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701 - 챕터 710

2823 챕터

제701화

많은 걸 잃고 난 뒤의 민정아는 부끄러움이 부쩍 많아져서 구서준은 평소에 그녀의 손조차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이 막돼먹은 아가씨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구서준이 민정아에게 키스하려던 찰나, 서준명과 엄선희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서준명이 큰소리로 물었다. “구서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많이 다쳤어?”민정아가 걱정되었던 엄선희도 입을 열었다. “정아 씨, 괜찮아? 얼굴은 안 다쳤어?” 고개를 돌린 민정아는 붉어진 눈시울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상처를 받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를 걱정해 주는 건 금방 사귄 두 친구뿐이었고 얼굴이 망가지지 않게 구해준 것도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친구였다. 그러나 자기 부모는 아직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더구나 그녀의 어머니가 전화로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을 퍼붓는 바람에 황산을 든 민정연이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서준명이 민정아 곁으로 다가오자 깜짝 놀란 민정아는 얼른 신세희의 옆에 바짝 붙었다. 서준명이 민정연의 편을 들어줄 거라 생각한 민정아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기... 서 대표님.”“맞았어요?”서준명이 얼굴을 찡그리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릴 때부터 줄곧 정연이에게 이런 취급을 받은 거예요?” 민정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작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로는 서준명의 고통을 전부 표현할 수 없었다. 서씨 집안에 마가 꼈나? 가짜 여동생을 둘이나 떠안게 되다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 그는 반드시 진실을 꼭 밝히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서준명이 민정아를 위로했다. “걱정 말아요. 앞으로 누가 또 괴롭히면 나를 찾아와요.” “서준명, 너한테는 선희 씨가 있잖아.” “너는 하루 종일 네 여자친구 생각밖에 안 하냐?” “아니... 아파 죽겠다는 생각도 해.”병상에 누운 구서준이 앓는 소리를 내자 병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신세희는 오후에 집으로 돌아가 짐을 정리하려고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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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부소경의 표정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무슨 일인데?” 엄선우가 앞에 서 있던 신세희를 힐끗 보더니 부소경에게 귓속말했다. “임씨 집안과 관련된 일입니다.” 부소경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엄선우가 재빨리 설명했다. “몇십 명의 부하들이 그 집안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그 집 식구들이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랍니다. 허영과 임서아는 창피해서 그렇다 치고, 임지강은 회사에서 업무를 봐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오후 내내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답니다. 의문을 품은 부하 한명이 그 집안에 들어가 봤더니 세 사람 모두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답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감쪽같이 사라지다니.”이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고용인들에게 물어보니 입을 모아 세 식구가 여행을 갔다고 말했답니다.”엄선우의 말에 부소경이 냉소했다. “여행은 얼어 죽을, 잘도 도망갔군.” 엄선우도 고개를 갸웃했다. “언제부터 저렇게 빠릿빠릿했다고... 죽는 건 무서웠나 봅니다.”부소경은 말없이 두 모녀에게 시선을 던졌다. 만약 임씨 집안 사람들이 정말로 도망간 거라면 부소경은 신세희와 함께 그녀의 고향으로 갈 수 없었다. 그는 반드시 이곳에 남아 임씨 집안의 일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 최단 시간 내에 그 집안 식구들을 다시 잡아들여 없애버릴 심산이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과의 사이가 아무리 돈독하다 한들 임씨 집안을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신세희.”부소경이 담담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돌아봤다. “왜 그래요, 소경 씨? 혹시 회사에 일이 생긴 거예요?”눈치도 빠르고 배려심도 넘쳤던 신세희는 엄선우가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그가 난감한 표정으로 부소경에게 사실을 전달하던 것까지 전부 눈여겨보았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아니라면 이런 중요한 시기에 그의 부하가 전화를 걸어 올 리 없었다. 부소경은 F그룹을 책임져야 했으니 그가 자리를 비우면 처치 곤란한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부소경이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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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신세희와 부소경은 할 말을 잃었다. 드넓은 공항은 오가는 사람들로 무척 번잡했다. 다들 부소경을 알아봤지만 감히 사진을 찍거나 인사를 건넬 용기는 없었다. 그런데 끔찍한 소문을 몰고 다니는 그 사람이 공항 한복판에서 제 아내랑 가위바위보를 한다니. 엄선우는 제 웃음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얼른 자신의 입을 꽉 틀어막았다. 그는 다시 한번 공주님에게 감탄했다. 공주님은 제 아빠를 괴롭히는 것에 도가 튼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남성의 권력자로 군림하는 남자는 세상에 둘도 없는 딸바보였다. 가위바위보.잘나가는 F그룹의 대표는 드넓은 공항 한복판에서 제 아내와 가위바위보를 했다. 더구나 그는 편법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이는 비록 가위바위보를 하게 했지만, 내심 제 엄마를 따라가고 싶을 것이다. 망할 꼬맹이. 아이는 자나 깨나 제 엄마 생각뿐이었고 제 엄마의 호위를 자처했다. 눈길을 주고받은 두 사람이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우리 딸, 당분간 아빠랑 지내야겠네?”부소경이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휴, 알겠어.”이윽고 신유리가 신세희를 돌아보았다. “엄마, 조심해서 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아빠한테 전화하는 거 잊지 말고. 아빠가 연락이 안 되면 나를 찾아도 돼.”아이는 애늙은이처럼 제 엄마에게 신신당부했다. “... 알겠어요, 작은엄마.”그러자 신유리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얼른 가봐요. 난 일단 탑승수속을 마칠게요.” 아이의 뺨에 가볍게 입 맞춤을 한 신세희는 그제야 그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비행기는 45분 뒤에야 출발했다. 신세희는 자리에 앉아 두 눈을 꼭 감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그녀는 문득 두려워졌다. 15년이나 고향 땅을 밟아보지 못한 그녀는 이 여정이 조금 망설여졌다. 과연 그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은 있을까? 집은 어떻게 됐을까? 이웃들을 모두 이사 갔나? 아무것도 알 길이 없었던 신세희에게 이 모든 건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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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한편 부소경은 회의를 하고 있었다. 가운데 자리한 부소경의 옆에는 임시로 놓아둔 소파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어린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맞은편의 기다란 타원형 회의 책상에는 서른 명 남짓한 부소경의 심복들이 앉아 있었다. 다소 긴장된 회의 분위기 속에 신세희가 전화를 걸어오자 부소경은 부하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보내고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호텔은 무사히 도착했어?”신세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곳에서 제일 큰 호텔이에요. 침대는 우리 집 침대만큼 넓은데 내 곁에 당신과 유리가 없어서 조금 허전할 뿐이죠.”신세희는 독립적인 사람이었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익숙한 감정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부소경과 신유리와 거의 떨어져 있지 않았더니 잠깐의 헤어짐에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자신은 아마 부소경을 떠나서 살 수 없을 듯했다. 어느 순간 그녀는 애교를 부릴 줄도 알게 되었다. “음... 소경씨. 나한테 뽀뽀해주면 안 돼요?” 그녀는 임씨 집안 식구들이 몰래 도망친 것도, 부소경이 밤새 회의를 지속하며 이 일을 처리하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울려 퍼졌고 마찬가지로 회의실 사람들에게도 전해졌다. 부소경이 스피커 모드로 전환한 건 아니었지만 고요한 밤 모두가 숨죽인 회의실에서는 그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질 수밖에 없었다. 말 없는 부소경을 향해 신세희가 또다시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유리가 아직 깨어있는 거예요?”자신의 옆에서 곤히 잠든 아이를 힐끔 쳐다본 부소경이 입을 열었다. “걱정 마, 지금 자고 있어.” “근데 왜 뽀뽀 안 해줘요? 난 또 유리가 곁에 있어서 당신이 부끄러워하는 줄 알았지.”신세희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는 오늘 거침없었다. 그와 얼굴을 마주할 때면 가끔 기가 죽었는데 막상 눈앞에 그가 없으니 어쩐지 그리워졌다. 어차피 보이지도 않으니 부끄러운 감정은 제쳐두고 대담하게 할 말을 내뱉었다.“혹시 부끄러워요? 그럼 내가 할까요? 내가 뽀뽀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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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좋아요. 그럼 벌주지 않겠어. 그렇지만 빨리 유리를 데리고 내 곁으로 와야 할 거예요.” 신세희가 달콤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럴게.” 부소경도 부드럽게 대답했다.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들어 30명의 심복들을 훑어보았다. 그들은 숨소리조차 함부로 내뱉지 못했다.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는 부소경이 사실은 애처가라는 걸 눈앞에서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아내의 말에 고분고분 대답하는 부소경이라니. 그 소문은 정말 사실이었다. “잘 자요. 소경 씨.”드디어 신세희가 통화를 끝낼 심산인 듯 싶었다. 그녀는 행여 자신이 부소경의 휴식을 방해한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조심해. 호텔에서 당신 고향 집으로 내려갈 때 하루에 40만 원씩 주겠다고 하고 택시를 대절하도록 해.”부소경이 말했다.“알겠어요.”그제야 신세희가 전화를 끊었다. 부소경은 가슴이 쓰렸다. 신세희는 독립적인 사람이었고 어딜 가나 자신을 잘 보살필 수 있었지만, 그는 역시나 그녀가 15년이나 돌아가지 않았던 고향으로 홀로 내려가는 게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었다. 통화를 마친 그가 현장에 있는 심복들을 바라보며 여상하게 입을 열었다. “계속해.”한 사람이 제 의견을 말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 집안 사람들이 쉽게 도망칠 수 있었던 걸 겁니다.”다른 사람도 동의했다. “맞습니다. 어르신이 손을 쓴 게 틀림없습니다.”바로 세 번째 사람이 발언했다. “저희 세력과 맞서며 섬 쪽을 지원하려는 걸까요?”“대표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침묵을 고수하던 부소경은 심복의 물음에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 양반이 도와준 게 확실할 거야. 아니라면, 그렇게 쥐새끼처럼 도망갈 리가 없지.” “절대 이대로 어르신을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몇 년 전 대표님을 한번 도와준 걸 빌미로 대체 그 쓸모없는 제 손녀딸을 몇 번이고 두둔하는 겁니까? 제 손녀딸을 위해서라면 못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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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하하, 나예요, 소경 씨.” 다시 신세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호텔 전화예요. 남성에서 일을 다 처리하고 유리랑 같이 올 때 여기로 전화하는 거 잊지 마요.”부소경은 가슴이 시큰거렸다. 신세희의 불안함이 수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평소에도 늘 침착함을 유지하는 그녀가 아무 일도 없이 전화를 반복해서 걸어 올 리가 없었다. 그가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침 비행기로 유리랑 같이 그쪽으로 갈게. 북방은 여기보다 추우니까 잘 때 이불 꼭 덮어쓰고 자.”“알겠어요.”“그리고 문도 이중으로 잘 잠그고.”“네.”“그리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전화하고.”“당연하죠.” “그리고...”“소경 씨, 방금 우리 작은엄마 같았어요.”“당신한테 작은엄마가 어디 있어?”“당신 딸, 신유리요.”“......”부소경의 얼굴에는 어느덧 미미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곁에서 그걸 지켜보던 심복들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부소경이 회의실을 떠나지 않았으니 감히 먼저 일어서는 이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부소경은 열몇 살 때부터 전술을 짜는데 소질이 있었고 스무 살 때는 해외에서 용병일도 했었다. 하루아침에 F그룹을 장악했음에도 그룹이 흔들리는 일은 절대 없었다. 산처럼 견고한 그들의 대표가 저토록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 보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니. 그들은 도련님이 날이 갈수록 부드러워진다는 엄선우의 말을 평소에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부소경은 소파에서 달게 자는 아이를 자기 슈트로 감싸 가볍게 안아 들었다. “아빠...”아이는 앳된 목소리로 제 아빠에게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 “쉬- 착하지, 코 자자.”그가 조용히 아이를 달랬다. 아빠 품에 안긴 아이는 이내 편안한 자세를 잡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가볍게 아이를 안아 든 부소경은 회의실을 나서면서 심복들에게도 이만 가보라고 손짓했다. 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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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조심한다고 했지만 신유리가 잠에서 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이는 얌전한 고양이처럼 제 아빠의 품에 안겨 통화 내용을 듣고 있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경아, 날 너무 원망하지 말거라. 그 섬에 서아와 그 아이의 부모까지 보낸 건 바로 나다.”노인의 말에 부소경이 덤덤한 어조로 질문했다. “제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차 안입니다. 아직 집에 도착하지 못했고 옆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어르신 때문에 깼습니다.”“아이도 옆에 있는 줄은 몰랐다.”“자꾸 제게 전화를 거시는 저의가 뭡니까.”노인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소경아, 너도 아이가 고작 잠에서 깬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니 내가 우리 손녀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도 잘 이해할 수 있겠지? 죽은 내 딸이 남긴 유일한 아이다. 20년 동안 밖에서 고생하다가 덜컥 너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네 아내에게 미움을 산 가여운 아이란 말이다. 네 성격으로는 절대 우리 서아를 가만히 놔두진 않을 테지, 그러니 내가 한발 앞서 그들을 섬으로 보냈다.”부소경의 목소리는 여전히 덤덤했다. “섬으로 보내면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연로한 목소리에는 깊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이게 전부다. 내가 예전에 말하지 않았더냐. 만약 우리 서아와 결혼한다면 네가 가성섬을 차지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울 거라고. 허나 너는 서아와 결혼할 생각도 없고, 네 아내 때문에 서아를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고 있으니 나도 어쩔 수 없다. 온 힘을 다해 네가 그 섬을 차지하는 걸 저지할 수밖에.” 노인의 말은 전부 부소경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이에 대해 부소경은 이미 회의 때 심복들에게 지시를 내린 상태였다. “부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길 바랍니다.”부소경의 말에 경고가 담겨 있음을 알아챈 노인이 기겁했다.“너... 그게 대체 무슨 뜻이냐?” “딸아이를 재워야 하니 이만 끊겠습니다.”전화를 끊자 그의 품에 조용히 안겨있던 신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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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방금 회의 중이었어.”부소경은 그제야 사실을 알려주었다. “뭐... 뭐라고요?”“맞아. 다들 들었어.” 부소경이 순순히 인정했다. “당신, 어떻게... 이러면 내가 너무 창피하잖아요! 앞으로 그 사람들 얼굴을 어떻게 보라고?” 신세희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지만 부소경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대표님 아내가 귀엽다고 생각하던걸.” “......”“그리고 나도 당신 애교 섞인 목소리는 처음 들어보는 거라, 더 듣고 싶기도 해. 지금은 옆에 아무도 없으니까 애교를 부리든 도발하든 어디 당신 마음대로 해봐.” 그는 이 말조차도 덤덤하게 내뱉었다. “... 당신 진짜 짜증 나요.”“방금 그것도 애교인가?”부소경이 시큰둥하게 물었다. 그녀의 애교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매사 신중하고 냉철하고 또 무뚝뚝해 보이는 그녀였지만 사실은 응석도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신세희는 부소경의 질문에 왠지 대답하기가 쑥스러워졌다. 그렇다고 가만히 내버려 둘 부소경이 아니었다. “뽀뽀해줘.”“얄미워, 정말.”부소경이 차갑게 웃었다. “아니라면, 혼나고 싶은 거야?”“그럼... 지금 와서 혼내줄 수 있나요?”부소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불가능하겠군.”“언제 올 거예요? 일은 잘 처리했어요? 이렇게 오래 회의할 줄은 몰랐어요. 유리는 잠들었어요?”신세희는 온갖 질문을 퍼부었다. 그가 힘들진 않았을지, 혹시 아이가 적응하지 못한 건 아닐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유리는 여태 한 번도 제 엄마랑 떨어져 있은 적 없었으니까. “유리는 잠들었고 일도 다 처리했고, 바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생각이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부소경이 하나하나 대답해 주었다.“당신도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고향에 내려온 것뿐인데 별일이야 있겠어요.”신세희도 시큰둥하게 말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그렇게 잠이 오지 않더니 푹신한 침대에 누워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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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신세희는 다행히 푹 잘 수 있었다. 다만 그의 팔을 베고 자지 않았던 터라 희미한 아침 햇살이 창틈으로 스며들자 바로 눈이 떠졌다. 아직 6시밖에 되지 않은 시각, 호텔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친 신세희는 택시 하나를 불렀다. 어제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라, 15년 전 고풍스러운 분위기 대신 고층 건물들이 늘어섰다는 것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낮에 다시 관찰해보니 이곳은 도처에 공사 중이었다.이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서쪽에 위치한 그녀의 고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마 자기 집만 빼고 다들 2층짜리 건물을 새로 지었겠지? 12살에 이곳을 떠났을 때도 그 건물은 작고 볼품없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그 집은 아마 무너지고도 남았을 터였다. 택시를 잡은 신세희는 부소경의 말대로 40만 원을 바로 건네지 않고, 먼저 그 절반인 20만 원을 불렀다. 그러나 택시 기사는 그것만으로도 좋아하며 냉큼 동의했다. 기분이 좋아진 기사가 열정적으로 말을 늘어놓았다. “옷차림을 보아하니 이곳 사람은 아니시죠? 큰 도시에서 오신 분인 것 같군요. 친척을 보러 오셨나요? 아니면 친구? 아니면 여행하러 오신 건가요?”기사의 질문에 신세희가 짧게 대답했다. “두루두루요.”그녀가 기사에게 질문했다. “이곳도 점점 도시 모양을 갖춰 가네요.”“그렇죠? 20년 전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작은 지방이었는데 이렇게 확장될 줄은 몰랐네요. 이 앞에는 공원처럼 지은 고급 아파트 단지도 있어요.”“그러네요, 예뻐요.”신세희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아휴, 여긴 예쁜 축에 끼지도 못해요. 동쪽 호수는 가보셨어요? 그곳이야말로 절경이죠.”“동쪽 호수요...”비록 고향을 떠난 지 15년이나 지났지만, 그때는 이곳에 호수가 없었다. “인공 호수예요. 그리고 서쪽 편에도 호수를 만들 작정인가 봐요. 곧 공사를 진행할 건지 요 며칠 전부 터 철거작업을 시작했다더라고요. 동쪽과 서쪽 모두 호수가 만들어지면 우리 지방이 훨씬 더 아름다워질 거예요.”“철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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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신세희가 겁도 없이 지게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간신히 운전을 멈춘 운전기사가 신세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당신 죽으려고 환장했어? 그렇다고 나한테 이러면 어떡해. 당신 뭐야? 방해하지 말고 당장 비켜요.”신세희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여긴 우리 집이에요. 내 동의도 없이 이렇게 함부로 철거하는 게 어디 있어요?”“......”머뭇거린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린 그냥 철거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뿐입니다. 당신 마을에서 동의한 일이에요.”신세희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가 아는 얼굴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어릴 때 이웃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아마 얼굴이 변해서 못 알아보는 걸 수도 있었다. 이때 그녀의 뒤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희니? 세희인 거야?”고개를 돌리니 80살 남짓한 굽은 등을 한 노인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세희가 맞느냐?”노인이 다시 물었다. “맞아요. 제가 세희입니다, 신세희요. 제 아버지 성함은 신규산이라고 하고요, 어머니는...”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인이 울먹이며 말했다. “드디어, 드디어 너희 집안 식구들을 보게 되는구나.”“......”노인의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던 신세희가 재차 물었다. “실례지만 누구시죠?”“나다, 네 이웃집에 살고 있던 신 영감. 잊은 게냐? 네 부모가 밭일할 때면 우리 집에 너를 맡기지 않았느냐.”“작은할아버지?”신세희는 바로 눈시울을 붉혔다. “정말로 작은할아버지예요?”신세희는 바로 신 씨네 둘째 할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가 어렸을 적, 둘째 할아버지는 몹시 정정하셔서 50대처럼 보였다. 그때 부모님은 자주 그녀를 할아버지 댁에 맡기곤 했었다. 그 집안에는 아들이 없었고, 데릴사위를 들여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하여 마을 사람들은 그들 집안을 업신여기며 괴롭히기 일쑤였다. 물론 신세희네 집안도 마을 사람들의 눈에 차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마을 사람들의 괴롭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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