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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조심한다고 했지만 신유리가 잠에서 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이는 얌전한 고양이처럼 제 아빠의 품에 안겨 통화 내용을 듣고 있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경아, 날 너무 원망하지 말거라. 그 섬에 서아와 그 아이의 부모까지 보낸 건 바로 나다.”

노인의 말에 부소경이 덤덤한 어조로 질문했다.

“제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

“차 안입니다. 아직 집에 도착하지 못했고 옆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어르신 때문에 깼습니다.”

“아이도 옆에 있는 줄은 몰랐다.”

“자꾸 제게 전화를 거시는 저의가 뭡니까.”

노인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소경아, 너도 아이가 고작 잠에서 깬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니 내가 우리 손녀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도 잘 이해할 수 있겠지? 죽은 내 딸이 남긴 유일한 아이다. 20년 동안 밖에서 고생하다가 덜컥 너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네 아내에게 미움을 산 가여운 아이란 말이다. 네 성격으로는 절대 우리 서아를 가만히 놔두진 않을 테지, 그러니 내가 한발 앞서 그들을 섬으로 보냈다.”

부소경의 목소리는 여전히 덤덤했다.

“섬으로 보내면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연로한 목소리에는 깊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이게 전부다. 내가 예전에 말하지 않았더냐. 만약 우리 서아와 결혼한다면 네가 가성섬을 차지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울 거라고. 허나 너는 서아와 결혼할 생각도 없고, 네 아내 때문에 서아를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고 있으니 나도 어쩔 수 없다. 온 힘을 다해 네가 그 섬을 차지하는 걸 저지할 수밖에.”

노인의 말은 전부 부소경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이에 대해 부소경은 이미 회의 때 심복들에게 지시를 내린 상태였다.

“부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길 바랍니다.”

부소경의 말에 경고가 담겨 있음을 알아챈 노인이 기겁했다.

“너... 그게 대체 무슨 뜻이냐?”

“딸아이를 재워야 하니 이만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그의 품에 조용히 안겨있던 신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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