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제가 정신이 나가 있었어요. 어머님이 100만 원까지 빌려주며 도와준다고 했는데 여전히 고집부리며 그 집에서 나가지 않고 있었거든요. 나중에는 정말 방법이 없으셨는지 결국 경찰에 신고하시더라고요.”“경찰은 저를 그 사람 집에서 쫓아냈어요. 제 모습은 정신병자와 다름이 없었죠. 그 동네 사람들은 저에게 손가락질했어요.”-‘봤어? 시골 출신 사람들은 다 저래. 저런 사람 옆에는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 된다.’-‘손만 잡아도 바로 너희 집에 눌러붙으려고 달려올걸? 그리고는 절대로 집에서 안 나갈 거야?’-‘우리 앞으로 정신 차리면서 살자. 이런 여자는 절대 건드리면 안 돼, 알겠지.’“선우 오빠, 그거 알아요? 그때는 제가 모든 시골 출신 사람들의 얼굴을 바닥으로 떨어지게 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어요. 전 남자 친구의 돈을 단 한 푼도 쓴 적이 없어요.”“정말 뭘 바라고 그 사람을 만난 게 아니에요. 전 그냥 남자 친구를 원했어요. 따뜻함을 원했고, 가정을 원했어요. 어깨에 힘을 줄 수 있게 큰 도시의 집안이 필요했어요.”그녀의 말을 듣던 엄선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네가 이렇게 된 데에 가정 환경의 책임도 좀 있어.”엄선우의 말에 염선의는 미친 듯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선우 오빠, 그거 알아요? 저에게는 따뜻함이 너무 필요했어요. 힘이 너무 필요했어요. 그리고 남자 친구가 바로 저의 모든 따뜻함이자 힘이었어요.”“그가 없다는 사실이, 돈을 빚졌다는 사실보다 날 더 두렵게 만들었어요.”“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어요.”“경찰에게 쫓겨난 후에도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매일 밤낮 가리지 않으며 그 사람 집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죠. 그때의 전 귀신과 다름이 없었어요.”“취직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신용카드에서 출금한 돈에 기대 살게 되었죠. 여기저기 카드를 돌려막으며 살았고, 그렇게 점점 돈에 쪼들리게 되었어요.”“그렇게 자그마치 일 년이나 폐인 같은 삶을 살았어요. 일 년
엄선우는 마음이 아픈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염선의를 쳐다보았다. “너 그때 꼴이… 정말 말이 아니었지?”그의 말에 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말이 아닌 정도가 아니었어요. 머리는 심하게 엉겨 붙어 있었고, 얼굴은 형태가 안 보일 정도로 더러웠어요. 거기다 고약한 냄새까지 진동하고 있었죠. 선우 오빠, 한번 상상해 보세요. 엄청나게 웃기죠? 근데 전 이런 꼴을 하고 제 남자 친구 앞에 나타났어요.”“그를 깜짝 놀라게 했죠. 그 사람은 코를 막더니 빠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저에게서 도망쳤어요. 당장이라도 절 발로 차버리고 싶었을걸요? 하지만 저는 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어요. 제가 누군지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잡았어?” 사실 엄선우는 염선의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절대로 그 사람한테 질척대지 말라고.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잡았어요.”“…”“한참 후에야 절 알아보더라고요. 저인 걸 알아챈 순간, 엄청나게 놀란 표정을 짓더니 다시 불쾌해하는 표정을 지었어요. 비록 금방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긴 했지만요. 그 사람은 엄청 냉정한 말투로 저에게 말했어요.”‘일단 목욕탕에 데려다줄게. 샤워부터 해. 그리고 옷이나 사러 가자.’“어휴, 그래도 양심은 있는 남자네.”“하지만 그 사람이 그럴수록 제 마음은 점점 더 아팠어요. 칼로 찢는 듯한 기분이었죠. 차라리 욕이나 퍼붓고 확 때려버리는 게 더 나았을 거예요. 그러면 이렇게까지 미련이 남지는 않았을 텐데…” 염선의가 울면서 말했다.“어휴… 사람마다 가정교육이라는 걸 다르게 받잖아. 그 정도 성품이면 여자 때리는 짓은 안 할 것 같은데?”그의 말에 염선의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 사람은 절 때리지 않긴 했어요. 오히려 절 목욕탕에 데려다주고 새 옷을 사주며 평온한 말투로 저에게 말했죠. 집으로 돌아간 후에 공장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을 하라고 했어요. 공장이 싫다면 식당 종업원도 괜찮다면서요.”“그 사람은 계속 절 달래주었어요. 제 눈물을 흘
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엄선우는 이 여자를 도와줄 것이다.그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염선의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난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야. 사실 이 일도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 뭐라 말하기가 어려워. 만약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처지는 궁지에 몰려있고, 회사에서는 잘리고, 그렇다고 집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면…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아마 나도 모든 희망을 남자 친구한테 걸었을 거야.”“네 탓이 아니야, 선의야.”그의 말에 염선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선우 오빠, 아무리 제가 오빠 목숨 살려준 적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제 편을 들어주시는 건 아니죠. 잘못은 그냥 잘못이에요. 전 학력을 위조했고 회사를 기만했으며 회사에게 손실을 가져다주었어요. 게다가 남자 친구를 속인 것도 모자라 몇 번이고 그에게 질척이기까지 했죠. 저는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어요.”“선우 오빠, 위로 해주지 않아도 돼요.”“솔직히 말해서, 한 사람이, 그것도 여자가 사람들의 호감을 받지 못하고 어디를 가나 환영을 받지 못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예요.”“만약 오빠 친구였다면 아마 헤어지자는 남자 친구의 말에 뒤도 안 돌아보고 당당하게 떠났겠죠? 이런 여자만이 진짜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는 거예요. 당당하지도 않고, 자신감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겠어요?”“아니야.” 그녀의 말에 엄선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걔도 너 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있어. 게다가 그 친구는…”염선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엄선우를 쳐다보았다. “설마… 오빠 친구도 남자 친구한테 집착한 건 아니겠죠?”엄선우는 유감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말 그런 적이 있긴 해. 집착만 한 게 아니라 너보다 더 심하게 소란까지 피웠는걸? 남자 친구가 결혼하던 날 굳이 굳이 결혼식장까지 찾아가서 입장하고 있는 신부를 억지로 끌어내렸어. 그렇게 성공적으로 결혼식을 망쳐버렸지.”“네?”“그러니까, 아가씨. 넌 제일 나쁜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세상에 있
엄선우는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변호사? 무슨 변호사? 설마 너 그 남자를 그렇게…”“그 사람이랑은 상관없고 제가 빚진 돈이랑 상관이 있었어요.”엄선우는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염선의는 남자를 기다리는 데 정신을 쏟느라 일을 하지 않고 있었다. 매달 돈은 고정으로 나가고 있을 것이고. 제일 치명적인 문제는 매달 집으로 40만 원씩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일 년 동안 그녀는 수입만 없었던 게 아니라, 4,000만 원의 빚까지 가지게 되었다.염선의가 3년 동안 진 빚만 해도 8,000만 원이 넘어가고 있었다.8,000만 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지금의 엄선우가 아닌, 아직 F그룹의 주식을 받지 못한 과거의 엄선우라고 해도 8,000만 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염선의에게 그것은 아주 큰 산이었다.“빚진 돈은 어떻게 됐어?” 엄선우가 물었다.염선의는 깊게 한숨을 내쉬더니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로 날마다 마음 졸이며 살았어요. 사실 기한을 넘긴 지 오래거든요. 매일 독촉 전화를 걸어왔지만 무시하고 있었어요.”“봐요. 이렇게 변호사가 찾아왔잖아요. 방법이 없었어요. 팔 수 있는 물건들을 다 팔았죠. 독학하려고 샀던 컴퓨터도 팔았어요. 살 때는 140만 원이 넘던 물건이 팔 때는 60만 원밖에 안 하더라고요.”“나중에는… 비록 전 남자 친구의 행방은 몰랐지만, 얼굴에 철판 깔고 어머님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넘어갈 수 없는 고비가 찾아왔다고, 한 번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죠. 저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200만 원을 보내주시더라고요.”“그 200만 원이 제 모든 자존심을 뺏어간 거나 다름이 없었어요. 그 사람들 눈에는 제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결국 저는 그 200만 원으로 급한 불을 껐어요.”“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다시 길고 지루한 취업 준비를 시작했죠. 학력 위조를 두 번이나 한 것 때문에 유명 인사가 되어버렸어요. 아무리 경력이 많아도 절 거둬주
“순간, 원래 절 부러워하고 질투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저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쉴 새 없이 말을 퍼 날랐고, 소문은 심각하게 와전됐죠. 제가 밖에서 놀고먹기만 하면서 제대로 일도 안 했다느니, 거짓말을 했다느니, 사실은 도시에서 일자리도 아예 못 찾았다느니, 줄곧 집안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다느니…”“그 유언비어들은 전부터 몸이 안 좋던 엄마를 병원에 입원하게 했어요.”“지난 7, 8년간 제가 집에다 보낸 돈만 해도 3,000만 원이 넘어요. 마침 낡은 집을 고치기에 충분한 금액이었죠. 집수리가 끝난 후 우리 집에 있던 돈도 없어졌어요.”“엄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우리 집은 병원비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아버지는 빨리 돌아오라며 급하게 전화를 걸었지만, 제가 돌아간다고 해도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죠. 저는 이미 엄마 병원비 낼 능력을 잃었거든요.”“방법이 없었어요. 삼촌과 이모네 집을 돌며 돈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 누구의 집에 찾아가도 결과는 똑같았어요. 다들 욕을 퍼붓고 때리면서 저를 쫓아냈죠.”“하지만 엄마의 병은 꼭 치료해야만 했어요. 별다른 수가 없었던 저는 새로 리모델링한 집을 숙모에게 담보로 내주는 밖에 없었어요. 저는 삼촌과 숙모에게 일단 1,000만 원만 빌려달라고 부탁했죠. 일단 그 돈을 엄마 치료에 쓴 후, 3년 안에 1,400만 원으로 다시 갚아준다고 했어요. 만약에 갚지 못하면 우리 집은 두 사람의 소유가 되는 거라고 했어요.”그 말에 엄선우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네 친 삼촌, 숙모야?”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 숙모 탓이 아니에요. 몇 년 동안 두 사람 앞에서 고고하게 행동했거든요. 전부터 불만이 많이 쌓여있었을 거예요. 이렇게 들통이 나버렸는데 저에게 화풀이하는 게 당연해요. 제가 우리 집을 담보까지 잡았는데도 사촌들은 저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어요. 나중에 무릎까지 꿇고 사죄하고 난 후에야 겨우 600만 원을 빌려주더라고요.”“의외로 이자는 받지 않았어요. 그냥 3년
염선의는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진작에 엄마랑 한번 싸우고 싶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궁금했어요.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엄마가 왜 사촌 오빠와 언니를 저랑 제 동생보다 더 많이 아끼는지. 왜 직접 낳은 아이를 자기가 무시하는지.”“절 이렇게 무시하는데, 왜 아플 때는 항상 제가 모든 비용은 다 지불하고, 그렇게 아끼는 조카들은 단 한 푼도 주지 않는 거죠?”“어릴 때 우리 집이 얼마나 가난했는데요! 저랑 제 동생이 밥도 배불리 못 먹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사촌오빠 올 때면 엄마는 항상 일부러 소시지를 사서 먹이곤 했죠. 사촌 오빠는 그렇게 우리 집에서 우리가 일 년에 한 번도 못 먹은 소시지를 참기름에 비벼 먹었어요. 저랑 제 동생은 마음이 무척이나 조급했죠. 저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제 동생은 어려서 눈물까지 흘리더라고요.”“하지만 사촌 오빠는 그걸 맛있게 먹을 뿐이었어요. 제 동생에게 한 입도 주지 않았고요. 나중에 제가 엄마한테 그랬죠. 저랑 제 동생도 소시지가 먹고 싶다고.”“그 말 한마디밖에 안 했는데, 엄마는 얼굴이 부을 정도로 제 뺨을 내리쳤고 절 때리면서 게걸스럽다고 저에게 욕까지 퍼부었어요. 비천한 년이라고 절 욕했죠.”“제 열등감이 정말 타고난 성격과 관련이 되어 있는 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선우 오빠, 그걸 알아요? 우리 엄마는 어릴 때부터 절 무시했어요. 절 데리고 외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저랑 동생을 무시하곤 했어요. 저희 기분이 어떨지 상상해 보셨어요?”엄선우는 이름 모를 감정에 휩싸였다.이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부모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무척이나 아끼는 부모가 있는 반면, 아이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는 부모들도 있었다.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설마, 어머님이 너랑 네 동생을 전혀 아끼지 않는다는 말이야?” 엄선우가 물었다.그의 말에 염선의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끼지 않는 건 아니에요. 제가 아플 때나, 동생이 아플 때면 엄청 걱정해 주고 조급해하기도 하셨으니까요.”“대상포진에 걸려
이혼하지 않은 이유가 나랑 내 동생 때문이라고 해요. 그러니 우리 두 사람은 엄마의 짐인 셈이죠. 어릴 때부터 저희에게 이런 말들을 꾸준히 해왔어요. 나와 내 동생에게 우리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걸 끊임없이 각인시키는 거죠. 어릴 때부터 주입된 이런 생각은 우리가 차츰 나이가 들면서 나와 동생 모두 엄마가 친정 조카를 아끼는 게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고, 우리 두 남매는 그 사람들 앞에서 죄인처럼 굴었죠. 저희 남매는 친척들 앞에서 고개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여태껏 저희는 하찮은 존재들이었어요. 내 외숙모와 이모들은 어떻게든 자기 아이들을 더 잘 키우려고 애썼죠. 하지만 저희는요? 초등학교 때부터 저희 학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중학교도 마찬가지였어요. 저희는 겨우 한글을 떼고 학교를 그만뒀는데, 이런 두 남매가 어떻게 재주가 있을 수 있겠어요?제가 소위 말하는 그런 능력과, 도시에서 체면을 살릴 만한 직장을 포함해서 제가 말했던 남자 친구까지 제가 포장을 했고, 지금 와서 폭로를 하니 엄마는 당연히 울화가 치밀겠죠. 화를 내고 싶겠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화를 내면 안 된다고 말했으니, 안 그랬으면 이미 화를 내고도 남았어요. 그러니 내 사촌 오빠랑 언니가 우리 집에 와서 집을 받으려고 했을 때, 엄마랑 나는 결국 폭발했고, 한바탕 싸움을 했죠.”엄선우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너희 엄마도 네가 집을 외숙모에게 드리라고 하신 건 아니지?” 그러자 염선의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맞아요, 엄마는 제 집을 외삼촌 댁에 주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제가 3년 동안 고생해서 모은 돈을 외삼촌에게 주라고 했죠. 제 엄마는 집도 외삼촌에게 주고, 돈까지 다 줘야 한다고 했어요”엄선우는 화가 치밀어 올라 테이블을 내리치며 말했다.“어떻게 그런 식으로 나올 수 있단 말이야? 이런 친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어!”염선의는 한숨을 내쉬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빠랑 제 아빠의 표정과 몸짓이 너무 똑같네요, 우리 아빠도 딱 이런 반응이었어요.”“네가 아버지 얘기
그러자 염선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실은 화가 치밀어 올라서 말문이 막혀 버렸어요.”엄선우는 잠시 멈칫했고, 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지만 이내 말을 꺼냈다.“선의야, 네가 이렇게 많은 일들을 얘기했지만, 네 엄마는 성질이 좀 나쁘고, 너희들을 무시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 집안에서 그녀가 네 아버지보다는 조금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니? 난 네 아버지도 모르고, 어머니도 몰라. 난 단지 네 입에서 나온 말들만 들었을 뿐이야.”그러자 염선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다 알아요. 우리 집안에서 엄마가 많은 수고를 한 거를요. 만약 내가 우리 엄마를 이해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매달 엄마에게 돈을 보내지도 않았을 거예요. 집안의 모든 돈은 엄마가 관리하죠. 내가 기꺼이 신용카드의 돈을 찾아서 엄마에게 주는 것도 엄마가 정말로 힘들기 때문이에요. 엄마도 우리 가족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고, 우리 아빠에 비하면 엄마는 나은 편에 속하는 건 사실이에요. 난 엄마의 어려움을 다 알고 있어요. 외삼촌과 이모 앞에서 엄마는 확실히 체면을 차리지 못했죠. 그래서 저도 최선을 다해서 엄마를 만족시키고, 엄마의 친척들 앞에서 체면을 세워준 건 저의 허영심 때문만이 아니라 엄마가 고생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엄마가 가족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는 걸 알고,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아요. 우리 아빠 같은 남편을 끼고 살면, 성격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나도 다 알아요. 엄마를 아끼고, 불쌍히 여기기 때문에 엄마가 병에 들었을 때도 비록 내가 가난해서 죽더라도, 나를 팔아서라도 엄마를 치료할 거예요. 저는 단지 엄마가 내가 얼마나 엄마를 생각하는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난 엄마의 친정 조카보다, 엄마의 언니와 여동생 집의 아이보다, 엄마를 더 아껴요. 저야말로 엄마의 친 딸이라고요. 다른 사람과 아무리 가까워도 저만큼 피를 나누지도 않았을 거예요. 만약 엄마의 친정 조카들이 엄마를 아꼈다면, 왜 엄마가 아팠을 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