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2141 - Chapter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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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1화

의료계 종사자들은 모두 이로 인해 속을 태우고 있었다.토론 끝에 그들은 결국 반원명에게 진단서를 내리기로 했다.그는 정신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라 이미 자아 통제 능력을 잃어버렸다.게다가 반원명은 이번에 정신을 잃은 뒤 다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한 달 뒤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반원명은 남성으로 옮겨졌다.교수님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 그를 회복시킬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는 반원명이 의식을 되찾고 다시 수술실에 들어가 환자를 구하길 바랬다.이게 바로 반원명이 소유해야 할 삶이었다.그는 아직 30대 초반 젊은이이다. 지금까지 줄곧 열심히 공부만 해온 그의 삶에 이런 슬픈 엔딩으로 끝나면 안 되었다.교수님은 더더욱 그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리하여 반원명 수술을 직접 집도한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은 실패로 끝났고 교수님은 죄책감에 시달렸다. 반원명은 수술실에서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교수님은 괴로운 마음에 수술실에서 대성통곡했다.하지만 잃어버린 목숨은 되찾을 수 없다. 반원명의 화장일에 교수님은 병에 걸린 탓에 마지막 배웅을 하지 못했다.사실은 자신이 아끼는 제자가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재로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하지만 교수님은 반원명이 화장터로 옮겨져 화장하려던 순간에 그의 손가락이 꿈틀댈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그의 손가락만 꿈틀거린 게 아니었다.그의 입술도 약간 뻐금거렸다.꾹 감겼던 무기력한 눈꺼풀도 살짝 열렸다.아무도 그 순간 반원명의 의식이 어디서 떠도는지 알지 못했다.오직 그만이 알 수 있었다.그는 상공에 자신이 누운 채 용광로 안에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화장터 안에서 그는 자신 외에 또 다른 자신을 보았다.그는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이었다.그도 똑같이 누워있었다.그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는데 구멍 주위의 피는 이미 검게 변해있었다.그 구멍을 본 반원명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주 슬펐다."왜 울어?"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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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2화

반원명은 어렴풋하게 자신이 그 남자와 혼연일체가 되는 것을 느꼈다.점점 하나로 되어가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귓가에는 계속 누군가의 목소리가 맴돌았다."잘 살아, 산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데. 나 대신 그들을 잘 챙겨줘, 내 형, 내 형수, 내 딸, 그리고...""나 대신 잘 돌봐줘, 내가 미처 챙겨주지 못한 사람들이야...""나 대신 잘 돌봐줘...""나 대신 잘 돌봐줘..."그 소리는 점점 사그라들며 작아졌다."네 이름은 뭐야? 너도 반씨라면서, 이름이 뭔데?""호... 호영... 호영이라고 불러, 난... 반씨 가문의 넷째..."그 소리는 점점 사라졌다.호영? 반씨 가문 넷째?반원명은 갑자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도 반씨 가문의 넷째이다.그도 반씨 가문에서 자란 아이다.그도 가족 사랑이 필요했다.어찌 두 사람이 이리도 닮았단 말인가?그렇다.두 사람은 동일 인물이었다.그가 바로 그 자신이다.그 자신도 바로 그이다.반원명은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점차 의식을 되찾았다.의식을 되찾은 그는 조금 전 모든 상황이 환각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그의 뇌 손상으로 인한 환각이라 여겼다.마치 지금 그가 그 자신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누워있던 자신은?그 자신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왜 보이지 않는 거지?그는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인가?그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그는 급격히 피곤함을 느꼈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심지어 곧 의식을 잃을 것만 같았다.곧 죽는 건가?아니다!그는 죽어선 안 된다!그는 반드시 살아야만 한다!남이 아닌 그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살아야만 했다.그는 아직 그를 생각하는 교수님, 대학 동기, 그리고 자신의 의술을 발휘할 수 있는 남성이라는 대도시가 있다.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그는 살고 싶었다!그는 점차 고열을 느끼게 되었고 용광로 안에 들어가 뼛가루로 되고 싶지 않았다.반원명은 끊임없이 몸부림쳤다."살려줘, 살려줘, 살려달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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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3화

"자! 서둘러 병원 응급실로 갑시다! 빨리요!"몸부림치던 반원명은 온몸에 힘이 빠져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고 포기하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죽음을 피하지 못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 그가 포기하려던 순간 멀리서부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그 목소리는 멀면서도 가깝게 느껴졌다.그 목소리는 들릴법하면서도 들리지 않았다.하지만 반원명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목소리는 한 사람에게서 나는 목소리가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서 나는 깜짝 놀란 목소리였다.인간미가 뒤섞인 목소리였다.반원명은 다시 몸에 힘이 주입된 듯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힘껏 손을 들었다!이윽고 사람들은 그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커진 것을 발견했다.두 손가락이 동시에 꿈틀거렸다.어떤 사람들은 감격 어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반 선생이 살았어요..."반원명은 이 목소리를 들었다.비록 멀리 떨어진 목소리였지만, 그는 똑똑히 들었다.그는 기쁜 마음에 온갖 감격 어린 모습을 상상했다.그는 살아야 한다.반드시 살아야 한다!마치 그에게 지켜야 할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가족들이 얼마나 보고 싶은가?그게 진짜였을까?아니면 꿈이었을까?그는 여전히 살기 위해 죽음의 늪에서 발버둥 쳤다.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반원명은 용광로로부터 병원으로 이송되었다.이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있었다.왜냐하면 이번 수술이 무조건 성공할 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신경 수술은 원래부터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데다가 불분명한 요소도 많았기 때문이다.수술을 금방 마쳤을 때 그의 뇌신경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다들 그가 죽어서 심장이 멈춘 줄로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의 뇌신경은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심장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이는 수술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했다.의료계에서 예측할 수 없는 미지수는 많고도 많았다.아무튼 이건 크나큰 기적이었다.온 병원을 통틀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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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4화

반원명이 깨어났다.뇌부질환이 성공적으로 치료되었다.그는 마치 기나긴 꿈을 꾼 것만 같았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현성에서 대학, 대학에서 현성, 또 현성에서 성도로 옮겨가며 살았다. 그 과정에서 양부모에서 누나, 그리고 아내 곁으로 가게 되었다.그리고 어렴풋이 들리던 그 목소리.환각이었을까?꿈이었을까?아마 환각일 것이다.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환각을 생성하곤 한다.그는 깨어났지만, 환각은 점점 그와 멀어졌다. 그가 두 눈을 떴을 때 본 모든 건 진짜였고 미소를 머금고 있는 간호사가 보였다.그리고 교수님의 인자한 미소도 볼 수 있었다. "원명아, 너를 위해 해외 요양센터에 이미 연락해 뒀어. 일 년 동안 회복에 집중하면서 학술교류도 해. 돌아오면 남성에 발을 붙이거라."교수님의 목소리엔 숨기지 못한 격동이 배어 있었다.반원명은 감동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다."저... 제가 흥분했어요. 실질적인 피해는 일으키지 않았지만, 법적책임은 짊어질게요."반원명은 줄곧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다."이미 다 해결됐어. 원명아."교수님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부디 너 자신을 믿거라, 넌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야. 만약 너의 황금 같은 시간을 감방에서 보낸다면,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세상을 떠나겠니? 네 사명은 아픈 환자들을 치료하는 거야. 넌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어. 모두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널 다치게 한 거야!"교수는 자신의 학생을 감쌌다.감싸고말고!감히 누가 이에 반박하겠는가!그의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반원명을 구하려고 할 것이다!반원명은 큰 그림을 안고 사는 명석한 사람이다.그는 단번에 교수님의 뜻을 알아채고 말했다."고맙습니다, 교수님. 회복을 마치고 다시 칼을 손에 들 수 있다면, 반드시 환자를 살리는 데 전념하겠습니다."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약속해, 과거는 잊어! 영원히 잊어버려! 네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란 말이야!""네! 과거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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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5화

분명 아닐 것이다.하지만 반원명은 왜 이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걸까?원래 평온해야 할 주치의는 수술실에 들어서기 전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갓 자란 여자아이였다.여자아이는 아주 못생겼다.주근깨로 가득한 얼굴.낮은 콧대.작디작은 눈에 울어서 빨갛게 달아오른 코까지.그녀는 마치 길 잃은 아이가 가족을 발견한 것처럼 그렁그렁하면서도 기쁨에 어린 표정으로 팔을 뻗은 채 그에게 달려왔다.그녀는 대체 그를 누구로 여긴 걸까?그 순간 반원명은 20대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자신을 아빠로 여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빠?아니.그녀는 조금 전 그를 넷째 삼촌이라고 불렀다.그렇다.그녀는 그를 아버지 버금인 삼촌으로 여겼다.그는 늘 자식을 원했다.하지만 줄곧 자식이 없었다.그는 이미 자식을 포기하고 남은 생을 모두 의술개발에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이미 과거를 완전히 청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자아이의 등장에 아빠가 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을 서서히 불러일으켰다.반원명은 아주 이성적인 의사였다.오늘은 그의 첫 수술이 있는 날이기 때문에 다른 잡생각에 휩싸여서는 안 된다 다짐했다. 이번 수술은 그에게 있어 아주 중요했다.때문에 그는 단호하게 그 여자아이를 무시하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모든 잡생각을 뒤로 하고 오로지 환자에게만 집중했다.수술은 총 여섯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칼을 대는 순간 그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건 그가 가장 사랑하는 직업이었다.환자의 목숨을 구하는 건 그의 취미중 하나였다. 수술 하나를 성공적으로 마칠 때마다 마치 어려운 문제를 푼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는 그 과정을 즐겼을뿐더러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에 자신감이 샘솟았다.6시간 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봉합을 마친 순간 반원명도 지쳐서 긴장이 풀렸다. 입술은 갈라질 대로 갈라졌고 두 다리와 팔도 후들후들 떨렸다.하지만 마음은 후련했다.너무 후련한 나머지 못생겼지만 귀엽고 불쌍한 동시에 콧등이 빨개서 울고 있던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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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6화

남성 병원 주위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반원명은 한 시간 너머 부소경에게 자신의 과거를 얘기해주었다.그는 눈앞에 앉아있는 남자가 왜 이리도 할 얘기가 많은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는 F그룹 부 대표를 알고 있었다.단지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처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의사가 남성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뿐이었다.자세히 관찰하던 끝에 반원명은 아주 중요한 점을 발견했다.그는 그와 부소경이 아주 닮은 것을 발견했다.이건?어떤 인연이지?짧디짧은 하루라는 시간 동안.그의 인생은 마치 지구에서 다른 행성으로 옮긴 것처럼 느껴졌다. 원래 살던 지구에는 가족이 없었다.하지만 또 다른 행성에선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느낌이었다."부 대표님, 전... 전 그냥 얼마 전 남성 병원에 취직하게 된 의사입니다. 20여 년 전 처음 남성에 발을 디뎌 대학 공부와 대학원 공부를 7년에 거쳐 마쳤고 최근에야 남성에 자리 잡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남성에 오자마자... 이렇게 가족분들을 만나 뵐 줄은 몰랐네요."말을 마친 반원명은 신유리를 바라보며 물었다."이분은... 대표님 따님인가요?"부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미소를 지은 채 반원명을 바라보았다.그는 사실 웃음이 적은 사람이었다. 회사나 다른 장소에서도 부소경은 즐겨 웃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오로지 가족 앞에서만 자신의 부드러운 면을 드러내 보이곤 했다.그런데 반원명 앞에서 그는 활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반원명은 두 시간을 거쳐 자신의 과거를 얘기해주었다. 그리고 부소경도 반원명의 밝은 성격과 너그러운 마음을 알게 되었다.반원명은 그의 동생 반호영과 아주 닮았다.신기할 정도로 닮았다.하지만 그는 반호영보다 부드럽고 마음이 너그러웠다.반호영은 귀한 집 도련님 같은 이미지인 데다 우울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게다가 반호영은 자신이 당하면 반드시 되갚아 주어야 하는 성격이었다.되갚아 줄 때 그는 형인 부소경처럼 절대 봐준다는 의식이 없었다.하지만 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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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7화

그는 줄곧 자신이 가져야 할 것과 가지지 말아야 할 것을 잘 알고 있었다.부씨 가문 반쪽 재산이 과연 숫자로 셀 수 있는 존재란 말인가?게다가 부씨 가문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게 된 것도 최근 10년 동안 부소경이 쌓아 올린 공 덕분이었다. 부소경 덕분에 부씨 가문 재산이 열 배로 늘어나게 되었다.한낱 외부인인 그가 무슨 이유로 열심히 쌓아올린 남의 재산을 거저 가진단 말인가?싫다.그는 가족 사랑 하나로 충분했다.반원명은 담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윽고 편안한 중저음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닙니다, 부 대표님. 저는 사실 돈은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먹고 사는 데 문제없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남성 최고 병원에서 주치의로 일하면서 받는 월급도 이 도시에선 중고소득에 속합니다. 남성에 집 한 채 하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말을 마친 반원명은 지영주와 반명선을 바라보았다.그는 지영주가 자신을 반호영으로 착각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사실 그도 그를 반호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지영주와 반명선을 만나기 전까진 그저 꿈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지영주와 반명선을 만난 뒤에는 우주에서 일어난 기적이라고 여기게 되었다.예를 들면 환혼?이걸 환혼이라고 할 수 있는가?현대 의학자인 반원명은 이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또 너그럽게 이를 받아들였다.그의 뇌는 이미 손상을 입었고 현재 그의 뇌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그의 뇌 속에는 또 다른 사람의 영혼이 들어있었다.그 사람이 바로 반호영이다.반호영은 자신의 조카딸이 대학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때문에 반원명이 해야 할 일은 지영주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버림받은 여자에게 가족을 선물한다면, 앞으로 아이도 많이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반명선.그는 그녀의 대학 생활 모든 비용을 대줄 예정이다앞으로 그녀가 졸업한 뒤에도 자신의 의술을 그대로 물려줄 생각이었다.그의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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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8화

지영주는 반원명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품고 있었다.그녀가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매 세포 하나하나가 반호영을 그리워하듯 그를 뼛속 깊이 그리워했다.그녀의 눈앞에 있는 건 반원명이 아니라 반호영이다."호영 씨, 나... 당신이랑 가고 싶어."서른 살 넘는 여자도 감정 문제 앞에선 백지장이 되듯 그녀가 반원명을 마주했을 때 말투도 응석 부리는 여자아이 같았다.아련하고.기대 가득하면서도.불쌍하고.맑았다.반원명의 심장은 사르륵 녹고 말았다.눈앞에 서 있는 여자는 전세린처럼 세련되지도, 똑똑하지도, 값비싸게 굴지도 않았다. 전세린처럼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지영주는 반원명의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수 있었다.반원명은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다 바쳐 이 가엾은 여자를 지켜줘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다.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부드러운 미소로 지영주에게 말했다."좋아, 나랑 가자. 앞으로 거기가 당신 집이야.""응."지영주는 순간 눈물을 왈칵 쏟았다.그녀는 울면서 물었다."앞으로 나한테도 집이 있는 거야?""그래, 앞으로 당신도 돌아갈 집이 있어.""나 더 이상 외로운 사람 아니지?""맞아, 당신은 더 이상 외롭지 않아.""아무도 나 괴롭히지 못하는 거 맞지?""아무도 당신을 괴롭히지 못해.""더 이상 나 혼자 떠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거지?""더 이상 혼자 떠돌아다닐 필요 없어. 그냥 집에서 편하게 드라마 보고 미용도 하면서 지내면 돼. 심심하면, 나한테 연락해도 돼. 그런데 이건 기억해. 난 바쁜 사람이야. 특히 수술하면 휴대폰 전원을 꺼둬서 몇 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너무 속상해하지는 마.""흑... 흑흑흑."지영주는 갑자기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 하고 다짜고짜 반원명의 품에 안겼다,"난 그렇게 철없게 굴지 않아. 난 청소할 줄도 알고 집을 깨끗하게 정리해 줄 수 있어. 우리 집 베란다에 꽃도 심고 매일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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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9화

그녀에게 돈을 줄 때도 아주 쌀쌀맞았었다.항상 온갖 쌀쌀맞은 태도로 그녀를 대하곤 했다.하지만 반원명은 달리 아주 부드러웠다.반명선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삼촌, 나도 날 챙길 수 있었어요. 호영 삼촌에 비해 저를 더 아껴주시네요. 호영 삼촌은 단 한 번도 내가 어디에 사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으셨어요. 늘 저한테 다른 사람한테 돈 빌리면서 살지 말라고 혼내셨어요! 한 푼도! 양아치로 살면 제 다리를 분질러 버리겠다고 하셨거든요! 늘 이런 식으로 얘기했어요.""그럼 앞으로 나도 널 많이 관리해야겠네. 제대로 공부 안 하면 때릴 줄 알아!"반원명은 곧바로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히히히, 삼촌..."반명선은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나는?"등 뒤로 신유리가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반원명을 바라보며 물었다.반원명은 곧바로 엄숙한 표정으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신유리! 난 네 넷째 삼촌이야!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네 아빠는 마음 아파서 널 못 때릴 수 있어도 난 혼낼 수 있어.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헤헤헤, 걱정하지 마, 삼촌, 나 신유리는 줄곧 전교 1등이었어!"신유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그렇다면 삼촌한테 혼날 일은 없겠네."반원명이 잔뜩 풀이 죽은 말투로 대답했다."하하하, 삼촌 너무 재밌어. 당연히 삼촌한테 나를 혼낼 기회는 주지 말아야지! 하지만 나한테 동생들이 있으니까 걔네들은 마음껏 혼내도 되."신유리는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동시에 집에 있는 동생들을 팔아넘겼다.반원명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녀석도 참!""삼촌, 영주 이모랑 함께 가는 거 맞지? 난 두 사람이 남동생을ㅇ 낳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 아니야, 남동생은 너무 많으니깐..! 여동생 가지고 싶어."신유리는 내친김에 자신의 속마음까지 얘기했다.지영주는 그 말을 듣고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바로 그때 신세희가 나서서 상황을 모면했다."우리 이만 가자. 반 선생 피곤해 보이는 데 서둘러 쉬게 해줘야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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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0화

그 목소리는 반원명이 간절히 잊고 싶었고 심지어 이젠 다 잊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다시 들으니 너무나 역겨웠다. 그건 바로 전세린의 목소리이다. 전세린은 휴대폰 너머로 예전처럼 다시 그를 불렀다."여보..."반원명은 곧바로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만 뭔가 잊으신 것 같은데 우리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이만 끊겠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는 이미 전세린과 이혼했다.그들은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 과거는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이미 과거에서 벗어난 사람이다.그의 미래는 남성에 있다.그가 앞으로 돌봐야 할 여자는 눈앞에 있는 지영주였다.지영주가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호영 씨, 누구야?"반호영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전 와이프, 이미 이혼했어. 재산과 부동산에 아무런 분쟁도 없으니까 연락할 필요도 없어."지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앞으로는 내가 있잖아. 당신 마음속엔 나만 있으면 돼.""알겠어."남자는 말하면서 팔을 뻗어 지영주를 품에 안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반원명은 지영주에게 더 이상 낯설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았다. 되레 지영주가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지영주도 마찬가지였다.그녀에겐 오직 그뿐이었다.엘리베이터에 타고 반원명의 새집에 도착했다. 반원명도 새집이라 익숙치 않았고 안에 물건도 널브러져 있었지만, 지영주는 마치 제 집 들어오듯 익숙하게 들어갔다.그녀는 아주 기뻤다.그녀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반원명에게 말했다."호영 씨, 피곤할 텐데 먼저 소파에서 쉬어. 정리는 내가 할게. 정리 마치고 식사 준비할 거야. 냉장고에 식재료 있어?"반호영은 흠칫 놀랐다.그러고는 낮은 중저음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있어. 어제 장 보러 가는 김에 사서 냉장고에 넣어뒀어."사실 그 혼자 요리해 먹을 생각도 없었다.하지만 살림살이에 익숙한 사람이라 어제 마트에서 장 보면서 식재료와 식기들을 사두었던 것이다.그저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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