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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신세희와 부소경은 할 말을 잃었다.

드넓은 공항은 오가는 사람들로 무척 번잡했다.

다들 부소경을 알아봤지만 감히 사진을 찍거나 인사를 건넬 용기는 없었다. 그런데 끔찍한 소문을 몰고 다니는 그 사람이 공항 한복판에서 제 아내랑 가위바위보를 한다니.

엄선우는 제 웃음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얼른 자신의 입을 꽉 틀어막았다. 그는 다시 한번 공주님에게 감탄했다. 공주님은 제 아빠를 괴롭히는 것에 도가 튼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남성의 권력자로 군림하는 남자는 세상에 둘도 없는 딸바보였다.

가위바위보.

잘나가는 F그룹의 대표는 드넓은 공항 한복판에서 제 아내와 가위바위보를 했다. 더구나 그는 편법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이는 비록 가위바위보를 하게 했지만, 내심 제 엄마를 따라가고 싶을 것이다.

망할 꼬맹이. 아이는 자나 깨나 제 엄마 생각뿐이었고 제 엄마의 호위를 자처했다. 눈길을 주고받은 두 사람이 동시에 손을 내밀었다.

“우리 딸, 당분간 아빠랑 지내야겠네?”

부소경이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

“휴, 알겠어.”

이윽고 신유리가 신세희를 돌아보았다.

“엄마, 조심해서 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아빠한테 전화하는 거 잊지 말고. 아빠가 연락이 안 되면 나를 찾아도 돼.”

아이는 애늙은이처럼 제 엄마에게 신신당부했다.

“... 알겠어요, 작은엄마.”

그러자 신유리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얼른 가봐요. 난 일단 탑승수속을 마칠게요.”

아이의 뺨에 가볍게 입 맞춤을 한 신세희는 그제야 그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비행기는 45분 뒤에야 출발했다. 신세희는 자리에 앉아 두 눈을 꼭 감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그녀는 문득 두려워졌다. 15년이나 고향 땅을 밟아보지 못한 그녀는 이 여정이 조금 망설여졌다.

과연 그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은 있을까? 집은 어떻게 됐을까? 이웃들을 모두 이사 갔나? 아무것도 알 길이 없었던 신세희에게 이 모든 건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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