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우가 부드럽게 말했다.“아니, 세상에 그런 건 없어.”“흑흑...”염선의가 더 서글프게 울었다.“제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환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에 꼭 입학할 거라고요. 전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어요! 절대 놀기만 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 그냥 중학교 때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아요, 환생하면 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거예요, 다시는 체면을 세우려고 하지 않을 거고 다시는 사촌 오빠와 언니와 비교하지 않을 거예요. 전 그저 열심히 일해서 착실하게 돈을 모으고 싶어요. 흑흑, 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늦었다고요!”“늦었다고?”엄선우가 염선의의 말을 끊으며 조용히 물었다.염선의가 입을 열었다.“선우 오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엄선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바보야, 넌 아직 서른도 안 됐어, 이렇게 젊은데 뭐가 늦었다는 거야. 네가 말한 것들은 그저 젊은 애들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일 뿐이야. 내가 말했잖아, 이 세상에 실수하는 사람은 많아. 평생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살지, 그래서 평생 자기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거고. 예를 들면...”말을 이어가던 엄선우는 최여진, 임서아 그리고 민정연을 떠올렸다.그들은 염선의보다 훨씬 더 허영심이 많았다.염선의보다 더 독한 사람들이었다.그들 중 둘은 큰 걸 위해서 작은 걸 포기하기도 하고,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기까지 했다.솔직히 모든 건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닌가?그 여자애들은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면 한계조차 없었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그녀들에 비하면 염선의의 그 정도 허영심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몇 분의 시간이 흘렀고 엄선우는 생각을 모두 정리한 듯싶었다.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여자애는 사기를 치려는 것이 아니라는걸.그녀가 정말 사기를 치려는 것이었다면 이런 얘기는 지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하는 얘기의 대부분은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이었
게다가 입을 열게 되면 엄선우의 정체도 드러날 게 뻔했다.그는 염선의에게 자신의 신분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선우 오빠, 오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만약... 만약 5년 전에 오빠를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오빠는 보기엔 무뚝뚝해 보여도 마음만은 너무 세심한 것 같아요, 사람을 위로할 줄 알고 마음도 강하고. 만약 5년 전에 오빠를 만났더라면 아마 이렇게 외롭진 않았겠죠, 이렇게 한 걸음씩 나락으로 빠지지도 않았을 거고요.”염선의가 쓸쓸하게 말했다.엄선우는 가슴이 철렁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한 걸음씩 나락으로 빠지다니? 그... 그게 뭔데?”그는 염선의가 혹시라도 그런 얘기를 꺼낼까 봐 두려웠다.살기 위해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불결한 일을 했다든지 혹은 늙은 남자를 만났다든지 하는 얘기일까 봐 말이다.엄선우는 왠지 모르게 염선의가 그런 말을 할까 봐 두려웠다.눈물을 머금고 있던 염선의는 갑자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사실 오빠의 인생관대로라면 별거 아니에요. 일단 저는 제 몸을 해치는 일도 한 적이 없고 그리고 스폰을 받은 적도 없어요. 제가 말한 나락은...”그 말에 엄선우는 긴장을 푼 채 웃음을 지었다.다행이야.그런 적 없으면 정말 다행이야!그는 미소를 지은 채 염선의를 바라보았다.“네가 말하는 나락이 설마 사기는 아니지?”이 역시 떠보려는 질문이었다.그는 염선의가 사기를 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슬쩍 떠보려고 했다.염선의는 고개를 들어 엄선우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선우 오빠, 어떻게 알았어요?”엄선우는 침묵에 잠겼다.“......”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염선의는 계속 말을 이었다.“다른 사람의 돈을 사기 쳤다기보다 또 신용카드의 돈을 쓰고 말았어요.”엄선우가 입을 다물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물었다.“제대로 된 일자리도 없는데 신용카드는 어떻게 만든 거야?”염선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한 걸음 잘못 내디디면 끝까지 잘못하
엄선우는 이미 눈치챈 것 같았다.“그러다 헤어진 거야?”상상하기 어렵지 않은 결과였다. 만약 염선의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겠지? 집 앞에서 친척들에게 해코지당할 때까지 남편이나 남자 친구가 구하러 오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이어 엄선우는 염선의를 위로했다.“바보야, 이 세상에 연애 한 번에 결혼까지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아? 세상에 좋은 남자는 많고도 많아, 그 남자 하나쯤은 없어도 괜찮아.”그는 심지어 염선의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 눈앞에도 좋은 남자 한 명이 있다는걸.그저 나이가 조금 많을 뿐이었다. 서른다섯, 여섯 살쯤 되였을 뿐.하지만 엄선우는 신중한 사람이었다. 남의 위험을 틈타 겉치레에 맞지 않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오히려 염선의가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요, 세상에 좋은 남자는 많고도 많죠. 선우 오빠도 보기 드문 좋은 남자인데, 아쉽게도 오빠를 너무 늦게 만났네요.”엄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선우 오빠, 혹시 제가 겁을 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겁먹지 않아도 돼요, 전 오빠를 사랑하지 않을 거니까요, 돈을 빌리는 일은 더더욱 없을 거니까 걱정 마요. 살면서 오빠처럼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고 절 싫어하지도 않으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친구를 만나게 된 건 이미 행운이에요, 더 많은 건 바라지도 않아요. 저는 사촌 오빠와 언니에게 머리채를 잡혀 맞고 있을 때 저를 구해준 오빠를 거친 농민이라고 생각했고 만약 오빠가 오갈 데 없는 농민이라면 제가 따라가려고 했죠. 오빠와 결혼하면 어떤 처지더라도, 평생 낡은 집에 살아야 한대도 저는 기꺼이 함께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 혼자서는 너무 외로웠거든요. 그러다 오빠가 저를 좋은 호텔에 데려다주는 모습을 보고 오갈 데 없는 노숙자나 농민 따위는 아닐 거로 생각했어요.”엄선우는 흥미진진하게 물었다.“그러면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 같은데?”염선의는 고개를 숙이고 늘 그랬던 것처럼 자비심으로 가득한 말투로 말했
사실 사람마다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사람마다 모두 각자만의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고,저마다의 힘든 일을 겪고 있다.타향에서 조용히 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그에게 꼭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었다.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그뿐만 아니라 울다가, 더 슬프게 눈물을 흘리다가, 그러다 또 안정을 되찾는 여자를 보며 엄선우는 귀엽다고 느끼기까지 했다.얘기를 듣던 엄선우는 이 아이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줄곧 반성하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녀는 곁에 친구도, 가족도 없다고 강조해 왔다.엄선우는 생각했다, 이런 여자애를 신세희에게 데려간다면 신세희는 분명 그녀를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로 생각할 거라고. 순결한 여자아이가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거나, 다른 사람과 동거했다는 이유로 순결을 잃는 게 아니었다.엄선우가 생각하는 순결은 마음이었다.육체적인 것이 아니라.적어도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여자아이가 앞으로 남자 친구와 동거했다가 헤어졌다는 얘기하더라도 엄선우는 여전히 이 여자아이를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결국은 제 잘못이었어요, 정말 제가 잘못한 거였죠.”말을 이어가던 염선의는 정신을 못 차리는 듯했다.그녀는 머리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처음부터, 누군가를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이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데 어떻게 상대에게 진심을 바라겠어요? 그 남자애는 좋은 사람이었어요.”엄선우가 물었다.“너의 학력이 위조된 걸 알고... 헤어지자고 한 거야?”염선의가 고개를 저었다.“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새로운 회사에서 전과 같은 대우를 받은 거야?”엄선우가 또 물었다.“그건 아니고요.”말하던 염선의의 표정이 홀가분해진 것 같았다.“새 회사는 도심에 위치해있고 저는 매일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야 해요. 교외에 있던 원래 회사와 다르게 회사의 직원들 대부분 포용성이 강하고 그렇게 깊은 계급관념도, 짙은
엄선우가 의아하게 물었다.“어쩌다 드러난 건데?”사실 그는 가짜 이력서를 사용했으니 언제든 폭로될 것이라고, 제일 좋은 방법은 가짜 이력서 대신 진실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인생은 본인이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현재 염선의도 잘못을 알고 있었기에 엄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염선의는 고개를 숙였고 얼굴은 발그레해졌다.엄선우는 그녀가 수치심이 강한 여자애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마치 엄청난 용기라도 낸 듯 고개를 들어 엄선우를 바라보았다.“제가 담당자와 인사팀에게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자 담당자와 인사팀 모두 흔쾌히 동의했어요.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요구를 했죠. 월급을 인상할 수는 있으나 제가 그에 상응하는 직위를 맡아야 한다고요. 원래 담당했던 업무 범위에는 전문 지식 서면 번역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월급을 인상 받고 싶으면 번역 업무도 제가 맡아야 했어요. 회사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단량 방면에서 전문적이기도 했고 제가 번역 업무만 맡으면 회사에서는 월급을 절반이나 더 올려주겠다고 했어요. 회사 외부에서 전문 통역사를 찾는 건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월급이 높은 건 둘째 치고 하필이면 전문지식이 매우 부족하다고 인사팀에서 말하더군요. 사실 회사에 가장 필요한 건 전문지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외국 주문서도 번역해 줄 수 있는 직원이었어요. 제가 그럴 수 있다면 회사는 매우 만족한다고 했죠, 기꺼이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했고요. 그리고 지금의 직급과 달리 독립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직급으로 바뀌기도 하고요.”엄선우가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 물었다.“학력이 위조된 거라 전문지식은 잘 알고 있었지만, 영어를 잘 못했던 거야?”염선의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전 영어를 잘 못하는 게 아니라 하나도 몰라요. 저는 기껏해야 ABC 알파벳 정도만 알고 있었죠. 중학교 때 배웠던 단어들도 진작에 까먹었는데 어떻게 번역을 하겠어요?”“그래서
“모든 건 제가 자초한 거예요.”“그런 말 하지 마, 선의야.”엄선우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염선의는 고개를 흔들었다.“정말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에요, 제가 자초한 거죠. 그저 월급을 인상 받아 경제적 부담을 덜어내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월급은 확실히 올랐고, 직급도 올랐지만 3개월의 적응 기간이 있어요. 이 3개월 동안 제가 감당할 수 있어야지 인사팀에서 약속한 대로 월급을 인상 받을 수 있고 직급도 유지할 수 있어요. 사실 인사팀과 저의 책임자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저 형식적인 것이었죠. 왜냐하면 외국 수출 주문서는 영어를 아는 사람에게 특히나 간단한 내용이었어요, 전문지식과 영어 모두 장악한 사람에게는 쉽다 못해 아무런 걱정 없이 가장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는 업무였죠. 하지만 저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였죠. 영어를 읽는데 천자문을 읽는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회사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죠, 들킬까 봐 무서웠거든요. 그러다 결국 비싼 돈을 들여 전문 번역가를 찾았죠. 몇 십만 원을 들여 고작 몇 페이지 안 되는 외국 주문서 번역을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어요.”“세상에, 그럼 네 월급은 오히려...”엄선우는 이미 결과를 예상했다.“맞아요, 인상 받은 월급은 부담을 덜어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돈을 들여 번역가를 찾느라 더 형편없어졌죠. 이뿐만이 아니라 더 번거로운 일도 있었어요. 우리 회사에서 받은 외국 주문서는 사실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고 클라이언트와 여러 번 소통해야 했어요. 매번 다른 수정 의견이 있었고 주문서 하나당 한두 번 수정하는 것도 적은 축에 속했어요, 많게는 대여섯 번 수정한 적도 있었죠. 비록 대부분 내용은 같았지만, 매번 다른 수정 의견을 받을 때마다 전문 번역가를 찾아 번역을 맡겨야 했어요. 제 돈을 들여 찾은 번역가는 대부분 내용이 같다고 수정한 부분만 돈을 받기는커녕 횟수에 따라 돈을 받곤 했죠. 그럴 때면 한 달에 100만 원이나 되는 빚을 졌어요. 당시 저는 이미 형편이 좋지 않아 하루 세 끼
엄선우는 마침내 깨달았다.“그 사건 때문에 회사에서 네가 영어를 전혀 모른다는 걸, 심지어 대학 학력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폭로된 거구나, 맞지?”염선의는 고개를 숙였고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녀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선우 오빠, 저 정말 엉망진창이죠?”엄선우는 침묵에 잠겼다.“......”그 순간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염선의는 계속 말을 이었다.“사실 성장 과정에 억울하게 왕따와 억압을 당하는 경험을 하는 여자애들이 이 세상에 많고도 많지만, 그중에는 자신의 끈기로 천천히 일어나 사람들의 존중을 받는 여자애들도 많아요. 그리고 이런 여자애들은 남에게 짓밟히고 따돌림을 당해도 마음 한구석에는 전혀 부끄러움이 없어요. 왜냐하면 그녀들은 잘못이 없으니까요. 그녀들은 늘 당당해요. 이런 모습 때문에 그녀들은 결국 운명적인 인연을 만나 사랑을 받게 되는 거죠. 짓밟힘과 따돌림을 당한 과거가 있더라도 그녀들은 여전히 사랑을 받을 수 있고 그녀들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날 수 있죠. 하지만 저는요? 저는 이래도 싸요.”엄선우는 침묵에 잠겼다.“......”“선우 오빠, 전 회사에서 3년을 일했으니 3년 동안 굴욕을 당한 셈이에요. 하지만 지금의 회사는 확실히 저에게 굴욕을 주는 사람도 없고 모두 저에게 친절해요. 제 손으로 제 명성과 이미지를 망가뜨린 거죠.”염선의의 말을 듣던 엄선우도 정말 입을 열고 싶었다.“그러게! 자업자득이지! 네가 만든 구덩이에 네가 뛰어내릴 수밖에.”하지만 염선의의 불쌍한 모습에 엄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자기 잘못을 참회하고 있는 여자아이다.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엄선우는 차마 뭐라 말할 수 없었다.염선의가 말을 이었다.“전 회사에서 굴욕은 이미 충분히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회사에 비해 보잘것없는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원래 회사에서는 적어도 그 사람들과 싸울 수 있었지만 지금 회사에서는 반박할 처지가 전혀 아니에요. 회사의 리더들과 인사
“선우 오빠, 정말 다른 사람의 잘못이 아니에요. 허영심 많고, 열심히 일하지 않은 제 탓이죠.”“제가 회사에 큰 손실을 주게 되었는데, 도무지 제 능력으로 갚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대표님이 화도 엄청나게 내셨어요. 그 번역원이 우리의 핵심 자료를 같은 업계 사람들에 팔지만 않았어도, 그래서 그들이 우리의 고객을 채가지만 않았어도 대표님이 그렇게까지 화내지는 않았을 거예요. 아무래도 제가 회사에 큰 손해를 가져온 게 대표님이 화낸 가장 큰 이유니까요.”“결국에는 제 가짜 학력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잖아요. 그래서 대표님이 저한테 전체 직원들 앞에서 사과하라고 하신 거예요.”“도망칠 수 없었어요. 저는 그렇게 사형선고 받은 죄수처럼 사람들 앞에 서게 됐어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없었어요. 제가 직접 판 무덤이었으니까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어요.”“너무 부끄러웠어요.”“저는 직원들에게 질타와 욕설, 비웃음을 받게 되었어요. 전에 다니던 회사에 있을 때보다 기분이 훨씬 더 불편하더라고요. 그때 알게 되었어요. 사람은 진짜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만 당당해질 수 있다는 것을요. 애매한 상황일 때는 진짜 죄인이라도 된 듯한 기분에 감히 얼굴도 못 들겠더라고요.”“일할 때만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제 남자 친구 앞에서도 똑같았어요.”“직원들 앞에 서 있는 제 모습을 보자 남자 친구는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어요. 하필이면 마침 그때 누가 또 장난까지 치고 있었어요.”-‘야, 저 사람이 네가 말한 착하고 자신감 없는 귀여운 여자야?’-‘횡재가 따로 없네.’-‘이런, 하룻밤 사이에 아주 유명 인사가 됐네.’“그 말들은 남자 친구 귀속으로 그대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의 눈동자는 회의 내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어요.”“회의가 끝나는 시간이 곧 제가 회사에서 나가는 시간이었어요. 저는 그렇게 전 직원의 시선을 받으며 개인 물품을 정리했고, 쥐새끼처럼 회사를 도망쳐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