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이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사람들의 참배를 받는 듯 싶었다.신세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네.”“사모님, 사모님께서 고향에 돌아오시는 줄도 모르고 미리 준비 못 한 점 용서해 주세요.”남자는 연신 사과했다.신세희는 입술을 오므리고는 말했다.“아니에요.”“사모님, 일단 작업은 멈췄고 무당과 유골을 옮기는 전문가들이 곧 올 거예요. 우선 아버님의 유골을 꺼내 좋은 곳에 다시 묻도록 하죠. 사모님이 마음에 드는 곳으로요. 그리고 철거금과 아버님의 무덤이 있는 이 귀한 땅값은 저희가 계산해 보았는데 2억 드리면 괜찮을까요? 아니다 싶으면 더 드릴게요.”“...”신세희는 종래로 누군가를 난처하게 굴지 않았다.그녀는 철거금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그녀의 목표는 오직 엄마 아빠의 유골을 모셔가는 것, 그거 하나뿐이다.더군다나 그녀는 이곳에 대해 좋은 추억이 없었다.그녀의 일가는 이곳에서 기쁨보다 모욕을 더 많이 받으며 살았다.신세희의 아버지는 생전에 그녀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내가 다리만 이러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 데리고 여길 떠나서 아마 영영 돌아오지 않았을 거야. 밖에서 죽는다 해도 절대 안 돌아왔어.”‘엄마 아빠도 이곳에서 모욕 당하는 일상이 얼마나 지겨웠을까? 지금이라도 아빠를 남성으로 모셔 제일 좋은 곳에 묻어 드리면 시간 날 때마다 아빠 보러 갈 수도 있어.’여기까지 생각한 신세희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우리 아빠가 살아계실 때, 이웃집에 사는 둘째 작은할아버지가 아빠한테 제일 잘해 주셨어요. 둘째 작은할아버지는 사람도 성실하니 앞으로 많이 도와드리세요. 철거금은 안 받을게요. 오랜 시간 우리 집을 돌봐주신 둘째 작은할아버지한테 드리는 거로 하죠.”남자는 이내 대답했다.“사모님, 정말 좋은 사람이네요. 그렇게 할게요. 지금 당장 그 분한테 알리러 가야겠어요.”얼마 안 지나, 신 영감이 눈물을 머금고 신세희의 차를 향해 달려왔다.“세희야, 할아버지가 이걸 어떻게 받아?”“둘째 작은할아버지, 그냥 받으셔
임서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신세희는 또다시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그녀의 모든 원한과 엄마의 생사, 그리고 오늘 오전에 당한 모욕까지 한 순간에 몰려와 그녀를 독하게 만들었다.“임서아, 죽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말해, 사는 것보다 더 괴롭게 죽게 만들어 줄 테니까!”“하하!”임서아는 더 정신을 놓고 웃었다.“신세희, 나 임서아가 살아가는 이유가 바로 널 상대하기 위해서야! 내가 사실대로 말할게. 너와 네 엄마, 우리 집에 오면 안 됐어. 너와 네 엄마는 네가 12살 때 죽었어야 했어! 두 사람은 살아 있으면 안 됐어! 너와 네 그 못난 촌뜨기 엄마는 이미 죽었어야 했다고!”“닥쳐!”신세희는 또다시 화가 올라왔다.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만약 이 순간 눈앞에 임서아가 있다면 신세희는 기필코 그녀를 죽여버렸을 것이다.신세희는 항상 담담했지 이토록 흥분한 적이 없었다.사흘 전에 서씨 집안 어르신한테 당했을 때도, 한 달 전에 구자현에게 당했을 때도, 더 전에 다들 그녀를 모욕했을 때도 신세희는 모두 담담하게 지나쳐 버렸다.심지어 오늘 신혜린한테 룸에 감금당했을 때도 그녀는 이토록 흥분하지 않았다.하지만 이 순간, 그녀는 이성을 놓아버렸다.“임서아, 내 말 잘 들어! 내가 살아있는 한, 꼭 널 갈기갈기 찢어서 비참하게 죽게 할 거야! 그리고 네 그 인간 말종 아빠한테 전해줘, 내가 언젠가는 임지강의 사지를 찢어버릴 거라고! 임지강 사지를 찢어서 죽여버릴 거야!”신세희는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났다.전화기 저편에서 신세희의 말을 들은 임지강은 저도 몰래 발걸음을 뒤로 옮겼다.그리고 나서 다시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양심도 없는 것! 내가 8년을 키웠는데, 나한테 은혜를 갚지 못할망정 내 사지를 찢어버리겠다고? 양심도 없는 것! 서아야! 신혜린한테 전화해서 내가 시켰다고 말해! 당장 신세희를 죽여버리라고 시켜! 사람 많이 데리고 가야 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신세희는 임지강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보나 마나
말을 끝낸 신세희는 전화기를 꺼버렸다.더 이상의 대화는 그녀를 더 화나게 할 뿐이었다.신세희는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추태를 보이기 싫었다.신세희는 남성에 돌아간 뒤 기필코 임씨네 집을 뒤집어 놓을 것이라 결심했다.하지만 신세희는 지금, 이 순간, 임씨 가문 사람들은 이미 가성섬으로 도망쳤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그들을 가성섬으로 보낸 사람은 바로 서씨 집안 어르신이다.통화를 종료한 신세희는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해요, 추태를 보였어요.”“추태라니요. 사모님은 정말 마음이 넓으세요.”“2억이나 되는 큰돈을 고마운 사람에게 증여하시다니, 정말 마음이 후덕하세요.”비록 태세 전환이 빠른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정말 신세희를 대단하다고 여겼다.신세희가 임서아와의 통화를 종료한 지 1분도 안 돼서 유골을 옮기는 전문가와 무당이 도착했다.신세희와 신 영감은 동네 사람들과 함께 신세희의 집 뒷마당으로 이동했다.그곳은 어느새 잡초로 가득했다.신세희는 잡초가 가득 자란 이곳에서 겨우 아버지의 무덤을 찾을 수 있었다.10년도 넘게 고향에 오지 못했으니 신세희 아버지의 무덤은 잡초에 덮여 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다행히도 묘비가 세워져 있었기에 한눈에 확신했다.신세희는 아버지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는 눈물을 흘렸다.“아빠, 저 왔어요. 아빠, 많이 외로우셨죠? 외로우셨겠어요. 미안해요, 아빠!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아빠는 이곳에 영영 묻힐 뻔했어요. 이젠 괜찮아요, 제가 모셔갈게요. 저랑 같이 가요. 평생 모욕만 당했던 이곳에서 떠나요.”말을 끝낸 신세희는 무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부소경은 신세희를 부축해 일으켜 세운 뒤, 전문가들은 작업을 시작했다.워낙 사람도 많았거니와 부소경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모든 일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어느새 모든 작업은 마무리를 지었다.신세희는 아버지의 유골함을 품에 껴안고 신 영감과 인사를 나누었다.“둘째 작은할아버지. 요 며칠 저 현성의 호텔에 묵을 테니 필요하실 때면
아버지의 유골함을 껴안고 슬픈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신세희를 보니 부소경은 혹시라도 신세희가 더 힘들어질까 봐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부소경은 신세희를 품에 안고 나지막하게 말했다.“당신한텐 나도 있고 유리도 있고 서시언도 있고 절친도 두 명이나 있으니 당신 꼭 마음 강하게 먹어야 해.”신세희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그녀는 부소경의 품으로 더 파고들면서 차분해진 말투로 말했다.“소경 씨. 나는... 마음고생도 많이 해봤고 많은 일도 겪어봤기에 어떤 상황도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내 걱정하지 말아요. 더 잔인한 일도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러니 얘기해요.”신세희는 최악의 결과를 생각해 보았다.‘엄마가 임지강한테 감금당했었다니! 내가 남성에 있을 때였는데, 남성에 있었는데! 난 모르고 있었어.’신세희는 자책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지만 부소경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그녀의 평온한 표정을 보고 부소경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한동안 임씨 집안 사람들은 당신이 나와 우리 엄마한테 호감을 받게 되니 불안해하며 질투했었지. 제일 두려웠던 건 아마도 당신이 임서아에게서 나를 뺏어가는 일이었을 거야. 난 단 한 번도 임서아를 여자로 본 적 없었지만, 당신에게는 자꾸만 마음이 갔었어. 그때 임지강은 여러 차례 수를 써서 당신을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으니 사람을 풀어 당신 엄마를 찾기 시작했어. 그러다 결국 찾아낸 거지.”신세희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그러면, 임지강이 교도소에 찾아와 엄마가 아프니 돈이 필요하다 했던 말이 거짓이라는 말이에요?”부소경은 한숨을 내쉬고는 머리를 끄덕였다.“거짓말 맞아. 임지강은 대타를 찾아 나를 속이려 했어. 사람 하나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 그런데 마침 당신 엄마가 떠오른 거지. 원래는 나에게 당신의 몸을 이용하게 한 뒤에 당신을 감방에 보내려고 했어. 그리고 당신에게 더 많은 죄명을 얹어 평생 감방에서 썩게 하려고 했어. 그러니까 당신 엄마의 생
처음 아주머니를 찾아갔을 때 아주머니는 깜짝 놀랐다.하지만 엄선우의 말을 듣고 아주머니는 이내 마음을 내려놓고 그때의 일을 기억하며 눈물을 흘렸다.“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 집 사모님처럼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으니 보기에는 촌스러워도 사실 아주 경우가 있고 우아했어요. 나는 그렇게 독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그런 천벌을 받을 짓은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다가 결심했죠. 내가 덕을 쌓는다 치고 도와주기로. 하지만 그저 거기까지였어요. 그 뒤론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어요. 그분도 나도 휴대폰이 없었거든요. 나는 그분보다도 나이가 있으니 휴대폰에 대해 잘 몰라요. 그러다 보니 연락이 끊겼어요. 아이고, 살아 있기나 할까요? 가끔 생각이 나요. 그분은 가끔 시도 썼어요. 한번은 그분이 직접 쓴 시로 노래도 만들어서 내가 따라 불렀다니까요. 정말 듣기 좋았어요.”이 말은 엄선우가 도우미 아주머니를 직접 찾아갔을 때 들은 말이다.당시 엄선우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하지만 이 일로 희망이라는 싹이 트기 시작했다.신세희 엄마가 살아있다는 희망 말이다.부소경의 말을 들은 신세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소경 씨, 날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이죠?”“아니.”부소경이 말했다.“소경 씨, 이번 생에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신세희가 물었다.“응!”부소경은 비록 한 글자를 내뱉었지만, 그녀를 감싸고 있는 팔에는 더 힘이 들어갔다.“사실 당신도 우리 엄마에 대해 확신하는 게 없는 거죠?”신세희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6년인데, 6년이나 지났는데. 고향에도 안 왔어요. 돈도 없을 텐데 그 몸으로 대체 어디에 있는건지... 소경 씨. 나 아마도 엄마 다시는 못 볼 것 같아요. 엄마의 시신도 못 찾을 것 같아요. 못 찾을 것...”신세희는 목이 메여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신세희의 흐느끼는 소리에 신유리는 잠에서 깼다.“엄마...”신유리는 앙증맞은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신세희는 몸을 돌려 신유리를 품에 안았다.“유리야.
부소경은 신세희를 바라보았지만 슬픔에 빠진 신세희는 눈치채지 못했다.부소경이 허리를 곧게 펴자 신세희는 의아했다.“왜 그래요, 소경 씨? 노숙자가 왜요?”“아니야.”부소경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알겠어요.”부소경은 경호원에게 짧게 대답하고 이내 통화를 종료했다.그러고는 휴대폰을 넣고는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부소경의 품에 얼굴을 묻은 신세희는 부소경과 엄선우가 눈빛을 주고받는 것을 보지 못했다.엄선우는 부소경의 옆을 지킨 지 10년도 넘었다.부소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뭐가 필요한지, 눈빛만 주어도 엄선우는 바로 알 수 있었다.엄선우는 부소경이 당장 사람을 시켜 그 노숙자에 대해 알아 오라는 눈빛을 완벽하게 접수했다.두 사람은 아마도 그 노숙자가 바로 그날 신세희 차에 치인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다.두 사람은 왠지 모를 확신이 들었다.부소경은 안심되었다.늘 냉철하고 신중했던 부소경은 그녀가 기뻐할 생각에 지금이라도 당장 이 사실을 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말하고 나서 아니면 신세희가 얼마나 실망하겠어?’부소경은 더는 그녀의 슬픈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슬퍼할 때마다 부소경의 마음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어느새 호텔에 도착한 네 사람은 호텔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온 신세희는 기분이 안 좋았다.하루 사이에 철거와 무덤을 드러낸 일, 엄마의 행방불명 그리고 신혜린이 사람을 보내 그녀를 침범하려 했던 일들은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다.이날 오후, 현성에서 날고 긴다는 사람들이 부소경에게 연락이 와서 만남을 청했지만 부소경은 전부 거절했다.거절 사유는 단 하나였다.“미안하지만 집사람이 오늘 좀 힘들어서요. 제가 돌봐줘야 해요.”부소경의 답을 들은 현성의 남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사람들은 전국에서도 제일 큰 무역의 도시에서 왕이라 불리는 남자가, 남성의 탑 기업의 대표가 이렇게 애처가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어딜 봐도 대표 같지 않았다.그저 한 여자를 지키는 수호천사라는
신세희는 머리를 끄덕였다.이날 오후 신세희는 호텔에서 아주 편안하게 잠을 잤다.잠에서 깨어나 보니 이미 밤이었다.눈을 떠 보니 남편과 딸이 보이지 않았다.부소경이 신유리를 데리고 정원에서 놀거나 물건 사러 간 줄로 알았다.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이번에도 또 임서아가 아닐까? 그렇다면 냉정할 수가 없다. 받고 싶지 않았다.신세희는 핸드폰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일분도 안 지나 또다시 핸드폰이 울렸다.“여보세요!” 그녀는 위화감을 느꼈다.“왜 그래?” 저 편에서 엄선희의 부드럽고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 선희 씨였어? 무슨 일로 이 시간에 전화한 거야?” 엄선희의 목소리를 듣더니 신세희의 기분은 훨씬 좋아졌다.“네가 회사에 없으니까 뭔가 너무 적적한 느낌이야, 고향에 내려간 일은 순조롭게 잘 진행됐어?” “......” 신세희는 침묵했다.순조롭게?한마디로 형용할 수 없었다.신세희는 이 일을 엄선희한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엄선희도 민정아도 모두 명랑한 여자들이라 그녀들에게 알려줄 수 없었다.그녀들의 기분을 잡치게 할 수 없다.“응, 잘 진행되고 있어” 신세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언제 돌아오는 거야?” 엄선희가 다시 물었다.“......” 신세희는 또 말문이 막혔다.아버지의 유골도 다 정리가 됐으니 지금이라고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부소경의 일정을 봐야 한다.원래 세 식구는 고향에서 일주일간 머물면서 부소경이 신세희한테 직접 운전 기술을 가르치려고 했다. 하지만 신혜린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일정이 변경됐다.신세희는 당연히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남성에 돌아가 어머니를 찾고 싶었다.“몰라” 신세희가 대답했다.“우리 엄마가 세희 씨한테 삼계탕 끓여준다고 했어, 요리 솜씨가 엄청 좋거든, 돌아올 때면 미리 말해줘”갑자기 이 시간에 전화를 걸어온 영문을 알 것 같았다. 분명 엄선우가 자신을 위로해 주라고 엄선희한테 부탁한 게 틀림없다.신세희의 마음은 따뜻해
신세희가 먼저 그녀와 부딛쳤고 그 여자의 발까지 밟았다.“죄송해요, 죄송해요! 발 많이 아프시죠?” 신세희는 연이어 사과를 했다.여자는 혐오스럽게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마치 고양이나 개 같은 동물을 꾸짖듯 사나운 어투로 말했다. “실내복 차림에 이 흥클어진 머리는 또 뭐야? 어디서 굴러온 거야? 팔려왔어? 감히 내 발을 밟아? 전염병 있는 건 아니지? 어우...... 더러워, 빨리 비키지 못해?”여자는 자신의 코를 잡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야, 빨리 비켜! 악취가 나니까 빨리 꺼져! 역겨워!”“......”신세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그 여자를 훑어보았다.서른 살쯤으로 보이고 갈색 머릿결은 관리가 잘돼 찰랑거렸다. 장기간 건조하고 모래바람이 심한 여기 환경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탓인지 피부는 마르고 까무잡잡했다.신세희와 완전히 반대였다.신세희는 어머니를 닮아서 피부가 우유 빛깔이고 부드러웠다. 어릴 적에 다른 사람들한테 ‘잡종’이라고 놀림을 당한 것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피부가 촉촉하고 유난히 하얗기 때문이었다.눈앞의 이 여자는 피부 관리를 잘했고 옷차림도 적절했으며 어딘가 귀티가 묻어났다. 캐시미어 코트에 양가죽 반장화를 신은 그녀의 모습은 대도시의 여성들처럼 우아하진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충분히 빼어난 인물이었다.하지만 신세희는 야박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던 터라 별로 놀랄 일이 아니었다.게다가 아버지의 유골을 이미 찾았기 때문에 다른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부소경의 정력과 시간을 더 허비할 수 없었다.신세희는 다시 한번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제가 병원에 모시고 갈게요, 만약 신발이 망가졌다면 전부 배상할게요, 그러니 입조심해주세요”“뭐? 입조심하라고? 어디서 굴러온 년이 내 앞에서 거들먹거려? 재수 없어! 꺼져! 나가 죽어!” 그 여자는 쌍욕을 해댔다.“말이 너무 심하네요!” 신세희도 가만있지 않았다.“이게!” 그 여자는 들었던 가방을 소파 위에 내려놓고 손을 들어 신세희를 내리치려 했다. “너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