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참내!” 불곰이 냉소를 터트렸다. “아니, 아가씨가 여기에 아는 사람도 있어? 신혜린 아가씨가 너는 밖에서 막 온 애라 여기를 잘 모른다더니, 지금 누구랑 헷갈리는 거야?”불곰이 말을 하며 앞으로 한 발짝 나가더니 신세희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하지만 신세희는 순식간에 그의 다리를 부둥켜안고는 그의 종아리를 아주 세게 깨물었다.“이… 이년이, 이 미친개야! 미친개! 당장 놔! 신혜린! 신혜린! 이 미친개는 어디서 데려왔어! 당장 놔줘…”하지만 불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차여 날아갔다.그를 찬 사람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발차기 한 번으로 그 불곰을 4~5 미터나 떨어진 벽으로 날렸고, 불곰은 벽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부딪혀 떨어졌다.그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는 한 발에 밟혔다.“엄… 엄 비서?” 불곰은 머리를 들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외쳤다.엄 비서는 살벌한 얼굴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한쪽에 있던 신혜린은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녀는 방금 들어온 남자가 신세희를 품에 안고 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내가 늦었지, 미안해.” 부소경은 연거푸 자책했다.그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신세희만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사실 신세희의 귀에 대고 속삭인 거였다.부소경은 정말 깜짝 놀랐다.어제 신세희와 통화한 후, 그는 줄곧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했다. 어째서인지 그는 계속 신세희가 이번에 혼자 고향에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밤새도록 부소경은 거의 눈을 붙이지 못했다.밤에 야간 비행기가 없어서 오지 못해 오늘 아침 부소경은 4시에 일어나 신유리를 안고는 차를 타고 비행기장으로 달려가 가장 이른 5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이리로 왔다.아침 8시 정각에 비행기가 착륙했고 신유리는 아직 자고 있었다.어린 아이는 원래 잠이 많은 데다가 비행 내내 못 자다가 내려서 부터 잤기 때문에, 부소경은 잠든 신유리를 데리고 이 현성까지 달려온 것이었다.차를 급속히 몰던
분명해!그들은 그 즉시 여기로 달려왔다.다행이다, 다행이야!천만다행이야!부소경은 신세희를 품에 꼭 안았다.“소경 씨…” 신세희가 울음을 터트렸다.평생 거의 운 적 없는 신세희가 부소경의 품에 안기자 눈물을 흘렸다.“정말 다시는 당신과 우리 딸을 못 보는 줄 알았어요… 나… 아직 살아있죠?”“살아있어.”부소경이 말했다.“이거 꿈 아니죠?”신세희가 다시 물었다.“아니야.”“대체 어떻게… 어떻게 나를 찾았나요? 제가 보낸 구조 요청 문자를 본 건가요?” 신세희가 물었다.부소경은 고개를 저었다.그는 사실 아무런 문자도 받지 못했다.어젯밤 그는 계속해서 신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녀가 계속 받지 않자 그는 그녀 핸드폰이 꺼진 줄 알았다.“내가 보낸 메세지도 못 봤는데, 여기는 어떻게 온 거예요?” 신세희가 물었다.“직감이야, 왠지 계속 네 걱정이 됐어.” 부소경이 말했다.“소경 씨…”그녀는 그의 품에 힘껏 머리를 파묻었다.이걸 본 신혜린은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하고 소리 질렀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너희 누구야! 감히 여기서 무슨 짓이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신혜린은 평생 부소경을 본 적이 없었다.비록 TV나 유튜브에서 몇 번 봤지만, 대부분 옆모습인 데다가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신혜린은 부소경을 모른다. 그저 한 사람이 와서 다짜고짜 신세희를 껴안고 있는줄로만 알았다. 게다가 알고 지내던 불곰이 자신의 클럽에서 맞았으니 그녀가 당연히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네가 신혜린이야?” 부소경이 차갑게 신혜린을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신혜린은 아주 거만하게 부소경을 바라보며 거들먹거렸다. “그래, 내가 신혜린이다. 나 신혜린은 이 현성에서 알아주는 사람이야! 지금 나는 내 육촌 여동생을 교육시키고 있는 거야, 우리 집안 일이라고! 어디서 굴러온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걸! 빨리 내 여동생 돌려내!”부소경의 품에 안긴 신세희는 상황이 참 웃기고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부소경은 서두르지 않고
신세희의 남편?신혜린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얘는…남편이 없어. 얘는 업소녀야. 밖에서 십몇 년을 굴러다녔는데, 남편이 있을 리가… 너… 너 성이 뭐야?”신혜린은 가슴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물어왔다.하지만 통증이 느껴지진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생사 문제도 잊고그저 계속 부소경만 쳐다봤다.옆에서 불곰을 밟고 있는 엄 비서, 그리고 부소경의 가슴에 안겨 있던 신세희도 다 알았다. 지금 신혜린은 죽기 직전 잠시 정신이 맑아진 것이었다.“무서워?” 부소경이 부드럽게 신세희에게 물었다.신세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무서워요. 저는 당신 아내인걸요. 만약에 방금 당신이 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 사람을 물어 죽이려고 했어요.”신세희는 무섭지 않았다.이곳에 갇혔을 때도 두렵지 않았고, 지금 더더욱 무서울 게 없었다.신혜린에게 너무 잔혹하냐고?하나도 안 잔혹해!그녀는 평생 신혜린을 본 적도 없었는데, 이렇게 자신을 증오하다니.심지어 자신을 여기에 가두고, 좋은 가격에 팔아 넘기려 하다니.이런 사람은 죽어도 싸다.신세희는 부소경의 품에서 고개를 내밀어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는 신혜린을 보며 말했다.“미안해, 신 아가씨, 아니, 언니! 이 쪽은 내 남편 부소경이라고 해!”부소경?신혜린은 순간 멍해져서 물었다. “너… 네가 정말 부소경이야? 신세희가 정말 부소경이랑 결혼한 거였어? 임… 임서아가 날 속인 거야? 걔가 절대 둘이 결혼했을리 없다고… 임서아가 날 속였어!”또 임서아의 짓이었다.그녀는 그 더러운 손을 신세희의 옛 집, 신세희는 알지도 못하는 이 육촌 언니에게로 뻗은 것이었다.부소경의 마음이 순간 더 냉랭해졌다.그는 냉담한 목소리로 엄 비서에게 “이 여자를 묻어!”라고 말했다.엄선우가 즉각 대답했다. “네, 대표님, 잠시후에 처리하겠습니다.”“아니… 묻지 마, 난…살 수 있어, 어서…구급차를 불러. 세희야 부탁이야, 난 너의 언니잖아, 만약 나를 살려준다면 뺏아간 2억을 돌려줄게, 그리고 임서아한테도 연락해 줄게. 걔야,
신혜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콸콸 흐르는 자기의 피를 바라보며 서서히 정신을 잃었다.그녀는 후회하고 있었다.신세희에게 했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후회가 몰려왔다.그 일들로 결국 생명까지 잃게 되었다.신혜린은 이내 출혈 과다로 사망하고 만다.그녀는 자기가 운영하던 반은 클럽, 반은 은밀한 공간인 이곳에서 서서히 눈을 감았다.우습지만, 현실이다.신혜린의 업소는 이내 깨끗이 처리되었다.부소경은 신세희를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엄선우는 이미 불곰을 반쯤 죽여놓고는 밖으로 질질 끌었다.그러다가 문 앞에서 그들은 마침 열댓 명의 조폭과 마주치게 되었다.“당신들 뭐야! 신 사장은 어딨어?”한 남자가 물었다.이 사람들은 신혜린이 신세희를 상대하기 위해 부른 조폭들이다.신혜린은 이 조폭들을 시켜 신세희를 침범하게 하려고 했다.부소경은 담담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죽었어.”“누가, 누가 죽었다고?”그들은 믿어지지 않았다.“신혜린!”부소경이 다시 냉랭하게 말했다.“...”신혜린이 신세희를 침범하게 하려고 부른 조폭들은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그들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을 껌뻑거리며 부소경이 신세희를 부축하고 문을 나서는 것을 바라보았다.부소경의 뒤에는 엄선우에게 짓밟힌 불곰이 있었다.불곰도 이 지경이 되었는데 누가 감히 나설 수 있을까?신세희는 부소경의 차에 올랐다.엄선우가 운전하는 차는 호텔로 향했다.신유리는 아직도 호텔에서 잠자고 있었다.두 사람은 신유리를 안고 나와 차에 태웠다.이때 신세희가 다급하게 말했다.“엄 비서님, 빨리 가요. 신혜린한테 납치당해서 말이지, 만약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저는 아마 지금도 그 굴착기를 지키고 있었을 거예요. 저 무조건 그 사람들이 움직이기 전에 엄마 아빠의 산소를 옮겨야 해요.”엄선우는 더 빠른 속도로 운전했다.15분쯤이 지나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신세희의 말처럼 굴착기들이 또다시 작업하고 있었다.“잠깐만요! 여기
신 영감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신세희를 보며 말했다.“세희야, 너 혹시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네 엄마가 죽고 나서 여기 묻혔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신세희는 머리를 끄덕였다.“6년 전에 임지강이 그렇게 말해줬어요. 엄마가 여기 묻혀있다고.”신 영감이 또 물었다.“임지강이라는 사람 혹시 네 엄마 아빠가 결혼할 때 왔던 그 남자야?”신세희는 또 머리를 끄덕였다.“맞아요.”“그 자식 그거 좋은 사람 아니야!”신 영감은 분노하며 말했다.그러고는 또 다른 얘기를 해주었다.“네 엄마의 사촌오빠라고 그러던데, 네 엄마가 여기 시집온 뒤로는 들여다보지도 않았어. 네 아빠가 돌아가셨는데도 안 왔던 사람이야. 그러고 네 엄마가 네 학비 벌겠다고 막일도 했을 때, 얼마 안 되는 월급을 본인은 10만 원만 두고 다 임지강한테 주었어. 네 생활비로. 네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을까! 임지강이라는 그놈은 뻔지르르해서 네 엄마를 하나도 돕지 않았어.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5, 6년이라는 사이에 여기를 서너 번은 왔지. 매번 와서 한다는 말이 너랑 네 엄마가 사고를 쳐서 도망 다니고 있으니 소식이 있으면 우리에게 알린다고 했어. 그 신혜린이라는 여자도 임지강 집안과 얽혀있는 사람이야.”신세희가 신혜린에게 끌려갈 때, 신 영감과 몇 명의 마을 사람들은 신세희의 운명을 걱정했다.하지만 다시 돌아온 신세희를 보고 그들은 알 수 있었다.신혜린은 절대로 신세희를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그리고 신영감은 신세희 뒤에 슈트 차림에 차도 있고 비서도 있는 남자를 보고는 신세희가 출세했을 거로 예상했다.신세희는 더는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제야 신 영감은 그녀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알려주었다.신 영감은 걱정이 잔뜩 섞인 말투로 신세희에게 물었다.“세희야, 너 정말 네 엄마랑 같이 있지 않았어? 그럼, 이 오랜 시간 네 엄마는 어디 있는 거야? 네 엄마가 네 아빠랑 결혼할 때부터 네 아빠는 몸이 안 좋아 체력이 드는 일은 할 수 없어서 집안일은 다
부소경은 재빨리 달려가 신세희를 끌어안았다.“신세희, 진정해! 진정해!”신세희가 말했다.“어떻게 진정해요. 소경 씨, 저 도무지 진정이 안 돼요! 전 임서아 대신에 감방으로 갔어요! 그 뒤로 엄마를 만날 수 없었어요. 2년이 지나서 나왔는데 엄마가 죽었대요, 임지강이 우리 엄마 유골을 고향에 묻었다고 했단 말이에요. 임지강이 직접 말했어요! 그러고 오랜 시간 동안 엄마가 보고 싶어도 돈이 없었어요. 임신하니까 어쩔 수가 없었어요. 다 내 잘못이에요! 엄마의 유골도 못 찾는데 내가 살아서 뭐 해요?”부소경이 확고하게 말했다.“당신한테 유리도 있고! 나도 있어!”“....”“당신 어머니의 유골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복수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부소경은 침착하게 말했다.이 순간, 부소경이 임지강에 대한 원망은 신세희보다 강렬했다.‘6년 전에 임지강이 임서아를 신세희로 위장시키지 않았더라면, 신세희가 이토록 비참해지지는 않았을 거야. 더 화가 나는 건, 신세희 엄마의 유골을 고향에 묻었다고 거짓말을 했어. 임지강,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소경 씨...”신세희는 부소경의 품에 안겨 서글프게 울었다.“당신 왜 날 6년이나 더 힘들게 만들었어요. 내가 어떻게 버텨온 줄 알아요? 당신이 유리를 해치기라도 할까 봐 매일 전전긍긍하며 살았어요. 그래서 나는 엄마한테도 가지 못했어요. 엄마한테 정말 미안해요! 소경 씨, 미워요! 너무 미워요! 미워요!”신세희는 부소경의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부소경은 마음이 아팠다.주위 사람들도 그 모습에 저도 몰래 눈물을 흘렸다.아무도 감히 입을 벌리지 못했다.굴착기 기사도 입을 꾹 다물었고, 신혜린과 사이가 좋았던 사람도 신혜린의 상황에 관해 묻지도 못했다.모두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이때 엄선우가 두 사람에게 다가와 부소경에게 말했다.“대표님, 지금 얻은 정보가 완전한 정보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모님한테 말씀드려야 하지 않을까요?”부소경은 신중한 사람이다.확실치 않은 이상 신
부소경은 신세희가 안쓰러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엄 비서가 임지강과 당신 엄마 사이를 조사했는데 말이야, 6년 전에 당신이 병원에서 우리 엄마 돌볼 때, 임지강이 당신 엄마를 한동안 감금했대,”신세희는 부소경의 손을 잡고 격앙되어 물었다.“우리 엄마 안 죽었어요? 소경 씨, 나 당신 미워 안 해요. 그러니 빨리 말해줘요. 우리 엄마 살아있어요?”부소경은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위로했다.“신세희, 진정해.”“말해요! 말해봐요, 빨리 얘기해줘요, 소경 씨. 얼른요!”신세희는 부소경을 보챘다.부소경은 곧 작업에 들어갈 공터와 굴착기 그리고 모든 스텝과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우선 진정해. 우선 당신 아버지 유골을 모셔가야 해. 상세한 얘기는 호텔로 돌아가서 하는 거로 해. 여기 보는 사람도 많아. 내 말 들어.”신세희는 머리를 끄덕였다.“그래요, 소경 씨. 그렇게 할게요.”부소경은 신세를 부축해 차에 태우고는 이마에 살며시 입 맞춤 하고는 말했다.“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신세희는 머리를 끄덕였다.신유리는 아직도 신세희 옆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신세희는 잠자는 신유리를 보았다.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달콤하게 잠자는 신유리를 보고 신세희는 마음이 안정되었다.그녀는 차창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부소경은 태어날 때부터 아우라를 가지고 있어 그가 있는 곳이면 사람들은 다들 자기를 죽이기라도 할까 봐 그에게 공손하게 대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했다.신세희는 부소경이 이 모든 걸 깔끔하게 해결할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저 차에서 얌전히 앉아 어린아이처럼 부소경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그런 부소경을 보며 편안함과 안전감을 느꼈다.‘설마.’신세희는 머리를 차창에 대고 엄마가 살아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갑자기 그녀는 첫 운전을 하던 날, 자기의 차에 치인 아주머니가 생각났다.‘그 아주머니 우리 엄마랑 너무 닮았어.’신세희는 그 아주머니를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부소경이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사람들의 참배를 받는 듯 싶었다.신세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네.”“사모님, 사모님께서 고향에 돌아오시는 줄도 모르고 미리 준비 못 한 점 용서해 주세요.”남자는 연신 사과했다.신세희는 입술을 오므리고는 말했다.“아니에요.”“사모님, 일단 작업은 멈췄고 무당과 유골을 옮기는 전문가들이 곧 올 거예요. 우선 아버님의 유골을 꺼내 좋은 곳에 다시 묻도록 하죠. 사모님이 마음에 드는 곳으로요. 그리고 철거금과 아버님의 무덤이 있는 이 귀한 땅값은 저희가 계산해 보았는데 2억 드리면 괜찮을까요? 아니다 싶으면 더 드릴게요.”“...”신세희는 종래로 누군가를 난처하게 굴지 않았다.그녀는 철거금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그녀의 목표는 오직 엄마 아빠의 유골을 모셔가는 것, 그거 하나뿐이다.더군다나 그녀는 이곳에 대해 좋은 추억이 없었다.그녀의 일가는 이곳에서 기쁨보다 모욕을 더 많이 받으며 살았다.신세희의 아버지는 생전에 그녀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내가 다리만 이러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 데리고 여길 떠나서 아마 영영 돌아오지 않았을 거야. 밖에서 죽는다 해도 절대 안 돌아왔어.”‘엄마 아빠도 이곳에서 모욕 당하는 일상이 얼마나 지겨웠을까? 지금이라도 아빠를 남성으로 모셔 제일 좋은 곳에 묻어 드리면 시간 날 때마다 아빠 보러 갈 수도 있어.’여기까지 생각한 신세희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우리 아빠가 살아계실 때, 이웃집에 사는 둘째 작은할아버지가 아빠한테 제일 잘해 주셨어요. 둘째 작은할아버지는 사람도 성실하니 앞으로 많이 도와드리세요. 철거금은 안 받을게요. 오랜 시간 우리 집을 돌봐주신 둘째 작은할아버지한테 드리는 거로 하죠.”남자는 이내 대답했다.“사모님, 정말 좋은 사람이네요. 그렇게 할게요. 지금 당장 그 분한테 알리러 가야겠어요.”얼마 안 지나, 신 영감이 눈물을 머금고 신세희의 차를 향해 달려왔다.“세희야, 할아버지가 이걸 어떻게 받아?”“둘째 작은할아버지, 그냥 받으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