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의의 말에 엄선우는 심장이 찌릿했다. “뭐라고? 널 때렸다고? 거기서?”그녀는 어깨를 들썩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뺨을요.”“이런 나쁜 놈!”“뺨만 때린 게 아니라, 사람들 다 보는 데서 면전에 대고 욕까지 했어요.”‘정말 뻔뻔하다! 그렇게까지 나랑 결혼하고 싶은 거야? 뻔뻔한 된장녀! 꺼져! 다음에 만날 땐 얼굴을 찢어버릴 테니까! ‘그녀의 말에 엄선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이 널 미워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맞아요. 그 사람 나 미워해요. 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요.”“그 사람, 인성은 참 좋았어요. 버스에서 임산부를 만날 때면 항상 자리를 양보해 주었고, 버스에서 안전하게 내릴 수 있게 부축해 주기도 했어요.”“그 사람은 농구를 좋아했어요. 농구장에 있을 때면 항상 단호하고 기세가 넘쳤고, 무척이나 남자다운 매력을 드러냈어요. 하지만 평소 절 대하는 모습은 오히려 정반대였죠. 엄청 다정하고 잘해줬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었죠. 그에겐 어두운 면이 없었어요.”“회사에서도 동기들이랑 아주 잘 지냈어요. 그 사람은 정말 똑똑했고, 상사들에게 인정도 특별하게 받고 있었어요.”“제일 중요한 건, 영어까지 유창하게 한다는 사실이었어요.”“제 주위에도 영어 잘하는 동기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들에게 영어란 단지 좋은 직업을 찾는 도구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하지만 그는 달랐어요. 항상 영어를 배우는 이유가 개인적인 취미 때문이라고 그랬거든요.”‘내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야. 처음에 영어를 시작한 이유는 그냥 문학이 좋아서였어. 나는 책과 소설들을 좋아했어. 그 중 클래식한 소설들을 특히 좋아했지. 번역본을 챙겨보다 아무리 노력해도 번역본은 원본의 뜻을 완벽하게 전달하지는 못한다는 걸 알게 됐어. 원서를 사서 보는 게 내게 더 깊은 뜻을 안겨주었지.’‘솔직히 말해서 언어라는 건 그냥 일종의 소통 수단일 뿐이잖아? 엄격히 말하자면 우리의 스펙이 될 수는 없
솔직히 말해서, 엄선우도 그 상황이었다면 아마 폭력을 썼을 것이다.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하지만 염선의는 고개를 흔들더니 정신이 나간 것처럼 울다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 사람이 절 때린 것도 사실이고, 욕한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한테 그런 짓을 한 이후에 바로 자기의 얼굴을 내리치며 자기 자신을 욕했어요.”‘내가 지금 무슨 짓을… 난 죽어도 싸! 어떻게 사람을 때릴 수가 있어? 그것도 여자를? 난 죽어도 싸!’“그 후에 무척이나 풀이 죽은 모습으로 저한테 사과하더라고요.”‘미안해. 널 때리는 게 아니었어. 신고해도 좋고, 나한테 보상을 요구해도 좋아. 난 할 말없어.’그녀의 말에 엄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성인군자가 맞긴 하네. 근데 너 설마…”갑자기 그녀에게 빚이 있다는 사실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설마 진짜 돈 달라고 한 건 아니겠지?염선의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꺼내겠어요? 그냥 울면서 말했어요.”‘아니야. 필요한 거 없어. 오히려 잘 때렸어. 그러니까 나 좀 용서해 줘. 나도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야…’“그렇게 말하니까 그 사람도 같이 울더라고요. 씁쓸하게 웃더니 저한테 말 한마디 건넸어요…”‘네가 알아서 잘 처신해.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그 사람은 개인물품을 챙기더니 빠르게 자리를 떠났어요. 그의 뒤를 열심히 쫓았는데도 따라잡을 수 없더라고요.”“그리고? 그렇게 헤어진 거야?” 엄선우가 바로 그녀에게 물었다.“그리고…” 염선의는 말을 더듬거리더니 그만 입을 닫아버렸다.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리고 어떻게 됐는데?”그의 말에 염선의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을 피하고 있는 듯했다. “사실 회사에서 잘릴 때 엄마가 마침 전화를 걸었어요.”‘선의야, 남자 친구는 언제 집에 데려오는 거야? 넌 모르지? 집안사람들이 너한테 선 자리 마련해준다고 얼마나 눈독 들이고 있는데. 집안사람들도
“어?” 염선의의 말에 엄선우는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네가… 그 사람 집에 왜?”염선의는 어깨를 들썩이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엄선우를 쳐다보았다. “선우 오빠, 저 미친 사람 같죠? 지금 제가 너무 질척거린다고 생각하고 있죠?”“…”솔직히 말해야 하나?맞다!다 큰 성인끼리, 헤어지면 헤어지는 거지 이게 무슨 짓이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먼저 거짓말한 건 염선의지 남자가 뭘 어떻게 한 건 아니었다.헤어지기로 했으면 서로 방해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그런데 오히려 질척거리다니?그것도 집까지 찾아가기까지 하면서 말이다.하지만 염선의가 이렇게 자신의 쪽팔린 일을 입밖으로 꺼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용기가 가상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미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었고 죄책감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엄선우는 더 이상 그녀를 책망하지 않았다.“선의야, 세상 사람 중 대부분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 하지만 잘못만 고친다면 다시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 이런 말도 있잖아? 사람 치고 허물없는 사람은 없다.” 엄선우는 침착하게 염선의를 위로해 주었다.그 말에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염선의는 감정을 추스르더니 고개를 들어 단호한 표정으로 엄선우를 쳐다보았다. “문을 연 사람은 그 사람의 엄마였어요. 어머님은 엄청 예쁜 분이셨죠. 몸매도 좋으시고, 기품도 넘치시고, 무척이나 온화한 분이셨어요. 처음에는 좋은 말로 저를 달래셨고 나중에는 집에서 밥까지 먹고 가라고 하셨어요.”“그 사람의 집은, 제가 본 집 중에서 제일 따뜻하고 환한 집이었어요. 첫눈에 반해버렸죠.”“커다란 별장의 호화로운 느낌이 아닌, 도시에 숨어있는 작은 쉼터 같은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인테리어로 보나, 깔끔한 집안으로 보나 제가 꿈꿔오던 집에 딱 들어맞는 곳이었어요. 베란다에 심은 꽃들은 마치 신성한 정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들게 했어요.”“선의야, 네가 그 사람 집에 집착하는 거… 그냥 예전에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살아본
“그땐 제가 정신이 나가 있었어요. 어머님이 100만 원까지 빌려주며 도와준다고 했는데 여전히 고집부리며 그 집에서 나가지 않고 있었거든요. 나중에는 정말 방법이 없으셨는지 결국 경찰에 신고하시더라고요.”“경찰은 저를 그 사람 집에서 쫓아냈어요. 제 모습은 정신병자와 다름이 없었죠. 그 동네 사람들은 저에게 손가락질했어요.”-‘봤어? 시골 출신 사람들은 다 저래. 저런 사람 옆에는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 된다.’-‘손만 잡아도 바로 너희 집에 눌러붙으려고 달려올걸? 그리고는 절대로 집에서 안 나갈 거야?’-‘우리 앞으로 정신 차리면서 살자. 이런 여자는 절대 건드리면 안 돼, 알겠지.’“선우 오빠, 그거 알아요? 그때는 제가 모든 시골 출신 사람들의 얼굴을 바닥으로 떨어지게 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어요. 전 남자 친구의 돈을 단 한 푼도 쓴 적이 없어요.”“정말 뭘 바라고 그 사람을 만난 게 아니에요. 전 그냥 남자 친구를 원했어요. 따뜻함을 원했고, 가정을 원했어요. 어깨에 힘을 줄 수 있게 큰 도시의 집안이 필요했어요.”그녀의 말을 듣던 엄선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네가 이렇게 된 데에 가정 환경의 책임도 좀 있어.”엄선우의 말에 염선의는 미친 듯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선우 오빠, 그거 알아요? 저에게는 따뜻함이 너무 필요했어요. 힘이 너무 필요했어요. 그리고 남자 친구가 바로 저의 모든 따뜻함이자 힘이었어요.”“그가 없다는 사실이, 돈을 빚졌다는 사실보다 날 더 두렵게 만들었어요.”“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어요.”“경찰에게 쫓겨난 후에도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매일 밤낮 가리지 않으며 그 사람 집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죠. 그때의 전 귀신과 다름이 없었어요.”“취직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신용카드에서 출금한 돈에 기대 살게 되었죠. 여기저기 카드를 돌려막으며 살았고, 그렇게 점점 돈에 쪼들리게 되었어요.”“그렇게 자그마치 일 년이나 폐인 같은 삶을 살았어요. 일 년
엄선우는 마음이 아픈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염선의를 쳐다보았다. “너 그때 꼴이… 정말 말이 아니었지?”그의 말에 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말이 아닌 정도가 아니었어요. 머리는 심하게 엉겨 붙어 있었고, 얼굴은 형태가 안 보일 정도로 더러웠어요. 거기다 고약한 냄새까지 진동하고 있었죠. 선우 오빠, 한번 상상해 보세요. 엄청나게 웃기죠? 근데 전 이런 꼴을 하고 제 남자 친구 앞에 나타났어요.”“그를 깜짝 놀라게 했죠. 그 사람은 코를 막더니 빠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저에게서 도망쳤어요. 당장이라도 절 발로 차버리고 싶었을걸요? 하지만 저는 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어요. 제가 누군지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잡았어?” 사실 엄선우는 염선의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절대로 그 사람한테 질척대지 말라고.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잡았어요.”“…”“한참 후에야 절 알아보더라고요. 저인 걸 알아챈 순간, 엄청나게 놀란 표정을 짓더니 다시 불쾌해하는 표정을 지었어요. 비록 금방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긴 했지만요. 그 사람은 엄청 냉정한 말투로 저에게 말했어요.”‘일단 목욕탕에 데려다줄게. 샤워부터 해. 그리고 옷이나 사러 가자.’“어휴, 그래도 양심은 있는 남자네.”“하지만 그 사람이 그럴수록 제 마음은 점점 더 아팠어요. 칼로 찢는 듯한 기분이었죠. 차라리 욕이나 퍼붓고 확 때려버리는 게 더 나았을 거예요. 그러면 이렇게까지 미련이 남지는 않았을 텐데…” 염선의가 울면서 말했다.“어휴… 사람마다 가정교육이라는 걸 다르게 받잖아. 그 정도 성품이면 여자 때리는 짓은 안 할 것 같은데?”그의 말에 염선의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 사람은 절 때리지 않긴 했어요. 오히려 절 목욕탕에 데려다주고 새 옷을 사주며 평온한 말투로 저에게 말했죠. 집으로 돌아간 후에 공장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을 하라고 했어요. 공장이 싫다면 식당 종업원도 괜찮다면서요.”“그 사람은 계속 절 달래주었어요. 제 눈물을 흘
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엄선우는 이 여자를 도와줄 것이다.그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염선의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난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야. 사실 이 일도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 뭐라 말하기가 어려워. 만약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처지는 궁지에 몰려있고, 회사에서는 잘리고, 그렇다고 집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면…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아마 나도 모든 희망을 남자 친구한테 걸었을 거야.”“네 탓이 아니야, 선의야.”그의 말에 염선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우 오빠, 아무리 제가 오빠 목숨 살려준 적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제 편을 들어주시는 건 아니죠. 잘못은 그냥 잘못이에요. 전 학력을 위조했고 회사를 기만했으며 회사에게 손실을 가져다주었어요. 게다가 남자 친구를 속인 것도 모자라 몇 번이고 그에게 질척이기까지 했죠. 저는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어요.”“선우 오빠, 위로 해주지 않아도 돼요.”“솔직히 말해서, 한 사람이, 그것도 여자가 사람들의 호감을 받지 못하고 어디를 가나 환영을 받지 못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예요.”“만약 오빠 친구였다면 아마 헤어지자는 남자 친구의 말에 뒤도 안 돌아보고 당당하게 떠났겠죠? 이런 여자만이 진짜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는 거예요. 당당하지도 않고, 자신감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겠어요?”“아니야.” 그녀의 말에 엄선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걔도 너 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어. 게다가 그 친구는…”염선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엄선우를 쳐다보았다. “설마… 오빠 친구도 남자 친구한테 집착한 건 아니겠죠?”엄선우는 유감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말 그런 적이 있긴 해. 집착만 한 게 아니라 너보다 더 심하게 소란까지 피웠는걸? 남자 친구가 결혼하던 날 굳이 굳이 결혼식장까지 찾아가서 입장하고 있는 신부를 억지로 끌어내렸어. 그렇게 성공적으로 결혼식을 망쳐버렸지.”“네?”“그러니까, 아가씨. 넌 제일 나쁜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세상에 있
엄선우는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변호사? 무슨 변호사? 설마 너 그 남자를 그렇게…”“그 사람이랑은 상관없고 제가 빚진 돈이랑 상관이 있었어요.”엄선우는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염선의는 남자를 기다리는 데 정신을 쏟느라 일을 하지 않고 있었다. 매달 돈은 고정으로 나가고 있을 것이고. 제일 치명적인 문제는 매달 집으로 40만 원씩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일 년 동안 그녀는 수입만 없었던 게 아니라, 4,000만 원의 빚까지 가지게 되었다.염선의가 3년 동안 진 빚만 해도 8,000만 원이 넘어가고 있었다.8,000만 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지금의 엄선우가 아닌, 아직 F그룹의 주식을 받지 못한 과거의 엄선우라고 해도 8,000만 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염선의에게 그것은 아주 큰 산이었다.“빚진 돈은 어떻게 됐어?” 엄선우가 물었다.염선의는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로 날마다 마음 졸이며 살았어요. 사실 기한을 넘긴 지 오래거든요. 매일 독촉 전화를 걸어왔지만 무시하고 있었어요.”“봐요. 이렇게 변호사가 찾아왔잖아요. 방법이 없었어요. 팔 수 있는 물건들을 다 팔았죠. 독학하려고 샀던 컴퓨터도 팔았어요. 살 때는 140만 원이 넘던 물건이 팔 때는 60만 원밖에 안 하더라고요.”“나중에는… 비록 전 남자 친구의 행방은 몰랐지만, 얼굴에 철판 깔고 어머님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넘어갈 수 없는 고비가 찾아왔다고, 한 번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죠. 저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200만 원을 보내주시더라고요.”“그 200만 원이 제 모든 자존심을 뺏어간 거나 다름이 없었어요. 그 사람들 눈에는 제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결국 저는 그 200만 원으로 급한 불을 껐어요.”“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다시 길고 지루한 취업 준비를 시작했죠. 학력 위조를 두 번이나 한 것 때문에 유명 인사가 되어버렸어요. 아무리 경력이 많아도 절 거둬주
“순간, 원래 절 부러워하고 질투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저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쉴 새 없이 말을 퍼 날랐고, 소문은 심각하게 와전됐죠. 제가 밖에서 놀고먹기만 하면서 제대로 일도 안 했다느니, 거짓말을 했다느니, 사실은 도시에서 일자리도 아예 못 찾았다느니, 줄곧 집안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다느니…”“그 유언비어들은 전부터 몸이 안 좋던 엄마를 병원에 입원하게 했어요.”“지난 7, 8년간 제가 집에다 보낸 돈만 해도 3,000만 원이 넘어요. 마침 낡은 집을 고치기에 충분한 금액이었죠. 집수리가 끝난 후 우리 집에 있던 돈도 없어졌어요.”“엄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우리 집은 병원비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아버지는 빨리 돌아오라며 급하게 전화를 걸었지만, 제가 돌아간다고 해도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죠. 저는 이미 엄마 병원비 낼 능력을 잃었거든요.”“방법이 없었어요. 삼촌과 이모네 집을 돌며 돈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 누구의 집에 찾아가도 결과는 똑같았어요. 다들 욕을 퍼붓고 때리면서 저를 쫓아냈죠.”“하지만 엄마의 병은 꼭 치료해야만 했어요. 별다른 수가 없었던 저는 새로 리모델링한 집을 숙모에게 담보로 내주는 밖에 없었어요. 저는 삼촌과 숙모에게 일단 1,000만 원만 빌려달라고 부탁했죠. 일단 그 돈을 엄마 치료에 쓴 후, 3년 안에 1,400만 원으로 다시 갚아준다고 했어요. 만약에 갚지 못하면 우리 집은 두 사람의 소유가 되는 거라고 했어요.”그 말에 엄선우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네 친 삼촌, 숙모야?”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 숙모 탓이 아니에요. 몇 년 동안 두 사람 앞에서 고고하게 행동했거든요. 전부터 불만이 많이 쌓여있었을 거예요. 이렇게 들통이 나버렸는데 저에게 화풀이하는 게 당연해요. 제가 우리 집을 담보까지 잡았는데도 사촌들은 저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어요. 나중에 무릎까지 꿇고 사죄하고 난 후에야 겨우 600만 원을 빌려주더라고요.”“의외로 이자는 받지 않았어요. 그냥 3년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