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우는 크게 한숨을 들이켜며 물었다."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었다고?"염선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 사실 이것도 내 잘못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남한테 시비 걸고 싸운 제 잘못이겠죠. 마지막까지 내 싸움은 실패로 끝났어요. 하루에 여러 명과 싸우는 건 나한테 아주 익숙한 일이었거든요. 그 일도 결국은 내가 사과하는 것으로 끝났어요. 나는 먼저 센터장에게 사과했어요. 앞으로 사적으로 샘플 제조를 부탁하는 일은 없을 거라며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다 내 잘못이고 다음부터 주의하겠으니 제발 나서서 해결해달라고, 만약 일손이 부족하면 내가 나서서 해줄 수 있다고 말이죠. 그제야 센터장은 화가 풀려 용서해 줬어요. 그리고 다음 실수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내 실수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 입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그리고 다음부터 이런 일이 생기면 반드시 미리 얘기하라고 했어요. 그러고는 자리를 떴죠. 그렇게 샘플 제조 사건은 해결됐어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다음 곧바로 그 직장동료한테 사과했죠. 미리 준비하지 않은 내 잘못이니 다음에는 이틀 전에 얘기해 두겠다고 얘기했죠. 그랬더니 나처럼 일단 지르고 보는 사람한테 사과는 아무런 의미 없다면서 샘플 제조를 맡아주는 센터장과 다투는 건 무슨 경우냐며, 자신이 센터장이었다면 그냥 무시했을 거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샘플 제조에 동참하라며, 자신의 업무에 영향 주지 말라고 윽박질렀어요. 오후 2시에 반드시 샘플을 보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고요.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점심 식사를 거르는 한이 있어도 샘플 제조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날 점심 나는 식사도 거르고 샘플 제조에 동참했어요. 사실 대부분 샘플은 제가 완성했어요. 그리고 오후 1시에 가까스로 샘플 제조를 마치고 나왔죠. 그러다가 센터장과 그 동료가 웃으며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솔직히 다른 사람이라면 그 모습을 보고 무슨 기분이 들지 모르겠어요. 나는 확실히 분노로
"난 미친년처럼 그들과 싸웠을 거예요."엄선우는 한 손으로 염선의를 끌어안으며 가슴 아픈 표정으로 물었다."일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사장님과 사모님이 너를 해고하지 않았다고?"염선의는 또 한 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도 한동안 의아했어요. 일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 사장님이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고? 사장님께서 나한테 자주 하는 얘기가 바로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거든요. 다른 회사였다면 나한테 이런 기회조차 주지 않았을 거라고 얘기했어요. 사장님께서 매번 그 얘기를 할 때마다 나는 고마움에 몸 둘 바를 몰랐죠. 그땐 나도 그 회사가 아니면 나를 받아줄 회사가 없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인간관계가 엉망이어도 받아주는 회사가 있었기에 잠자코 업무에 집중했죠. 그 회사에 다닌 시간도 3년이 되니까 업무를 해결할 때 실수가 적어지는 것도 맞았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명을 뒤집어쓰는 건 일상이었죠. 예전 같았으면 내 잘못인지 그들 잘못인지 헷갈렸을 거예요. 하지만 마지막에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날 알게 되었죠,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선우 오빠, 그때 내가 얼마나 억울했는지 알아요?"엄선우가 가슴 아픈 말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염선의는 고개를 들어 애써 눈물을 꾹 참고 말을 이었다."회사가 받아온 프로젝트가 내 손을 거쳐 제작 과정까지 나와 염색을 책임진 책임자 손에 들어가게 되었거든요. 그 책임자는 그 회사 고인 물이라 사장님보다 나이가 많았거든요. 사장님은 그 사람을 아주 존경했어요. 그 사람도 회사에서 보기 드문 나와 싸운 적이 없는 분이시거든요. 우리 회사에서 그분한테 감히 트집을 잡는 사람은 없었어요. 저도 그분을 존경했거든요. 그분에게 제작 과정을 설명할 때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지만, 염색 과정에 여전히 실수가 존재했거든요. 제작해 낸 완성품 모두 망가져 버리고 말았죠. 사장님을 포함한 회사 사람들 모두 잘못을 내 탓으로 돌렸어요. 저번에 직장동료 사건도 나한테 뒤집어씌우더니! 늘 내가 잘못했대요. 회사에서
엄선우는 가슴 아픈 표정으로 염선의를 바라보았다."그 직장동료는 너한테 사과하는 걸 원치 않았지?"염선의는 이를 꽉 깨문 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나한테 사과하지 않은 것뿐이었다면 괜찮아요. 사과는커녕 사무실 직원들 앞에서 다들 내가 쌈닭이라는 사실을 안다며 회사 사람들 모두와 싸운 내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얘기했어요. 그러면서 그녀가 왜 나한테 사과해야 하냐고 하는 거예요.""제기랄!"엄선우는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사람들 앞에서 네 뺨을 때리는 것과 다를 게 뭐야?""사람들 앞에서 내 뺨을 때려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뻔뻔하기 짝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혔으니까요. 그런데 이보다 더 심한 건 회사 직원들 앞에서 보란 듯이 그분한테 이 일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면서 고객에게 갚을 배상금을 나더러 지불하라고 하더라고요. 배상금은 무려 4천5백만 원이었어요."엄선우가 물었다."그 여자가, 너더러 배상금을 전액 지불하라고 했단 말이야?"염선의가 대답했다."네, 나더러 배상금을 전액 지불하라고 했어요. 웃기지 않아요?""그래서 넌, 배상금 지불했어?"엄선우가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염선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내가 아무리 자격지심인 바보일지라도 배상금을 전액 지불하는 일은 할 수 없죠. 그리고 배상금을 지불할 실력도 없어요. 그리고 배상금은 인사부와 사장님께서 요구할 일 아닌가요? 난 그 회사 직원이고 회사에서 주는 급여를 받고 사는 사람이에요. 직원으로서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죠. 직원이 회사에 이윤을 창조해 줄 때 사장님이 만족하는 반면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위기가 오면 직원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요? 만약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누가 감히 일자리를 찾으려고 하겠어요? 배상금 문제는 사장님이 직접 나한테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나랑 동급인 동료가 나한테 배상금을 요구하다니, 정말 내가 바보인 줄 알아요?"엄선우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래서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거야?"염선의는
"선우 오빠, 내 말 들어봐요. 그때의 난, 마치 야만인 같았어요."말을 마친 염선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염선의가 자신을 미친 변태라 얘기하는 것을 보고 엄선우는 가슴이 아팠다."넌 좋은 아이야. 이 세상에서 자기 잘못을 알고 반성할 줄 알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아는 사람은 다 좋은 사람이야. 염선의, 너는 용감한 아이야."엄선우는 차갑고도 굳건한 말투로 염선의를 위로했다.염선의는 울컥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선우 오빠, 그거 알아요? 난... 난 그저 친구 한 명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날 완전히 이해해 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나한테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고, 쌈닭도 아니라고 얘기해줄 친구가 필요했어요. 그저 나를 관심해 주고 인정해 줄 친구 한 명이면 충분해요. 하지만 나는 없었어요. 회사에 사람이 그토록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묵언수행만 했어요. 나서서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이 세상에 만약 누군가 나서서 나를 응원하고 위로하면서 나한테 괜찮아, 앞으로 이런 일에 신경 쓸 필요 없어, 이런 복잡한 상황에 놓였을 때 싸움은 불가피한 거야, 싸워야 할 상황이 아니면 침착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분석해 봐, 하지만 만약 반드시 싸워야 할 상황이면 절대 물러서지 말고 그 사람들한테 넌 나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 만약 이렇게 행동한다면 그 사람들은 더 이상 너를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네 트집을 잡거나 시비를 걸려는 사람도 없을 거야, 다른 말로 말하면 머리를 굴리라는 뜻이야,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마, 넌 원칙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사람이 되어선 안 돼, 그럴수록 넌 잃을 게 많아지고 결국 지금 네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 거야, 기억해, 이 세상에서 모든 걸 잃는 한이 있어도 너한테는 내가 있어라고 얘기해주면 얼마나 좋아요. 선우 오빠, 난 누군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해주면서 나를 지지해 주고 이해해 주며 가슴 아파해줄 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난 변태가 안 될 수도
엄선우는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염선의를 바라보았다."그래서 네가 그 여직원을 협박한 것 때문에 너를 해고했다는 거야?""아니요."염선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그래서 더 이상했거든요. 이 정도까지 했는데도 나를 해고하지 않았으니까요. 이 일은 오후까지 이어졌고 사장님도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회사가 뒤집어진 상황이라 사장님은 미간을 찌푸리셨죠. 저도 사장님이 나를 해고할 줄 알았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나랑 그 여직원을 강제로 화해시키려고 했죠. 나한테 그 여직원의 사과를 들어야겠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네’라고 대답했죠. 반드시 나한테 사과할 것을 요구했어요. 하지만 그 여직원은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죠. 그녀는 사장님이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걸 예상하고 더욱 구슬프게 울었어요. 사장님께서 오후 내내 설득했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나한테 사과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줄곧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죠. 그리고 나를 회사 쌈닭이라고 우기며 자기 잘못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는 홧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장님께 검토를 요청했어요! 사실 그때는 그냥 내 태도가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진짜 그만둘 생각은 아니었어요. 단지 어렵게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놓여있는데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회사 직원들 앞에서 당당하게 내 자존심을 되찾고 싶었어요. 하지만 예상과는 반대로..."말하다 말고 염선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직서를 사장님 앞에 건네자마자 사장님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사인했어요. 사인을 마친 뒤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두 경비한테 내가 회사 물건을 사적으로 챙겨가지 않도록 엄밀히 수색하라고 얘기했어요. 당황스러웠죠. 사장님께서 이토록 매정하게 굴 줄 몰랐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니 모든 건 내 무식함 때문이었어요. 이미 공공의 적이 된 나를, 회사 직원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아안은 나를 무슨 이유로 예뻐하겠어요? 사실 그 뒤에 다시 생각해 보니 사장님께서 나를 해고하지 않고 내가 먼저 사직서를 낼 때
사람마다 성격은 다 다르다는 얘기다.염선의는 날카로워 보였고 남들과 싸우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심지어는 이상하다는 말까지 듣는 염선의였지만, 그녀의 마음은 누구보다 나약하고 여리었으며 가끔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매번 피동적이었고 무시당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염선의는 본인 말처럼 허영심에 가득 찬 적도 있었다.그러나 신세희는 달랐다.신세희는 사실 염선의보다 백배는 더 괴로운 처지였다.하지만 신세희의 마음은 누구보다 강했다.그녀는 잘못한 게 없다는 걸 분명히 인식할 수 있었다. 잘못이 없는 한 그녀는 절대 타협하지 않았고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신세희는 다른 사람과 싸우기보다는 참는 걸 선택했다. 그녀는 무언의 반항으로 주변 사람들 모두 정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하지만 염선의는 사람을 정복하는 이런 매력이 없었다.다른 사람이 그녀의 잘못에 대해 말을 꺼낼 때면 마음이 흔들렸다.그러나 세상에 신세희 같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남성시 전체를 둘러봐도 신세희뿐이다.그런 환경에서 여전히 꿋꿋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신세희뿐이었다.이 세상에 살아 숨 쉬는 것들 대부분은 연약한 존재들이다.예를 들면 염선의처럼.비록 염선의에게 천 개, 만 개의 결점이 있다고 해도, 남들이 싫어한다 해도, 그녀는 늘 마음씨가 좋았다.게다가 성실하게 일하기까지 했으니.그거면 충분하다.마음씨가 좋고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인 걸 몰랐다면 그녀의 사장이 어떻게 그녀를 회사에 3년 동안이나 남겨두었겠는가? 사장인 사람 중에 과연 바보가 있을까?엄선우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염선의에게 말했다.“선의야, 우리 퇴원하고 나도 일을 다 처리하고 나면 내 친구와 자리 한번 만들게. 너보다 열 배는 더 안 좋은 상황이었던 사람이야, 그 친구를 만나보면 너도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 생길 거야.”염선의가 궁금해하며 물었다.“무슨 일을 하시는데요?”“건축 디자이너.”엄선우가
엄선우는 어색하게 몇 번 웃더니 입을 열었다.“어... 어떻게 갑자기 돈... 돈 얘기가 나온 거지?”그 순간, 그는 착각까지 들었다.눈앞에 있는 여자아이가 혹시 사기를 일삼는 사기꾼은 아닐까?그녀가 이토록 사연 있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그에게 털어놓고 있는 건 사실 그에게서 동정과 믿음을, 그리고 사랑을 받기 위해서 지어낸 이야기이고 결국엔 돈을 받아내려고 하는 건 아닐까?말로는 돈을 빌리지 않을 거라고는 하지만, 이 또한 수단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이런 생각을 하던 엄선우는 참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이런 사기꾼들이 한둘이 아니다. 수단과 방법은 다양하고 온갖 속임수로 돈을 받아낸다.만약 눈앞의 여자아이가 정말 사기꾼이라면 엄선우는 곧 사기를 당하는 희생양이 아닌가?하하!정말 웃긴 일이다.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더니 엄선우는 다시 평온해진 얼굴로 염선의를 바라보았다.그도 궁금했다, 이 여자아이가 앞으로는 어떤 수작을 부릴지.염선의는 쓸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는 그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퇴사했고 사실 3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쫓겨난 셈이죠. 그때 가지고 있는 돈이라곤 6, 7만 원뿐이었고 겨우 보름치 소비 돈에 불과했던 데다가 매일 버스를 타고 이력서를 제출하러 다니며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했기에 그 비용만 해도 만 원이 넘었죠. 그러나 매달 월급은 엄마 병원비로 사용하도록 해야 했어요. 선우 오빠는 아마 저에게 이젠 직장도 없으니 마지막 월급은 집에 보내지 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우리 집 사정을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저희 아빠는 고지식한 분이세요, 고지식한 건 그렇다 쳐도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죠. 어쩐지 엄마와 엄마 친정 식구들이 할머니와 아버지들을 그렇게 무시하더라니. 저희 할머니도 게으른 분이세요, 아빠는 할머니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 뭘 해도 잘 안 돼요. 소자본 장사도 했었지만, 십중팔구는 돈을 잃었고 그 후로 아빠는 누구에게서 돈을 빌릴 수 있을지 고민이 태산이었어요. 빌릴 데
“거의 200만 원이 되는 빚이 직업이 없는 저에게는 어깨를 누르고 있는 큰 산처럼 느껴지는 거죠. 심지어 점점 더 쌓여가고 있어요.”“왜 반년 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했던 거야?”엄선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도리대로 말하면, 넌 이미 3년의 업무 경력이 있고, 일도 열심히 하니, 직장을 구하는 게 너한테는 쉬운 일 아닌가?”염선의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도리대로라면 직장을 구하는 건 정말 어렵지 않아요. 2000년 이후, 특히 여자들은 일자리를 찾기가 쉬워졌죠, 일을 가리지만 않는다면요. 저희 마을에서 일하러 떠난 여자애들은 매년 몇백만 원이나 되는 적금을 갖고 집으로 돌아오죠. 전자 공장, 의류 공장 등 각종 공장에서 여직원을 필요로 하지만 저는 허영심을 내려놓을 수 없었어요. 사무실에서 3년 동안이나 일한 저는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미 사무직 종사자이기도 한 걸요. 그러니 꼭 떳떳한 직장을 찾아야 해요. 떳떳한 직장을 찾지 못한다면 나중에 집에 돌아가서 또 짓밟히고 멸시를 받을 거예요. 전 꼭 성공해야만 해요, 실패해서는 안 돼요. 그렇게 체면을 세울만한 직장을 찾다 보니 반년이 지나갔죠. 반년 내내 수입이 전혀 없었지만, 매달 어머니께 돈은 보내야 했어요. 선우 오빠, 제가 지금 얼마나 후회하는지 아세요?”엄선우는 침묵에 잠겼다.“......”그 순간,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심지어 눈앞의 여자애가 이야기를 지어내 돈을 사기 치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이 모든 게 사실인지조차 헷갈렸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저 묵묵히 염선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염선의는 엄선우가 그녀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계속해서 엄선우에게 말했다.“선우 오빠, 그거 아세요? 만약 인생이 정말 소설처럼 시간을 거스르거나 환생할 수 있다면 전 반드시 1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갈 거예요, 반드시! 제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다는 환상은 없어요. 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