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651 - 챕터 660

2823 챕터

제651화

소문이란 자극적이고 무성할수록 더욱 재미있는 법이었다. 오늘 부씨 집안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평소 F그룹이나 부씨 집안과 조금이라도 왕래가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초대받았다고 해도 무방했다. 부씨 집안 며느리를 소개하는 이번 연회에 결혼식보다도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모두 부씨 저택 문 앞에 몰려들어 신세희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다. 확실히 신세희와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서 있는 엄선희, 민정아는 이곳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걸 매우 큰 영광으로 여긴 사람들은 모두 한껏 꾸미고 온 상태였다. 그러니 이들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세 사람은 상대적으로 수수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분위기 덕분에 그들의 청초함이 더욱 부각되기도 했다. 특히 아주 심플한 연한 남색 드레스를 입은 신세희는 새하얀 피부, 연한 화장과 한데 어우러져 온갖 보석으로 치장한 사람들 무리에서 별다른 장신구 없이도 홀로 여신처럼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오히려 보석을 한껏 두른 사람들은 신세희의 청초함과 비교했을 때 조금 과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신세희를 향해 복잡한 눈빛을 보냈다.그러나 F그룹 인스타 공식 계정과, 부소경이 신세희를 위해 보란 듯이 사람들을 응징했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무수한 소문 때문에 감히 신세희를 건드리지 못했다. 하여 그들은 민정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민정연도 그때 하마터면 죽을 뻔했으니 사람들은 그녀가 지금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미소 지으며 현장의 사람들을 쭈욱 둘러봤다.“저는 오늘 임서아 씨의 친구로서 이 연회에 참석하게 된 겁니다. 저는 서아 씨의 드레스는 이번 연회에 참석한 그 어떤 분들 것보다도 아름답다고 감히 자신할 수 있습니다. 다들 나중에 직접 보시면 알 수 있을 거예요. 부 대표님이 서아 씨를 위해 샤란에서 직접 제작한 드레스니까 당연한 거겠지만요.”겉보기엔 모든 사람을 향해 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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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민정연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구 대표님, 저 민정연이에요. 우리 할아버지가... 그러니까 서씨 집안 어르신이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오늘 제가 구 대표님 파트너라고...” 한편 깜짝 놀란 민정아도 갈팡질팡했다. 그녀는 이렇게 부자들만 모이는 곳에 한 번도 와 본 적 없었다. 잔뜩 주눅 든 그녀는 만약 민정연의 말대로, 정말 이곳에 혼자 남아 남들에게 멸시받게 되었더라면 당장 벽에 머리를 박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구서준이 닭살 돋는 수식어를 붙여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민정아는 그만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았다. 예전에는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일 따윈 없었지만 체면을 중시하게 된 지금은 자주 부끄러워하곤 했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저기... 구 대표님.”구서준은 다정하게 민정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바보 같긴. 이렇게 멋있고 잘 생기고 돈도 많은 남친을 뒀으면서 남들에게 이용당하고 있었어요? 내가 제때 와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또 사촌 언니한테 괴롭힘 당할뻔 했잖아요!”할 말이 없었던 민정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구 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걔가 누군지 몰라요?” “정연 언니...” 민정아는 제 사촌 언니를 말리려고 했다. “입 닥쳐. 개 같은 게.”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민정연은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습관대로 민정아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는 늘 민정아가 만만했다. “뭐...?” 민정연에게 대뜸 욕을 얻어먹은 민정아는 그대로 되갚아주지 않기 위해 모진 애를 써야 했다. 그녀는 더는 민정연이 무섭지 않았다. 민정연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치미는 터라 당장이라도 욕설을 퍼부어줄 수도 있었지만 신세희 체면을 고려해야 했다. 신세희가 부씨 집안에 들어오기까지의 여정이 매우 험난했다는 걸 친구인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었으니 차마 신세희에게 피해를 줄 순 없었다. 민정아는 화를 꾹 눌러 참으며 눈시울을 붉힌 채 침착한 목소리로 민정연에게 충고했다. “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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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민정아가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민정아는 항상 그녀의 앞잡이 노릇을 자처했었는데 딱히 생각도 없고 주견도 없었으며 제일 잘하는 거라곤 개처럼 누군가를 덥석 무는 일이었다. 그런 민정아가 이젠 개가 되기 싫다며, 그녀에게 이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민정연은 잔뜩 켕기는 표정으로 구서준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구서준이 차갑게 냉소했다. “민정연 씨. 당신이 대체 뭔데? 조의찬이 내다 버린 쓸모없는 물건 주제에, 감히 나를 엮으려고 들어? 내가 남이 버린 물건을 가져다 쓰는 거지로 보여?” “......”민정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그리고 잘 알아둬야 할 거야, 민정연 씨. 우리 정아 씨는 내 소중한 여자친구야. 눈치가 있다면 당장 정아 씨 집에서 꺼져. 정아 씨네 집에서 얹혀사는 주제에 감히 정아 씨를 모욕해? 보통 사람들도 이렇게는 안 해. 게다가 당신은 사촌 언니잖아! 이렇게 지독한 여자니까 조의찬도 싫다 그러지.”구서준은 가차 없었다. 민정아를 싫어했을 적에도 그녀에게 모진 독설을 퍼부었던 적이 있었으니 민정연은 더욱 거리낄 게 없었다. 안색이 창백해진 민정연을 바라보며 민정아는 조용히 구서준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구 대표님...” 그제야 구서준이 기운을 누그러뜨렸다. “당신이 내 여자친구의 사촌 언니인 걸 감사하게 여겨. 난 여자도 때리는 사람이거든. 이런 식으로 내 여자친구를 욕보인 사람들은 진작 나한테 얻어맞고 산 밑으로 굴러갔을 거야.”“......” 구자현이 신세희를 망가뜨리기 위해 벌인 파티에서 치욕을 당한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날 신세희를 모욕하려 했던 모든 여성이 똑같이 치욕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곳은 있는 집안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장소였다. 잘만 이용한다면 좋은 인연을 만들 수도 있었건만 저번보다 더 심한 수모를 당할 줄이야. 초반 시뻘겋게 달아올랐던 그녀의 얼굴은 누렇게 변했다가 다시 잿빛이 되었다가, 지금은 부끄러움에 더없이 창백해졌다. 모든 건 단 1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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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고개를 돌려보니 임지강과 허영 부부였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그들을 담담하게 쳐다보던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 “두 분 화해하셨네요?” 신세희를 바라보고 있자니 임지강은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허영을 옆으로 밀친 그가 씩씩거리며 신세희 앞으로 다가왔다. “넌 오늘 내 손에 뒈질 줄 알아.” “임 사장님.”신세희 뒤에 서 있던 엄선우가 싸늘한 목소리로 그를 제지했다. 반쯤 허공에 들렸던 임지강의 손이 얌전히 내려앉았다. 그는 이번에 엄선우에게 화를 냈다.“엄 비서, 줄 잘 서요. 당신 월급 주는 사람은 신세희가 아니라 부 대표님이에요. 나중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기 싫다면 처신 잘하는 게 좋을 거요.” “이 늙은 괴물 같은 게. 우리 엄마를 때리려고 들어? 내가 확 물어버릴 거야!” 자기 이미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꼬마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새 쏜살같이 임지강에게 달려들어 그의 다리를 콱 물어버렸다. 임지강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신세희가 다급하게 신유리를 불렀다. “유리야, 그렇게 함부로 물면 어떡해? 더럽잖아. 세균이라도 옮으면 어떡하려고? 바보야.” 그 말을 들은 허영이 발끈했다. “더럽다고? 지금 네 양아버지를 더럽다고 했어? 그러고도 네가 사람이니? 배은망덕한 것, 우리가 8년 동안 원수를 키웠구나. 네가 여긴 웬일이냐? 우리 딸과 부 대표님을 위한 연회 자리에 왜 네가 끼어들어?” 차갑게 비웃은 신세희가 허영에게 귓속말했다. “허영 씨. 냄새 안 나게 잘 씻었어요? 앞으로 조심해요. 제대로 안 씻으면 당신 남편이 언젠가는 눈치채고 말 거예요.” 그 말을 들은 허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너... 너 지금 무슨 소리를...” 신세희가 말을 이었다. “내 말은, 지금 당장 임지강 씨를 패버려야 한다는 거죠. 우리 엄마가 과연 무슨 편지를 남겼을까요?” 허영이 코웃음 쳤다. “아직도 이간질이니?” “그럴 리가요.”신세희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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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신세희는 이 모든 광경을 덤덤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추하긴.’ “엄마, 엄마. 대체 무슨 수로 두 사람을 싸우게 만든 거야?” 신유리의 물음에 신세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엄선우가 선수를 쳤다. “이건 말이야...” ‘이간질’이라 말하려고 했던 엄선우가 아이의 교육 차원에서 냉큼 말을 바꿨다.“불난 집에 부채질이라고 하는 거야.” “엄마, 불난 집에 부채질은 진짜 최고야, 둘이 싸우고 있어!” 신유리는 손뼉까지 치며 좋아했고 엄선희와 민정아도 웃음을 터뜨렸다. 이때 곁에서 지켜보던 구서준이 입을 열었다. “셋이 모이니 천하무적이네요. 세희 씨는 냉정하고 총명해서 책사에 어울릴 것 같고, 선희 씨는 입담이 훌륭하고, 정아 씨는...” 민정아가 민망한 듯 웃었다. “나는 뭔데요?” 구서준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난 막돼먹은 여자가 좋아요. 막돼먹은 여자가 점점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구서준이 말로 여자를 잘 홀린다는 건 민정아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 또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펼쳐지겠어요.” 구서준이 흥미롭게 말했다. “왜요, 갑자기 임서아 씨나 정연 언니를 도와주고 싶어졌어요?”민정아가 정색하며 따지자 구서준이 능글맞게 대답했다. “정아 씨는 그럼 세희 씨 편에 서기로 했어요? 임서아 씨와 사촌 언니를 상대하려고?” “맞아요.” 민정아는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랑 선희 씨는 이미 약속했어요, 오늘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무조건 세희 씨 편을 들기로. 우리 두 사람이 이렇게 지키고 있으니 세희 씨가 혼자서 괴롭힘 당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흥, 막돼먹은 여자랑 욕쟁이 말고도, 신유리 요 조막만 한 꼬맹이도 꽤 쓸모가 있더라고요? 어쩌면 우리 네 사람이 이 판을 뒤집을 수도 있다고요!” 민정아는 전혀 거리낌 없었다. “그럼 부 대표님도 두렵지 않겠군요?” 구서준이 흥미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전혀 두렵지 않다는 민정아의 대답을 기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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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사람들은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봤다. 대문 안쪽에서 부씨 집안의 집사가 언짢은 표정으로 이 모든 상황을 둘러보고 있었다. 집사는 사람들을 전부 알진 못했지만 신세희는 알고 있었다. 저택에 매번 방문할 때마다 사건사고들을 일으키는 바람에 부씨 집안 어르신뿐만 아니라 일개 사용인들까지도 신세희에 대해 모르는 이가 없었다. 게다가 부씨 저택 어르신들이 그녀를 반기지 않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던 집사는 신세희에게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작은 사모님, 정말이지... 저희 부씨 집안에 시집오셨으면 적어도 사고는 치지 마셔야죠. 작은 사모님과 함께 온 손님들이 이렇게 소란을 피워서야... 교양 없이 문 앞에서 치고받는 경우가 대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이럴수록 저택 어르신은 더욱 작은 사모님을 반기지 않을 겁니다. 작은 사모님, 이젠 말썽 좀 그만 부리십시오.”집사는 그야말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 같았다. 노부인을 제외한 부씨 저택의 어르신들은 모두 신세희를 싫어하는 눈치인지라 아랫사람들까지 신세희를 업신여기고 있었다. 밖에서 싸움이 벌어진 광경을 지켜보던 집사는 자연스럽게 신세희와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해버렸다. 집사의 행태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엄선우는 당장 손을 뻗어 집사를 집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신세희가 그를 말렸다. “엄 비서님, 잠시만요.” 의아하게 바라보는 엄선우를 향해 신세희는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이윽고 신세희가 집사에게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 “집사라고 했나요? 왜 저 두 사람이 내 손님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아닙...니까?”“추측한 거예요, 그냥 찍어본 거예요? 아니면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모함하는 건가?” “......”“내가 묻잖아요!”신세희가 큰소리로 호통쳤다.그녀의 목소리에 흠칫 놀란 집사는 도리어 자기가 겁을 먹고 주춤했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다. “더는 여기서 시간 낭비할 순 없어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이 저택의 어르신들께 인정받을 수 있든 없든 저랑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전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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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임지강과 허영은 재빨리 집사의 곁으로 다가가 해명했다. “서씨 집안 어르신이 보낸 분이시군요. 죄송해요. 저희 부부가 잠깐 말다툼이 있었던지라. 우리 서아가 하도 안쓰러워서요... 사실 별일 아닙니다.” 임지강도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럼요, 그럼요. 제 마누라 말이 맞습니다. 저기 집사님, 이만 들어가실까요?”얼굴을 굳힌 집사가 차갑게 말했다. “따라오시죠.”“예예, 감사합니다.”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매섭게 노려본 부부가 집사를 따라나섰다. 이때 뒤에서 그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아줌마!” 고개를 돌린 허영이 민정연을 발견했다.“저 정연이에요. 서아 씨 친구요. 할아버지께서 서아 씨를 보살펴 줄 사람이 없으니 저더러 보살피라고 하셨거든요. 오늘의 주인공이잖아요.” “어머, 정연아.”허영이 애써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민정연이 임서아에게 도움 될 거라는 걸 허영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임서아보다 상류층 분위기에 훨씬 익숙했으니까. 하여 그녀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간 허영이 손을 덥석 잡았다. “정연아, 아줌마랑 함께 들어가자.”나란히 들어가는 세 사람을 보며 신세희 무리는 말문이 턱 막혔다. 그중 먼저 정신을 차린 구서준이 민정연의 뒷모습을 손가락질했다. “민정연 저 여자는 괴롭힘당하는 게 취향인가?” “풋, 우리 언니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뭐야, 지금 언니 편을 드는 거예요?”구서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아 씨는 편을 드는 척하는 거지만, 난 진심이에요. 내 처형이 저렇게 자진해서 모욕 당하겠다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그러나 잠깐 생각에 잠겨 있던 구서준이 이내 태도를 바꿨다. “됐어요. 저렇게 지독한 처형은 없는 것만 못하지. 내 아내한테도 못되게 구는데 내가 왜 도와줘야 해?” 그의 말에 민정아는 얼굴을 붉혔다. “누... 누가 당신 아내라는 거예요? 왜 이래, 정말!” 구서준은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정아 씨, 점점 우리 작은엄마를 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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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뒤에서 불쑥 나타난 제 아빠를 보며 잠깐 놀랐던 신유리는 이내 빠른 걸음으로 부소경 앞으로 다가가 그의 다리에 매달렸다. “아빠,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손님들이 우리 엄마를 괴롭히는 일은 없어야 할 거야. 만약 그러면 못된 아빠라고 부르고 다신 같이 안 놀 거야. 흥!” “......” 되바라진 꼬맹이 같으니라고. 제 엄마가 아빠를 괴롭힐 때는 두손들고 환영하더니 지금은 제 할아버지, 할머니 손님들이 제 엄마를 괴롭히는 것도 전부 아빠 탓이라고 한다. 정말이지 매우 불공평한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부소경이 막 입을 열려는데 신유리가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부소경 씨, 오늘 엄마한텐 조력자도 있다고. 만약 엄마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엄마 조력자들이 아빠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 되바라진 꼬맹이는 제 아빠를 위협하면서 이름까지 불러대고 있었다. 아이에게 혼난 부소경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아빠가 반드시 네 말에 따라야 한다는 거지?”“당연하지!” 신유리가 어른 행세를 하며 말했다. 신세희를 돌아보니 그녀는 당신만 믿겠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그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좋아, 네 말대로 아무도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게.”말을 마친 부소경이 신세희 곁으로 다가갔다. “들어가자고.” “우리... 세 식구만요?”“더 있나? 나는 물론 네 식구가 되고 싶은데, 당신 아직 그럴 때 안 됐잖아.” 부소경은 농담할 때조차도 진지한 표정을 고수했다. 신세희는 그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그녀가 어색하게 물었다. “근데요, 당신 먼저 저택에 도착했잖아요, 왜 밖에 나와 있어요?” “......” 사실 부소경은 그녀의 옷에 꼭 어울리는 유리구두를 제작했는데, 업체 측에 몇 번이고 독촉했음에도 지금으로부터 반 시간 전에야 10분 뒤에 배송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은 참이었다. 소식을 들은 그는 직접 구두를 픽업하러 나섰다. 그러나 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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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정연 씨. 우리 외할아버지께서 직접 정연 씨를 위해 서울의 구씨 집안과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고 하셨어요. 참 다행이죠?”임서아가 선심을 쓰는듯한 태도로 민정연에게 말하자 민정연은 바로 고분고분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서아 아가씨.”“처신 잘하고, 파이팅.” “그렇지만 저는...”“그렇지만 같은 소린 집어치워요. 우리 외할아버지만 믿으라니까.” 오만하게 말하는 임서아 앞에서 민정연은 냉큼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이 드레스 어때요?”임서아가 잔뜩 거들먹거리며 민정연에게 물었다. 민정연이 입은 드레스도 충분히 고급스러웠지만 임서아의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자기 드레스가 어떠냐고 대놓고 물어보다니! 민정연이 억지로 살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워요, 서아 아가씨. 이 연회에서 아가씨보다 고귀한 사람은 절대 없을 거예요.”그러자 임서아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거 알아요? 이 샤란 드레스는 소경 씨가 날 위해서 직접 주문한 거예요. 남성에 하나밖에 없는 4억 원짜리 드레스라고요. 아무것도 안 하고 이 드레스만 팔아도 몇 년은 거뜬하게 버틸 수 있어요. 정연 씨가 입은 드레스도 물론 아름답지만, 나랑 같이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휴, 소경 씨가 날 너무 사랑해서 큰일이라니까.”“......”민정연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비록 무사히 홀 안에 들어왔지만,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사실은 당장 할아버지를 붙잡고 오늘 자신의 파트너는 구서준이 아니었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도통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하여 자리에 멀뚱히 앉아 임서아의 들러리 노릇이나 해줘야 했다. 그러나 임서아가 예쁜 건 사실이었다. 화려한 보석들로 한껏 치장한 그녀의 옆에 앉아 있으니 자신은 더없이 칙칙해 보였다. 또한 남성의 하나뿐인 드레스라는 말도 사실이었다. 임서아가 자랑을 늘어놓지 않았더라도 부소경이 친히 그녀를 위해 제작한 드레스라는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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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그의 말이 한없이 거슬렸던 임서아는 벌컥 화를 냈다. “당신 누구 손님이야? 당신이 뭔데 함부로 입을 지껄여. 죽고 싶어 환장했어? 내 약혼자의 아내와 딸이라니. 내 약혼자의 아내는 당연히 나라고!” 그녀에게 일깨워준 사람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마음대로 생각하세요.”순간 불길한 예감이 든 임서아가 문 쪽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고급스러운 드레스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주인공처럼 서 있던 임서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네이비 슈트를 걸친 훤칠한 남자가 조그마한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빨간 버블 스커트를 입은 아이는 세상 무서울 게 없는 듯 턱을 한껏 치켜들고 당당하게 이곳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아이는 너무 귀엽고 예뻤다. 아이의 주변으로 마치 환한 빛이 퍼지는 것만 같았다. 아이의 다른 쪽 손을 잡은 이는 그녀의 엄마인 신세희였다. 연한 남색 드레스를 차려입은 신세희가 우아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언뜻언뜻 보이는 새하얀 발목은 마치 물을 먹은 연꽃을 떠올리게 했다. 연한 남색 드레스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었으며 심지어 그녀는 목걸이조차 하고 있지 않았지만, 오히려 백조 같은 가느다란 목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세 식구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남자는 여느 때처럼 차가웠으며, 여자도 더없이 차분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있는 아이는 제 부모의 이런 분위기를 사르르 녹일 정도로 생기가 넘쳤다. 세 식구의 조화로운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편, 비교 대상을 찾는 건 사람들의 본성이었다. 어떤 이들은 벌써 귓속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오늘 주인공은 임서아 씨라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신세희 씨가 초라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고 당신이 내게 말했잖아. 대체 저게 어딜 봐서 초라한 거냐고. 아무런 장식 없이도 모든 이들을 압도하는데?”그러자 다른 사람이 탄식했다. “내가 경솔했어. 사실은 세희 씨의 옷차림을 크게 주시하지 않았거든. 그냥 드레스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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