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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신세희는 과묵하고 고지식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그녀는 호의를 받으면 아이처럼 좋아하는 유형이었다. 다만 그런 호의를 얼마 받아보지 못했을 따름이었다.

"세희야, 이리 와보거라."

상석에 앉은 노부인이 신세희를 향해 손짓하며 옆에 놓여있는 마호가니 상자를 열었다.

정말로 신세희에게 선물을 주려는 것 같았다.

신세희는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비록 노부인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자신의 처지도 잘 알고 있었다. 함부로 탐내면 안 되는 물건을 가지겠다는 욕심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옆에 있던 부소경이 신세희의 손목을 잡고 억지로 일으켰다.

"할머니가 오라 하시잖아. 예의 갖춰."

"......"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했으면서. 앞뒤가 다른 사람 같으니라고.

"얼른!"

부소경이 냉담하게 말했다.

신세희는 약간 토라진 상태로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뗐다.

그녀는 이젠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노부인이 정말 선물을 건넨다면 넙죽 받을 생각이었다.

'내 개인 재산이라고 치지, 뭐.'

신세희는 얼굴을 붉히며 노부인의 곁에 다가가 다시 한번 공손한 목소리로 불렀다.

"할머니."

"아이고, 죽은 어미를 쏙 빼닮은 것 좀 봐. 네 어미는 강한 사람이었어. 비록 내 아들의 명실상부한 아내는 아니었지만 독립적이고 재주도 많은 아이였지. 나와 알고 지낸 시간은 짧았지만 효심이 지극했단다."

노부인이 입에 담은 '어미'는 하숙민 아주머니를 일컫는 것이었다. 그녀는 기품있고 재능도 넘쳤으며 인품도 좋았다. 지금은 깊이 잠들어 있는 하숙민 아주머니를 떠올릴 때마다 신세희는 늘 괴로웠다. 신세희가 저도 모르게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

"할머니…"

"오냐."

노부인은 온화하게 웃으며 신세희의 손을 잡았다.

"더 가까이 오렴. 네게 이걸 주마."

마호가니 상자 속 비단을 벗겨내자 한 쌍의 노란색 팔찌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씨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옥석이란다. 네 어미한테 주려고 했지만 그걸 못 기다리고 먼저 갔으니... 네게 물려주마. 앞으로 이 팔찌가 평생 너를 지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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