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2581 - 챕터 2590

2823 챕터

제2581화

사람마다 성격은 다 다르다는 얘기다.염선의는 날카로워 보였고 남들과 싸우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심지어는 이상하다는 말까지 듣는 염선의였지만, 그녀의 마음은 누구보다 나약하고 여리었으며 가끔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매번 피동적이었고 무시당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염선의는 본인 말처럼 허영심에 가득 찬 적도 있었다.그러나 신세희는 달랐다.신세희는 사실 염선의보다 백배는 더 괴로운 처지였다.하지만 신세희의 마음은 누구보다 강했다.그녀는 잘못한 게 없다는 걸 분명히 인식할 수 있었다. 잘못이 없는 한 그녀는 절대 타협하지 않았고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신세희는 다른 사람과 싸우기보다는 참는 걸 선택했다. 그녀는 무언의 반항으로 주변 사람들 모두 정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하지만 염선의는 사람을 정복하는 이런 매력이 없었다.다른 사람이 그녀의 잘못에 대해 말을 꺼낼 때면 마음이 흔들렸다.그러나 세상에 신세희 같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남성시 전체를 둘러봐도 신세희뿐이다.그런 환경에서 여전히 꿋꿋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신세희뿐이었다.이 세상에 살아 숨 쉬는 것들 대부분은 연약한 존재들이다.예를 들면 염선의처럼.비록 염선의에게 천 개, 만 개의 결점이 있다고 해도, 남들이 싫어한다 해도, 그녀는 늘 마음씨가 좋았다.게다가 성실하게 일하기까지 했으니.그거면 충분하다.마음씨가 좋고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인 걸 몰랐다면 그녀의 사장이 어떻게 그녀를 회사에 3년 동안이나 남겨두었겠는가? 사장인 사람 중에 과연 바보가 있을까?엄선우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염선의에게 말했다.“선의야, 우리 퇴원하고 나도 일을 다 처리하고 나면 내 친구와 자리 한번 만들게. 너보다 열 배는 더 안 좋은 상황이었던 사람이야, 그 친구를 만나보면 너도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 생길 거야.”염선의가 궁금해하며 물었다.“무슨 일을 하시는데요?”“건축 디자이너.”엄선우가
더 보기

제2582화

엄선우는 어색하게 몇 번 웃더니 입을 열었다.“어... 어떻게 갑자기 돈... 돈 얘기가 나온 거지?”그 순간, 그는 착각까지 들었다.눈앞에 있는 여자아이가 혹시 사기를 일삼는 사기꾼은 아닐까?그녀가 이토록 사연 있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그에게 털어놓고 있는 건 사실 그에게서 동정과 믿음을, 그리고 사랑을 받기 위해서 지어낸 이야기이고 결국엔 돈을 받아내려고 하는 건 아닐까?말로는 돈을 빌리지 않을 거라고는 하지만, 이 또한 수단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이런 생각을 하던 엄선우는 참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이런 사기꾼들이 한둘이 아니다. 수단과 방법은 다양하고 온갖 속임수로 돈을 받아낸다.만약 눈앞의 여자아이가 정말 사기꾼이라면 엄선우는 곧 사기를 당하는 희생양이 아닌가?하하!정말 웃긴 일이다.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더니 엄선우는 다시 평온해진 얼굴로 염선의를 바라보았다.그도 궁금했다, 이 여자아이가 앞으로는 어떤 수작을 부릴지.염선의는 쓸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는 그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퇴사했고 사실 3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쫓겨난 셈이죠. 그때 가지고 있는 돈이라곤 6, 7만 원뿐이었고 겨우 보름치 소비 돈에 불과했던 데다가 매일 버스를 타고 이력서를 제출하러 다니며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했기에 그 비용만 해도 만 원이 넘었죠. 그러나 매달 월급은 엄마 병원비로 사용하도록 해야 했어요. 선우 오빠는 아마 저에게 이젠 직장도 없으니 마지막 월급은 집에 보내지 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우리 집 사정을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저희 아빠는 고지식한 분이세요, 고지식한 건 그렇다 쳐도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죠. 어쩐지 엄마와 엄마 친정 식구들이 할머니와 아버지들을 그렇게 무시하더라니. 저희 할머니도 게으른 분이세요, 아빠는 할머니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 뭘 해도 잘 안 돼요. 소자본 장사도 했었지만, 십중팔구는 돈을 잃었고 그 후로 아빠는 누구에게서 돈을 빌릴 수 있을지 고민이 태산이었어요. 빌릴 데
더 보기

제2583화

“거의 200만 원이 되는 빚이 직업이 없는 저에게는 어깨를 누르고 있는 큰 산처럼 느껴지는 거죠. 심지어 점점 더 쌓여가고 있어요.”“왜 반년 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했던 거야?”엄선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도리대로 말하면, 넌 이미 3년의 업무 경력이 있고, 일도 열심히 하니, 직장을 구하는 게 너한테는 쉬운 일 아닌가?”염선의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도리대로라면 직장을 구하는 건 정말 어렵지 않아요. 2000년 이후, 특히 여자들은 일자리를 찾기가 쉬워졌죠, 일을 가리지만 않는다면요. 저희 마을에서 일하러 떠난 여자애들은 매년 몇백만 원이나 되는 적금을 갖고 집으로 돌아오죠. 전자 공장, 의류 공장 등 각종 공장에서 여직원을 필요로 하지만 저는 허영심을 내려놓을 수 없었어요. 사무실에서 3년 동안이나 일한 저는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미 사무직 종사자이기도 한 걸요. 그러니 꼭 떳떳한 직장을 찾아야 해요. 떳떳한 직장을 찾지 못한다면 나중에 집에 돌아가서 또 짓밟히고 멸시를 받을 거예요. 전 꼭 성공해야만 해요, 실패해서는 안 돼요. 그렇게 체면을 세울만한 직장을 찾다 보니 반년이 지나갔죠. 반년 내내 수입이 전혀 없었지만, 매달 어머니께 돈은 보내야 했어요. 선우 오빠, 제가 지금 얼마나 후회하는지 아세요?”엄선우는 침묵에 잠겼다.“......”그 순간,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심지어 눈앞의 여자애가 이야기를 지어내 돈을 사기 치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이 모든 게 사실인지조차 헷갈렸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저 묵묵히 염선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염선의는 엄선우가 그녀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계속해서 엄선우에게 말했다.“선우 오빠, 그거 아세요? 만약 인생이 정말 소설처럼 시간을 거스르거나 환생할 수 있다면 전 반드시 1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갈 거예요, 반드시! 제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다는 환상은 없어요. 비록
더 보기

제2584화

엄선우가 부드럽게 말했다.“아니, 세상에 그런 건 없어.”“흑흑...”염선의가 더 서글프게 울었다.“제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환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에 꼭 입학할 거라고요. 전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어요! 절대 놀기만 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 그냥 중학교 때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아요, 환생하면 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거예요, 다시는 체면을 세우려고 하지 않을 거고 다시는 사촌 오빠와 언니와 비교하지 않을 거예요. 전 그저 열심히 일해서 착실하게 돈을 모으고 싶어요. 흑흑, 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늦었다고요!”“늦었다고?”엄선우가 염선의의 말을 끊으며 조용히 물었다.염선의가 입을 열었다.“선우 오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엄선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바보야, 넌 아직 서른도 안 됐어, 이렇게 젊은데 뭐가 늦었다는 거야. 네가 말한 것들은 그저 젊은 애들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일 뿐이야. 내가 말했잖아, 이 세상에 실수하는 사람은 많아. 평생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살지, 그래서 평생 자기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거고. 예를 들면...”말을 이어가던 엄선우는 최여진, 임서아 그리고 민정연을 떠올렸다.그들은 염선의보다 훨씬 더 허영심이 많았다.염선의보다 더 독한 사람들이었다.그들 중 둘은 큰 걸 위해서 작은 걸 포기하기도 하고,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기까지 했다.솔직히 모든 건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닌가?그 여자애들은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면 한계조차 없었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그녀들에 비하면 염선의의 그 정도 허영심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몇 분의 시간이 흘렀고 엄선우는 생각을 모두 정리한 듯싶었다.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여자애는 사기를 치려는 것이 아니라는걸.그녀가 정말 사기를 치려는 것이었다면 이런 얘기는 지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하는 얘기의 대부분은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이었
더 보기

제2585화

게다가 입을 열게 되면 엄선우의 정체도 드러날 게 뻔했다.그는 염선의에게 자신의 신분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선우 오빠, 오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만약... 만약 5년 전에 오빠를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오빠는 보기엔 무뚝뚝해 보여도 마음만은 너무 세심한 것 같아요, 사람을 위로할 줄 알고 마음도 강하고. 만약 5년 전에 오빠를 만났더라면 아마 이렇게 외롭진 않았겠죠, 이렇게 한 걸음씩 나락으로 빠지지도 않았을 거고요.”염선의가 쓸쓸하게 말했다.엄선우는 가슴이 철렁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한 걸음씩 나락으로 빠지다니? 그... 그게 뭔데?”그는 염선의가 혹시라도 그런 얘기를 꺼낼까 봐 두려웠다.살기 위해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불결한 일을 했다든지 혹은 늙은 남자를 만났다든지 하는 얘기일까 봐 말이다.엄선우는 왠지 모르게 염선의가 그런 말을 할까 봐 두려웠다.눈물을 머금고 있던 염선의는 갑자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사실 오빠의 인생관대로라면 별거 아니에요. 일단 저는 제 몸을 해치는 일도 한 적이 없고 그리고 스폰을 받은 적도 없어요. 제가 말한 나락은...”그 말에 엄선우는 긴장을 푼 채 웃음을 지었다.다행이야.그런 적 없으면 정말 다행이야!그는 미소를 지은 채 염선의를 바라보았다.“네가 말하는 나락이 설마 사기는 아니지?”이 역시 떠보려는 질문이었다.그는 염선의가 사기를 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슬쩍 떠보려고 했다.염선의는 고개를 들어 엄선우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선우 오빠, 어떻게 알았어요?”엄선우는 침묵에 잠겼다.“......”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염선의는 계속 말을 이었다.“다른 사람의 돈을 사기 쳤다기보다 또 신용카드의 돈을 쓰고 말았어요.”엄선우가 입을 다물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물었다.“제대로 된 일자리도 없는데 신용카드는 어떻게 만든 거야?”염선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한 걸음 잘못 내디디면 끝까지 잘못하
더 보기

제2586화

엄선우는 이미 눈치챈 것 같았다.“그러다 헤어진 거야?”상상하기 어렵지 않은 결과였다. 만약 염선의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겠지? 집 앞에서 친척들에게 해코지당할 때까지 남편이나 남자 친구가 구하러 오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이어 엄선우는 염선의를 위로했다.“바보야, 이 세상에 연애 한 번에 결혼까지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아? 세상에 좋은 남자는 많고도 많아, 그 남자 하나쯤은 없어도 괜찮아.”그는 심지어 염선의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 눈앞에도 좋은 남자 한 명이 있다는걸.그저 나이가 조금 많을 뿐이었다. 서른다섯, 여섯 살쯤 되였을 뿐.하지만 엄선우는 신중한 사람이었다. 남의 위험을 틈타 겉치레에 맞지 않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오히려 염선의가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요, 세상에 좋은 남자는 많고도 많죠. 선우 오빠도 보기 드문 좋은 남자인데, 아쉽게도 오빠를 너무 늦게 만났네요.”엄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선우 오빠, 혹시 제가 겁을 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겁먹지 않아도 돼요, 전 오빠를 사랑하지 않을 거니까요, 돈을 빌리는 일은 더더욱 없을 거니까 걱정 마요. 살면서 오빠처럼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고 절 싫어하지도 않으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친구를 만나게 된 건 이미 행운이에요, 더 많은 건 바라지도 않아요. 저는 사촌 오빠와 언니에게 머리채를 잡혀 맞고 있을 때 저를 구해준 오빠를 거친 농민이라고 생각했고 만약 오빠가 오갈 데 없는 농민이라면 제가 따라가려고 했죠. 오빠와 결혼하면 어떤 처지더라도, 평생 낡은 집에 살아야 한대도 저는 기꺼이 함께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 혼자서는 너무 외로웠거든요. 그러다 오빠가 저를 좋은 호텔에 데려다주는 모습을 보고 오갈 데 없는 노숙자나 농민 따위는 아닐 거로 생각했어요.”엄선우는 흥미진진하게 물었다.“그러면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 같은데?”염선의는 고개를 숙이고 늘 그랬던 것처럼 자비심으로 가득한 말투로 말했
더 보기

제2587화

사실 사람마다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사람마다 모두 각자만의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고,저마다의 힘든 일을 겪고 있다.타향에서 조용히 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그에게 꼭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었다.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그뿐만 아니라 울다가, 더 슬프게 눈물을 흘리다가, 그러다 또 안정을 되찾는 여자를 보며 엄선우는 귀엽다고 느끼기까지 했다.얘기를 듣던 엄선우는 이 아이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줄곧 반성하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녀는 곁에 친구도, 가족도 없다고 강조해 왔다.엄선우는 생각했다, 이런 여자애를 신세희에게 데려간다면 신세희는 분명 그녀를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로 생각할 거라고. 순결한 여자아이가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거나, 다른 사람과 동거했다는 이유로 순결을 잃는 게 아니었다.엄선우가 생각하는 순결은 마음이었다.육체적인 것이 아니라.적어도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여자아이가 앞으로 남자 친구와 동거했다가 헤어졌다는 얘기하더라도 엄선우는 여전히 이 여자아이를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결국은 제 잘못이었어요, 정말 제가 잘못한 거였죠.”말을 이어가던 염선의는 정신을 못 차리는 듯했다.그녀는 머리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처음부터, 누군가를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이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데 어떻게 상대에게 진심을 바라겠어요? 그 남자애는 좋은 사람이었어요.”엄선우가 물었다.“너의 학력이 위조된 걸 알고... 헤어지자고 한 거야?”염선의가 고개를 저었다.“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새로운 회사에서 전과 같은 대우를 받은 거야?”엄선우가 또 물었다.“그건 아니고요.”말하던 염선의의 표정이 홀가분해진 것 같았다.“새 회사는 도심에 위치해있고 저는 매일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야 해요. 교외에 있던 원래 회사와 다르게 회사의 직원들 대부분 포용성이 강하고 그렇게 깊은 계급관념도, 짙은
더 보기

제2588화

엄선우가 의아하게 물었다.“어쩌다 드러난 건데?”사실 그는 가짜 이력서를 사용했으니 언제든 폭로될 것이라고, 제일 좋은 방법은 가짜 이력서 대신 진실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인생은 본인이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현재 염선의도 잘못을 알고 있었기에 엄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염선의는 고개를 숙였고 얼굴은 발그레해졌다.엄선우는 그녀가 수치심이 강한 여자애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마치 엄청난 용기라도 낸 듯 고개를 들어 엄선우를 바라보았다.“제가 담당자와 인사팀에게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자 담당자와 인사팀 모두 흔쾌히 동의했어요.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요구를 했죠. 월급을 인상할 수는 있으나 제가 그에 상응하는 직위를 맡아야 한다고요. 원래 담당했던 업무 범위에는 전문 지식 서면 번역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월급을 인상 받고 싶으면 번역 업무도 제가 맡아야 했어요. 회사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단량 방면에서 전문적이기도 했고 제가 번역 업무만 맡으면 회사에서는 월급을 절반이나 더 올려주겠다고 했어요. 회사 외부에서 전문 통역사를 찾는 건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월급이 높은 건 둘째 치고 하필이면 전문지식이 매우 부족하다고 인사팀에서 말하더군요. 사실 회사에 가장 필요한 건 전문지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외국 주문서도 번역해 줄 수 있는 직원이었어요. 제가 그럴 수 있다면 회사는 매우 만족한다고 했죠, 기꺼이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했고요. 그리고 지금의 직급과 달리 독립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직급으로 바뀌기도 하고요.”엄선우가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 물었다.“학력이 위조된 거라 전문지식은 잘 알고 있었지만, 영어를 잘 못했던 거야?”염선의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전 영어를 잘 못하는 게 아니라 하나도 몰라요. 저는 기껏해야 ABC 알파벳 정도만 알고 있었죠. 중학교 때 배웠던 단어들도 진작에 까먹었는데 어떻게 번역을 하겠어요?”“그래서
더 보기

제2589화

“모든 건 제가 자초한 거예요.”“그런 말 하지 마, 선의야.”엄선우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염선의는 고개를 흔들었다.“정말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에요, 제가 자초한 거죠. 그저 월급을 인상 받아 경제적 부담을 덜어내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월급은 확실히 올랐고, 직급도 올랐지만 3개월의 적응 기간이 있어요. 이 3개월 동안 제가 감당할 수 있어야지 인사팀에서 약속한 대로 월급을 인상 받을 수 있고 직급도 유지할 수 있어요. 사실 인사팀과 저의 책임자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저 형식적인 것이었죠. 왜냐하면 외국 수출 주문서는 영어를 아는 사람에게 특히나 간단한 내용이었어요, 전문지식과 영어 모두 장악한 사람에게는 쉽다 못해 아무런 걱정 없이 가장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는 업무였죠. 하지만 저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였죠. 영어를 읽는데 천자문을 읽는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회사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죠, 들킬까 봐 무서웠거든요. 그러다 결국 비싼 돈을 들여 전문 번역가를 찾았죠. 몇 십만 원을 들여 고작 몇 페이지 안 되는 외국 주문서 번역을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어요.”“세상에, 그럼 네 월급은 오히려...”엄선우는 이미 결과를 예상했다.“맞아요, 인상 받은 월급은 부담을 덜어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돈을 들여 번역가를 찾느라 더 형편없어졌죠. 이뿐만이 아니라 더 번거로운 일도 있었어요. 우리 회사에서 받은 외국 주문서는 사실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고 클라이언트와 여러 번 소통해야 했어요. 매번 다른 수정 의견이 있었고 주문서 하나당 한두 번 수정하는 것도 적은 축에 속했어요, 많게는 대여섯 번 수정한 적도 있었죠. 비록 대부분 내용은 같았지만, 매번 다른 수정 의견을 받을 때마다 전문 번역가를 찾아 번역을 맡겨야 했어요. 제 돈을 들여 찾은 번역가는 대부분 내용이 같다고 수정한 부분만 돈을 받기는커녕 횟수에 따라 돈을 받곤 했죠. 그럴 때면 한 달에 100만 원이나 되는 빚을 졌어요. 당시 저는 이미 형편이 좋지 않아 하루 세 끼
더 보기

제2590화

엄선우는 마침내 깨달았다.“그 사건 때문에 회사에서 네가 영어를 전혀 모른다는 걸, 심지어 대학 학력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폭로된 거구나, 맞지?”염선의는 고개를 숙였고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녀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선우 오빠, 저 정말 엉망진창이죠?”엄선우는 침묵에 잠겼다.“......”그 순간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염선의는 계속 말을 이었다.“사실 성장 과정에 억울하게 왕따와 억압을 당하는 경험을 하는 여자애들이 이 세상에 많고도 많지만, 그중에는 자신의 끈기로 천천히 일어나 사람들의 존중을 받는 여자애들도 많아요. 그리고 이런 여자애들은 남에게 짓밟히고 따돌림을 당해도 마음 한구석에는 전혀 부끄러움이 없어요. 왜냐하면 그녀들은 잘못이 없으니까요. 그녀들은 늘 당당해요. 이런 모습 때문에 그녀들은 결국 운명적인 인연을 만나 사랑을 받게 되는 거죠. 짓밟힘과 따돌림을 당한 과거가 있더라도 그녀들은 여전히 사랑을 받을 수 있고 그녀들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날 수 있죠. 하지만 저는요? 저는 이래도 싸요.”엄선우는 침묵에 잠겼다.“......”“선우 오빠, 전 회사에서 3년을 일했으니 3년 동안 굴욕을 당한 셈이에요. 하지만 지금의 회사는 확실히 저에게 굴욕을 주는 사람도 없고 모두 저에게 친절해요. 제 손으로 제 명성과 이미지를 망가뜨린 거죠.”염선의의 말을 듣던 엄선우도 정말 입을 열고 싶었다.“그러게! 자업자득이지! 네가 만든 구덩이에 네가 뛰어내릴 수밖에.”하지만 염선의의 불쌍한 모습에 엄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자기 잘못을 참회하고 있는 여자아이다.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엄선우는 차마 뭐라 말할 수 없었다.염선의가 말을 이었다.“전 회사에서 굴욕은 이미 충분히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회사에 비해 보잘것없는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원래 회사에서는 적어도 그 사람들과 싸울 수 있었지만 지금 회사에서는 반박할 처지가 전혀 아니에요. 회사의 리더들과 인사
더 보기
이전
1
...
257258259260261
...
283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