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2571 - Chapter 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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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1화

홀로 외롭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그녀를 다들 흉악하게 바라보고 있다.하지만 그녀는 그 순간 그녀가 얼마나 외롭고 처절한지 알 수 있었다.같은 시각 염선의의 얘기를 들어주던 엄선우도 알 수 있었다.그는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기분을 알 수 있었다."앞으로... 그럴 일 없을 거야. 그럴 일 없어."엄선우가 굳건한 말투로 말했다.염선의는 엄선우의 품에 안긴 채 대성통곡했다."선우 오빠, 그거 알아요? 살면서 단 한 번도 오빠처럼 내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 없었어요. 오빠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단체로 나를 도둑으로 몰아갈 때 내가 진짜 이 회사의 개가 되었다는 걸 터득했을 때 심정이 어땠는지 모를 거예요. 그 회사에서 나를 사람 취급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나는 사는 게 죽기보다 싫었죠. 하필 그때 우리 엄마가 병으로 앓아누웠고 수술비도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그 수술비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우리에게 절대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어요. 우리 엄마 수술비를 위해, 친척들 앞에서 잃을 수 없는 그 쥐뿔같은 자존심 때문에 나는 회사에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해도 그만둘 수 없었어요. 매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기분이었죠. 그런 날들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우습기 그지없네요. 도대체 난 어떻게 버텼죠?"이 말을 꺼낼 때 염선의는 암울한 나머지 화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엄선우는 염선의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염선의, 말해봐. 이 일은 어떻게 해결되었어? 아직도 도둑으로 몰리고 있어?"직감이 말해주길 염선의는 분명 도둑이 아니었다.그녀가 아무리 허영심이 많은 여자라고 해도 도둑질까지 할 사람은 아니었다.염선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웃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눈물이 시냇물처럼 얼굴을 타고 목까지 흘러내렸다. 목젖까지 흘러내리자 꿈틀거리는 그녀의 목젖이 보였다. 염선의가 애써 꾹 참고 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내내 드러내지 못하고 꾹 참은 억울함이었다.엄선우는 떠보듯 조심스럽게 염선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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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2화

엄선우는 이해가 되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염선의에게 물었다."진실이 밝혀졌는데도 널 탓을 해?"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어디 탓하기만 하는 줄 알아요? 나한테 사과해도 모자랄망정 되레 나를 구박하더라고요."엄선우가 말했다."젠장!"한참 울고 난 염선의는 마음이 진정되어 느긋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회사에서 사라진 물건은 외국 고객이 회사에 선물한 에펠 철탑 기념품이거든요. 원래 쭉 사모님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는데 그날 아침 갑자기 사라진 거예요. 이 일로 회사 사람들과 맞서게 된 이튿날, 마친 그 고객분이 우리 신제품 출시 때문에 방문하기로 했거든요. 사장님과 회사 아줌마가 열쇠를 가지고 전시회 문을 열었어요. 문이 열린 순간 사장님과 아주머니는 동시에 전시회 탁자 위에 에펠 철탑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죠. 웃긴 상황이었죠. 사장님은 즉시 기념품을 들고 내려왔어요. 그러고는 에펠 철탑 기념품을 전시장에서 찾았다고 얘기했죠. 나는 사장님께서 기념품을 들고 전시장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어요. 솔직히 제 입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울음소리가 아주 처절했거든요. 나라 잃은 사람처럼 사무실 직원들한테 사과하라고 요구했어요. 사장님은 나한테 근무시간에 미쳤냐며 호통쳤어요. 그러고는 이대로 일하기 싫으면 곧바로 사표 내고 회사에서 나가라고 했어요. 사장님의 말에 나는 단번에 눈물을 그쳤죠. 그러고는 잔뜩 풀이 죽어 내 자리로 돌아갔어요.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겠더라고요. 그 순간 세상 그 누구보다 억울한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입 밖으로 얘기할 수는 없었죠. 왜냐하면 일자리와 돈이 아주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동료들은 내가 풀이 죽어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또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죠. 다들 왜 하필 나를 범인으로 의심하는지 생각해 보지 않는 거냐? 회사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들 왜 하필 나를 범인으로 지목했겠냐? 분명 내가 죄지은 게 있어서 그런 거다, 내 인성에 문제가 있으니까 의심하는 거다, 문제는 나한테 있으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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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3화

염선의는 어깨를 으쓱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선우 오빠, 혹시 개구리 현상에 대해 알아요?"엄선우는 곧바로 염선의의 말속에 숨은 뜻을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히 알지."염선의가 느긋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개구리는 뛰는 것에 예민한 동물이에요. 만약 처음부터 냄비 속 물이 끓는 물이었다면 개구리는 단번에 뛰어나와 도망쳤을 거예요. 그리고 화상을 입는 일도 없었을 테고요. 하지만 만약 찬물인 상태에서 개구리를 넣어 서서히 가열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적응하게 돼요. 그러다가 물이 끓게 되어도 별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리죠. 내가 바로 그 개구리예요. 처음에는 버틸 만해서 꾹 참고 있다가 그게 결국 습관이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이젠 완벽히 적응했어요. 나는 허영심, 가짜 학력, 주위 사람들과의 충돌 외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요. 회사에서 나는 그저 불쌍한 벌레와 마찬가지예요. 선우 오빠, 몰랐죠? 많은 연애소설 속 여주인공은 시골 신데렐라든 큰 도시에서 분투하다가 추락한 공주님이든 모두 사람들의 동정심, 사랑과 보호심을 불러일으키는 설정이에요. 하지만 현실은 소설과 반대죠. 현실은 나처럼 시골에서 올라온 무식한 사람은 허영심에 찌들어 거짓말을 한다면 들키는 순간 성격 더럽고 자존감 낮은 왕따가 될 거예요. 나는 줏대 없는 나 자신이 미워요. 왜 나는 도둑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꾹 참고 회사에 남아 내 자존심을 유지하려고 했던 걸까요? 사실 그 이유가 모두 엄마 때문이 아닌 건 맞아요. 중요한 건 결국 내 허영심 때문이었어요. 나는 사무실 직원으로 사는 데 익숙해졌고 내 처지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나를 지켜보는 게 좋았고 친척들이 나를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걸 즐겼던 거예요. 그래서 계속 비난당하는 한이 있어도 회사에 남는 나약한 선택을 한 거예요. 그리고 그때는 그게 모욕이라는 걸 느끼지 못한 탓도 있어요. 그 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줄곧 그들의 비난 속에서 살았고 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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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4화

염선의가 웃으며 대답했다."네, 드디어 그만뒀어요. 하지만 멋지게 그만둔 건 아니에요. 회사에서 쫓겨났거든요."엄선우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어?""동료들과 싸우는 일이 잦아서 회사를 통틀어 나를 좋게 보는 사람 하나 없었거든요. 싸우기만 하면 내 잘못이라고 우겼으니까요. 그렇게 악순환이 이어졌죠. 예를 들어 오늘 내가 누군가와 싸운다면 이튿날에 또 다른 사람과 싸우게 되었거든요. 아마 나한테 왜 참지 않고 이틀 동안 두 번씩이나 싸우냐 궁금할 거예요. 선우 오빠, 이튿날 내가 싸우는 것도 사실 오랫동안 참고 있었다가 터져버린 거라면 믿을 수 있어요?"엄선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염선의가 웃으며 말했다."분명 못 믿을 거예요. 아무도 믿지 않을 거예요.""난 믿어!"엄선우가 칼같이 대답했다."옛말에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고 했잖아요. 진짜 명언이더라고요. 그 회사에 출근하여 월급을 타고 싶다면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을 거예요. 그 직업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당연히 화를 꾹 참고 일해야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르기 전까진 싸우지 않을 거잖아요, 맞죠?"염선의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말했다."선우 오빠, 지금까지 제 친구나 네티즌들한테 회사에서 싸운 일에 대해 얘기하면 다들 내 잘못이라고 해요. 내가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 잘못이래요. 나는 트집 잡고 예민한 사람이래요. 엄마랑 친척들도 똑같이 얘기했어요. 나한테 소개시켜 준 남자 친구도 마찬가지예요. 다들 나는 괴팍한 사람이래요."엄선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사실 염선의가 얘기하고 있는 동안 엄선우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건지 궁금했다.그는 자신의 동생이 이런 고통을 겪었을 때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난 너 믿어!"그가 다시 말을 반복했다."지금 날 위로하는 거예요? 선우 오빠?"염선의가 눈물을 머금은 채 되물었다.엄선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염선의, 넌 아마 네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 모를 거야. 처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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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5화

"하지만 이 세상에 만약은 없어요. 이게 바로 현실의 잔인함이에요. 그때 거의 사흘에 한 번 싸울 정도로 다툼이 잦았거든요. 가끔 하루에 여러 명과 싸울 때도 있었어요."엄선우가 물었다."사실 죄다 그 사람들이 먼저 네 트집을 잡은 거야, 맞아?"염선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도 내가 먼저 시비를 건 건지 그 사람들이 먼저 시비를 건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게 바로 그 나비효과? 연대반응? 마치 내가 사무실에 있을 때 옆에 앉은 동료와 업무상의 문제로 다툼이 생기면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센터장이 찾아와 제가 허가도 없이 샘플을 제조했다면서 제멋대로 굴었다고 호통치는 것과 같은 상황? 선우 오빠, 저런 식으로 화를 내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해요? 나는 감히 반박하지도 못했어요. 나는 잔뜩 풀이 죽은 상태로 센터장한테 샘플 제조 동의서에 사인받고 진행한 거라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센터장은 멈칫하면서 전날 사인했던 사실을 떠올린 것 같았어요. 그러고는 말을 더듬으며 자신이 사인했어도 그날 당장 샘플 제조를 허락한 건 아니라면서 다시 한번 사적으로 일을 진행하면 곧바로 사장님께 이르겠다고 윽박질렀어요. 나는 어쩔 수 없이 화를 꾹 참고 알겠다고 했죠. 그러고 나서 센터장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어요. 이 일은 이 선에서 끝난 게 맞는데 제 동료가 다시 나를 찾아왔어요. 그날 점심 바로 고객에게 샘플을 전해야 하니까 제조를 다그쳐달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가뜩이나 꾹 참고 있던 화가 다시 치밀어올랐죠. 하지만 터뜨릴 수 없었던 터라 또다시 꾹 참고 대답했어요. 센터장도 허락하지 않은 일을 어찌 내 멋대로 진행할 수 있겠냐고요. 그랬더니 그 동료가 나한테 손가락질하면서 내 인성을 비난했어요. 동의서에 사인까지 받은 사항인데 내가 맡은 일을 내가 결정짓지 못하고 그녀한테 묻냐며 따졌어요. 그러고는 오늘 점심에 보내주기로 약속했다며 서둘러 샘플을 제조하라고 얘기했어요. 선우 오빠, 오빠가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어떡할 거예요?"엄선우는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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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6화

엄선우는 크게 한숨을 들이켜며 물었다."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었다고?"염선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 사실 이것도 내 잘못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남한테 시비 걸고 싸운 제 잘못이겠죠. 마지막까지 내 싸움은 실패로 끝났어요. 하루에 여러 명과 싸우는 건 나한테 아주 익숙한 일이었거든요. 그 일도 결국은 내가 사과하는 것으로 끝났어요. 나는 먼저 센터장에게 사과했어요. 앞으로 사적으로 샘플 제조를 부탁하는 일은 없을 거라며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다 내 잘못이고 다음부터 주의하겠으니 제발 나서서 해결해달라고, 만약 일손이 부족하면 내가 나서서 해줄 수 있다고 말이죠. 그제야 센터장은 화가 풀려 용서해 줬어요. 그리고 다음 실수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내 실수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 입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그리고 다음부터 이런 일이 생기면 반드시 미리 얘기하라고 했어요. 그러고는 자리를 떴죠. 그렇게 샘플 제조 사건은 해결됐어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다음 곧바로 그 직장동료한테 사과했죠. 미리 준비하지 않은 내 잘못이니 다음에는 이틀 전에 얘기해 두겠다고 얘기했죠. 그랬더니 나처럼 일단 지르고 보는 사람한테 사과는 아무런 의미 없다면서 샘플 제조를 맡아주는 센터장과 다투는 건 무슨 경우냐며, 자신이 센터장이었다면 그냥 무시했을 거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샘플 제조에 동참하라며, 자신의 업무에 영향 주지 말라고 윽박질렀어요. 오후 2시에 반드시 샘플을 보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고요.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점심 식사를 거르는 한이 있어도 샘플 제조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날 점심 나는 식사도 거르고 샘플 제조에 동참했어요. 사실 대부분 샘플은 제가 완성했어요. 그리고 오후 1시에 가까스로 샘플 제조를 마치고 나왔죠. 그러다가 센터장과 그 동료가 웃으며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솔직히 다른 사람이라면 그 모습을 보고 무슨 기분이 들지 모르겠어요. 나는 확실히 분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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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7화

"난 미친년처럼 그들과 싸웠을 거예요."엄선우는 한 손으로 염선의를 끌어안으며 가슴 아픈 표정으로 물었다."일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사장님과 사모님이 너를 해고하지 않았다고?"염선의는 또 한 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도 한동안 의아했어요. 일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 사장님이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고? 사장님께서 나한테 자주 하는 얘기가 바로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거든요. 다른 회사였다면 나한테 이런 기회조차 주지 않았을 거라고 얘기했어요. 사장님께서 매번 그 얘기를 할 때마다 나는 고마움에 몸 둘 바를 몰랐죠. 그땐 나도 그 회사가 아니면 나를 받아줄 회사가 없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인간관계가 엉망이어도 받아주는 회사가 있었기에 잠자코 업무에 집중했죠. 그 회사에 다닌 시간도 3년이 되니까 업무를 해결할 때 실수가 적어지는 것도 맞았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명을 뒤집어쓰는 건 일상이었죠. 예전 같았으면 내 잘못인지 그들 잘못인지 헷갈렸을 거예요. 하지만 마지막에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날 알게 되었죠,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선우 오빠, 그때 내가 얼마나 억울했는지 알아요?"엄선우가 가슴 아픈 말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염선의는 고개를 들어 애써 눈물을 꾹 참고 말을 이었다."회사가 받아온 프로젝트가 내 손을 거쳐 제작 과정까지 나와 염색을 책임진 책임자 손에 들어가게 되었거든요. 그 책임자는 그 회사 고인 물이라 사장님보다 나이가 많았거든요. 사장님은 그 사람을 아주 존경했어요. 그 사람도 회사에서 보기 드문 나와 싸운 적이 없는 분이시거든요. 우리 회사에서 그분한테 감히 트집을 잡는 사람은 없었어요. 저도 그분을 존경했거든요. 그분에게 제작 과정을 설명할 때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지만, 염색 과정에 여전히 실수가 존재했거든요. 제작해 낸 완성품 모두 망가져 버리고 말았죠. 사장님을 포함한 회사 사람들 모두 잘못을 내 탓으로 돌렸어요. 저번에 직장동료 사건도 나한테 뒤집어씌우더니! 늘 내가 잘못했대요. 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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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8화

엄선우는 가슴 아픈 표정으로 염선의를 바라보았다."그 직장동료는 너한테 사과하는 걸 원치 않았지?"염선의는 이를 꽉 깨문 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나한테 사과하지 않은 것뿐이었다면 괜찮아요. 사과는커녕 사무실 직원들 앞에서 다들 내가 쌈닭이라는 사실을 안다며 회사 사람들 모두와 싸운 내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얘기했어요. 그러면서 그녀가 왜 나한테 사과해야 하냐고 하는 거예요.""제기랄!"엄선우는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사람들 앞에서 네 뺨을 때리는 것과 다를 게 뭐야?""사람들 앞에서 내 뺨을 때려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뻔뻔하기 짝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혔으니까요. 그런데 이보다 더 심한 건 회사 직원들 앞에서 보란 듯이 그분한테 이 일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면서 고객에게 갚을 배상금을 나더러 지불하라고 하더라고요. 배상금은 무려 4천5백만 원이었어요."엄선우가 물었다."그 여자가, 너더러 배상금을 전액 지불하라고 했단 말이야?"염선의가 대답했다."네, 나더러 배상금을 전액 지불하라고 했어요. 웃기지 않아요?""그래서 넌, 배상금 지불했어?"엄선우가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염선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내가 아무리 자격지심인 바보일지라도 배상금을 전액 지불하는 일은 할 수 없죠. 그리고 배상금을 지불할 실력도 없어요. 그리고 배상금은 인사부와 사장님께서 요구할 일 아닌가요? 난 그 회사 직원이고 회사에서 주는 급여를 받고 사는 사람이에요. 직원으로서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죠. 직원이 회사에 이윤을 창조해 줄 때 사장님이 만족하는 반면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위기가 오면 직원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요? 만약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누가 감히 일자리를 찾으려고 하겠어요? 배상금 문제는 사장님이 직접 나한테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나랑 동급인 동료가 나한테 배상금을 요구하다니, 정말 내가 바보인 줄 알아요?"엄선우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래서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거야?"염선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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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9화

"선우 오빠, 내 말 들어봐요. 그때의 난, 마치 야만인 같았어요."말을 마친 염선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염선의가 자신을 미친 변태라 얘기하는 것을 보고 엄선우는 가슴이 아팠다."넌 좋은 아이야. 이 세상에서 자기 잘못을 알고 반성할 줄 알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아는 사람은 다 좋은 사람이야. 염선의, 너는 용감한 아이야."엄선우는 차갑고도 굳건한 말투로 염선의를 위로했다.염선의는 울컥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선우 오빠, 그거 알아요? 난... 난 그저 친구 한 명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날 완전히 이해해 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나한테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고, 쌈닭도 아니라고 얘기해줄 친구가 필요했어요. 그저 나를 관심해 주고 인정해 줄 친구 한 명이면 충분해요. 하지만 나는 없었어요. 회사에 사람이 그토록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묵언수행만 했어요. 나서서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이 세상에 만약 누군가 나서서 나를 응원하고 위로하면서 나한테 괜찮아, 앞으로 이런 일에 신경 쓸 필요 없어, 이런 복잡한 상황에 놓였을 때 싸움은 불가피한 거야, 싸워야 할 상황이 아니면 침착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분석해 봐, 하지만 만약 반드시 싸워야 할 상황이면 절대 물러서지 말고 그 사람들한테 넌 나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 만약 이렇게 행동한다면 그 사람들은 더 이상 너를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네 트집을 잡거나 시비를 걸려는 사람도 없을 거야, 다른 말로 말하면 머리를 굴리라는 뜻이야,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마, 넌 원칙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사람이 되어선 안 돼, 그럴수록 넌 잃을 게 많아지고 결국 지금 네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기억해, 이 세상에서 모든 걸 잃는 한이 있어도 너한테는 내가 있어라고 얘기해주면 얼마나 좋아요. 선우 오빠, 난 누군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해주면서 나를 지지해 주고 이해해 주며 가슴 아파해줄 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난 변태가 안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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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0화

엄선우는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염선의를 바라보았다."그래서 네가 그 여직원을 협박한 것 때문에 너를 해고했다는 거야?""아니요."염선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그래서 더 이상했거든요. 이 정도까지 했는데도 나를 해고하지 않았으니까요. 이 일은 오후까지 이어졌고 사장님도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회사가 뒤집어진 상황이라 사장님은 미간을 찌푸리셨죠. 저도 사장님이 나를 해고할 줄 알았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나랑 그 여직원을 강제로 화해시키려고 했죠. 나한테 그 여직원의 사과를 들어야겠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네’라고 대답했죠. 반드시 나한테 사과할 것을 요구했어요. 하지만 그 여직원은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죠. 그녀는 사장님이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걸 예상하고 더욱 구슬프게 울었어요. 사장님께서 오후 내내 설득했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나한테 사과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줄곧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죠. 그리고 나를 회사 쌈닭이라고 우기며 자기 잘못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는 홧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장님께 검토를 요청했어요! 사실 그때는 그냥 내 태도가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진짜 그만둘 생각은 아니었어요. 단지 어렵게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놓여있는데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회사 직원들 앞에서 당당하게 내 자존심을 되찾고 싶었어요. 하지만 예상과는 반대로..."말하다 말고 염선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직서를 사장님 앞에 건네자마자 사장님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사인했어요. 사인을 마친 뒤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두 경비한테 내가 회사 물건을 사적으로 챙겨가지 않도록 엄밀히 수색하라고 얘기했어요. 당황스러웠죠. 사장님께서 이토록 매정하게 굴 줄 몰랐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니 모든 건 내 무식함 때문이었어요. 이미 공공의 적이 된 나를, 회사 직원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아안은 나를 무슨 이유로 예뻐하겠어요? 사실 그 뒤에 다시 생각해 보니 사장님께서 나를 해고하지 않고 내가 먼저 사직서를 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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