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가만두지 않겠다고? 너랑 놀고 나서 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 너무 궁금한데?”견청오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동안 제멋대로 살아온 그는 부산에서 절대 권력을 자랑했다.정민아의 까칠한 태도는 오히려 그를 야생마처럼 만들어 그녀를 정복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했다.정민아는 심호흡하면서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이봐, 그쪽이 정지용과 정가을의 부추김에 넘어갔는지 모르지만, 좋은 말할 때 얼른 날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진짜 큰일 날 테니까! 그때 가서 일이 커져도 난 지켜볼 수밖에 없어.”정민아가 언급한 사람은 사실 김세자였다. 어찌 됐든 이 상황에서 그녀를 구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오로지 김세자 뿐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문제는 김세자가 마음먹는 이상 그 후폭풍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는 점이다.“하하하! 지용아, 너희 집안에 이런 사람도 있었어? 나한테 협박까지 하다니?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야. 날 가만두지 않겠다는 놈이 대체 누군지 점점 더 궁금해지는걸?”견청오는 순간 구미가 확 당겼다.아까만 해도 단지 정민아의 몸에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이제 그는 정민아를 정복하고 싶었다. 육체는 물론 마음마저 짓밟아서 모든 신념을 산산조각 내버릴 작정이다.이게 바로 견청오의 스타일이다!부산 견씨 가문은 그야말로 오만하고 난폭했다.심지어 부산이 아닌 곳이라도 견청오는 거리낌이 없었다.비록 성남시에도 제일의 명문가가 있지만, 부산 견씨 가문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정민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결코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다행히 견청오가 당장 그녀에게 손을 댈 것 같지 않은 느낌에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그렇다면 어디 한번 두고 볼까. 딱 한 시간 기다려줄 테니까 날 실망하게 하지 마.”견청오는 도로 의자에 앉더니 잔뜩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대체 얼마 만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인가! 실로 드문 기회였다.한편, 성남시 상류층은 발칵 뒤집혔다.정민아는 전남산 덕분에 이미 성남시 바
약 30분 뒤 성남시 여러 가문과 세력은 조사를 통해 정민아가 골드코스트 9호 저택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리고 정민아를 납치한 사람이 바로 부산 견씨 가문일 가능성이 커졌다.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부산 견씨 가문은 일반인이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그런 존재이다.하지만 여기가 부산이 아닌 성남시라서 천만다행이다. 비록 고민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집을 나선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임씨 가문.임무경은 옷을 갈아입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도 골드코스트로 가자. 이번에는 누워서 떡 먹기가 따로 없는 상황이야. 정민아의 목숨을 구한 대가로 백운 그룹을 우리한테 내놓으라고 할 테니까.”곧이어 임씨 가문 일행이 탑승한 차량이 골드코스트 9호 저택 앞에 멈춰 섰다.이때, 다른 방향에서도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그들은 진주 이씨 가문의 세자 이장우, 나씨 가문의 회장 나성군, 윤 씨 가문의 회장 윤해진 등이다.다들 백운 별장 소유권에 큰 관심을 가졌기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좋은 기회를 절대로 놓칠 리가 없었다.“어쨌거나 민아는 우리 임씨 가문의 외손녀이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제가 나서는 게 맞는 것 같아요.”임무경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멈칫했다.비록 거슬리긴 했지만 문제는 사실이라는 점이다.게다가 임무경의 지위 때문에 다들 차마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는 못했다.이때, 임무경이 손짓하자 임영운이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성남시 임씨 가문 임무경이 견청오 도련님을 뵙기 위해 찾아왔다고 전해주세요.”임영운이 말했다.9호 저택에서 경비를 서던 경호원들이 이 말을 듣자 하나같이 숨을 들이켰다.예전에는 임무경이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일지 몰라도 성남시에 도착한 이후로 그를 모르면 간첩이다. 그는 경기도 삼인자로서 실권을 거머쥔 거물급 인사이다.견청오 도련님이 부산에서 아무리 눈에 보이는 게 없다고 해도 성남시 고위급 인사 앞에서는 예의를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어찌 보면
임영운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정지용을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곧이어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당신 정 씨 일가 정지용 아니야? 대체 언제부터 남의 하인 노릇 하기 시작했지?”정지용은 싸늘한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임영운이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임무경이 손을 휘휘 저었다.“정지용, 내가 누군지 알지? 견청오 도련님한테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 찾아왔다고 전해.”정지용이 쌀쌀맞게 말했다.“도련님께서 괜히 부산 견씨 가문을 잘못 건드렸다가 지금 그나마 있는 명성마저 잃으면 어떡하냐고 하던데요? 임씨 가문은 당신의 그 명성 덕분에 고작 이류 가문에서 일류 가문으로 급부상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만약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임씨 가문이 무슨 신세로 전락할지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정지용의 말을 듣자 임무경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러나 정지용이 헛소리를 한 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부산 견씨 가문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를 매장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임무경이 오랜 세월 동안 관직에 몸담으면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도 뒷심이 든든해서가 아니라 치고 빠질 줄 알았기 때문이다.이에 임무경이 재빨리 꼬리를 내렸다.“견청오 도련님이 오늘 일이 있으시다고 하니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말을 마친 그는 임영운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이장우 일행은 눈앞의 광경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정지용의 태도에서 견청오가 오늘 마음을 굳게 먹었다는 걸 유추할 수 있었다.다시 말해서 고작 정민아 때문에 견청오를 건드리기에는 아무리 봐도 밑지는 장사였다.다들 운에 맡겨볼 생각으로 찾아왔지만, 지금은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한편, 양정국도 다른 루트를 통해 정확한 소식을 파악하고 곧장 김예훈에게 보고하러 갔다.“부산 견씨 가문? 그렇게 대단한가요?”김예훈이 눈살을 찌푸렸다.“물론이죠. 부산 견씨 가문은 한국 10대 제일의 명문가 중 9위로 유명해요. 10위가 바로 서울 하씨 가문이거든요
김예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설마 저한테 가지 말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그럴 리가! 하지만 경기도 국방부 장관의 교대의식이 코앞인 지라 성남시를 주목하는 국내외 세력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특히 예훈 씨의 정체가 공개된다면 앞으로 아내 분한테 피해 줄 가능성이 더 크죠. 그때 가면 부산 견씨 가문은 둘째 치고 해외 세력까지 개입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따라서 오늘은 괜히 일 키우지 말고 최대한 소리소문없이 좋게좋게 해결해요.”김예훈이 물었다.“어르신의 말씀은...”“홍인경이라는고 경기도 조직의 보스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예전에는 부산 견씨 가문의 하인이었죠. 홍인경을 보내서 아내 분을 풀어주되 직접 찾아와서 사과하라고 하는 건 어때요?”전남산이 말했다.김예훈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알겠어요. 오늘 어르신의 충고를 들어서라도 참을게요. 견청오가 민아의 털끝이라도 건드리지 않고 직접 데리고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한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거로 할게요. 아니면 부산 견씨 가문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테니까.”김예훈은 무심한 표정으로 살벌하기 그지없는 말을 내뱉었다.옆에 있던 양정국은 이 말을 듣자 흠칫 떨었다.이렇게 간이 큰 사람은 처음이다. 10대 제일의 명문가에 속하는 부산 견씨 가문한테 전혀 겁을 먹지 않다니?남의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줄이야!반면, 전남산은 한숨을 푹 쉬었다. 당시 김예훈이 은퇴를 선언하고 총사령관직에서 사임한 이유가 사실 국가를 위해서였다.왜냐하면 그가 총사령관직을 계속 이어간다면 언젠간 장관으로 임명받아 이인자 자리까지 갈 게 뻔했다.이는 국내 정세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그래서 그는 국가의 안정을 위해 과감히 은퇴하고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10대 제일의 명문가 사람들이 자기 주제도 모르고 김예훈에게 도전장을 내민다면 향후 국가의 미래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컸다.김예훈은 전
뜻밖의 상황에 견청오는 깜짝 놀랐다.“홍인경 씨, 이게 뭐 하는 거예요?”홍인경은 무릎을 꿇고 있으면서도 다리에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내 정민아를 애써 외면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청오 도련님, 오늘 부탁드릴 일이 있어 찾아왔어요. 그동안의 정을 봐서라도 꼭 들어주길 바랍니다.”“무슨 일인데요? 최선을 다할게요.”견청오는 홍인경이 아직 경기도 조직의 보스인 줄 알고 선심 쓸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한편, 정지용과 정가을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홍인경을 바라보았다.조직을 주름잡는 전설 속 거물이 이토록 겁먹은 모습이라니?홍인경은 목소리마저 덜덜 떨렸다.“청오 도련님에게 말 좀 전해달라는 사람이 있는데, 당장 정민아를 돌려보내고 자기한테 찾아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네요. 그리고 정민아 부모님한테 손찌검한 놈을 찾아내서 손모가지를 부러뜨리라고 했어요.”“네? 어떤 자식이 감히 이토록 건방지게 굴죠? 우리가 부산 견씨 가문의 사람인 거 모른대요?”정지용이 펄쩍 뛰었다.정가을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봐요, 우리 청오 도련님이 예의를 차려줬더니 아무 소리나 지껄여도 되는 줄 알아요? 고작 조직 폭력배 주제에 이런 말을 내뱉는 자체가 하극상인 거 몰라요?”견청오는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면서 말했다.“홍인경 씨, 그분은 뭐 하는 사람인데요?”홍인경은 아연실색하더니 아무 말도 못 하고 연신 고개만 저었다.이때, 구석에 있던 정민아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나 자신의 예상대로 김세자가 나선 것이다.부산 견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경기도 안에서 누가 감히 김세자의 상대가 되겠냐는 말이다.이때 정민아의 기분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김세자가 그녀에게 호감이 있는 건 알고 있지만, 문제는 이미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그런데도 몇 번이고 그녀를 도와줬으니 이 신세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몰랐다.물론 이는 정군과 임은숙한테 비밀로 해야 했다.안 그래도 부귀영화만 따지는 사람들이 그동안 여러 가지
“홍인경 씨, 저 대신 말 좀 전해주겠어요? 상대방이 아무리 권력이 있는 거물이라고 해도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는 이상 곧 비참한 결말을 맞이할 거예요. 제가 장담하죠.”견청오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말하더니 정민아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뺨을 있는 힘껏 때렸다.“이게 바로 당신이 말한 날 가만두지 않겠다는 그 사람이야? 뭐 하는 놈인지 모르겠지만, 널 어떻게 괴롭히는지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지켜보게 할 거야!”정민아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다만 표정만큼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이를 본 홍인경은 깜짝 놀라 부르르 떨었다.죽고 싶어 환장했나? 저승사자와 다름없는 그분의 여자한테 또 손을 대다니?홍인경은 저도 모르게 외쳤다.“청오 도련님의 말뜻은 이해했으니 그만 때려요! 지금 당장 가서 전하도록 할게요.”말을 마친 홍인경은 허둥지둥 떠났다.그는 두려움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만약 그분이 자기 와이프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게 되어 자칫 화라도 낸다면...머릿속으로 떠오른 장면 때문에 왕년의 조직 보스조차 등골이 서늘해졌다.이내 홍인경은 김예훈한테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차마 거짓말할 용기조차 없는 그는 견청오가 했던 말을 곧이곧대로 털어놓았다.그의 말에 김예훈 일행은 넋을 잃고 말았다.“역시나 듣던 대로 건방지기 짝이 없군요. 제가 어르신의 충고를 듣지 않는 게 아니라 본인이 죽음을 자초하는데 어떡하겠어요?”김예훈은 싸늘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전남산도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오늘 절대로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어차피 지금 설득해봤자 별 소용이 없기에 먼저 자리를 뜨기로 했다.전남산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예훈은 잠깐의 침묵을 끝으로 느긋하게 말했다.“어르신, 그래도 상황 보면서 움직일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전남산은 흠칫 떨더니 이내 뒤돌아서 말했다.“그렇다면 국민을 대신해서 총사령관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김예훈은 양정국을 흘긋 바라보았다.“이제 어떡할 건데요?”양정국은 몰래 한
저택 안과 밖에는 경호원으로 가득했다.이때, 대문을 지키던 경호원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왜냐하면 아까만 해도 오가던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유난히 조용해졌기 때문이다.곧이어 경호원들은 또다시 찾아온 홍인경을 발견했다.이번에는 홍인경의 뒤로 몇몇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홍인경 씨, 이만 돌아가세요. 청오 도련님께서 명령하길 현재의 어르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니 도련님을 만날 자격조차 없다고 했어요.”홍인경이 떠난 뒤 견청오는 사람을 시켜서 조사했는데, 요 며칠 경기도 조직의 체계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홍인경은 이제 조직의 보스는커녕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평범한 늙은이에 불과했다.이런 사람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를 만난단 말인가?견청오는 홍인경을 두들겨 패라고 시키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늙은이의 체면을 충분히 봐줬다고 생각했다.홍인경을 바라보는 경호원의 표정에는 빈정거림이 가득했다.힘도 없는 노인네가 감히 도련님 앞에서 허세를 부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홍인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한 듯 흠칫 떨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내가 아니라 이 귀한 분들이 방문하려고 합니다.”그의 말에 경호원은 그제야 김예훈 일행에게 시선을 돌렸다.경호팀장이 싸늘하게 말했다.“귀한 분이요? 오늘 이곳을 찾은 귀인만 해도 수두룩한데, 당신들이 어떤 사람이든 관심 없으니까 좋은 말할 때 가요. 우리 도련님이 개나 소나 상대할 만큼 한가하시지는 않아요.”김예훈이 미소를 지었다.“내가 기어코 들어가겠다면?”경호팀장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두들겨 맞아 죽어도 내 탓하지 마세요.”오정범이 앞으로 나서더니 허리춤에서 당도를 뽑아 경호팀장의 이마를 겨누고 말했다.“지금은? 들어가도 되나?”경호팀장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오정범이 진짜 손을 쓸 줄이야! 게다가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는 미처 반응할 겨를도 없었다.“어디서 감히!”이때, 주변에 수십 명의 경호원이 몰려들었고, 저마
장갑차에서 제복을 입고 허리춤에 당도를 찬 병사들이 뛰어내렸는데, 하나같이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눈빛이 날카롭기 그지없었다.고작 시선이 마주친 것만으로도 지레 겁먹고 도망치는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다.천여 명이 되는 당도 부대 병사 중 일부는 잽싸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일부는 9호 저택의 후퇴로를 지키고 있는가 하면, 나머지는 수백 미터 떨어진 곳으로 물러나 사면팔방에서 상황을 감시하기 시작했다.모든 장병은 마치 본능에 이끌린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그리고 현장에 남은 백 명의 병사들은 오와 열을 맞춰서 앞으로 나갔다.아까만 해도 건방지게 날뛰던 경호팀장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나마 보고 들은 게 있는지라 그는 한국 최강 군대에 속하는 당도 부대를 한 눈에 알아봤다.경호팀장은 감히 찍소리도 못한 채 힘이 탁 풀리면서 무릎을 꿇었다.“털썩!”다른 경호원들도 재빨리 무릎을 꿇고 손에 든 무기를 내동댕이치더니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장난하나? 전설 속의 당도 부대마저 출동하다니?이때, 오정범이 큰 소리로 말했다.“견청오, 네 놈이 간덩이가 부었군! 세자님이 친히 왕림하셨는데 당장 나오지 못해? 3초 줄 테니까 당장 와서 무릎 꿇어. 아니면 죽여버릴 거야!”“흥! 누가 감히 우리 도련님 앞에서 세자라고 자칭해? 우리 도련님은 경기도 김세자도 안중에 없는 분이야!”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정지용이 펄쩍 뛰면서 고래고래 외쳤다.견청오는 흐뭇한 표정으로 정지용을 바라보았다.때와 장소를 가려 알아서 척척 해결하니 시름이 놓인다는 생각에 아랫사람치곤 나름 흡족했다.견청오의 인정을 받자 정지용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청오 도련님, 제가 함부로 입을 놀린 놈을 찾아가 다리 몽둥이를 분지른 다음 도련님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할게요.”말을 마친 정지용은 손짓하더니 경호원을 대동하여 뛰쳐나갔다.하지만 문을 박차고 정원으로 나오는 순간 정지용 일행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왜냐하면 눈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싸늘한 표정의 장병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