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주머니를 찾아갔을 때 아주머니는 깜짝 놀랐다.하지만 엄선우의 말을 듣고 아주머니는 이내 마음을 내려놓고 그때의 일을 기억하며 눈물을 흘렸다.“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 집 사모님처럼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으니 보기에는 촌스러워도 사실 아주 경우가 있고 우아했어요. 나는 그렇게 독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그런 천벌을 받을 짓은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다가 결심했죠. 내가 덕을 쌓는다 치고 도와주기로. 하지만 그저 거기까지였어요. 그 뒤론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어요. 그분도 나도 휴대폰이 없었거든요. 나는 그분보다도 나이가 있으니 휴대폰에 대해 잘 몰라요. 그러다 보니 연락이 끊겼어요. 아이고, 살아 있기나 할까요? 가끔 생각이 나요. 그분은 가끔 시도 썼어요. 한번은 그분이 직접 쓴 시로 노래도 만들어서 내가 따라 불렀다니까요. 정말 듣기 좋았어요.”이 말은 엄선우가 도우미 아주머니를 직접 찾아갔을 때 들은 말이다.당시 엄선우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하지만 이 일로 희망이라는 싹이 트기 시작했다.신세희 엄마가 살아있다는 희망 말이다.부소경의 말을 들은 신세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소경 씨, 날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이죠?”“아니.”부소경이 말했다.“소경 씨, 이번 생에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신세희가 물었다.“응!”부소경은 비록 한 글자를 내뱉었지만, 그녀를 감싸고 있는 팔에는 더 힘이 들어갔다.“사실 당신도 우리 엄마에 대해 확신하는 게 없는 거죠?”신세희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6년인데, 6년이나 지났는데. 고향에도 안 왔어요. 돈도 없을 텐데 그 몸으로 대체 어디에 있는건지... 소경 씨. 나 아마도 엄마 다시는 못 볼 것 같아요. 엄마의 시신도 못 찾을 것 같아요. 못 찾을 것...”신세희는 목이 메여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신세희의 흐느끼는 소리에 신유리는 잠에서 깼다.“엄마...”신유리는 앙증맞은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신세희는 몸을 돌려 신유리를 품에 안았다.“유리야.
부소경은 신세희를 바라보았지만 슬픔에 빠진 신세희는 눈치채지 못했다.부소경이 허리를 곧게 펴자 신세희는 의아했다.“왜 그래요, 소경 씨? 노숙자가 왜요?”“아니야.”부소경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알겠어요.”부소경은 경호원에게 짧게 대답하고 이내 통화를 종료했다.그러고는 휴대폰을 넣고는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부소경의 품에 얼굴을 묻은 신세희는 부소경과 엄선우가 눈빛을 주고받는 것을 보지 못했다.엄선우는 부소경의 옆을 지킨 지 10년도 넘었다.부소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뭐가 필요한지, 눈빛만 주어도 엄선우는 바로 알 수 있었다.엄선우는 부소경이 당장 사람을 시켜 그 노숙자에 대해 알아 오라는 눈빛을 완벽하게 접수했다.두 사람은 아마도 그 노숙자가 바로 그날 신세희 차에 치인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다.두 사람은 왠지 모를 확신이 들었다.부소경은 안심되었다.늘 냉철하고 신중했던 부소경은 그녀가 기뻐할 생각에 지금이라도 당장 이 사실을 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말하고 나서 아니면 신세희가 얼마나 실망하겠어?’부소경은 더는 그녀의 슬픈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슬퍼할 때마다 부소경의 마음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어느새 호텔에 도착한 네 사람은 호텔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온 신세희는 기분이 안 좋았다.하루 사이에 철거와 무덤을 드러낸 일, 엄마의 행방불명 그리고 신혜린이 사람을 보내 그녀를 침범하려 했던 일들은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다.이날 오후, 현성에서 날고 긴다는 사람들이 부소경에게 연락이 와서 만남을 청했지만 부소경은 전부 거절했다.거절 사유는 단 하나였다.“미안하지만 집사람이 오늘 좀 힘들어서요. 제가 돌봐줘야 해요.”부소경의 답을 들은 현성의 남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사람들은 전국에서도 제일 큰 무역의 도시에서 왕이라 불리는 남자가, 남성의 탑 기업의 대표가 이렇게 애처가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어딜 봐도 대표 같지 않았다.그저 한 여자를 지키는 수호천사라는
신세희는 머리를 끄덕였다.이날 오후 신세희는 호텔에서 아주 편안하게 잠을 잤다.잠에서 깨어나 보니 이미 밤이었다.눈을 떠 보니 남편과 딸이 보이지 않았다.부소경이 신유리를 데리고 정원에서 놀거나 물건 사러 간 줄로 알았다.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이번에도 또 임서아가 아닐까? 그렇다면 냉정할 수가 없다. 받고 싶지 않았다.신세희는 핸드폰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일분도 안 지나 또다시 핸드폰이 울렸다.“여보세요!” 그녀는 위화감을 느꼈다.“왜 그래?” 저 편에서 엄선희의 부드럽고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 선희 씨였어? 무슨 일로 이 시간에 전화한 거야?” 엄선희의 목소리를 듣더니 신세희의 기분은 훨씬 좋아졌다.“네가 회사에 없으니까 뭔가 너무 적적한 느낌이야, 고향에 내려간 일은 순조롭게 잘 진행됐어?” “......” 신세희는 침묵했다.순조롭게?한마디로 형용할 수 없었다.신세희는 이 일을 엄선희한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엄선희도 민정아도 모두 명랑한 여자들이라 그녀들에게 알려줄 수 없었다.그녀들의 기분을 잡치게 할 수 없다.“응, 잘 진행되고 있어” 신세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언제 돌아오는 거야?” 엄선희가 다시 물었다.“......” 신세희는 또 말문이 막혔다.아버지의 유골도 다 정리가 됐으니 지금이라고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부소경의 일정을 봐야 한다.원래 세 식구는 고향에서 일주일간 머물면서 부소경이 신세희한테 직접 운전 기술을 가르치려고 했다. 하지만 신혜린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일정이 변경됐다.신세희는 당연히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남성에 돌아가 어머니를 찾고 싶었다.“몰라” 신세희가 대답했다.“우리 엄마가 세희 씨한테 삼계탕 끓여준다고 했어, 요리 솜씨가 엄청 좋거든, 돌아올 때면 미리 말해줘”갑자기 이 시간에 전화를 걸어온 영문을 알 것 같았다. 분명 엄선우가 자신을 위로해 주라고 엄선희한테 부탁한 게 틀림없다.신세희의 마음은 따뜻해
신세희가 먼저 그녀와 부딛쳤고 그 여자의 발까지 밟았다.“죄송해요, 죄송해요! 발 많이 아프시죠?” 신세희는 연이어 사과를 했다.여자는 혐오스럽게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마치 고양이나 개 같은 동물을 꾸짖듯 사나운 어투로 말했다. “실내복 차림에 이 흥클어진 머리는 또 뭐야? 어디서 굴러온 거야? 팔려왔어? 감히 내 발을 밟아? 전염병 있는 건 아니지? 어우...... 더러워, 빨리 비키지 못해?”여자는 자신의 코를 잡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야, 빨리 비켜! 악취가 나니까 빨리 꺼져! 역겨워!”“......”신세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그 여자를 훑어보았다.서른 살쯤으로 보이고 갈색 머릿결은 관리가 잘돼 찰랑거렸다. 장기간 건조하고 모래바람이 심한 여기 환경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탓인지 피부는 마르고 까무잡잡했다.신세희와 완전히 반대였다.신세희는 어머니를 닮아서 피부가 우유 빛깔이고 부드러웠다. 어릴 적에 다른 사람들한테 ‘잡종’이라고 놀림을 당한 것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피부가 촉촉하고 유난히 하얗기 때문이었다.눈앞의 이 여자는 피부 관리를 잘했고 옷차림도 적절했으며 어딘가 귀티가 묻어났다. 캐시미어 코트에 양가죽 반장화를 신은 그녀의 모습은 대도시의 여성들처럼 우아하진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충분히 빼어난 인물이었다.하지만 신세희는 야박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던 터라 별로 놀랄 일이 아니었다.게다가 아버지의 유골을 이미 찾았기 때문에 다른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부소경의 정력과 시간을 더 허비할 수 없었다.신세희는 다시 한번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제가 병원에 모시고 갈게요, 만약 신발이 망가졌다면 전부 배상할게요, 그러니 입조심해주세요”“뭐? 입조심하라고? 어디서 굴러온 년이 내 앞에서 거들먹거려? 재수 없어! 꺼져! 나가 죽어!” 그 여자는 쌍욕을 해댔다.“말이 너무 심하네요!” 신세희도 가만있지 않았다.“이게!” 그 여자는 들었던 가방을 소파 위에 내려놓고 손을 들어 신세희를 내리치려 했다. “너 정
좀 낯이 익었다. 하지만 그 여자가 누구인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났다.정확히 말하면, 어렸을 때 만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도대체 누구세요?” 신세희는 조용히 물었다.“서해리!” 서해리는 냉소를 지었다. “나 모르겠어? 벌써 잊은 걸 보니 참 배은망덕하구나!” 서해리?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눈앞의 여자는 서해리였다.어릴 적, 서해리의 집은 현성에 있었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공직자인지라 계급으로 따지면 이곳에서 최고급 귀족인 셈이었다.신세희네는 보잘것없는 일반 가정이었다.그중에서도 가장 낙후했다.어릴 때 신세희네 집안은 아주 가난했다.게다가 신세희네는 더욱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살다 보니 서해리네 가족과 아예 엮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신세희가 12살 나던 해, 현성에서 가장 좋은 귀족 학교에서 활동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현성에서 가정 조건이 좋은 학생은 시골로 내려가 어려운 시골 생활을 하고, 시골 학생은 현성의 가정에 맡겨져 부유한 생활을 누려보는 교환 체험 활동이었다.여행을 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다채로운 생활 체험을 한 후, 작문 한편을 써내야 했다.신세희는 매우 영광스럽게 서해리의 집으로 가게 됐다.정확히 말하면 서해리의 부모가 신세희의 가정을 선택한 것이다.그때는 아버지가 투병 중이어서 지붕이 뚫려 비가 새도 수리할 돈이 없었다. 심지어 신세희는 구멍 난 신발을 신고 다녔다.서해리의 부모는 선심을 써 자신들의 정치적 업적에 도움이 되기 위하여 일부러 신세희의 집을 선택했다. 그들은 자기 딸을 신세희 집에 맡기고, 신세희를 집에 데려왔다. 신세희처럼 가난한 집 애들은 오랫동안 목욕할 수 없기에 분명 머리도 더럽고 코물도 줄줄 흘릴 거라 여겼다. 신세희가 새롭게 변신한 모습을 언론을 통해 버젓이 과시하려 했다. 서해리의 어머니는 언론 앞에서 신세희의 머리를 헤쳤다. 생각밖에 아주 깨끗했다. 그냥 옷차림이 형편없을 뿐이었다. 속옷과 속바지는 모두 엄마의 옷을 작게 고
열두 살, 어린 여자애의 얼굴은 즉시 빨갛게 부어오르며 다섯 손가락의 자국이 뚜렷하게 나타났다.신세희는 겁에 질려 감히 울지도 못했다.겁에 질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원래부터 부잣집에 올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매일 학교를 마치면 아버지를 돌봐야 할뿐더러 어머니를 도와 물을 길어야 했고 또 숙제도 완성해야 했다.하지만 서해리 집에 선택되었고, 만약 거절한다면 숙제는 물론 아버지한테 주는 월 6만 원 의약비도 보조받을 수 없다고 했다.어머니의 권고하에 겨우 동의했다.신세희는 이 집식구들이 이렇게 사나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신세희는 어머니, 아버지가 괴로워 할까 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다행히 서해리의 어머니는 그녀의 뺨을 치자마자 바로 달래줬다. “아줌마도 너를 위해 그런 거야, 너 시골에서 와서 아무것도 모르잖아, 기자들은 너의 어려운 형편을 언론에 보도해 너한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거야, 그런데 이렇게 협조하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지, 아줌마는 서해리 언니한테도 이렇게 엄해, 방금 급한 마음에 너를 때렸는데 아줌마 탓하지 않을 거지?”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아줌마 탓하지 않아요, 저 요리는 못하지만 옷을 빨고 방 청소하고 이불도 잘 정리해요, 다 잘할 수 있어요”신세희는 총명한 아이였다.이 집에서 매를 맞지 않고 일주일을 무탈하게 지내기 위해 신세희는 온갖 애를 썼다.그녀는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 바닥을 닦고 물을 끓여놓았다. 서해리의 어머니가 일어나 밥을 지어줄 것도 없었다. 혼자서 빵과 김치로 아침을 대충 먹고 학교로 갔다.방과 후면 서해리의 부모가 벗어 놓은 옷과 냄새나는 양말을 전부 빨았다.이로써 서해리 어머니의 칭찬을 받았다.신세희는 아주 기뻤다.신세희의 착한 모습을 보고 서해리의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세희 정말 착하네, 오늘 집에 손님이 오니까 아무 일도 하지 마, 아줌마가 어떻게 손님을 접대하는지 한번 봐봐, 시골에서는 배울 수 없는 일들이야”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줌마,
“저 피아노 칠 줄 알아요” 뜻밖의 대답이었다.피아노는 그녀의 어머니가 가르쳐 준 것이다.시골에서 신세희네 세 식구는 모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업신여김을 당했던 상황이라 그 누구도 몰랐다.사실 피아노를 치는 것은 신세희한테 있어서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그녀의 집에는 피아노가 없었다.악보를 볼 줄 아는 어머니는 피아노 건반을 종이에 그려 빈손으로 연습하게 했다.신세희도 총명했다. 설사 그것이 가짜더라도 열심히 배워냈다.주말이면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정도 입을 정도로 아껴뒀던 옷을 신세희한테 입히고 현성에 있는 유일한 교회를 찾아다녔다. 교회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겨우 인적이 드문 오후 시간을 이용해 피아노 연습을 했다.신세희가 연주하는 피아노곡은 모두 어머니가 직접 가르친 것이다.엘리제를 위하여, 터키 행진곡 등등...그녀의 어머니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신세희는 여태껏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이날, 신세희는 처음으로 손님들 앞에서 피아노 칠 줄 안다고 말했다.열두 살 난 신세희는 정말 인정받고 싶었다.열 살 먹은 아이인지라 아직 어른들의 음흉한 속셈과 질투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몰랐다.그냥 서해리의 집에 피아노가 있고, 마침 자신이 피아노 칠 줄 아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서해리의 어머니, 아버지가 자신을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여겼다.신세희의 말을 듣던 손님들은 서로 그녀의 연주를 보고 싶어 했다.서해리의 어머니는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래, 세희야 어떤 곡을 연주할 거야?”그러면서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신세희는 피아노를 보고 엄청 기뻤다.입술을 오므리며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바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그 순간, 젊은 청년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마치 어린 공주의 연주를 보는듯했다. 곳곳 한 자세에, 긴 목선은 마치 백조를 방불케 했다. 옅은 색의 치마는 아주 우아했다. 특히 피아노를 칠 때 기다란 손가락의 움직임은 너무 아름다웠다.신세희는 연달아 세 곡을 연주했다
신세희는 발에 차여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었고, 입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어리벙벙했다. 뭐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일일까?“꺼져! 이 빌어먹을 년! 당장 우리 집에서 꺼져!” 한밤중 이 열두 살 난 어린애는 서씨 집에서 쫓겨났다.신세희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2시였다.병상에 누워있던 아버지와 곁에서 시중들던 어머니는 입술에 핏자국이 있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딸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파헤치듯 아팠다.아버지는 침대에서 구르다시피 내려왔다.“세희야! 세희야! 누가 내 새끼를 괴롭혔어?!” 땅에 넘어진 아버지는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손이 찢어지고 피가 흘렀다.신세희는 평온하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서해리는 우리 집에서 안 살아요?”어머니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걔가 이런 고생을 하겠어? 그냥 시늉만 내고 저녁이 되면 현성에 있는 호텔로 돌아가 잠을 자”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면서 계속 물었다. “서해리는 그렇다고 쳐, 넌 어떻게 된 거야? 엄마한테 얘기해, 누가 때렸어? 배는 왜 움켜쥐고 있어? 입가에 핏자국도 있는데 도대체 어찌 된 일이야?”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엄마, 서해리 아빠가 그냥 발로 찼을 뿐이에요, 가슴이 좀 아프지만 걸을 수 있어요, 전 괜찮으니까 아빠를 빨리 부축해 주세요”신세희는 아버지를 부축해 세우려고 허리를 굽히니 가슴이 찌근거리며 아파났다. “윽!” 하고 울부짖었다.그제야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그날 저녁, 어머니는 작은할아버지의 짐수레 차를 빌려 싣고 현성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정형외과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갈비뼈가 세 군데나 부러졌다고 했었다.의사는 신세희를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돈이 없었다.다행히 의사는 그들을 불쌍히 여겨 돈을 받지 않고 치료해 줬다. 그리고 집에서 휴양하기로 했다.이 일이 있은 뒤로 신세희 아버지의 병세는 더욱 가중해졌다.신세희는 집에서 두 달 동안 휴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