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321 - 챕터 330

2823 챕터

제321화

할아버지 부태성, 아버지 부성웅, 큰엄마 진문옥까지,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대로 얼어붙었다.엄선우는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방금 도련님이 자기더러 얼굴이 퉁퉁 부은 여자의 사진을 찍으라고 했단 말인가?이러면 너무 안 좋은 말들이 돌 것 같았다.설마 다섯 살짜리 딸아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그러나 엄선우의 촉이 말해주고 있었다. 넷째 도련님의 진짜 목적은 딸아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엄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는 걸.그에게 20억을 빚진 그 여자 말이다.부소경이 임서아의 민망한 사진을 찍는 이유가 신세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거라는 생각이 들자 엄선우는 즐거워졌다. 휴대전화를 꺼내 찍으려던 찰나 임서아가 부소경에게 애교를 부렸다."오빠..."잔뜩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와 그녀의 얼굴이 합쳐지니 소름이 돋았다.부소경은 임서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차갑게 말했다."명문가 규수가 우리 집 거실에서 다른 사람과 머리채를 잡고 싸우다니요.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쓴 건 말할 것도 없고 본인도 많이 다쳤습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서씨 가문의 명예가 하루아침에 추락하게 생겼군요. 할아버지, 먼저 외손녀를 잘 교육한 다음에 밖으로 데리고 나오셨어야죠. 이게 무슨 망신입니까. 할아버지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우리 부씨 집안에서 싸우고 사람을 다치게 하고 피를 봤으니 제가 대신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 엄선우, 당장 촬영해. 다양한 각도에서!""네.도련님!"씩씩하게 대답한 그는 속으로 도련님이 정말 사심을 잘 채운다고 생각했다.분명 딸아이가 장난스레 낸 아이디어였지만 부소경은 정색하며 진지하게 임했다.엄선우는 임서아의 얼굴을 향해 다각도로 셔터를 눌러댔다.임서아는 딱 죽고 싶은 심경이었다.잔뜩 화가 난 서씨 집안 어르신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소경아, 대체 뭐 하는 짓이냐!"부소경이 침착한 눈빛으로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어르신, 제가 할아버지라 칭한 건 어르신을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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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어르신이 팔찌를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부소경은 어머니가 생전에 신세희에게 팔찌를 줬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릴 뻔했다. 그 팔찌는 어머니의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라 감히 값을 매길 수 없었다.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소경아, 그 여자는 교활하고 꿍꿍이가 많아. 생각해 보거라. 의찬이도 그렇고 시언이도 그렇고, 우리 준명이까지... 그 여자 때문에 피해를 본 이들이 대체 몇이더냐? 어찌 그 여자와 네 어미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어. 그런 여자가 가르친 아이라고 다르겠느냐?"부소경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내 딸은 지금 내 곁에 있는데 아이의 엄마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어르신, 너무 멀리 간 거 아닌가요? 내가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든지 외부인이 간섭할 권리는 없습니다. 우리 부씨 집안에서 망신당하는 일 없도록 당신 외손녀나 제대로 관리하십시오."말을 마친 부소경이 신유리를 안은 채 밖으로 나가려고 하던 때 부태성이 소리쳤다."소경아, 오늘 함께 식사하기로 하지 않았느냐. 네 할머니가 유리를 위해 선물도 잔뜩 준비했는데... 소경아!"부태성이 매우 섭섭하다는 투로 말했다.손자도 증손녀도 이렇게 보내기엔 아쉬웠다. 비록 어린 소녀였지만, 그 요망한 성격은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다섯 살밖에 안 된 어린 나이에 진상희를 속였고 임서아에게 망신을 주어 그 자리에서 울렸으니 정말 보통 내기가 아니었다.암, 그렇고말고. 부씨 집안의 아이는 마땅히 이래야 했다.부씨 저택에서 두 여자가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고, 주동자는 이 아이였다. 그러나 부태성 노부부와 부성웅은 오히려 이 아이가 더 좋아졌다.아이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성격마저 부소경의 판박이였다. 하여 부태성은 권위를 내려놓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소경에게 말을 건넸다.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딸아이를 안아 밖으로 나가던 부소경이 입을 열었다. "저택이 지나치게 난장판이군요. 한 무리 사람들을 그럴듯하게 두 줄로 거실에 앉히는 게 상류층의 모임이라고 생각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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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아저씨, 꿩 먹고 알 먹다가 뭐야?"아이는 아직 속담을 잘 몰랐다."그건 말이지..."엄선우가 잘난척하며 아이에게 설명하려 할 때, 부소경이 백미러를 통해 그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걸 발견하고 이내 입을 다물었다.엄선우는 눈치를 볼 줄 알았지만 아이는 아니었다. 엄선우가 입을 꾹 다물자 아이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못된 아빠를 바라보았다."내가 묻잖아, 꿩 먹고 알 먹다가 뭐야?"신유리는 현재 부씨 저택에서처럼 마냥 그의 품에 안겨있지 않았고 심지어 아빠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사실 조금 화가 치밀었다. 왜 이 못된 아빠는 성격도 나쁘고 곁에 여자들까지 줄줄이 달고 사느냔 말이다. 볼수록 짜증이 났다.심술궂은 아이를 내려다본 부소경은 기가 막혔다.그는 신유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왜 진상희를 모함했어?""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 했으니까!"신유리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그러면 왜 또 진상희를 모함한 뒤엔 임서아에게 녹색 모자를 씌웠니?"부소경이 모른 척 물었다."그 여자도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 하니까!"신유리는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그래서 넌 또 그 두 여자를 싸우게 하고 옆에서 그걸 구경했어?"부소경이 흥미롭게 물었다."흥. 누가 당신한테 시집가고 싶어 하래? 당신은 우리 엄마 거야. 아무도 우리 엄마한테서 당신을 뺏을 수 없어!"아이의 말투는 매우 오만했다.기가 막힌 부소경이 냉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넌 엄마가 나랑 결혼했으면 좋겠어?""......"자신이 과연 그걸 원했을 것 같은가? 전혀 아니었다."누가 그래! 우리 엄마는 절대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지 않을걸!"신유리는 괜히 툴툴거렸다."......"다섯 살짜리 애송이랑 무슨 도리를 따질 수 있겠는가? 결국엔 아이의 고집에 두 손 두 발 다 드는 법이었다.부소경은 아예 묻지 않기로 했다.하지만 오늘 저택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그는 아이의 전투력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었다.비록 자기 엄마가 못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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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뜬금없는 물음에 신세희는 어리둥절했다.그녀가 무심코 되물었다."팔찌요? 요즘 내게 옷만 선물해 줬지 장신구는 없었잖아요."덤터기를 씌우려는 건가?그녀는 그에게서 어떤 팔찌도 받은 적 없었다.부소경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6년 전 그 팔찌 말이야.""......"6년 전, 신세희는 남성을 떠나기 전 하숙민이 줬던 팔찌를 그녀의 유골함 옆에 두었다. 그 팔찌가 자기 대신 하숙민 아주머니와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건 자신이 하숙민 아주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표하는 방식이었다.잠시 감정을 추스른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당신이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잊어버릴 뻔했네요. 6년 전에 내가 한 번 돌려줬는데 당신이 거절했잖아요. 당신 어머니가 준 거니까 그냥 갖고 있으라면서요. 왜 이제 와서 묻는 거예요? 돌려달라고요?"신세희의 타박에 부소경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러나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이 여자에게는 그의 뜻을 자주 오해하는 버릇이 있었다.6년 전 자신이 직접 그렇게 말했으니 당연히 돌려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팔찌는 어머니가 그녀에게 준 선물이라 자신이 도로 빼앗을 권리도 없었다. 그가 그녀에게 팔찌의 행방을 물은 건, 그 물건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때 그녀에게 줬던 사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그는 팔찌가 아직 그녀의 손에 있는지 묻고 싶었다.만약 없다면, 대체 어디에 팔아버렸을까?그 팔찌가 어디로 흘러갔든 그는 반드시 되찾을 생각이었다. 절대 어머니의 유품이 밖을 떠돌아다니게 해서는 안 되었다.한참 뒤 부소경이 퉁명스럽게 물었다."돌려받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일단 당신 하는 거 봐서. 얌전하게 굴면 팔찌는 돌려받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그건 내 어머니의 유품이니 적어도 그 팔찌가 당신 손에 있는지, 아니면 이미 팔아버렸는지는 확인해야겠어.""......"그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곧이어 허무한 목소리가 흘러왔다."대체 나를 뭐로 보는 거예요? 하숙민 아주머니는 내게 남은 단 하나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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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아이는 겁이 없었다. 예전에 그 작은 도시에서 유치원에 다녔던 2년 동안에도 남자아이와 셀 수 없이 싸웠었다.물론 아이가 싸웠던 이유는 아빠가 없다고 놀리거나 자기 엄마를 헐뜯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신유리는 야무지게 그런 적수들을 물리쳐왔다.유치원 아이들을 때리던 애가 이젠 어른들에게까지 손을 뻗은 건가?신세희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다섯 살 된 아이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어른들의 세계는 훨씬 복잡했다. 아무리 사납고 용맹해도 아이는 절대 어른들과 힘이나 지혜를 겨룰 수 없었다. 신세희는 딸아이의 안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그녀가 무서운 목소리가 경고했다."신유리! 한 번만 더 어른들한테 장난치면 엉덩이를 맞을 줄 알아! 그리고 엄만 다신 너 안 볼거야!""......"입을 삐죽거리던 신유리가 울먹이며 말했다."나는 그냥 엄마 도와주려고...""엄마는 네 도움 필요 없어. 그냥 네가 말썽만 피우지 않으면 돼."그녀가 엄숙하게 말했다. 어릴 때부터 교육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신세희는 아이를 엄격하게 대했다."하지만 그 여자들이 아빠를 뺏고 싶어 했단 말이야...""엄마가 다시 말하는 데 네 도움 필요 없어. 신유리, 엄마 말 잘 알아들었어? 다음부터는 절대 어른들 건들지 마. 만약 다시 한번 그러면 너 진짜 엄마한테 단단히 혼날...""내 딸이야, 그딴 위협은 그만둬!"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소경이 윽박질렀다."......"부소경의 말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어른들을 건들지 말라고? 오늘은 그 두 사람이 먼저 잘못한 거야. 당신은 유리가 억울해도 내버려 둘 거야? 엄마가 돼서 왜 내 딸을 그렇게 교육하는 거야."부소경이 더 화가 난 건 신세희의 매몰찬 말투였다. 분명 제 아빠의 주변 여자를 쫓아내기 위해서라는 걸 알면서도 네 도움 따윈 필요 없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왜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신세희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부소경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불안으로 심장이 쿵쿵 뛰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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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서준명은 6년 전에 비해 훨씬 성숙해졌고 기품있었다. 서준명은 그때 그녀가 남성에서 도망치려 했을 때 많이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부소경의 결혼식을 막으러 갔을 때도 기꺼이 도와줬었다.신세희는 서준명을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서준명이 안부를 물었다."세희 씨, 괜찮아요? 당신이 부소경에게 잡혀 왔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 집안에서도 감시가 심해서 쉽게 접근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내가 섣불리 행동하면 부소경이 더 화를 낼 것 같아서 연락도 못 했네요. 지금은... 괜찮은 거예요? 그 사람은...""잘 해줘요."그녀가 짧게 대꾸했다.신세희는 그저 살포시 웃기만 했다.신세희는 항상 감사함을 마음에 새겨두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잘 티를 내지 않았다. 당시 조의찬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많이 도움을 받아 감사함을 품고 있었지만 결코 입에 담지는 않았다. 나중에 조의찬에게 깊은 상처를 받았지만 그녀는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를 지켜줬었다.그녀의 담담한 모습에 서준명도 안심했다."일자리 구하는 거예요?"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건축설계사로 일하려고요. 회사에서 제법 저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요.이곳이 제 미래 직장이에요."서준명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정말요? 잘됐네요""네."신세희가 웃으면서 물었다."그런데 여긴...""여긴 내 친구들끼리 동업해서 만든 회사예요. 친구들한테 세희 씨 좀 잘 부탁한다고 말해 놓을게요."신세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러지 마세요. 제 실력으로 당당히 월급 받고 싶어요."서준명이 웃으며 대답했다."네, 멋지네요. 세희 씨는 꼭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그는 신세희를 처음 본 순간부터 고모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임서아를 당신 외손녀로 알고 있었고 그녀를 불면 날아갈까 소중히 아꼈다.서준명은 임서아가 꺼림칙했다.하지만 그의 손에는 그녀가 고모의 딸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었다.부모님이 조사한 데 의하면 고모는 확실히 임지강과 결혼한 적 있었고, 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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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신세희와 임씨 가문 사이의 일은 그녀에게 상처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들추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부끄러워 내보이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신세희는 카페에 가지 않고 지원했던 회사 바로 앞 대로에서 자신과 임씨 가족 사이의 관계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했다.더는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어서 집에 돌아가 대체 유리가 부씨 저택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싶었다."열두 살 때까진 고향에서 살았어요. 작은 교외였죠.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셨어요. 농한기 때는 아빠가 화물 상하차 작업을 하셨고요. 그런데 열 살 때, 일하시던 도중 화물 상자가 무너지는 바람에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그 해부터 엄마도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죠. 엄마의 건강은 계속 악화됐고 그 와중에 난 성적이 좋았던 터라 엄마는 내가 공부를 그만두는 걸 원하지 않으셨어요.2년 뒤에 엄마는 나를 데리고 남성으로 왔어요. 그때 난생처음 도시에 발을 들였어요. 엄마는 우리 집안과 임씨 집안이 무슨 관계인지 한 번도 말씀해주시지 않았어요. 그저 임지강네 집으로 찾아가 그들 부부한테 나를 받아달라고 사정했어요. 내가 공부를 마칠 수 있게 말이죠. 임지강은 내키지 않아 했고 허영은 더 불만이었죠.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나중에는 억지로라도 날 받아줬어요. 그래서 임씨 집안에서 자라게 된 거예요. 엄마는 반년마다 나를 보러 오셨어요. 그렇지만 한 번도 그 집에 간 적은 없고, 학교에서 내 얼굴을 본 뒤 용돈 좀 챙겨주고는 바로 떠나셨어요.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이면 난 고향에 내려가 엄마를 도와 채소를 팔았어요. 형편이 여유롭진 않았지만 그래도 행복했어요. 몇 번이나 임씨 집안과 무슨 사이냐고 물었지만 엄마는 끝까지 대답하지 않으셨어요. 방학이 끝나면 나는 다시 남성으로 가서 그 집에 얹혀살며 공부를 해야 했어요.이런 생활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대학 2학년까지 계속되었어요. 그동안 엄마의 병세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고 날 보러 오는 횟수도 점점 줄었죠. 대학에 가니까 지출이 더 늘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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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그는 무슨 위로를 건네야 할지 몰랐다. 그저 마음속으로 그녀의 비참함에 공감하려 했을 뿐이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거세게 퍼부었다.신세희는 무심코 손을 들어 머리를 감쌌다. 서준명은 그녀를 회사의 1층 로비 안으로 이끌었다.서준명이 휴대전화를 꺼냈다."노 비서님, 잠깐 내려와서 서류 좀 받아주시겠어요?"신세희는 의아했다. 조금 전까지 그는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사람을 시켜 서류를 가져가라고 하는 걸까?얼마 후 오피스룩의 예쁘장한 여자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다가왔다. 서준명은 여자에게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소 사장님께 전해줘요. 난 일이 있어서 올라가진 않을게요."여자가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하고 자리를 떠났다.서준명이 신세희에게 시선을 돌렸다."어디로 가요? 데려다줄게요."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잠깐 뜸을 들인 그녀가 입을 열었다."아뇨, 혼자 갈 수 있어요"서준명이 웃으며 물었다."부소경에게 가는 거예요? 그 사람이 무서워요?""...그 사람은 사실, 잘해주는 편이에요.""그럼 뭐가 걱정이에요?"그가 다시 미소 지으며 물었다.신세희도 그저 가볍게 웃고 말았다.조금 전 신유리의 말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진 탓이었다. 당장 돌아가 대체 무슨 일인지 따지고 싶었다. 이 도시는 두 모녀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신세희는 유리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길 바랐다.만약 아이가 사고를 친 것이라면 신세희는 바로 아이를 보호해야 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집에 가고 싶은 것이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신세희는 그의 호의를 사양하지 않았다."고마워요, 준명 씨."서준명이 안심하며 씨익 웃었다. 그녀가 거절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6년 전 그도 그녀를 오해한 적 있었다. 나중에 그녀가 자기의 목숨을 걸고 조의찬을 구했다는 사실에 감명받은 건 서시언 뿐만 아니었다. 서준명도 마찬가지였다."시언이는..." 운전하면서 서준명은 신세희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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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돈이 필요하면 얼마가 됐든, 언제든지 날 찾아요. 절대 혼자 끙끙 앓지 말고요.""고마워요, 준명 씨." 신세희가 명함을 받으며 말했다.그녀는 사실 명함을 받기 싫었다. 굳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녀와 유리는 부소경 곁에 머물 테니 앞으로 돈이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도 이미 직장을 구했으니 열심히 한다면 정당한 보수도 받을 수 있었다.그녀는 누구에게도 의지하고 싶지 않았다.다만 예전에 서준명이 그녀를 많이 도왔기에 그의 체면을 지켜주고 싶어서 명함을 받은 것이었다.이때 두 사람의 뒤에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두 사람은 시선을 돌려 그 차를 바라보았다.그녀의 안색이 당황으로 물들었다.왜 하필이면 이때 부소경을 마주친단 말인가.신세희는 부소경이 행여 질투라도 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소경이 질투할 리가 없지 않은가? 자신은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 많았다.차에서 먼저 내린 사람은 엄선우였다. 서준명을 발견한 엄선우가 인삿말을 건넸다. "귀한 손님이 오셨군요."인사를 하면서 그는 뒷문을 열었다. 부소경과 그에게 안긴 아이가 모습을 비췄다. 아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아이와 아빠가 동시에 서준명에게 눈길을 주었다.신세희와 서준명은 어쩐지 조금 민망해졌다.부소경은 매우 복잡한 눈치였다. 그런 아빠의 어깨에 기댄 소녀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아이는 서준명이 싫지 않았다. 꼬물꼬물 부소경의 품에서 빠져나온 아이가 예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가 해맑은 목소리로 물었다.“아저씨, 우리 엄마 친구야?”의미심장하게 부소경을 바라본 서준명이 다시 그의 무릎정도에 이른 자그마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귀여운 아가씨는 제 엄마를 조금 닮은 듯 했다.곧바로 몸을 숙여 아이와 시선을 맞춘 서준명이 부드럽게 대답했다.“그래, 네 엄마 친구야.”그러자 아이는 기뻐서 폴짝폴짝 뛰었다.“와, 아저씨 너무 잘생겼어. 나 너무 좋아.”서준명이 아이를 흥미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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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엄선우와 맞은편의 두 사람은 동시에 흠칫했다. 무의식적으로 신세희를 자신의 뒤로 보낸 서준명이 두렵지만 각오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형, 세희 씨는 내버려 두고 나한테만 뭐라고 해요. 형의 아이를 낳은 여자잖아요. 화풀이는 나로 족해요.”부소경은 아무 말 없이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그리고 이내 옷깃의 단추도 하나 풀었다. 서준명은 멍하니 구릿빛의 근육질 몸을 바라보았다.부소경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차 안이 좀 답답했을 뿐이야." "아... 형, 목은 왜 다친 거예요?""고양이가 할퀴었어."부소경이 여상하게 말했다.엄선우와 신세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얼굴이 빨개진 신세희는 고개를 돌린 채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애꿎은 손으로 신유리의 머리칼을 매만졌다.엄선우가 속으로 생각했다.‘도련님, 거짓말이 너무 티 나는 거 아닌가요? 어느 길고양이의 손톱자국이 두 줄의 가는 이빨 자국처럼 생겼답니까?’백 보 양보해서 설령 길고양이에게 물렸다고 해도 고양이의 이빨과 사람의 이빨은 다른 법이었다.도련님은 서준명에게 질투도 하고 선전포고도 하는 거였다. 서준명도 바보가 아닌지라 이내 고양이에게 할퀸 게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부소경을 잘 안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형 주변엔 미녀들이 넘쳐나잖아요. 그러니 굳이 형이 미워하는 여자를 곁에 둘 필요 있을까요? 오히려 형이 더 불쾌할 테니 차라리..."가볍게 코웃음 친 부소경이 신세희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서준명, 네가 잘못 알고 있어."”......”“내가 말한 겁 없는 고양이가 이 여자거든. 감히 내 여자를 네 차에 태우고 집까지 바래다주다가 나랑 딱 마주친 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신세희는 민망해서 더는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부소경의 품에 깊이 파묻힌 그녀는 서준명이 어떻게 떠났는지, 부소경이 어떻게 그녀를 안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는지조차 알지 못했다.집에 들어간 신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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