을 앞으로 내리치길래 김예훈은 검으로 그의 천둥 같은 일격을 막아냈다.쨍!두 검이 부딪히는 순간 고막이 터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나오키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연신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김예훈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오키를 바라보았다.“무신 급이네.”김예훈은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나오키가 종이 인형을 사용해서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어 무신 급이 될 줄 몰랐다.비록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그에 따른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무신 급은 엄연히 장병급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예를 들어 오정범과 추문성이 젊은 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긴 하지만 김예훈의 지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돌파구를 찾아 무신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나오키가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일본의 음양술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한 이유를 알수 있었다.김예훈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나오키는 이미 무표정으로 칼을 들고 다시 접근했다.일본 검도를 수련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나오키는 김예훈과 같은 상대를 상대할 때 그 어떠한 허세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매번 검을 내리칠 때마다 온갖 힘을 다해 휘둘렀다.쨍! 쨍! 쨍!무표정을 한 김예훈
어쨌든 나오키도 전설적인 인물로서 많은 풍파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다.하지만 자기가 직접 상속자로 지정한 아들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자, 품위를 지키던 모습은 사라지고 극도의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세이이치로와 마찬가지로 신분을 밝혔는데도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며 자기 아들을 죽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순간 나오키는 분노로 들끓기 시작하면서 김예훈을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어했다.열몇 명의 일본 남녀들이 짐승처럼 포효하면서 검을 꺼내 언제든지 덮칠 준비가 되어있었다.오직 김예훈만은 무덤덤하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추문성은 진작에 당도를 들고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장례식장에서 빠져나갔고,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다.따라서 홍성파 정예 부하들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그 순간, 진세은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지만 마치 느끼지 못한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이런 미친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진세은은 차라리 진주 감옥에 있었으면 했다.평생 감옥에 갇히더라도 이 장면을 겪고 싶지 않았다.“이런 제기랄! 감히 내 앞에서 내 아들을 죽여? 죽여버릴 거야! 너의 온 가족도! 너의 조상님들도 모조리 무덤에서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 거라고!”나오키는 검을 꺼내 앞으로 돌진했다.김예훈 역시 무심하게 검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은 부모님의 잘못이야. 네 아들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른 것도 네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일본인이 대한민국에 왔으면 고개를 숙이고 다녔어야 한다고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네가 불만이 많다는 거 알아. 그렇다면 내가 공정하게 대결할 기회를 줄게. 하지만 너는 분명히 내 상대가 아니야. 그러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좋을 거야. 나이를 잔뜩 처먹고 지는 것도 쪽팔리잖아.”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검을 들었다.쌍방의 원한은 이미 죽고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마냥 좋은 사람이 되기 싫은 김예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