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2591 - 챕터 2600

2823 챕터

제2591화

“선우 오빠, 정말 다른 사람의 잘못이 아니에요. 허영심 많고, 열심히 일하지 않은 제 탓이죠.”“제가 회사에 큰 손실을 주게 되었는데, 도무지 제 능력으로 갚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대표님이 화도 엄청나게 내셨어요. 그 번역원이 우리의 핵심 자료를 같은 업계 사람들에 팔지만 않았어도, 그래서 그들이 우리의 고객을 채가지만 않았어도 대표님이 그렇게까지 화내지는 않았을 거예요. 아무래도 제가 회사에 큰 손해를 가져온 게 대표님이 화낸 가장 큰 이유니까요.”“결국에는 제 가짜 학력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잖아요. 그래서 대표님이 저한테 전체 직원들 앞에서 사과하라고 하신 거예요.”“도망칠 수 없었어요. 저는 그렇게 사형선고 받은 죄수처럼 사람들 앞에 서게 됐어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없었어요. 제가 직접 판 무덤이었으니까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어요.”“너무 부끄러웠어요.”“저는 직원들에게 질타와 욕설, 비웃음을 받게 되었어요. 전에 다니던 회사에 있을 때보다 기분이 훨씬 더 불편하더라고요. 그때 알게 되었어요. 사람은 진짜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만 당당해질 수 있다는 것을요. 애매한 상황일 때는 진짜 죄인이라도 된 듯한 기분에 감히 얼굴도 못 들겠더라고요.”“일할 때만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제 남자 친구 앞에서도 똑같았어요.”“직원들 앞에 서 있는 제 모습을 보자 남자 친구는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어요. 하필이면 마침 그때 누가 또 장난까지 치고 있었어요.”-‘야, 저 사람이 네가 말한 착하고 자신감 없는 귀여운 여자야?’-‘횡재가 따로 없네.’-‘이런, 하룻밤 사이에 아주 유명 인사가 됐네.’“그 말들은 남자 친구 귀속으로 그대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의 눈동자는 회의 내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어요.”“회의가 끝나는 시간이 곧 제가 회사에서 나가는 시간이었어요. 저는 그렇게 전 직원의 시선을 받으며 개인 물품을 정리했고, 쥐새끼처럼 회사를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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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2화

염선의의 말에 엄선우는 심장이 찌릿했다. “뭐라고? 널 때렸다고? 거기서?”그녀는 어깨를 들썩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뺨을요.”“이런 나쁜 놈!”“뺨만 때린 게 아니라, 사람들 다 보는 데서 면전에 대고 욕까지 했어요.”‘정말 뻔뻔하다! 그렇게까지 나랑 결혼하고 싶은 거야? 뻔뻔한 된장녀! 꺼져! 다음에 만날 땐 얼굴을 찢어버릴 테니까! ‘그녀의 말에 엄선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이 널 미워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맞아요. 그 사람 나 미워해요. 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요.”“그 사람, 인성은 참 좋았어요. 버스에서 임산부를 만날 때면 항상 자리를 양보해 주었고, 버스에서 안전하게 내릴 수 있게 부축해 주기도 했어요.”“그 사람은 농구를 좋아했어요. 농구장에 있을 때면 항상 단호하고 기세가 넘쳤고, 무척이나 남자다운 매력을 드러냈어요. 하지만 평소 절 대하는 모습은 오히려 정반대였죠. 엄청 다정하고 잘해줬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었죠. 그에겐 어두운 면이 없었어요.”“회사에서도 동기들이랑 아주 잘 지냈어요. 그 사람은 정말 똑똑했고, 상사들에게 인정도 특별하게 받고 있었어요.”“제일 중요한 건, 영어까지 유창하게 한다는 사실이었어요.”“제 주위에도 영어 잘하는 동기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들에게 영어란 단지 좋은 직업을 찾는 도구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하지만 그는 달랐어요. 항상 영어를 배우는 이유가 개인적인 취미 때문이라고 그랬거든요.”‘내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야. 처음에 영어를 시작한 이유는 그냥 문학이 좋아서였어. 나는 책과 소설들을 좋아했어. 그 중 클래식한 소설들을 특히 좋아했지. 번역본을 챙겨보다 아무리 노력해도 번역본은 원본의 뜻을 완벽하게 전달하지는 못한다는 걸 알게 됐어. 원서를 사서 보는 게 내게 더 깊은 뜻을 안겨주었지.’‘솔직히 말해서 언어라는 건 그냥 일종의 소통 수단일 뿐이잖아? 엄격히 말하자면 우리의 스펙이 될 수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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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3화

솔직히 말해서, 엄선우도 그 상황이었다면 아마 폭력을 썼을 것이다.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하지만 염선의는 고개를 흔들더니 정신이 나간 것처럼 울다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 사람이 절 때린 것도 사실이고, 욕한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한테 그런 짓을 한 이후에 바로 자기의 얼굴을 내리치며 자기 자신을 욕했어요.”‘내가 지금 무슨 짓을… 난 죽어도 싸! 어떻게 사람을 때릴 수가 있어? 그것도 여자를? 난 죽어도 싸!’“그 후에 무척이나 풀이 죽은 모습으로 저한테 사과하더라고요.”‘미안해. 널 때리는 게 아니었어. 신고해도 좋고, 나한테 보상을 요구해도 좋아. 난 할 말없어.’그녀의 말에 엄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성인군자가 맞긴 하네. 근데 너 설마…”갑자기 그녀에게 빚이 있다는 사실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설마 진짜 돈 달라고 한 건 아니겠지?염선의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꺼내겠어요? 그냥 울면서 말했어요.”‘아니야. 필요한 거 없어. 오히려 잘 때렸어. 그러니까 나 좀 용서해 줘. 나도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야…’“그렇게 말하니까 그 사람도 같이 울더라고요. 씁쓸하게 웃더니 저한테 말 한마디 건넸어요…”‘네가 알아서 잘 처신해.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그 사람은 개인물품을 챙기더니 빠르게 자리를 떠났어요. 그의 뒤를 열심히 쫓았는데도 따라잡을 수 없더라고요.”“그리고? 그렇게 헤어진 거야?” 엄선우가 바로 그녀에게 물었다.“그리고…” 염선의는 말을 더듬거리더니 그만 입을 닫아버렸다.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리고 어떻게 됐는데?”그의 말에 염선의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을 피하고 있는 듯했다. “사실 회사에서 잘릴 때 엄마가 마침 전화를 걸었어요.”‘선의야, 남자 친구는 언제 집에 데려오는 거야? 넌 모르지? 집안사람들이 너한테 선 자리 마련해준다고 얼마나 눈독 들이고 있는데. 집안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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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4화

“어?” 염선의의 말에 엄선우는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네가… 그 사람 집에 왜?”염선의는 어깨를 들썩이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엄선우를 쳐다보았다. “선우 오빠, 저 미친 사람 같죠? 지금 제가 너무 질척거린다고 생각하고 있죠?”“…”솔직히 말해야 하나?맞다!다 큰 성인끼리, 헤어지면 헤어지는 거지 이게 무슨 짓이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먼저 거짓말한 건 염선의지 남자가 뭘 어떻게 한 건 아니었다.헤어지기로 했으면 서로 방해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그런데 오히려 질척거리다니?그것도 집까지 찾아가기까지 하면서 말이다.하지만 염선의가 이렇게 자신의 쪽팔린 일을 입밖으로 꺼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용기가 가상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미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었고 죄책감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엄선우는 더 이상 그녀를 책망하지 않았다.“선의야, 세상 사람 중 대부분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 하지만 잘못만 고친다면 다시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 이런 말도 있잖아? 사람 치고 허물없는 사람은 없다.” 엄선우는 침착하게 염선의를 위로해 주었다.그 말에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염선의는 감정을 추스르더니 고개를 들어 단호한 표정으로 엄선우를 쳐다보았다. “문을 연 사람은 그 사람의 엄마였어요. 어머님은 엄청 예쁜 분이셨죠. 몸매도 좋으시고, 기품도 넘치시고, 무척이나 온화한 분이셨어요. 처음에는 좋은 말로 저를 달래셨고 나중에는 집에서 밥까지 먹고 가라고 하셨어요.”“그 사람의 집은, 제가 본 집 중에서 제일 따뜻하고 환한 집이었어요. 첫눈에 반해버렸죠.”“커다란 별장의 호화로운 느낌이 아닌, 도시에 숨어있는 작은 쉼터 같은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인테리어로 보나, 깔끔한 집안으로 보나 제가 꿈꿔오던 집에 딱 들어맞는 곳이었어요. 베란다에 심은 꽃들은 마치 신성한 정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들게 했어요.”“선의야, 네가 그 사람 집에 집착하는 거… 그냥 예전에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살아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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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5화

“그땐 제가 정신이 나가 있었어요. 어머님이 100만 원까지 빌려주며 도와준다고 했는데 여전히 고집부리며 그 집에서 나가지 않고 있었거든요. 나중에는 정말 방법이 없으셨는지 결국 경찰에 신고하시더라고요.”“경찰은 저를 그 사람 집에서 쫓아냈어요. 제 모습은 정신병자와 다름이 없었죠. 그 동네 사람들은 저에게 손가락질했어요.”-‘봤어? 시골 출신 사람들은 다 저래. 저런 사람 옆에는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 된다.’-‘손만 잡아도 바로 너희 집에 눌러붙으려고 달려올걸? 그리고는 절대로 집에서 안 나갈 거야?’-‘우리 앞으로 정신 차리면서 살자. 이런 여자는 절대 건드리면 안 돼, 알겠지.’“선우 오빠, 그거 알아요? 그때는 제가 모든 시골 출신 사람들의 얼굴을 바닥으로 떨어지게 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어요. 전 남자 친구의 돈을 단 한 푼도 쓴 적이 없어요.”“정말 뭘 바라고 그 사람을 만난 게 아니에요. 전 그냥 남자 친구를 원했어요. 따뜻함을 원했고, 가정을 원했어요. 어깨에 힘을 줄 수 있게 큰 도시의 집안이 필요했어요.”그녀의 말을 듣던 엄선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네가 이렇게 된 데에 가정 환경의 책임도 좀 있어.”엄선우의 말에 염선의는 미친 듯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선우 오빠, 그거 알아요? 저에게는 따뜻함이 너무 필요했어요. 힘이 너무 필요했어요. 그리고 남자 친구가 바로 저의 모든 따뜻함이자 힘이었어요.”“그가 없다는 사실이, 돈을 빚졌다는 사실보다 날 더 두렵게 만들었어요.”“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어요.”“경찰에게 쫓겨난 후에도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매일 밤낮 가리지 않으며 그 사람 집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죠. 그때의 전 귀신과 다름이 없었어요.”“취직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신용카드에서 출금한 돈에 기대 살게 되었죠. 여기저기 카드를 돌려막으며 살았고, 그렇게 점점 돈에 쪼들리게 되었어요.”“그렇게 자그마치 일 년이나 폐인 같은 삶을 살았어요. 일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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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6화

엄선우는 마음이 아픈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염선의를 쳐다보았다. “너 그때 꼴이… 정말 말이 아니었지?”그의 말에 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말이 아닌 정도가 아니었어요. 머리는 심하게 엉겨 붙어 있었고, 얼굴은 형태가 안 보일 정도로 더러웠어요. 거기다 고약한 냄새까지 진동하고 있었죠. 선우 오빠, 한번 상상해 보세요. 엄청나게 웃기죠? 근데 전 이런 꼴을 하고 제 남자 친구 앞에 나타났어요.”“그를 깜짝 놀라게 했죠. 그 사람은 코를 막더니 빠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저에게서 도망쳤어요. 당장이라도 절 발로 차버리고 싶었을걸요? 하지만 저는 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어요. 제가 누군지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잡았어?” 사실 엄선우는 염선의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절대로 그 사람한테 질척대지 말라고.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잡았어요.”“…”“한참 후에야 절 알아보더라고요. 저인 걸 알아챈 순간, 엄청나게 놀란 표정을 짓더니 다시 불쾌해하는 표정을 지었어요. 비록 금방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긴 했지만요. 그 사람은 엄청 냉정한 말투로 저에게 말했어요.”‘일단 목욕탕에 데려다줄게. 샤워부터 해. 그리고 옷이나 사러 가자.’“어휴, 그래도 양심은 있는 남자네.”“하지만 그 사람이 그럴수록 제 마음은 점점 더 아팠어요. 칼로 찢는 듯한 기분이었죠. 차라리 욕이나 퍼붓고 확 때려버리는 게 더 나았을 거예요. 그러면 이렇게까지 미련이 남지는 않았을 텐데…” 염선의가 울면서 말했다.“어휴… 사람마다 가정교육이라는 걸 다르게 받잖아. 그 정도 성품이면 여자 때리는 짓은 안 할 것 같은데?”그의 말에 염선의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 사람은 절 때리지 않긴 했어요. 오히려 절 목욕탕에 데려다주고 새 옷을 사주며 평온한 말투로 저에게 말했죠. 집으로 돌아간 후에 공장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을 하라고 했어요. 공장이 싫다면 식당 종업원도 괜찮다면서요.”“그 사람은 계속 절 달래주었어요. 제 눈물을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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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7화

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엄선우는 이 여자를 도와줄 것이다.그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염선의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난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야. 사실 이 일도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 뭐라 말하기가 어려워. 만약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처지는 궁지에 몰려있고, 회사에서는 잘리고, 그렇다고 집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면…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아마 나도 모든 희망을 남자 친구한테 걸었을 거야.”“네 탓이 아니야, 선의야.”그의 말에 염선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우 오빠, 아무리 제가 오빠 목숨 살려준 적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제 편을 들어주시는 건 아니죠. 잘못은 그냥 잘못이에요. 전 학력을 위조했고 회사를 기만했으며 회사에게 손실을 가져다주었어요. 게다가 남자 친구를 속인 것도 모자라 몇 번이고 그에게 질척이기까지 했죠. 저는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어요.”“선우 오빠, 위로 해주지 않아도 돼요.”“솔직히 말해서, 한 사람이, 그것도 여자가 사람들의 호감을 받지 못하고 어디를 가나 환영을 받지 못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예요.”“만약 오빠 친구였다면 아마 헤어지자는 남자 친구의 말에 뒤도 안 돌아보고 당당하게 떠났겠죠? 이런 여자만이 진짜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는 거예요. 당당하지도 않고, 자신감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겠어요?”“아니야.” 그녀의 말에 엄선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걔도 너 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어. 게다가 그 친구는…”염선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엄선우를 쳐다보았다. “설마… 오빠 친구도 남자 친구한테 집착한 건 아니겠죠?”엄선우는 유감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말 그런 적이 있긴 해. 집착만 한 게 아니라 너보다 더 심하게 소란까지 피웠는걸? 남자 친구가 결혼하던 날 굳이 굳이 결혼식장까지 찾아가서 입장하고 있는 신부를 억지로 끌어내렸어. 그렇게 성공적으로 결혼식을 망쳐버렸지.”“네?”“그러니까, 아가씨. 넌 제일 나쁜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세상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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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8화

엄선우는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변호사? 무슨 변호사? 설마 너 그 남자를 그렇게…”“그 사람이랑은 상관없고 제가 빚진 돈이랑 상관이 있었어요.”엄선우는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염선의는 남자를 기다리는 데 정신을 쏟느라 일을 하지 않고 있었다. 매달 돈은 고정으로 나가고 있을 것이고. 제일 치명적인 문제는 매달 집으로 40만 원씩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일 년 동안 그녀는 수입만 없었던 게 아니라, 4,000만 원의 빚까지 가지게 되었다.염선의가 3년 동안 진 빚만 해도 8,000만 원이 넘어가고 있었다.8,000만 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지금의 엄선우가 아닌, 아직 F그룹의 주식을 받지 못한 과거의 엄선우라고 해도 8,000만 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염선의에게 그것은 아주 큰 산이었다.“빚진 돈은 어떻게 됐어?” 엄선우가 물었다.염선의는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로 날마다 마음 졸이며 살았어요. 사실 기한을 넘긴 지 오래거든요. 매일 독촉 전화를 걸어왔지만 무시하고 있었어요.”“봐요. 이렇게 변호사가 찾아왔잖아요. 방법이 없었어요. 팔 수 있는 물건들을 다 팔았죠. 독학하려고 샀던 컴퓨터도 팔았어요. 살 때는 140만 원이 넘던 물건이 팔 때는 60만 원밖에 안 하더라고요.”“나중에는… 비록 전 남자 친구의 행방은 몰랐지만, 얼굴에 철판 깔고 어머님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넘어갈 수 없는 고비가 찾아왔다고, 한 번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죠. 저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200만 원을 보내주시더라고요.”“그 200만 원이 제 모든 자존심을 뺏어간 거나 다름이 없었어요. 그 사람들 눈에는 제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결국 저는 그 200만 원으로 급한 불을 껐어요.”“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다시 길고 지루한 취업 준비를 시작했죠. 학력 위조를 두 번이나 한 것 때문에 유명 인사가 되어버렸어요. 아무리 경력이 많아도 절 거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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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9화

“순간, 원래 절 부러워하고 질투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저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쉴 새 없이 말을 퍼 날랐고, 소문은 심각하게 와전됐죠. 제가 밖에서 놀고먹기만 하면서 제대로 일도 안 했다느니, 거짓말을 했다느니, 사실은 도시에서 일자리도 아예 못 찾았다느니, 줄곧 집안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다느니…”“그 유언비어들은 전부터 몸이 안 좋던 엄마를 병원에 입원하게 했어요.”“지난 7, 8년간 제가 집에다 보낸 돈만 해도 3,000만 원이 넘어요. 마침 낡은 집을 고치기에 충분한 금액이었죠. 집수리가 끝난 후 우리 집에 있던 돈도 없어졌어요.”“엄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우리 집은 병원비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아버지는 빨리 돌아오라며 급하게 전화를 걸었지만, 제가 돌아간다고 해도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죠. 저는 이미 엄마 병원비 낼 능력을 잃었거든요.”“방법이 없었어요. 삼촌과 이모네 집을 돌며 돈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 누구의 집에 찾아가도 결과는 똑같았어요. 다들 욕을 퍼붓고 때리면서 저를 쫓아냈죠.”“하지만 엄마의 병은 꼭 치료해야만 했어요. 별다른 수가 없었던 저는 새로 리모델링한 집을 숙모에게 담보로 내주는 밖에 없었어요. 저는 삼촌과 숙모에게 일단 1,000만 원만 빌려달라고 부탁했죠. 일단 그 돈을 엄마 치료에 쓴 후, 3년 안에 1,400만 원으로 다시 갚아준다고 했어요. 만약에 갚지 못하면 우리 집은 두 사람의 소유가 되는 거라고 했어요.”그 말에 엄선우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네 친 삼촌, 숙모야?”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 숙모 탓이 아니에요. 몇 년 동안 두 사람 앞에서 고고하게 행동했거든요. 전부터 불만이 많이 쌓여있었을 거예요. 이렇게 들통이 나버렸는데 저에게 화풀이하는 게 당연해요. 제가 우리 집을 담보까지 잡았는데도 사촌들은 저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어요. 나중에 무릎까지 꿇고 사죄하고 난 후에야 겨우 600만 원을 빌려주더라고요.”“의외로 이자는 받지 않았어요. 그냥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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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0화

염선의는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진작에 엄마랑 한번 싸우고 싶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궁금했어요.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엄마가 왜 사촌 오빠와 언니를 저랑 제 동생보다 더 많이 아끼는지. 왜 직접 낳은 아이를 자기가 무시하는지.”“절 이렇게 무시하는데, 왜 아플 때는 항상 제가 모든 비용은 다 지불하고, 그렇게 아끼는 조카들은 단 한 푼도 주지 않는 거죠?”“어릴 때 우리 집이 얼마나 가난했는데요! 저랑 제 동생이 밥도 배불리 못 먹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사촌오빠 올 때면 엄마는 항상 일부러 소시지를 사서 먹이곤 했죠. 사촌 오빠는 그렇게 우리 집에서 우리가 일 년에 한 번도 못 먹은 소시지를 참기름에 비벼 먹었어요. 저랑 제 동생은 마음이 무척이나 조급했죠. 저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제 동생은 어려서 눈물까지 흘리더라고요.”“하지만 사촌 오빠는 그걸 맛있게 먹을 뿐이었어요. 제 동생에게 한 입도 주지 않았고요. 나중에 제가 엄마한테 그랬죠. 저랑 제 동생도 소시지가 먹고 싶다고.”“그 말 한마디밖에 안 했는데, 엄마는 얼굴이 부을 정도로 제 뺨을 내리쳤고 절 때리면서 게걸스럽다고 저에게 욕까지 퍼부었어요. 비천한 년이라고 절 욕했죠.”“제 열등감이 정말 타고난 성격과 관련이 되어 있는 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선우 오빠, 그걸 알아요? 우리 엄마는 어릴 때부터 절 무시했어요. 절 데리고 외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저랑 동생을 무시하곤 했어요. 저희 기분이 어떨지 상상해 보셨어요?”엄선우는 이름 모를 감정에 휩싸였다.이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부모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무척이나 아끼는 부모가 있는 반면, 아이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는 부모들도 있었다.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설마, 어머님이 너랑 네 동생을 전혀 아끼지 않는다는 말이야?” 엄선우가 물었다.그의 말에 염선의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끼지 않는 건 아니에요. 제가 아플 때나, 동생이 아플 때면 엄청 걱정해 주고 조급해하기도 하셨으니까요.”“대상포진에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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