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성격은 다 다르다는 얘기다.염선의는 날카로워 보였고 남들과 싸우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심지어는 이상하다는 말까지 듣는 염선의였지만, 그녀의 마음은 누구보다 나약하고 여리었으며 가끔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매번 피동적이었고 무시당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염선의는 본인 말처럼 허영심에 가득 찬 적도 있었다.그러나 신세희는 달랐다.신세희는 사실 염선의보다 백배는 더 괴로운 처지였다.하지만 신세희의 마음은 누구보다 강했다.그녀는 잘못한 게 없다는 걸 분명히 인식할 수 있었다. 잘못이 없는 한 그녀는 절대 타협하지 않았고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신세희는 다른 사람과 싸우기보다는 참는 걸 선택했다. 그녀는 무언의 반항으로 주변 사람들 모두 정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하지만 염선의는 사람을 정복하는 이런 매력이 없었다.다른 사람이 그녀의 잘못에 대해 말을 꺼낼 때면 마음이 흔들렸다.그러나 세상에 신세희 같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남성시 전체를 둘러봐도 신세희뿐이다.그런 환경에서 여전히 꿋꿋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신세희뿐이었다.이 세상에 살아 숨 쉬는 것들 대부분은 연약한 존재들이다.예를 들면 염선의처럼.비록 염선의에게 천 개, 만 개의 결점이 있다고 해도, 남들이 싫어한다 해도, 그녀는 늘 마음씨가 좋았다.게다가 성실하게 일하기까지 했으니.그거면 충분하다.마음씨가 좋고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인 걸 몰랐다면 그녀의 사장이 어떻게 그녀를 회사에 3년 동안이나 남겨두었겠는가? 사장인 사람 중에 과연 바보가 있을까?엄선우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염선의에게 말했다.“선의야, 우리 퇴원하고 나도 일을 다 처리하고 나면 내 친구와 자리 한번 만들게. 너보다 열 배는 더 안 좋은 상황이었던 사람이야, 그 친구를 만나보면 너도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 생길 거야.”염선의가 궁금해하며 물었다.“무슨 일을 하시는데요?”“건축 디자이너.”엄선우가
엄선우는 어색하게 몇 번 웃더니 입을 열었다.“어... 어떻게 갑자기 돈... 돈 얘기가 나온 거지?”그 순간, 그는 착각까지 들었다.눈앞에 있는 여자아이가 혹시 사기를 일삼는 사기꾼은 아닐까?그녀가 이토록 사연 있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그에게 털어놓고 있는 건 사실 그에게서 동정과 믿음을, 그리고 사랑을 받기 위해서 지어낸 이야기이고 결국엔 돈을 받아내려고 하는 건 아닐까?말로는 돈을 빌리지 않을 거라고는 하지만, 이 또한 수단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이런 생각을 하던 엄선우는 참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이런 사기꾼들이 한둘이 아니다. 수단과 방법은 다양하고 온갖 속임수로 돈을 받아낸다.만약 눈앞의 여자아이가 정말 사기꾼이라면 엄선우는 곧 사기를 당하는 희생양이 아닌가?하하!정말 웃긴 일이다.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더니 엄선우는 다시 평온해진 얼굴로 염선의를 바라보았다.그도 궁금했다, 이 여자아이가 앞으로는 어떤 수작을 부릴지.염선의는 쓸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는 그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퇴사했고 사실 3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쫓겨난 셈이죠. 그때 가지고 있는 돈이라곤 6, 7만 원뿐이었고 겨우 보름치 소비 돈에 불과했던 데다가 매일 버스를 타고 이력서를 제출하러 다니며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했기에 그 비용만 해도 만 원이 넘었죠. 그러나 매달 월급은 엄마 병원비로 사용하도록 해야 했어요. 선우 오빠는 아마 저에게 이젠 직장도 없으니 마지막 월급은 집에 보내지 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우리 집 사정을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저희 아빠는 고지식한 분이세요, 고지식한 건 그렇다 쳐도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죠. 어쩐지 엄마와 엄마 친정 식구들이 할머니와 아버지들을 그렇게 무시하더라니. 저희 할머니도 게으른 분이세요, 아빠는 할머니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 뭘 해도 잘 안 돼요. 소자본 장사도 했었지만, 십중팔구는 돈을 잃었고 그 후로 아빠는 누구에게서 돈을 빌릴 수 있을지 고민이 태산이었어요. 빌릴 데
“거의 200만 원이 되는 빚이 직업이 없는 저에게는 어깨를 누르고 있는 큰 산처럼 느껴지는 거죠. 심지어 점점 더 쌓여가고 있어요.”“왜 반년 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했던 거야?”엄선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도리대로 말하면, 넌 이미 3년의 업무 경력이 있고, 일도 열심히 하니, 직장을 구하는 게 너한테는 쉬운 일 아닌가?”염선의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도리대로라면 직장을 구하는 건 정말 어렵지 않아요. 2000년 이후, 특히 여자들은 일자리를 찾기가 쉬워졌죠, 일을 가리지만 않는다면요. 저희 마을에서 일하러 떠난 여자애들은 매년 몇백만 원이나 되는 적금을 갖고 집으로 돌아오죠. 전자 공장, 의류 공장 등 각종 공장에서 여직원을 필요로 하지만 저는 허영심을 내려놓을 수 없었어요. 사무실에서 3년 동안이나 일한 저는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미 사무직 종사자이기도 한 걸요. 그러니 꼭 떳떳한 직장을 찾아야 해요. 떳떳한 직장을 찾지 못한다면 나중에 집에 돌아가서 또 짓밟히고 멸시를 받을 거예요. 전 꼭 성공해야만 해요, 실패해서는 안 돼요. 그렇게 체면을 세울만한 직장을 찾다 보니 반년이 지나갔죠. 반년 내내 수입이 전혀 없었지만, 매달 어머니께 돈은 보내야 했어요. 선우 오빠, 제가 지금 얼마나 후회하는지 아세요?”엄선우는 침묵에 잠겼다.“......”그 순간,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심지어 눈앞의 여자애가 이야기를 지어내 돈을 사기 치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이 모든 게 사실인지조차 헷갈렸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저 묵묵히 염선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염선의는 엄선우가 그녀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계속해서 엄선우에게 말했다.“선우 오빠, 그거 아세요? 만약 인생이 정말 소설처럼 시간을 거스르거나 환생할 수 있다면 전 반드시 1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갈 거예요, 반드시! 제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다는 환상은 없어요. 비록
엄선우가 부드럽게 말했다.“아니, 세상에 그런 건 없어.”“흑흑...”염선의가 더 서글프게 울었다.“제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환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에 꼭 입학할 거라고요. 전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어요! 절대 놀기만 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 그냥 중학교 때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아요, 환생하면 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거예요, 다시는 체면을 세우려고 하지 않을 거고 다시는 사촌 오빠와 언니와 비교하지 않을 거예요. 전 그저 열심히 일해서 착실하게 돈을 모으고 싶어요. 흑흑, 하지만 이미 늦었어요, 늦었다고요!”“늦었다고?”엄선우가 염선의의 말을 끊으며 조용히 물었다.염선의가 입을 열었다.“선우 오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엄선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바보야, 넌 아직 서른도 안 됐어, 이렇게 젊은데 뭐가 늦었다는 거야. 네가 말한 것들은 그저 젊은 애들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일 뿐이야. 내가 말했잖아, 이 세상에 실수하는 사람은 많아. 평생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살지, 그래서 평생 자기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거고. 예를 들면...”말을 이어가던 엄선우는 최여진, 임서아 그리고 민정연을 떠올렸다.그들은 염선의보다 훨씬 더 허영심이 많았다.염선의보다 더 독한 사람들이었다.그들 중 둘은 큰 걸 위해서 작은 걸 포기하기도 하고,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기까지 했다.솔직히 모든 건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닌가?그 여자애들은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면 한계조차 없었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그녀들에 비하면 염선의의 그 정도 허영심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몇 분의 시간이 흘렀고 엄선우는 생각을 모두 정리한 듯싶었다.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여자애는 사기를 치려는 것이 아니라는걸.그녀가 정말 사기를 치려는 것이었다면 이런 얘기는 지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하는 얘기의 대부분은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이었
게다가 입을 열게 되면 엄선우의 정체도 드러날 게 뻔했다.그는 염선의에게 자신의 신분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선우 오빠, 오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만약... 만약 5년 전에 오빠를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오빠는 보기엔 무뚝뚝해 보여도 마음만은 너무 세심한 것 같아요, 사람을 위로할 줄 알고 마음도 강하고. 만약 5년 전에 오빠를 만났더라면 아마 이렇게 외롭진 않았겠죠, 이렇게 한 걸음씩 나락으로 빠지지도 않았을 거고요.”염선의가 쓸쓸하게 말했다.엄선우는 가슴이 철렁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한 걸음씩 나락으로 빠지다니? 그... 그게 뭔데?”그는 염선의가 혹시라도 그런 얘기를 꺼낼까 봐 두려웠다.살기 위해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불결한 일을 했다든지 혹은 늙은 남자를 만났다든지 하는 얘기일까 봐 말이다.엄선우는 왠지 모르게 염선의가 그런 말을 할까 봐 두려웠다.눈물을 머금고 있던 염선의는 갑자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사실 오빠의 인생관대로라면 별거 아니에요. 일단 저는 제 몸을 해치는 일도 한 적이 없고 그리고 스폰을 받은 적도 없어요. 제가 말한 나락은...”그 말에 엄선우는 긴장을 푼 채 웃음을 지었다.다행이야.그런 적 없으면 정말 다행이야!그는 미소를 지은 채 염선의를 바라보았다.“네가 말하는 나락이 설마 사기는 아니지?”이 역시 떠보려는 질문이었다.그는 염선의가 사기를 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슬쩍 떠보려고 했다.염선의는 고개를 들어 엄선우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선우 오빠, 어떻게 알았어요?”엄선우는 침묵에 잠겼다.“......”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염선의는 계속 말을 이었다.“다른 사람의 돈을 사기 쳤다기보다 또 신용카드의 돈을 쓰고 말았어요.”엄선우가 입을 다물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물었다.“제대로 된 일자리도 없는데 신용카드는 어떻게 만든 거야?”염선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한 걸음 잘못 내디디면 끝까지 잘못하
엄선우는 이미 눈치챈 것 같았다.“그러다 헤어진 거야?”상상하기 어렵지 않은 결과였다. 만약 염선의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겠지? 집 앞에서 친척들에게 해코지당할 때까지 남편이나 남자 친구가 구하러 오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이어 엄선우는 염선의를 위로했다.“바보야, 이 세상에 연애 한 번에 결혼까지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아? 세상에 좋은 남자는 많고도 많아, 그 남자 하나쯤은 없어도 괜찮아.”그는 심지어 염선의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 눈앞에도 좋은 남자 한 명이 있다는걸.그저 나이가 조금 많을 뿐이었다. 서른다섯, 여섯 살쯤 되였을 뿐.하지만 엄선우는 신중한 사람이었다. 남의 위험을 틈타 겉치레에 맞지 않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오히려 염선의가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요, 세상에 좋은 남자는 많고도 많죠. 선우 오빠도 보기 드문 좋은 남자인데, 아쉽게도 오빠를 너무 늦게 만났네요.”엄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선우 오빠, 혹시 제가 겁을 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겁먹지 않아도 돼요, 전 오빠를 사랑하지 않을 거니까요, 돈을 빌리는 일은 더더욱 없을 거니까 걱정 마요. 살면서 오빠처럼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고 절 싫어하지도 않으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친구를 만나게 된 건 이미 행운이에요, 더 많은 건 바라지도 않아요. 저는 사촌 오빠와 언니에게 머리채를 잡혀 맞고 있을 때 저를 구해준 오빠를 거친 농민이라고 생각했고 만약 오빠가 오갈 데 없는 농민이라면 제가 따라가려고 했죠. 오빠와 결혼하면 어떤 처지더라도, 평생 낡은 집에 살아야 한대도 저는 기꺼이 함께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 혼자서는 너무 외로웠거든요. 그러다 오빠가 저를 좋은 호텔에 데려다주는 모습을 보고 오갈 데 없는 노숙자나 농민 따위는 아닐 거로 생각했어요.”엄선우는 흥미진진하게 물었다.“그러면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 같은데?”염선의는 고개를 숙이고 늘 그랬던 것처럼 자비심으로 가득한 말투로 말했
사실 사람마다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사람마다 모두 각자만의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고,저마다의 힘든 일을 겪고 있다.타향에서 조용히 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그에게 꼭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었다.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그뿐만 아니라 울다가, 더 슬프게 눈물을 흘리다가, 그러다 또 안정을 되찾는 여자를 보며 엄선우는 귀엽다고 느끼기까지 했다.얘기를 듣던 엄선우는 이 아이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줄곧 반성하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녀는 곁에 친구도, 가족도 없다고 강조해 왔다.엄선우는 생각했다, 이런 여자애를 신세희에게 데려간다면 신세희는 분명 그녀를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로 생각할 거라고. 순결한 여자아이가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거나, 다른 사람과 동거했다는 이유로 순결을 잃는 게 아니었다.엄선우가 생각하는 순결은 마음이었다.육체적인 것이 아니라.적어도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여자아이가 앞으로 남자 친구와 동거했다가 헤어졌다는 얘기하더라도 엄선우는 여전히 이 여자아이를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결국은 제 잘못이었어요, 정말 제가 잘못한 거였죠.”말을 이어가던 염선의는 정신을 못 차리는 듯했다.그녀는 머리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처음부터, 누군가를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이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데 어떻게 상대에게 진심을 바라겠어요? 그 남자애는 좋은 사람이었어요.”엄선우가 물었다.“너의 학력이 위조된 걸 알고... 헤어지자고 한 거야?”염선의가 고개를 저었다.“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새로운 회사에서 전과 같은 대우를 받은 거야?”엄선우가 또 물었다.“그건 아니고요.”말하던 염선의의 표정이 홀가분해진 것 같았다.“새 회사는 도심에 위치해있고 저는 매일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야 해요. 교외에 있던 원래 회사와 다르게 회사의 직원들 대부분 포용성이 강하고 그렇게 깊은 계급관념도, 짙은
엄선우가 의아하게 물었다.“어쩌다 드러난 건데?”사실 그는 가짜 이력서를 사용했으니 언제든 폭로될 것이라고, 제일 좋은 방법은 가짜 이력서 대신 진실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인생은 본인이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현재 염선의도 잘못을 알고 있었기에 엄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염선의는 고개를 숙였고 얼굴은 발그레해졌다.엄선우는 그녀가 수치심이 강한 여자애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마치 엄청난 용기라도 낸 듯 고개를 들어 엄선우를 바라보았다.“제가 담당자와 인사팀에게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자 담당자와 인사팀 모두 흔쾌히 동의했어요.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요구를 했죠. 월급을 인상할 수는 있으나 제가 그에 상응하는 직위를 맡아야 한다고요. 원래 담당했던 업무 범위에는 전문 지식 서면 번역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월급을 인상 받고 싶으면 번역 업무도 제가 맡아야 했어요. 회사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단량 방면에서 전문적이기도 했고 제가 번역 업무만 맡으면 회사에서는 월급을 절반이나 더 올려주겠다고 했어요. 회사 외부에서 전문 통역사를 찾는 건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월급이 높은 건 둘째 치고 하필이면 전문지식이 매우 부족하다고 인사팀에서 말하더군요. 사실 회사에 가장 필요한 건 전문지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외국 주문서도 번역해 줄 수 있는 직원이었어요. 제가 그럴 수 있다면 회사는 매우 만족한다고 했죠, 기꺼이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했고요. 그리고 지금의 직급과 달리 독립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직급으로 바뀌기도 하고요.”엄선우가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 물었다.“학력이 위조된 거라 전문지식은 잘 알고 있었지만, 영어를 잘 못했던 거야?”염선의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전 영어를 잘 못하는 게 아니라 하나도 몰라요. 저는 기껏해야 ABC 알파벳 정도만 알고 있었죠. 중학교 때 배웠던 단어들도 진작에 까먹었는데 어떻게 번역을 하겠어요?”“그래서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