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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화

부소경이 아무리 악랄하더라도 어르신들을 전부 없애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기세를 누를 필요는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네 노인은 이내 기운을 누그러뜨렸다.

"유리의 어미이니 들어오라고 하거라."

부태성이 제일 먼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진문옥이 뭐라고 입을 열려다가 부성웅에게 가로막혔다. 부소경이 지독한 건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나 그중 부성웅은 누구보다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자기 아들이 신세희를 아내로 맞이하겠다는데 기어코 반대하는 자는 살기 싫은 거라 봐도 무방했다.

그들은 신세희를 끌어안은 부소경이 거만하게 들어오는 것을 두 눈을 뜨고 지켜봐야 했다. 지난번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신세희는 죄수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곳에서 가장 권력 있는 남자의 아내로, 작은 사모님으로 거듭났다.

노인들도, 부소경의 품에 안겨 있는 신세희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나 뭐라고 말해야 해요?"

신세희가 부소경에게 조용히 물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부소경이 반문했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입을 열고 싶지도 않았다.

부태성은 여러 차례 그녀를 인격적으로 모욕하고 짓밟으며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지금은 그가 아무리 아이를 아낀다 해도 신세희는 차마 부태성에게 웃어 보일 수 없었다.

또한 진문옥과 부성웅의 눈빛만 봐도 자신을 반기지 않는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서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굳이 말 안 해도 돼."

부소경이 말했다.

"……"

신세희는 고개를 들고 부소경을 힐끔 바라보았다. 정말 입을 다물고 있어도 된다는 뜻인가?

"당신은 말수도 적고 고지식해서 유리의 절반만큼도 순발력이 없잖아.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

부소경이 냉소했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얼굴을 붉혔다.

면박을 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딸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데려와 공개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거라고.

실제로 그녀는 부성웅과 진문옥의 맞은편에 앉아 입을 꾹 다문 채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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