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411 - Chapter 420

2823 Chapters

제411화

부소경이 아무리 악랄하더라도 어르신들을 전부 없애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하지만 그들의 기세를 누를 필요는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네 노인은 이내 기운을 누그러뜨렸다."유리의 어미이니 들어오라고 하거라."부태성이 제일 먼저 조용히 입을 열었다.진문옥이 뭐라고 입을 열려다가 부성웅에게 가로막혔다. 부소경이 지독한 건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나 그중 부성웅은 누구보다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자기 아들이 신세희를 아내로 맞이하겠다는데 기어코 반대하는 자는 살기 싫은 거라 봐도 무방했다.그들은 신세희를 끌어안은 부소경이 거만하게 들어오는 것을 두 눈을 뜨고 지켜봐야 했다. 지난번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신세희는 죄수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곳에서 가장 권력 있는 남자의 아내로, 작은 사모님으로 거듭났다.노인들도, 부소경의 품에 안겨 있는 신세희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나 뭐라고 말해야 해요?" 신세희가 부소경에게 조용히 물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부소경이 반문했다.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입을 열고 싶지도 않았다.부태성은 여러 차례 그녀를 인격적으로 모욕하고 짓밟으며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지금은 그가 아무리 아이를 아낀다 해도 신세희는 차마 부태성에게 웃어 보일 수 없었다.또한 진문옥과 부성웅의 눈빛만 봐도 자신을 반기지 않는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그래서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굳이 말 안 해도 돼."부소경이 말했다."……" 신세희는 고개를 들고 부소경을 힐끔 바라보았다. 정말 입을 다물고 있어도 된다는 뜻인가?"당신은 말수도 적고 고지식해서 유리의 절반만큼도 순발력이 없잖아.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부소경이 냉소했다.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얼굴을 붉혔다. 면박을 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딸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데려와 공개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거라고.실제로 그녀는 부성웅과 진문옥의 맞은편에 앉아 입을 꾹 다문 채 자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

제412화

신세희는 과묵하고 고지식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호의를 받으면 아이처럼 좋아하는 유형이었다. 다만 그런 호의를 얼마 받아보지 못했을 따름이었다."세희야, 이리 와보거라."상석에 앉은 노부인이 신세희를 향해 손짓하며 옆에 놓여있는 마호가니 상자를 열었다.정말로 신세희에게 선물을 주려는 것 같았다.신세희는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았다.비록 노부인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자신의 처지도 잘 알고 있었다. 함부로 탐내면 안 되는 물건을 가지겠다는 욕심은 전혀 없었다.그러나 옆에 있던 부소경이 신세희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일으켰다."할머니가 오라 하시잖아. 예의 갖춰.""......"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했으면서. 앞뒤가 다른 사람 같으니라고."얼른!"부소경이 냉담하게 말했다.신세희는 약간 토라진 상태로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뗐다.그녀는 이젠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노부인이 정말 선물을 건넨다면 넙죽 받을 생각이었다.'내 개인 재산이라고 치지, 뭐.'신세희는 얼굴을 붉히며 노부인의 곁에 다가가 다시 한번 공손한 목소리로 불렀다."할머니.""아이고, 죽은 어미를 쏙 빼닮은 것 좀 봐. 네 어미는 강한 사람이었어. 비록 내 아들의 명실상부한 아내는 아니었지만 독립적이고 재주도 많은 아이였지. 나와 알고 지낸 시간은 짧았지만 효심이 지극했단다."노부인이 입에 담은 '어미'는 하숙민 아주머니를 일컫는 것이었다. 그녀는 기품있고 재능도 넘쳤으며 인품도 좋았다. 지금은 깊이 잠들어 있는 하숙민 아주머니를 떠올릴 때마다 신세희는 늘 괴로웠다. 신세희가 저도 모르게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할머니…""오냐."노부인은 온화하게 웃으며 신세희의 손을 잡았다."더 가까이 오렴. 네게 이걸 주마."마호가니 상자 속 비단을 벗겨내자 한 쌍의 노란색 팔찌가 모습을 드러냈다."부씨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옥석이란다. 네 어미한테 주려고 했지만 그걸 못 기다리고 먼저 갔으니... 네게 물려주마. 앞으로 이 팔찌가 평생 너를 지켜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

제413화

할머니의 안목은 정말 훌륭했다.부소경은 저도 모르게 신세희의 부드러운 손목을 움켜쥐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진상희는 그걸 발견하고는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상석에 앉아있던 부태성이 재차 입을 열었다. "부씨 집안의 며느리라면 잘 알아둬야 할 관계가 있어. 우리 부씨 집안과 서씨 집안은 2, 3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유서 깊은 가문이다. 처음에 두 집안은 모두 상업에 종사했었지. 그 후 몇 십 년 동안 서씨 집안은 정치와 학문에 종사했고. 그러나 두 집안은 오늘날까지 관계를 맺고 있다. 오늘 소경이 너를 부른 건 유리가 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서씨 집안 어르신의 몸이 안 좋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설마 너 여태 몰랐던 게냐?"‘서씨 집안 어르신이 편찮으시다니? 면접보던 날 회사에서 서준명 씨를 우연히 만난 뒤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어르신이 편찮았던 거였구나.'"알고 있습니다."부소경이 말했다."알고 있었다면서 어찌 한 번도 문병하지 않았느냐?"부태성이 물었다."......"서씨 집안 어르신이 서울 고위급 간부 병동에 입원한 지 보름이 넘었다. 이미 알고 있던 부소경은 구경민을 시켜 노인에게 귀한 약재를 보내게 했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가지는 않았다.그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사실 지난번 신유리 때문에 울화가 치밀었던 게 병환의 주요 원인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서씨 집안 어르신은 부소경이 임서아와 결혼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어르신이 정정했을 때라면 부소경이 제멋대로 행동해도 되었지만, 만약 이렇게 위중할 때 행여 문병하러 갔다가 또 임서아와의 결혼 문제가 언급된다면 부소경도 단칼에 거절하기 어려웠다. 아마 그랬다면 그 노인네는 그 자리에서 졸도했을 것이다. 아무리 악명 높은 부소경이라지만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싶지는 않았다. 이게 전부였다."말해 보거라!"부태성이 힐난했다."가기 싫었습니다." 부소경은 신세희보다도 짧게 대답했다."너…" 부태성이 손가락질했다."그분은 네 어미의 목숨을 구해주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

제414화

신세희의 생각에도 이게 맞았다.그녀를 인정한 건 노부인 한 사람뿐이었다. 노부인은 그녀에게 귀한 팔찌도 주었다지만, 연세가 있으신 노부인의 기억이 온전하리란 보장도 없었다. 아마 부씨 집안 사람들은 이 보물을 그녀에게 내어줄 마음이 없을 것이다. 팔찌는커녕 의자도 내어주기 싫어했으니까.눈치 빠른 그녀가 부소경에게 말했다."아침을 많이 먹어서 지금은 별로 배가 고프지 않네요. 배도 아픈 것 같고. 차에 누워있을래요."부소경에게 생리가 왔다고 거짓말한 것을 떠올린 그녀는 배가 아프다고 말했다.부소경이 피식 웃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배 아파? 문질러줘? 내가 불 속성이라 금방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데.""…"신세희의 얼굴이 갑자기 붉게 달아올랐다.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때 부소경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다이닝룸으로 들어섰다.신세희는 속으로 냉소했다. 결국 난감한 상황을 피해 갈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무표정하고 침울한 신세희의 모습을 보며 진상희는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식사 전 진상희는 진문옥에게 눈물 콧물을 잔뜩 쏟으며 하소연했다."이모, 이 집에서 살지 마. 이 집안에 더는 이모 자리가 없는 것 같아. 나랑 함께 돌아가자. 내가 이모 노후를 책임져 줄게. 평생 고생이라곤 한 번도 안 해본 우리 이모... 이딴 데서 처량하게 지내는 걸 내가 어떻게 두고 보겠어. 할머닌 노망이 난 게 틀림없어. 누가 누구인지조차 분간하지 못하잖아! 어떻게 가문의 귀중한 보물을 신세희에게 주실 수 있지? 신세희가 그걸 받을 자격이 있나? 걔가 어떻게 이 집에 왔는지 할머닌 모르시는 거야? 걔는 넷째 도련님이 자기 딸에게 온전한 가정을 꾸려주기 위해 억지로 결혼한 사람일 뿐이잖아! 이모, 그 계집애는 날강도야. 이젠 이모의 자리까지 위협할 거라고. 우린 떳떳해, 이모! 굳이 이곳이 아니더라도 내가 충분히 이모 먹여 살릴 수 있어."진문옥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한편 더없이 분노했다. 그녀가 책상을 내려치며 씨근거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

제415화

진문옥이 식사 담당 고용인에게 명령했다."신세희의 자리는 마련하지 말아요. 우리 부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를 어머님이라고 부르지도 않잖아. 우리를 인정하지도 않는데 밥 얻어먹을 자격이 어디 있어. 누가 감히 내게 토를 다는지 두고 보자고."진문옥은 나이와 지위를 내세우며 거만하게 굴었다.고용인은 감히 그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 아이의 몫까지 합하면 식사 인원은 총 10명이었다. 그런데 신세희의 자리를 빼버린 것이다.의도대로 잘 놓인 의자를 보며 진상희는 기분이 좋아졌다.그녀는 신세희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볼 계획이었다. 먼저 다이닝룸에 들어간 그녀는 항상 앉던 위치에 자리를 잡고 부씨 집안 식구들에게 인사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이모부, 고모, 고모부. 오셨어요?"그녀가 말하는 고모와 고모부는 바로 조의찬의 부모였다.진상희는 조의찬 부모도 신세희를 매우 싫어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그들 부부가 친절하게 진상희의 인사를 받아주었다."상희야, 어서 앉거라."의자와 수저가 모자란 걸 눈치챘으나 아무도 언급하는 이가 없었다.신유리가 도도도 달려와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 보니 의자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어? 의자가 하나 남았네. 우리 엄마 아빠는 어디에 앉지?"신유리가 말했다.상석에 앉은 노부인이 그제야 눈치 채고는 얼른 입을 열었다."며늘아가, 오늘은 의자 하나를 더 마련했어야지. 왜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게야."진문옥이 차가운 낯빛으로 대답했다."어머나, 내 정신 좀 봐요. 저도 이젠 늙었네요. 이렇게 우리 집안을 위해 몇십 년을 고생했건만 어머님이라 불러주는 사람 하나 없다니... 이젠 노망까지 나서 쓸모도 없겠어요. 어떻게 고용인들에게 의자 하나를 더 준비하라고 말한다는 걸 깜빡했지?"그러자 노부인이 말했다."이 일은 네 탓이 아니다. 매일 식사하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으니 잊어버렸을 수도 있지. 내가 오늘 세희에게 팔찌를 준 것 때문에 그 아이를 편애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

제416화

"풋."잔뜩 기고만장해진 진상희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조롱 섞인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 부소경의 아내가 되었다고 당장 부씨 집안의 다이닝룸에서 밥을 얻어먹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비꼬는 것이었다.정말 자기가 부소경의 아내라고 생각하는 건가?노부인의 팔찌를 받은 건 부씨 집안 모든 사람의 미움을 사는 행동이었다. 그 팔찌는 이모가 물려받고 나중에는 그녀의 손에 들어와야 마땅했다.'자식 하나를 낳은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감히 부씨 집안의 보물을 가지려 해? 쫓겨나는 건 모두 네년 자업자득이야.'속으로 아무리 빈정거려도 어쩐지 만족스럽지 못했던 진상희는 부소경의 기세를 빌려 신세희에게 욕을 했다."신세희 씨. 여긴 당신이 발 들일 데가 아니에요. 넷째 도련님이 꺼지라고 말한 것도 당신을 많이 봐준 거라고... 악!"진상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신유리가 그녀의 눈과 입에 칠리소스를 뿌렸다.음식에 곁들일 소스가 진상희의 얼굴에 가득 묻었다. 신유리는 여전히 진상희를 노려보았다."악! 따가워! 이모…. 흑흑."울부짖으며 냅킨으로 입과 눈을 닦은 진상희는 가까스로 눈을 떴다. 그녀는 감히 신유리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대신 신세희에게 소리쳤다."대체 애 교육을 어떻게 했길래!""꺼져."부소경의 눈에 살기가 서려 있었다."아... 넷째 도련님… 혹시 저한테 한 말이었어요?""귀가 먹진 않았네."부소경이 건조한 목소리 말했다.진상희는 납득할 수 없었다."넷째 도련님… 전… 부씨 저택에서 이미….""다시 한번 말하는데, 꺼지라고. 내가 널 걷어차 버려야겠어?"부소경이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가 발길질하지 않은 건 이 자리에 있는 아내와 딸이 놀랄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신세희에게 친절했던 노부인도 이젠 90대라 이런 충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부소경의 말을 들은 진상희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진문옥을 향해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조금 나아지나 싶었던 진문옥의 안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

제417화

하지만 진문옥이라고 별수 있겠는가.그녀는 하숙민과 평생을 싸웠다.처음엔 하숙민을 제 발밑에 무릎 꿇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의 하나뿐인 아들마저 계승권을 박탈당한 채 해외로 쫓겨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아들이 하루아침에 전세를 뒤집을 줄이야.부소경은 쥐도 새도 모르게 진문옥의 아들들을 전부 죽여버렸다.자식 하나 없는 그녀가 이 저택에서 지낼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은 부성웅의 아내라는 것뿐이었다.진문옥은 진상희의 편을 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진상희가 쫓겨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진상희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 쥐고 부씨 집안의 고용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 밖으로 쫓겨났다."밥 먹자."마침내 노부인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노부인이 비호하니 부태성도 뭐라 하지 않았다. 신세희를 난처하게 만드는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곁에 앉은 유리가 극진하게 엄마를 보살피고 있었다.엄마, 이거 먹어 봐, 저거 먹어 봐, 신세희는 정말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신세희가 저택에서 배불리 먹고 있을 때, 쫓겨난 진상희는 다친 뺨을 감싸 쥔 채 차마 이곳을 떠날 수 없어 여전히 대문 밖을 서성거리고 있었다.부소경이 신유리를 안아 들고 신세희가 그 뒤를 따라 나오는 것을 직접 확인한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울먹이며 진문옥에게 전화를 걸었다.진문옥은 몰래 진상희를 집에 들어오게 했다."여보, 내가 우리 상희를 이 집에 들인 건 날 위한 게 아니야. 당신도 봤잖아. 당신 아들은 이제 나뿐만 아니라 당신까지도 무시해. 그래도 우린 소경이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어. 내가 왜 상희를 소경이랑 결혼시키려 하겠어, 적어도 상희는 우리를 따를 거 아니야. 그리고 상희가 낳은 아이는 우리 핏줄이기도 하잖아. 그렇지만 신세희는 뭔데?"진문옥이 울면서 부성웅에게 하소연했다. 부성웅은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들 부부가 부소경을 붙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부소경에게 그들 부부와 한마음인 아내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

제418화

신세희가 솔직하게 말했다."당신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이라면서요. 가질 수 없어요."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는 건 굉장히 난처한 일이었다. 지난번 하숙민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준 팔찌로 인해 목숨이 위험하지 않았던가. 며칠 전 부소경이 그녀에게 팔찌의 행방을 물었을 때 그녀는 문득 우스워졌다.이젠 그녀의 물건이었으니 마음대로 처분해도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부소경이 그녀에게 팔찌의 행방을 물은 건 착용하는 건 허락하겠지만 함부로 팔거나 처분하는 건 허락하지 않겠다는 소리였다.그녀는 돈에 눈이 먼 사람이 아니었다. 6년 전, 그녀는 그 팔찌를 하숙민의 유골함과 함께 두었다. 하여 부소경이 물었을 때 자신만만하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팔찌는 무사했으니까.이 옥석 팔찌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기에 처분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차고 있으면 거추장스러울 따름이었다."난 재물을 탐내거나 남의 걸 욕심내는 인간이 아니에요. 나중에 유리가 다 커서 내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면 당신은 분명 이 팔찌를 돌려받으려고 하겠죠. 만약 그때 살이 쪄서 팔찌가 안 빠진다고 당신이 내 팔목을 자르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그럼 너무 손해인데."신세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시원스레 웃었다.신유리도 웃음을 터뜨렸다."엄마, 이 농담 너무 재미있다!"신세희의 의도대로였다. 그녀는 부소경에게 자신은 사리에 어두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은 동시에 딸아이가 두 사람이 싸운다고 오해하지 말았으면 싶었다.그래서 그녀는 이런 농담밖에 할 수 없었다.부소경은 그 말이 거슬렸다. 누군가 가슴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만 같았다.자기는 이렇게나 잘해주는데 이 여자는 왜 이렇게 냉정하단 말인가. 어떻게 사람의 심장을 찌르는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을 수 있지?이 여자에게 따뜻한 심장이 존재하기나 할까? 마음 같아선 꺼내 확인해보고 싶었다."차고 있으라면 그냥 그런 줄 알아. 유리 이제 5살이야. 아이가 성인이 되고 당신이 쓸모를 다 했는데도 팔목이 잘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

제419화

"난 나와 엄마를 지킬 수 있어."마음이 뭉클해진 신세희는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우리 귀염둥이, 엄마는 네가 다 엄마를 위해서 한 행동이라는 걸 알아.""응, 엄마."이때다 싶었는지 아이가 애교를 부렸다."매일 놀이공원에 가고 싶은 거 아니야. 사실 어제 꼭 3명이 타야 하는 놀이기구가 있었어. 아빠가 엄마를 끌어안고, 엄마는 아이를 끌어안고 타는 롤러코스터! 어제 너무 놀고 싶었는데 선우 아저씨가 이 씨 할머니를 안기 싫어했어.""헉!"운전하던 엄선우는 목이 콱 메었다.엄선우는 아직 서른도 안 되었고 이 씨 아주머니는 이미 오십 대를 넘겼다. 그런데 그더러 이 씨 아주머니를 안으란 말인가?엄선우는 억울한 눈빛으로 제 도련님을 쳐다보았다."엄선우, 놀이공원으로 가."부소경이 말했다."네, 도련님!"놀이공원에 도착한 신세희는 그제야 롤러코스터의 경사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깨달았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였다.그녀는 겁이 많지도, 나약하지도 않았지만 고소공포증이 있었다.다리가 후들거려 바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던 그녀를 발견한 부소경이 꽉 껴안았다.잔뜩 흥분한 유리가 중얼거렸다."우와, 드디어 엄마 아빠가 나랑 같이 놀이기구 탄다!"사실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신세희는 고소공포증을 억누른 채 크게 심호흡한 뒤 강제로 롤러코스터에 올랐다.아이가 신세희의 품에 안겨 있었고 그런 모녀의 뒤에 부소경이 앉았다.남자의 품에 안긴 채 그의 허벅지 사이에 어색하게 앉은 신세희는 얼굴을 붉혔다. 미처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단단한 팔이 그녀를 감쌌다. 순간 더없이 안심되었다.고소공포증이 있던 그녀는 문득 그의 품속이라면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히 시동이 걸리면서 차가운 바람이 휙휙 얼굴을 스쳤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던 신세희는 그만 비명을 내질렀다. 한 손으로 아이를 꽉 감싼 그녀는 다른 한 손으로 부소경의 팔을 필사적으로 그러쥐었다.엄마의 비명을 들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

제420화

"아, 아니요."신세희가 마음과는 다른 말을 내뱉었다.그에게 속마음을 들킨 것만 같았다. 그녀는 여태 한 번도 비싼 물건을 몸에 두른 적 없었다.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팠으니 액세서리는 지나친 사치였다.만져본 액세서리라고는 하숙민 아주머니가 선물한 팔찌가 전부였다. 그녀는 그것마저도 아주머니의 무덤에 도로 넣어주었다.그렇지만 장신구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건 신세희도 마찬가지였다.부소경이 두 팔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부드러운 입술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낮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좋아하지도 않는다면서 왜 그렇게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던 거지? 거짓말하긴.""......""거짓말하면 내가 벌을 줄지도 모르는데?"부소경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더없이 매혹적이었다.그 목소리에 머릿속이 흐트러진 신세희가 순순히 대답했다."마, 마음에 들어요. 그만, 좀 놔줘요.”부소경이 피식 코웃음 쳤다.그는 말없이 그녀를 안은 채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부소경을 닮은 차가운 분위기의 방에는 그의 체취가 물씬 배어있었다.그 속에 자리한 신세희는 더욱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심지어 그가 언제 자신을 그의 침대에 눕혔는지도 몰랐다.그녀의 양손을 단단히 고정한 부소경이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질문했다."그렇게 마음에 들었으면서 왜 그 집을 나서자마자 돌려주려 했지? 팔찌는 마음에 들지만 부씨 집안 작은 사모님은 되기 싫다는 건가? 아니라면, 팔찌는 좋은데 부씨 집안 사람들이 싫은 건가? 하지만 당신은 노인네들이 유리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지. 그러니 일부러 내게 팔찌를 돌려주며 시위하고 싶었던 거지?""아니야, 아니라고!"신세희는 날 선 목소리로 부정하며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도무지 그의 완력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러자 그녀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하소연했다."내가 이 팔찌를 좋아하는 게 어때서요? 내가 훔친 것도 아니고 당신 가족이 내 손에 쥐여준 거잖아!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
PREV
1
...
4041424344
...
283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