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우가 의아하게 물었다.“어쩌다 드러난 건데?”사실 그는 가짜 이력서를 사용했으니 언제든 폭로될 것이라고, 제일 좋은 방법은 가짜 이력서 대신 진실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인생은 본인이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현재 염선의도 잘못을 알고 있었기에 엄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염선의는 고개를 숙였고 얼굴은 발그레해졌다.엄선우는 그녀가 수치심이 강한 여자애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마치 엄청난 용기라도 낸 듯 고개를 들어 엄선우를 바라보았다.“제가 담당자와 인사팀에게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자 담당자와 인사팀 모두 흔쾌히 동의했어요.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요구를 했죠. 월급을 인상할 수는 있으나 제가 그에 상응하는 직위를 맡아야 한다고요. 원래 담당했던 업무 범위에는 전문 지식 서면 번역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월급을 인상 받고 싶으면 번역 업무도 제가 맡아야 했어요. 회사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단량 방면에서 전문적이기도 했고 제가 번역 업무만 맡으면 회사에서는 월급을 절반이나 더 올려주겠다고 했어요. 회사 외부에서 전문 통역사를 찾는 건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월급이 높은 건 둘째 치고 하필이면 전문지식이 매우 부족하다고 인사팀에서 말하더군요. 사실 회사에 가장 필요한 건 전문지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외국 주문서도 번역해 줄 수 있는 직원이었어요. 제가 그럴 수 있다면 회사는 매우 만족한다고 했죠, 기꺼이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했고요. 그리고 지금의 직급과 달리 독립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직급으로 바뀌기도 하고요.”엄선우가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 물었다.“학력이 위조된 거라 전문지식은 잘 알고 있었지만, 영어를 잘 못했던 거야?”염선의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전 영어를 잘 못하는 게 아니라 하나도 몰라요. 저는 기껏해야 ABC 알파벳 정도만 알고 있었죠. 중학교 때 배웠던 단어들도 진작에 까먹었는데 어떻게 번역을 하겠어요?”“그래서
“모든 건 제가 자초한 거예요.”“그런 말 하지 마, 선의야.”엄선우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염선의는 고개를 흔들었다.“정말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에요, 제가 자초한 거죠. 그저 월급을 인상 받아 경제적 부담을 덜어내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월급은 확실히 올랐고, 직급도 올랐지만 3개월의 적응 기간이 있어요. 이 3개월 동안 제가 감당할 수 있어야지 인사팀에서 약속한 대로 월급을 인상 받을 수 있고 직급도 유지할 수 있어요. 사실 인사팀과 저의 책임자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저 형식적인 것이었죠. 왜냐하면 외국 수출 주문서는 영어를 아는 사람에게 특히나 간단한 내용이었어요, 전문지식과 영어 모두 장악한 사람에게는 쉽다 못해 아무런 걱정 없이 가장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는 업무였죠. 하지만 저에게는 하늘의 별 따기였죠. 영어를 읽는데 천자문을 읽는 것 같았어요, 그렇다고 회사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죠, 들킬까 봐 무서웠거든요. 그러다 결국 비싼 돈을 들여 전문 번역가를 찾았죠. 몇 십만 원을 들여 고작 몇 페이지 안 되는 외국 주문서 번역을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어요.”“세상에, 그럼 네 월급은 오히려...”엄선우는 이미 결과를 예상했다.“맞아요, 인상 받은 월급은 부담을 덜어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돈을 들여 번역가를 찾느라 더 형편없어졌죠. 이뿐만이 아니라 더 번거로운 일도 있었어요. 우리 회사에서 받은 외국 주문서는 사실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고 클라이언트와 여러 번 소통해야 했어요. 매번 다른 수정 의견이 있었고 주문서 하나당 한두 번 수정하는 것도 적은 축에 속했어요, 많게는 대여섯 번 수정한 적도 있었죠. 비록 대부분 내용은 같았지만, 매번 다른 수정 의견을 받을 때마다 전문 번역가를 찾아 번역을 맡겨야 했어요. 제 돈을 들여 찾은 번역가는 대부분 내용이 같다고 수정한 부분만 돈을 받기는커녕 횟수에 따라 돈을 받곤 했죠. 그럴 때면 한 달에 100만 원이나 되는 빚을 졌어요. 당시 저는 이미 형편이 좋지 않아 하루 세 끼
엄선우는 마침내 깨달았다.“그 사건 때문에 회사에서 네가 영어를 전혀 모른다는 걸, 심지어 대학 학력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폭로된 거구나, 맞지?”염선의는 고개를 숙였고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녀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선우 오빠, 저 정말 엉망진창이죠?”엄선우는 침묵에 잠겼다.“......”그 순간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염선의는 계속 말을 이었다.“사실 성장 과정에 억울하게 왕따와 억압을 당하는 경험을 하는 여자애들이 이 세상에 많고도 많지만, 그중에는 자신의 끈기로 천천히 일어나 사람들의 존중을 받는 여자애들도 많아요. 그리고 이런 여자애들은 남에게 짓밟히고 따돌림을 당해도 마음 한구석에는 전혀 부끄러움이 없어요. 왜냐하면 그녀들은 잘못이 없으니까요. 그녀들은 늘 당당해요. 이런 모습 때문에 그녀들은 결국 운명적인 인연을 만나 사랑을 받게 되는 거죠. 짓밟힘과 따돌림을 당한 과거가 있더라도 그녀들은 여전히 사랑을 받을 수 있고 그녀들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날 수 있죠. 하지만 저는요? 저는 이래도 싸요.”엄선우는 침묵에 잠겼다.“......”“선우 오빠, 전 회사에서 3년을 일했으니 3년 동안 굴욕을 당한 셈이에요. 하지만 지금의 회사는 확실히 저에게 굴욕을 주는 사람도 없고 모두 저에게 친절해요. 제 손으로 제 명성과 이미지를 망가뜨린 거죠.”염선의의 말을 듣던 엄선우도 정말 입을 열고 싶었다.“그러게! 자업자득이지! 네가 만든 구덩이에 네가 뛰어내릴 수밖에.”하지만 염선의의 불쌍한 모습에 엄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자기 잘못을 참회하고 있는 여자아이다.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엄선우는 차마 뭐라 말할 수 없었다.염선의가 말을 이었다.“전 회사에서 굴욕은 이미 충분히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회사에 비해 보잘것없는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원래 회사에서는 적어도 그 사람들과 싸울 수 있었지만 지금 회사에서는 반박할 처지가 전혀 아니에요. 회사의 리더들과 인사
“선우 오빠, 정말 다른 사람의 잘못이 아니에요. 허영심 많고, 열심히 일하지 않은 제 탓이죠.”“제가 회사에 큰 손실을 주게 되었는데, 도무지 제 능력으로 갚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대표님이 화도 엄청나게 내셨어요. 그 번역원이 우리의 핵심 자료를 같은 업계 사람들에 팔지만 않았어도, 그래서 그들이 우리의 고객을 채가지만 않았어도 대표님이 그렇게까지 화내지는 않았을 거예요. 아무래도 제가 회사에 큰 손해를 가져온 게 대표님이 화낸 가장 큰 이유니까요.”“결국에는 제 가짜 학력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잖아요. 그래서 대표님이 저한테 전체 직원들 앞에서 사과하라고 하신 거예요.”“도망칠 수 없었어요. 저는 그렇게 사형선고 받은 죄수처럼 사람들 앞에 서게 됐어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없었어요. 제가 직접 판 무덤이었으니까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어요.”“너무 부끄러웠어요.”“저는 직원들에게 질타와 욕설, 비웃음을 받게 되었어요. 전에 다니던 회사에 있을 때보다 기분이 훨씬 더 불편하더라고요. 그때 알게 되었어요. 사람은 진짜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만 당당해질 수 있다는 것을요. 애매한 상황일 때는 진짜 죄인이라도 된 듯한 기분에 감히 얼굴도 못 들겠더라고요.”“일할 때만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제 남자 친구 앞에서도 똑같았어요.”“직원들 앞에 서 있는 제 모습을 보자 남자 친구는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어요. 하필이면 마침 그때 누가 또 장난까지 치고 있었어요.”-‘야, 저 사람이 네가 말한 착하고 자신감 없는 귀여운 여자야?’-‘횡재가 따로 없네.’-‘이런, 하룻밤 사이에 아주 유명 인사가 됐네.’“그 말들은 남자 친구 귀속으로 그대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의 눈동자는 회의 내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어요.”“회의가 끝나는 시간이 곧 제가 회사에서 나가는 시간이었어요. 저는 그렇게 전 직원의 시선을 받으며 개인 물품을 정리했고, 쥐새끼처럼 회사를 도망쳐
염선의의 말에 엄선우는 심장이 찌릿했다. “뭐라고? 널 때렸다고? 거기서?”그녀는 어깨를 들썩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뺨을요.”“이런 나쁜 놈!”“뺨만 때린 게 아니라, 사람들 다 보는 데서 면전에 대고 욕까지 했어요.”‘정말 뻔뻔하다! 그렇게까지 나랑 결혼하고 싶은 거야? 뻔뻔한 된장녀! 꺼져! 다음에 만날 땐 얼굴을 찢어버릴 테니까! ‘그녀의 말에 엄선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이 널 미워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맞아요. 그 사람 나 미워해요. 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요.”“그 사람, 인성은 참 좋았어요. 버스에서 임산부를 만날 때면 항상 자리를 양보해 주었고, 버스에서 안전하게 내릴 수 있게 부축해 주기도 했어요.”“그 사람은 농구를 좋아했어요. 농구장에 있을 때면 항상 단호하고 기세가 넘쳤고, 무척이나 남자다운 매력을 드러냈어요. 하지만 평소 절 대하는 모습은 오히려 정반대였죠. 엄청 다정하고 잘해줬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었죠. 그에겐 어두운 면이 없었어요.”“회사에서도 동기들이랑 아주 잘 지냈어요. 그 사람은 정말 똑똑했고, 상사들에게 인정도 특별하게 받고 있었어요.”“제일 중요한 건, 영어까지 유창하게 한다는 사실이었어요.”“제 주위에도 영어 잘하는 동기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들에게 영어란 단지 좋은 직업을 찾는 도구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하지만 그는 달랐어요. 항상 영어를 배우는 이유가 개인적인 취미 때문이라고 그랬거든요.”‘내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야. 처음에 영어를 시작한 이유는 그냥 문학이 좋아서였어. 나는 책과 소설들을 좋아했어. 그 중 클래식한 소설들을 특히 좋아했지. 번역본을 챙겨보다 아무리 노력해도 번역본은 원본의 뜻을 완벽하게 전달하지는 못한다는 걸 알게 됐어. 원서를 사서 보는 게 내게 더 깊은 뜻을 안겨주었지.’‘솔직히 말해서 언어라는 건 그냥 일종의 소통 수단일 뿐이잖아? 엄격히 말하자면 우리의 스펙이 될 수는 없
솔직히 말해서, 엄선우도 그 상황이었다면 아마 폭력을 썼을 것이다.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하지만 염선의는 고개를 흔들더니 정신이 나간 것처럼 울다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 사람이 절 때린 것도 사실이고, 욕한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한테 그런 짓을 한 이후에 바로 자기의 얼굴을 내리치며 자기 자신을 욕했어요.”‘내가 지금 무슨 짓을… 난 죽어도 싸! 어떻게 사람을 때릴 수가 있어? 그것도 여자를? 난 죽어도 싸!’“그 후에 무척이나 풀이 죽은 모습으로 저한테 사과하더라고요.”‘미안해. 널 때리는 게 아니었어. 신고해도 좋고, 나한테 보상을 요구해도 좋아. 난 할 말없어.’그녀의 말에 엄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성인군자가 맞긴 하네. 근데 너 설마…”갑자기 그녀에게 빚이 있다는 사실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설마 진짜 돈 달라고 한 건 아니겠지?염선의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꺼내겠어요? 그냥 울면서 말했어요.”‘아니야. 필요한 거 없어. 오히려 잘 때렸어. 그러니까 나 좀 용서해 줘. 나도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야…’“그렇게 말하니까 그 사람도 같이 울더라고요. 씁쓸하게 웃더니 저한테 말 한마디 건넸어요…”‘네가 알아서 잘 처신해.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그 사람은 개인물품을 챙기더니 빠르게 자리를 떠났어요. 그의 뒤를 열심히 쫓았는데도 따라잡을 수 없더라고요.”“그리고? 그렇게 헤어진 거야?” 엄선우가 바로 그녀에게 물었다.“그리고…” 염선의는 말을 더듬거리더니 그만 입을 닫아버렸다.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리고 어떻게 됐는데?”그의 말에 염선의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을 피하고 있는 듯했다. “사실 회사에서 잘릴 때 엄마가 마침 전화를 걸었어요.”‘선의야, 남자 친구는 언제 집에 데려오는 거야? 넌 모르지? 집안사람들이 너한테 선 자리 마련해준다고 얼마나 눈독 들이고 있는데. 집안사람들도
“어?” 염선의의 말에 엄선우는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네가… 그 사람 집에 왜?”염선의는 어깨를 들썩이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엄선우를 쳐다보았다. “선우 오빠, 저 미친 사람 같죠? 지금 제가 너무 질척거린다고 생각하고 있죠?”“…”솔직히 말해야 하나?맞다!다 큰 성인끼리, 헤어지면 헤어지는 거지 이게 무슨 짓이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먼저 거짓말한 건 염선의지 남자가 뭘 어떻게 한 건 아니었다.헤어지기로 했으면 서로 방해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그런데 오히려 질척거리다니?그것도 집까지 찾아가기까지 하면서 말이다.하지만 염선의가 이렇게 자신의 쪽팔린 일을 입밖으로 꺼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용기가 가상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미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었고 죄책감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엄선우는 더 이상 그녀를 책망하지 않았다.“선의야, 세상 사람 중 대부분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 하지만 잘못만 고친다면 다시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 이런 말도 있잖아? 사람 치고 허물없는 사람은 없다.” 엄선우는 침착하게 염선의를 위로해 주었다.그 말에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염선의는 감정을 추스르더니 고개를 들어 단호한 표정으로 엄선우를 쳐다보았다. “문을 연 사람은 그 사람의 엄마였어요. 어머님은 엄청 예쁜 분이셨죠. 몸매도 좋으시고, 기품도 넘치시고, 무척이나 온화한 분이셨어요. 처음에는 좋은 말로 저를 달래셨고 나중에는 집에서 밥까지 먹고 가라고 하셨어요.”“그 사람의 집은, 제가 본 집 중에서 제일 따뜻하고 환한 집이었어요. 첫눈에 반해버렸죠.”“커다란 별장의 호화로운 느낌이 아닌, 도시에 숨어있는 작은 쉼터 같은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인테리어로 보나, 깔끔한 집안으로 보나 제가 꿈꿔오던 집에 딱 들어맞는 곳이었어요. 베란다에 심은 꽃들은 마치 신성한 정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들게 했어요.”“선의야, 네가 그 사람 집에 집착하는 거… 그냥 예전에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살아본
“그땐 제가 정신이 나가 있었어요. 어머님이 100만 원까지 빌려주며 도와준다고 했는데 여전히 고집부리며 그 집에서 나가지 않고 있었거든요. 나중에는 정말 방법이 없으셨는지 결국 경찰에 신고하시더라고요.”“경찰은 저를 그 사람 집에서 쫓아냈어요. 제 모습은 정신병자와 다름이 없었죠. 그 동네 사람들은 저에게 손가락질했어요.”-‘봤어? 시골 출신 사람들은 다 저래. 저런 사람 옆에는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 된다.’-‘손만 잡아도 바로 너희 집에 눌러붙으려고 달려올걸? 그리고는 절대로 집에서 안 나갈 거야?’-‘우리 앞으로 정신 차리면서 살자. 이런 여자는 절대 건드리면 안 돼, 알겠지.’“선우 오빠, 그거 알아요? 그때는 제가 모든 시골 출신 사람들의 얼굴을 바닥으로 떨어지게 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어요. 전 남자 친구의 돈을 단 한 푼도 쓴 적이 없어요.”“정말 뭘 바라고 그 사람을 만난 게 아니에요. 전 그냥 남자 친구를 원했어요. 따뜻함을 원했고, 가정을 원했어요. 어깨에 힘을 줄 수 있게 큰 도시의 집안이 필요했어요.”그녀의 말을 듣던 엄선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네가 이렇게 된 데에 가정 환경의 책임도 좀 있어.”엄선우의 말에 염선의는 미친 듯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선우 오빠, 그거 알아요? 저에게는 따뜻함이 너무 필요했어요. 힘이 너무 필요했어요. 그리고 남자 친구가 바로 저의 모든 따뜻함이자 힘이었어요.”“그가 없다는 사실이, 돈을 빚졌다는 사실보다 날 더 두렵게 만들었어요.”“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어요.”“경찰에게 쫓겨난 후에도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매일 밤낮 가리지 않으며 그 사람 집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죠. 그때의 전 귀신과 다름이 없었어요.”“취직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신용카드에서 출금한 돈에 기대 살게 되었죠. 여기저기 카드를 돌려막으며 살았고, 그렇게 점점 돈에 쪼들리게 되었어요.”“그렇게 자그마치 일 년이나 폐인 같은 삶을 살았어요. 일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