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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신세희가 겁도 없이 지게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간신히 운전을 멈춘 운전기사가 신세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당신 죽으려고 환장했어? 그렇다고 나한테 이러면 어떡해. 당신 뭐야? 방해하지 말고 당장 비켜요.”

신세희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여긴 우리 집이에요. 내 동의도 없이 이렇게 함부로 철거하는 게 어디 있어요?”

“......”

머뭇거린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린 그냥 철거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뿐입니다. 당신 마을에서 동의한 일이에요.”

신세희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가 아는 얼굴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어릴 때 이웃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아마 얼굴이 변해서 못 알아보는 걸 수도 있었다. 이때 그녀의 뒤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희니? 세희인 거야?”

고개를 돌리니 80살 남짓한 굽은 등을 한 노인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세희가 맞느냐?”

노인이 다시 물었다.

“맞아요. 제가 세희입니다, 신세희요. 제 아버지 성함은 신규산이라고 하고요, 어머니는...”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인이 울먹이며 말했다.

“드디어, 드디어 너희 집안 식구들을 보게 되는구나.”

“......”

노인의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던 신세희가 재차 물었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나다, 네 이웃집에 살고 있던 신 영감. 잊은 게냐? 네 부모가 밭일할 때면 우리 집에 너를 맡기지 않았느냐.”

“작은할아버지?”

신세희는 바로 눈시울을 붉혔다.

“정말로 작은할아버지예요?”

신세희는 바로 신 씨네 둘째 할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가 어렸을 적, 둘째 할아버지는 몹시 정정하셔서 50대처럼 보였다. 그때 부모님은 자주 그녀를 할아버지 댁에 맡기곤 했었다.

그 집안에는 아들이 없었고, 데릴사위를 들여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하여 마을 사람들은 그들 집안을 업신여기며 괴롭히기 일쑤였다. 물론 신세희네 집안도 마을 사람들의 눈에 차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마을 사람들의 괴롭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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