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엄선우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정말 이렇게 솔직하게 물어본 거야? 이건 확실히 좀 심해, 어쨌든 그 사람은 네 친어머니야.”그러자 염선의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저도 알아요. 당시에 제가 이 말을 한 걸 저도 후회해요. 내가 화풀이하고 나서 사과했지만, 우리 엄마는 항상 우리에게 엄격했죠.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지금까지 엄마에게 말대꾸한 적도 없었고, 만약 갑자기 말대꾸한다면 엄마는 분명 화를 내겠죠. 엄마는 미친 사람처럼 울면서 날 때리고 욕했어요. 내가 양심이 없다고 하면서, 어릴 때부터 외삼촌 댁에 얹혀살았는데 다 크고 나니 양심이 없어졌다고요. 하지만 자신은 우리 셋처럼 이기적이지 않을 거라고 하고, 자기 자식은 잘 먹어도, 잘 못 먹어도 자신의 아이니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의 아이는 푸대접해서는 안 된다고 했죠. 그리고 엄마는 동네에서 자신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해요. 모두 엄마가 매우 좋은 사람이고, 자신의 아이를 편드는 법이 없다고 하고요. 좋은 게 있으면 모두 조카들에게 주고 말이죠. 이런 미덕은 엄마가 평생 마음에 들어 했던 건데, 어떻게 지금이 되자 일종의 죄가 된 거죠? 엄마는 저희 세 명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말해요. 늙은이의 이기심이 저희에게까지 이어졌다고 하고, 이기적일 뿐만 아니라 배은망덕하다고도 했어요. 엄마가 이렇게 계속 하소연하는 걸 이웃 사람들도 모두 듣게 되었고, 다들 구경하러 뛰어나왔죠. 엄마는 제가 배은망덕하다고 욕을 하면서, 자신의 노년을 무조건 책임져야 한다고 했어요. 매일 동네를 돌아다니며 내가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양심도 없는 사람인지 말하고 다녔죠. 시간이 오래 지나자, 엄마에게 욕을 너무 많이 들으니 저는 엄마한테 ‘내가 엄마 노후도 보살피지 않는다고 했는데 누가 엄마를 돌봐줘? 내 사촌 언니랑 오빠가? 그 사람들이 그렇게 좋으면 왜 그 사람들한테 가서 말해보지도 않는 거야?’라고 물었어요. 하지만 이 말에 엄마는 더욱 화를 냈죠. 마침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사촌 오빠와
그러자 염선의는 처연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솔직하게 말할게요, 저는 지금 2천만 원을 빚지고 있어요. 오빠는 원래 성실한 시골 처녀를 구했다고 생각했지만, 빚쟁이를 구한 꼴이 되었네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난 오빠에게 돈을 빌려달라고도 하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날 무시하지 않고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겨우 만났는데, 다시는 이런 관계를 깨뜨리고 싶지 않아요. 오빠는 날 친구로 대해주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에서 난 따뜻함을 느꼈어요.”이 말을 듣자, 엄선우는 마음이 더욱 쓰라렸고, 너그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무슨 계획이 있겠어요? 엄마도 날 원하지 않는데, 지난 2년 동안 모은 600만 원은 엄마 손에 있고, 집도 엄마 건데 엄마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겠죠. 어쨌든 내 동생도 지금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만약 엄마가 자신의 두 아이가 돌아갈 집이 없어도 상관없다고 한다면, 외삼촌에게 주겠죠. 외삼촌에게 집을 주면, 앞으로 사촌 오빠와 언니가 엄마를 돌봐주겠죠? 엄마도 아마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우리 아빠는 이미 오래전에 엄마랑 별거를 했고요. 아빠는 공사장에서 혼자 일을 하고 있고, 술도 좋아하고 건강도 별로 안 좋아요. 한 달에 40만 원으로 자신을 부양할 수 있는데, 만약 아빠가 나한테 오길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할 거예요. 난 아빠를 데리고 나가서 아르바이트하고 천천히 돈을 갚을 생각이에요.”“너……더 이상 엄마를 원하지 않는 거야?”엄선우가 떠보듯이 물었고, 그 말을 들은 염선의는 울면서 대답했다.“엄마도……날 원하지 않겠죠? 만약 엄마의 마음속에 내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내 사촌 오빠와 언니가 의자를 들고 내 머리에 내리치고, 내 배를 발로 차는 걸 보고만 있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게 때렸는데도 엄마는 여전히 날 때려죽이라고 말했죠. 선우 오빠, 이런 엄마를 본 적이 있어요? 엄마가 날 원하지 않으니 난 아빠만 모시고 떠나면 돼요. 엄마는 항상 삼촌과
엄선우는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생각을 넓게 가지면 돼.”염선의는 눈물을 훔치며 엄선우를 바라보았다.“오빠는 내가 정말 이모네 사촌 동생을 죽일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죠?”그러자 엄선우는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야, 네가 그렇게 멍청하진 않잖아?”“어차피 난 이미 우리 동네에서 평판이 안 좋아졌고, 아무도 날 원하지 않는데요. 이미 이렇게 됐으니 차라리 날 그냥 막노동자라고 여길래요.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은 먼저 돈을 갚는 거예요. 그 이후의 일은 나중에 얘기할래요. 참, 선우 오빠. 혹시 이 병원비를 좀……”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엄선우를 보는 것조차 민망해했다.그녀는 아직 20만 원 정도의 여유가 있었지만, 이 20만 원으로 나가서 일을 찾을 때까지 버텨야 했다. 그러니 입원비를 낼 돈은 그녀에게 없었다.엄선우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선의야! 네가 내 목숨을 구해주다 이렇게 된 건데, 어떻게 이 돈을 너한테 내라고 할 수 있겠어?”염선의는 어쩔 줄 몰라 했다.“하지만, 오빠가 돈에 있어서 풍족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너보다는 괜찮아.”엄선우가 말했다.“걱정하지 마.”그러자 염선의는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오빠.”“편안히 자고, 내일 일은 내일 해결하자. 여기 입원해서 며칠 더 묵고, 몸이 다 회복이 되면 그때 퇴원하자. 어쨌든 네 친척들은 네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할 테니까. 그 사람들을 조급해하도록 내버려두자고!”엄선우가 웃으며 말했고, 염선의도 피식 웃었다.“그럼, 이만 자도록 해.”“네, 오빠도 자러 가세요. 오늘 오빠한테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오늘은 분명 잠에 들 수 있을 거예요.”“그럼, 좋은 꿈 꿔.”“잘 자요.”염선의가 잠에 들 수 있을 거라고 한 말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쌓인 울분은 결국 누군가 들어줘야 풀릴 수 있는 것이었고, 그녀는 마치 큰 짐을 버린 것처럼 매우 홀가분했다.이날 밤, 염선의는 더없이
염선의는 곧장 엄선우의 품에 안긴 채 겁에 질려 울부짖었다. “그 사람들이 나를 때려서, 온몸이 아프고 머리가 시멘트 바닥에 부딪혀서 너무 고통스러워요, 흑흑흑, 너무 아파요……”“그래, 오빠도 다 알아.” 엄선우는 괴로워하며 말했다.오늘 염선의를 치료하며 종합검진도 같이했는데, 장기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몸 전체에 여러 군데 타박상이 있었다.게다가 두피 곳곳에도 상처가 있었다.엄선우는 속으로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가까운 친척 관계인데도 그녀의 사촌들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심하게 때릴 수 있단 말이지?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상황이 또 있었다.당시 부소경의 친형제는 부소경을 죽이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쓰지 않았었나?인간의 본성은 본질적으로 악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이제 다시 자자, 다시는 널 때릴 사람이 없을 거야.”엄선우는 염선의를 부드럽게 달래었고, 염선의가 다시 눈을 감고 잠에 청하자, 이번에는 새벽까지 악몽도 꾸지 않고 푹 잘 수 있었다.염선의는 아침에 가장 먼저 일어났고, 어젯밤에 잘 잔 덕분인지 기분이 상쾌했다.반대편 병원 침대에서 여전히 푹 자고 있는 엄선우를 본 그녀는 그를 깨우지 않았다.잠자는 남자의 모습은 너무나도 꼿꼿해서 잠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고르게 코를 골고 있었다. 잠시 그를 관찰하니 다리와 팔 근육을 포함해 몸 전체의 근육이 팽팽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마치……전투를 준비하는 것처럼?염선의는 그의 모습을 설명할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고, 엄선우가 전투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자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어쩌면 그가 타지에 있어서 경계심을 가지고 잠을 청했기 때문이 아닐까?염선의는 마치 두목처럼 자고 있는 남자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엄선우는 약 30분 후에 일어났다.그는 습관적으로 눈을 뜸과 동시에 똑바로 앉았고, 순간 자신을 한 눈도 깜박이지 않고 바라보고 있는 소녀의 맑은 눈을 볼 수 있었다.그녀의 머리는 흰색 천 모자로 덮여 있었고, 두 눈에는 눈곱이 껴 있었다.뺨을 맞은
"선우 오빠, 사실 저희는 우연히 만난 사이잖아요. 그런데 어제는 정말 못할 소리를 다 했네요, 죄송해요.그리고 사실 저는 별거 없어요, 그냥……빚이 좀 있을 뿐이고 갚을 수도 있어요. 내가 어제 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그냥 헛소리라고 생각해 주세요. 우리가 다 좋아지면, 오빠는 빨리……여동생을 찾으러 가세요.”엄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게, 응……”잠시 고민한 뒤 그는 말을 이어갔다.“네가 나를 친구로 대해줘서 난 너무 기쁘고, 네 괴로움을 나와 공유해 줘서 난 더 기쁠 따름이야. 나는 앞으로 다른 직업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염선의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물었다."무슨 직업이요?"“키다리 아저씨.”"하하하..."염선의는 행복한 듯 웃어 보였다."빨리 먹어, 다 식겠다.”"알았어요." 그녀는 곧 고개를 숙이고 죽을 먹었다.두 사람은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했고, 몸이 완전히 회복된 뒤 퇴원했다.이 기간에 염선의의 친척들은 미친 듯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댔고, 엄선우의 뜻에 따라 부모님과 남동생의 전화 외에는 어떤 전화도 받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엄마는 단 한 번도 전화하지 않았고, 딱 한 번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었다.그녀의 아빠는 아주 슬픈 어조로 염선의에게 물었다. "선의야, 아빠에게 어디 있는지 말해다오. 혹시... 그 사람들이 널 심하게 때린 거니? 아빠가 가서 죽도록 그 자식들을 상대해 줄게!”"아빠." 염선의의 차분한 말투에는 분명히 슬픔이 가득했다 “아빠, 아빠도 이젠 연세가 있으니,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제 부담을 덜어주는 거예요. 저를 때린 사람들은 모두 엄마의 친척들인데, 그 사람들과 싸우면 엄마는 또 화를 내겠죠. 그러니 아빠, 이 일에는 관여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어요.”그러자 그녀의 아빠는 울면서 말했다.“아빠가 미안하다, 아빠가 앞으로 돈을 더 많이 모아서 네 돈을 갚는 걸 도울게. 돈을 갚고 나면 좋은 남자를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낳고 그
엄마의 전화임을 확인한 염선의의 얼굴은 창백해졌다.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감히 전화를 받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누가 전화했어? 또 네 친척들인 거야? 괜찮아, 오늘 너랑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에 돌아갈 거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법치 국가에서는 누구도 감히 무분별하게 행동할 수 없어.”엄선우가 위로하며 말하자, 염선의는 빨개진 두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선우 오빠, 우리 엄마 전화예요.”“……받아 봐.”엄선우는 그녀를 격려하며 말했다.염선의는 심호흡한 후 곧이어 처량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엄마?”상대방의 목소리도 처량하고 차가웠다.“전화를 받을 줄은 아네!”염선의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도 저한테 전화를 안 했잖아요?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던 거예요?”염선의 옆에 서 있던 엄선우는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 진정하고 모든 일을 제대로 해결해.”그러자 염선의는 말투를 누그러뜨렸다.“엄마, 무슨 일로 전화하신 거죠?”"일주일이 다 돼가는데 그 남자랑 여태 같이 있었던 거지? 그 남자가 너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던데. 전에는 잘 몰랐는데 요 며칠 네 사촌들이 분석해서 알아냈어. 너 밖에서 정부 노릇을 하고 있는 거지? 그날 널 데려간 그 남자의 정부가 된 거야? 쓸모없는 것! 거의 10년 동안 밖에서 일했는데 돈도 벌지 못하고 빚까지 지고, 그것도 모자라 밖에서 첩으로 일을 하는 거니!그런데도 네가 대도시에 있는 대기업 사무실에서 일을 했고, 네 남자 친구가 대도시의 수재생에다가 그 사람의 부모도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너같이 쓸모없는 자식은 진작에 죽었어야 했는데 아직도 죽지 않고 뭘 하는 거야!”휴대폰 너머로 그녀의 엄마는 여전히 거칠게 염선의를 꾸짖었다.염선의는 통화를 하며 너무 운 탓에 말조차 할 수 없었다.옆에서 듣고 있던 엄선우는 화가 나서 염선의의 휴대폰을 빼앗은 뒤 소리쳤다.“아주머니! 염선의
그때는 내가 눈이 멀었었던 거지, 그런 별 볼 일 없는 사람한테 시집을 가다니! 그리고 이런 하찮은 애나 낳고 말이야! 어휴, 정말 못 살아!”염선의의 엄마는 휴대폰 너머로 소리치며 말했고, 엄선우는 넋을 잃었다.염선의는 정말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딸이 친정 식구들에게 이렇게 구타당했는데도 그녀의 엄마는 딸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전혀 없었고, 그저 딸을 하찮은 사람 취급을 했다.엄선우는 너무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가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휴대폰 너머에서 소음이 들려왔다.“이모, 그 사람이랑 헛소리하지 마요! 염선의랑 그 자식이랑 평생 잘 먹고 잘살라고 하라고요! 정말 역겨워 죽겠네!”한 여자의 목소리였다.엄선우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염선의의 뚱뚱한 사촌 언니인 것을 알 수 있었다.“이모! 난 지금 이모를 나무라는 게 아니에요, 이모 딸은 어렸을 때부터 악질이었고, 난 그 자식을 아주 똑똑히 안다고요. 걔는 오랫동안 이모한테 거짓말을 해왔어요! 걔는 밖에서 죽는 게 나을 거고, 돌아온다면 맞아 죽을 줄 알라고 해요!”“그러지 마! 누나, 죽일 가치도 없어! 그년을 독신남이랑 결혼시키고 우리는 축의금이나 챙기자고.”비교적 철없는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 너머로 여자에게 누나라고 불렀으니, 아마 염선의 이모네 아들이겠지.이 아이를 염선의를 노총각과 결혼시켜서 축의금을 받는다는 말할 수 있다니, 평소에 염선의를 친척이나 사촌 누나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그들은 염선의를 전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제삼자인 엄선우가 이 말을 들어도 귀에 거슬릴 정도인데, 염선의 본인은 오죽할까.엄선우는 휴대폰 너머로 염선의 엄마에게 물었다.“아주머니, 이렇게 당신 딸을 모욕하는 말을 하는데 조금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겁니까?”“걔가 바로 그런 사람인데 어쩌겠어요. 자신이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고, 기대에 부응하지도 못하고 근성도 없었는데, 비난하는 게 당연한 거 아
이 말을 한 후 엄선우는 재빨리 전화를 끊었고, 옆에 있던 염선의는 매우 걱정스럽게 말했다. "선우 오빠, 저랑 오빠는 우연히 만난 사이인데, 이 진흙탕 싸움에 끼지 말았으면 해요. 이모의 사촌 동생을 오빠는 몰라요, 그 사람은 외숙모네 사촌 언니보다 상대하기 더 어려워요. 외숙모네 사촌 언니는 기껏해야 좀 무례한 정도지만, 사촌 동생은 달라요. 사촌은 올해 스물네 살이고, 저보다 6살이나 어려요. 사촌 동생은 명문대를 졸업했고요.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아주 잘 살았고, 삼촌도 꽤 능력이 있고, 사촌 동생이 유치원에 다녔을 때부터 여름방학마다 이모, 삼촌이 동생을 데리고 여행을 가곤 했어요. 그만큼 우리 이모네 집은 매우 부유하지만, 결코 내 사촌 동생을 오냐오냐 키우지도 않았어요. 제 사촌 동생은 공부도 잘하고 일도 열심히 하는 아이이고, 어렸을 때부터 혼자 힘으로 공부했어요. 아직 스물네 살인데도 벌써 도시의 전문 대학에 지원해서 선생님이 되었고요. 게다가 선생님도 보통 선생님이 아니고, 학교 교장 선생님이 직접 사촌 동생의 부모님과 통화까지 했다니까요. 제 사촌 동생은 스물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대학의 조교로 일하고 있고, 우리 친척들 앞에서도 존경할 만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도 엄청 자랑거리예요. 그러니 그 애랑 논쟁할 필요 없어요 선우 오빠.” 하지만 엄선우는 그녀를 담담하게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어떻게 너 자신도 이렇게 심한 고통 속에 있는데도 내 처지부터 생각하는 거지?” 그러자 염선의는 초조하게 말했다. "오빠는 애초부터 상관없는 사람인데, 이미 내 모든 역경을 들었잖아요. 사실 친구라고 해도 상대방을 위해 대신 쓰레기통이 되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아요. 하물며 우리는 그저 우연히 만난 사이인걸요. 사실 내가 오빠 다리에서 뱀 독을 빨아들인 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였어요.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선우 오빠. 어제 내 하소연을 기꺼이 들어줘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만약 말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쩌면 오늘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