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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신세희와 임씨 가문 사이의 일은 그녀에게 상처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들추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부끄러워 내보이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신세희는 카페에 가지 않고 지원했던 회사 바로 앞 대로에서 자신과 임씨 가족 사이의 관계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했다.

더는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어서 집에 돌아가 대체 유리가 부씨 저택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싶었다.

"열두 살 때까진 고향에서 살았어요. 작은 교외였죠.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셨어요. 농한기 때는 아빠가 화물 상하차 작업을 하셨고요. 그런데 열 살 때, 일하시던 도중 화물 상자가 무너지는 바람에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그 해부터 엄마도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죠. 엄마의 건강은 계속 악화됐고 그 와중에 난 성적이 좋았던 터라 엄마는 내가 공부를 그만두는 걸 원하지 않으셨어요.

2년 뒤에 엄마는 나를 데리고 남성으로 왔어요. 그때 난생처음 도시에 발을 들였어요. 엄마는 우리 집안과 임씨 집안이 무슨 관계인지 한 번도 말씀해주시지 않았어요. 그저 임지강네 집으로 찾아가 그들 부부한테 나를 받아달라고 사정했어요. 내가 공부를 마칠 수 있게 말이죠. 임지강은 내키지 않아 했고 허영은 더 불만이었죠.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나중에는 억지로라도 날 받아줬어요. 그래서 임씨 집안에서 자라게 된 거예요. 엄마는 반년마다 나를 보러 오셨어요. 그렇지만 한 번도 그 집에 간 적은 없고, 학교에서 내 얼굴을 본 뒤 용돈 좀 챙겨주고는 바로 떠나셨어요.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이면 난 고향에 내려가 엄마를 도와 채소를 팔았어요. 형편이 여유롭진 않았지만 그래도 행복했어요. 몇 번이나 임씨 집안과 무슨 사이냐고 물었지만 엄마는 끝까지 대답하지 않으셨어요. 방학이 끝나면 나는 다시 남성으로 가서 그 집에 얹혀살며 공부를 해야 했어요.

이런 생활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대학 2학년까지 계속되었어요. 그동안 엄마의 병세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고 날 보러 오는 횟수도 점점 줄었죠. 대학에 가니까 지출이 더 늘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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