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가 먼저 그녀와 부딛쳤고 그 여자의 발까지 밟았다.“죄송해요, 죄송해요! 발 많이 아프시죠?” 신세희는 연이어 사과를 했다.여자는 혐오스럽게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마치 고양이나 개 같은 동물을 꾸짖듯 사나운 어투로 말했다. “실내복 차림에 이 흥클어진 머리는 또 뭐야? 어디서 굴러온 거야? 팔려왔어? 감히 내 발을 밟아? 전염병 있는 건 아니지? 어우...... 더러워, 빨리 비키지 못해?”여자는 자신의 코를 잡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야, 빨리 비켜! 악취가 나니까 빨리 꺼져! 역겨워!”“......”신세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그 여자를 훑어보았다.서른 살쯤으로 보이고 갈색 머릿결은 관리가 잘돼 찰랑거렸다. 장기간 건조하고 모래바람이 심한 여기 환경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탓인지 피부는 마르고 까무잡잡했다.신세희와 완전히 반대였다.신세희는 어머니를 닮아서 피부가 우유 빛깔이고 부드러웠다. 어릴 적에 다른 사람들한테 ‘잡종’이라고 놀림을 당한 것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피부가 촉촉하고 유난히 하얗기 때문이었다.눈앞의 이 여자는 피부 관리를 잘했고 옷차림도 적절했으며 어딘가 귀티가 묻어났다. 캐시미어 코트에 양가죽 반장화를 신은 그녀의 모습은 대도시의 여성들처럼 우아하진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충분히 빼어난 인물이었다.하지만 신세희는 야박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던 터라 별로 놀랄 일이 아니었다.게다가 아버지의 유골을 이미 찾았기 때문에 다른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부소경의 정력과 시간을 더 허비할 수 없었다.신세희는 다시 한번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제가 병원에 모시고 갈게요, 만약 신발이 망가졌다면 전부 배상할게요, 그러니 입조심해주세요”“뭐? 입조심하라고? 어디서 굴러온 년이 내 앞에서 거들먹거려? 재수 없어! 꺼져! 나가 죽어!” 그 여자는 쌍욕을 해댔다.“말이 너무 심하네요!” 신세희도 가만있지 않았다.“이게!” 그 여자는 들었던 가방을 소파 위에 내려놓고 손을 들어 신세희를 내리치려 했다. “너 정
좀 낯이 익었다. 하지만 그 여자가 누구인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났다.정확히 말하면, 어렸을 때 만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도대체 누구세요?” 신세희는 조용히 물었다.“서해리!” 서해리는 냉소를 지었다. “나 모르겠어? 벌써 잊은 걸 보니 참 배은망덕하구나!” 서해리?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눈앞의 여자는 서해리였다.어릴 적, 서해리의 집은 현성에 있었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공직자인지라 계급으로 따지면 이곳에서 최고급 귀족인 셈이었다.신세희네는 보잘것없는 일반 가정이었다.그중에서도 가장 낙후했다.어릴 때 신세희네 집안은 아주 가난했다.게다가 신세희네는 더욱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살다 보니 서해리네 가족과 아예 엮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신세희가 12살 나던 해, 현성에서 가장 좋은 귀족 학교에서 활동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현성에서 가정 조건이 좋은 학생은 시골로 내려가 어려운 시골 생활을 하고, 시골 학생은 현성의 가정에 맡겨져 부유한 생활을 누려보는 교환 체험 활동이었다.여행을 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다채로운 생활 체험을 한 후, 작문 한편을 써내야 했다.신세희는 매우 영광스럽게 서해리의 집으로 가게 됐다.정확히 말하면 서해리의 부모가 신세희의 가정을 선택한 것이다.그때는 아버지가 투병 중이어서 지붕이 뚫려 비가 새도 수리할 돈이 없었다. 심지어 신세희는 구멍 난 신발을 신고 다녔다.서해리의 부모는 선심을 써 자신들의 정치적 업적에 도움이 되기 위하여 일부러 신세희의 집을 선택했다. 그들은 자기 딸을 신세희 집에 맡기고, 신세희를 집에 데려왔다. 신세희처럼 가난한 집 애들은 오랫동안 목욕할 수 없기에 분명 머리도 더럽고 코물도 줄줄 흘릴 거라 여겼다. 신세희가 새롭게 변신한 모습을 언론을 통해 버젓이 과시하려 했다. 서해리의 어머니는 언론 앞에서 신세희의 머리를 헤쳤다. 생각밖에 아주 깨끗했다. 그냥 옷차림이 형편없을 뿐이었다. 속옷과 속바지는 모두 엄마의 옷을 작게 고
열두 살, 어린 여자애의 얼굴은 즉시 빨갛게 부어오르며 다섯 손가락의 자국이 뚜렷하게 나타났다.신세희는 겁에 질려 감히 울지도 못했다.겁에 질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원래부터 부잣집에 올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매일 학교를 마치면 아버지를 돌봐야 할뿐더러 어머니를 도와 물을 길어야 했고 또 숙제도 완성해야 했다.하지만 서해리 집에 선택되었고, 만약 거절한다면 숙제는 물론 아버지한테 주는 월 6만 원 의약비도 보조받을 수 없다고 했다.어머니의 권고하에 겨우 동의했다.신세희는 이 집식구들이 이렇게 사나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신세희는 어머니, 아버지가 괴로워 할까 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다행히 서해리의 어머니는 그녀의 뺨을 치자마자 바로 달래줬다. “아줌마도 너를 위해 그런 거야, 너 시골에서 와서 아무것도 모르잖아, 기자들은 너의 어려운 형편을 언론에 보도해 너한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거야, 그런데 이렇게 협조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지, 아줌마는 서해리 언니한테도 이렇게 엄해, 방금 급한 마음에 너를 때렸는데 아줌마 탓하지 않을 거지?”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아줌마 탓하지 않아요, 저 요리는 못하지만 옷을 빨고 방 청소하고 이불도 잘 정리해요, 다 잘할 수 있어요”신세희는 총명한 아이였다.이 집에서 매를 맞지 않고 일주일을 무탈하게 지내기 위해 신세희는 온갖 애를 썼다.그녀는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 바닥을 닦고 물을 끓여놓았다. 서해리의 어머니가 일어나 밥을 지어줄 것도 없었다. 혼자서 빵과 김치로 아침을 대충 먹고 학교로 갔다.방과 후면 서해리의 부모가 벗어 놓은 옷과 냄새나는 양말을 전부 빨았다.이로써 서해리 어머니의 칭찬을 받았다.신세희는 아주 기뻤다.신세희의 착한 모습을 보고 서해리의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세희 정말 착하네, 오늘 집에 손님이 오니까 아무 일도 하지 마, 아줌마가 어떻게 손님을 접대하는지 한번 봐봐, 시골에서는 배울 수 없는 일들이야”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줌마,
“저 피아노 칠 줄 알아요” 뜻밖의 대답이었다.피아노는 그녀의 어머니가 가르쳐 준 것이다.시골에서 신세희네 세 식구는 모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업신여김을 당했던 상황이라 그 누구도 몰랐다.사실 피아노를 치는 것은 신세희한테 있어서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그녀의 집에는 피아노가 없었다.악보를 볼 줄 아는 어머니는 피아노 건반을 종이에 그려 빈손으로 연습하게 했다.신세희도 총명했다. 설사 그것이 가짜더라도 열심히 배워냈다.주말이면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정도 입을 정도로 아껴뒀던 옷을 신세희한테 입히고 현성에 있는 유일한 교회를 찾아다녔다. 교회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겨우 인적이 드문 오후 시간을 이용해 피아노 연습을 했다.신세희가 연주하는 피아노곡은 모두 어머니가 직접 가르친 것이다.엘리제를 위하여, 터키 행진곡 등등...그녀의 어머니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신세희는 여태껏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이날, 신세희는 처음으로 손님들 앞에서 피아노 칠 줄 안다고 말했다.열두 살 난 신세희는 정말 인정받고 싶었다.열 살 먹은 아이인지라 아직 어른들의 음흉한 속셈과 질투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몰랐다.그냥 서해리의 집에 피아노가 있고, 마침 자신이 피아노 칠 줄 아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서해리의 어머니, 아버지가 자신을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여겼다.신세희의 말을 듣던 손님들은 서로 그녀의 연주를 보고 싶어 했다.서해리의 어머니는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래, 세희야 어떤 곡을 연주할 거야?”그러면서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신세희는 피아노를 보고 엄청 기뻤다.입술을 오므리며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바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그 순간, 젊은 청년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마치 어린 공주의 연주를 보는듯했다. 곳곳 한 자세에, 긴 목선은 마치 백조를 방불케 했다. 옅은 색의 치마는 아주 우아했다. 특히 피아노를 칠 때 기다란 손가락의 움직임은 너무 아름다웠다.신세희는 연달아 세 곡을 연주했다
신세희는 발에 차여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었고, 입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어리벙벙했다. 뭐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일일까?“꺼져! 이 빌어먹을 년! 당장 우리 집에서 꺼져!” 한밤중 이 열두 살 난 어린애는 서씨 집에서 쫓겨났다.신세희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2시였다.병상에 누워있던 아버지와 곁에서 시중들던 어머니는 입술에 핏자국이 있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딸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파헤치듯 아팠다.아버지는 침대에서 구르다시피 내려왔다.“세희야! 세희야! 누가 내 새끼를 괴롭혔어?!” 땅에 넘어진 아버지는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손이 찢어지고 피가 흘렀다.신세희는 평온하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서해리는 우리 집에서 안 살아요?”어머니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걔가 이런 고생을 하겠어? 그냥 시늉만 내고 저녁이 되면 현성에 있는 호텔로 돌아가 잠을 자”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면서 계속 물었다. “서해리는 그렇다고 쳐, 넌 어떻게 된 거야? 엄마한테 얘기해, 누가 때렸어? 배는 왜 움켜쥐고 있어? 입가에 핏자국도 있는데 도대체 어찌 된 일이야?”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엄마, 서해리 아빠가 그냥 발로 찼을 뿐이에요, 가슴이 좀 아프지만 걸을 수 있어요, 전 괜찮으니까 아빠를 빨리 부축해 주세요”신세희는 아버지를 부축해 세우려고 허리를 굽히니 가슴이 찌근거리며 아파났다. “윽!” 하고 울부짖었다.그제야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그날 저녁, 어머니는 작은할아버지의 짐수레 차를 빌려 싣고 현성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정형외과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갈비뼈가 세 군데나 부러졌다고 했었다.의사는 신세희를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돈이 없었다.다행히 의사는 그들을 불쌍히 여겨 돈을 받지 않고 치료해 줬다. 그리고 집에서 휴양하기로 했다.이 일이 있은 뒤로 신세희 아버지의 병세는 더욱 가중해졌다.신세희는 집에서 두 달 동안 휴양한
구타를 당하고 발에 밟히고 욕설을 들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그들이 빨리 떠나가기만을 바랐다. 아버지가 눈치채지 못하게 강가에 가서 깔끔히 씻으려고 했다.아버지의 병세가 엄중한지라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충격을 받아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아버지한테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은 막을 수 없었다.강가에서 얼굴에 묻은 자국과 머리에 묻은 똥을 깨끗이 씻고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신세희는 놀라 하며 재빨리 집 안으로 뛰어갔다.방에 들어서니 아버지는 겨우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신세희를 보더니 갑자기 눈을 뜨며 힘없이 말했다. “세희......세희야......아빠......아빠가 너한테 행복한 생활을 누리게 해줄 수 없어서 미안해, 너하고 엄마한테 큰 짐만 지어주고......아빠 말 잘 들어, 아빠가 죽으면......엄마랑 같이 큰 도시에 가서 살어......세희는 예쁘게 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칠 줄 아니까 이곳에서 살지 말고 엄마랑 같이......남성으로 가......”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아빠, 죽으면 안 돼요, 저 앞으로 학교 안 갈게요, 돈 벌어서 아빠 치료비 대줄게요, 죽으면 안 돼요, 저 아빠 없으면 안 돼요......”열두 살 아이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하늘과 같은 존재이다.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있어도 상관없다.그냥 곁에만 있어주고, 세 식구가 함께 있으면 그게 행복이다.신세희는 두려웠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다.그날 밤, 아버지는 돌아가셨다.아버지는 평생의 굴욕과 아내와 딸에 대한 미련을 안고, 신세희가 서해리한테 구타를 당하던 그날 밤에 영영 돌아가셨다.신세희의 마음속에 얼마나 큰 원한이 쌓였을지 누구도 모른다.신세희와 어머니는 아버지가 눈을 감지 못하고 죽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아버지의 장례가 끝난 후, 그들 모녀는 더욱 의지할 곳이 없었다.신세희는 하룻밤 사이에 부쩍 철이 들었고 더 단단해졌다.“엄마, 우리 서해리 집에 찾아가요, 고소해요
신세희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고 서해리는 몸을 떨었다.그리고 또다시 경멸의 눈빛으로 신세희를 비웃었다. “신혜린이 네가 왔다고 말하더니 진짜였네, 신혜린 말로는 네가 이곳에서 몸 파는 일을 한다며? 게다가 하룻밤에 남자 몇십 명을 다룰 수 있다던데, 진짜야? 이제 보니 사실이었네, 얼마나 잘 나갔으면 잠옷 바람에 돌아다녀? 속옷은 입었어?”신세희는 냉정했다. “서해리, 우리 사이에 원수 진 거 있어?”신세희는 예전의 원한을 모두 내려놓았다. 적어도 어제까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비록 당시 아버지가 화병으로 돌아가셨지만, 원래부터 병세가 엄중했던 터라 서해리네 일가가 아니더라도 반년을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서해리 일가에 대해 원한을 품은 적이 없었다. 특히 서해리에 대해서는 원한이 없었다.서해리의 부모가 악독하다 해도 서해리는 고작 14살 난 아이였다.당시 서해리는 철이 들지 못했다.오늘 부딪치는 일이 없었더라면 신세희는 서해리 집에 머물렀던 사실을 벌써 잊은지 오래다.신세희는 기억도 안 나는 일이지만, 서해리는 종래로 잊은 적이 없었다.예쁜 얼굴, 긴 다리, 하얀 피부를 가진 신세희에 비해 귀족 신분이었던 자신의 모습이 비교가 안돼 질투가 났다. 신세희는 발가락이 구멍 난 신발을 신었고, 헝겊으로 기운 바지에 낡아빠진 점퍼를 입었지만 여전히 우아하고 어린 공주같이 빛났다.불타오르는 질투심 때문에 신세희의 얼굴을 망가뜨리고 싶었다.심지어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게다가 집에 온 손님들마저 신세희가 그 집 딸인 줄 알았다! 피아노도 칠 줄 안다!이 모든 일들이 그녀를 더욱 발광하게 만들었다.서해리는 불량배 친구들을 모아 신세희가 다니는 학교 문 어구에서 기다렸다. 그녀를 둘러싸고 코피가 나고 얼굴이 부어오를 정도로 심하게 때렸다. 그래도 서해리는 속이 풀리지 않았다. 원래는 때려죽일 생각이었는데 학교 체육 선생님을 마주치게 되었다.체육 선생님이 나서서 호통치자 서해리는 할 수 없이 불량배 친구들을 데리고 도망갔다.
하지만 좋은 인맥 덕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현성에서 취직자리를 구하게 되였고 대학교를 나온 남자와 결혼까지 했다.현성에서 그녀는 여전히 귀족 신분이었다.장래성이 좋은 훌륭한 남편이 있고 귀여운 아들이 있다. 아들은 이미 정년퇴직한 어머니, 아버지가 돌봐주시고, 서해리와 남편은 달콤한 결혼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얼마 전에 또 남편이 승진까지 하게 돼 이곳에서는 지위가 높고 잘나가는 집안이었다.예전의 동창들은 대학교를 나왔지만 그녀만큼 시집을 잘 가지 못했으며, 그녀만큼 높은 지위도 없었다.때문에 서해리는 오만하기 그지없었다.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는 여자 동창생한테도 호통을 치며 꾸지람을 하곤 했다. 심지어 손님과 잠자리를 같이 하라는 요구에도 한마디 반박을 못했다.사후, 벌거벗은 여자 동창생의 사진까지 찍었고 발길질하며 비웃었다. “너 같은게 선생이야? 앞으로도 내가 부르면 바로바로 와, 안 그러면 가만 안둬!”그 여자 선생님은 꼼짝 않고 순종했다.그 여자 선생님은 마치 노예처럼 알몸으로 서해리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서해리는 여왕이라도 된 듯이 기세를 드러냈다.하지만 이 여왕의 제일 큰 원한은 여전히 10년 전의 신세희였다.게다가 신세희는 전국에서 제일 큰 무역 도시 남성의 남자와 결혼까지 했다.신세희가 결혼을 해? 그것도 그렇게 조건이 좋은 데로!서해리의 마음속 질투심은 더욱 불타올랐고 폭발할 지경에 도달했다.바로 이때, 신혜린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신혜린은 현성에서는 체면이 있는 인물이지만, 서해리 앞에서는 시키는 대로 하는 앞잡이나 다름없었다. 사소한 일이나 소문이 생기면 바로 서해리한테 가서 일러바쳤다.오늘 아침에도 신혜린이 서해리한테 전화를 했다. “여왕님, 좋은 소식이 있어요, 그 잡종 신세희가 이곳에 왔대요”서해리는 불같이 화를 냈다. “신혜린! 이 년! 클럽 문 닫고 싶어? 신세희가 조건 좋은 집에 시집간 걸 알면서 감히 나한테 와서 그년을 거들먹거려? 숨어야 할 판에 나한테 알려주기까지 해?”신혜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