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소리는 반원명이 간절히 잊고 싶었고 심지어 이젠 다 잊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다시 들으니 너무나 역겨웠다. 그건 바로 전세린의 목소리이다. 전세린은 휴대폰 너머로 예전처럼 다시 그를 불렀다."여보..."반원명은 곧바로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만 뭔가 잊으신 것 같은데 우리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이만 끊겠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는 이미 전세린과 이혼했다.그들은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 과거는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이미 과거에서 벗어난 사람이다.그의 미래는 남성에 있다.그가 앞으로 돌봐야 할 여자는 눈앞에 있는 지영주였다.지영주가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호영 씨, 누구야?"반호영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전 와이프, 이미 이혼했어. 재산과 부동산에 아무런 분쟁도 없으니까 연락할 필요도 없어."지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앞으로는 내가 있잖아. 당신 마음속엔 나만 있으면 돼.""알겠어."남자는 말하면서 팔을 뻗어 지영주를 품에 안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반원명은 지영주에게 더 이상 낯설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았다. 되레 지영주가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지영주도 마찬가지였다.그녀에겐 오직 그뿐이었다.엘리베이터에 타고 반원명의 새집에 도착했다. 반원명도 새집이라 익숙치 않았고 안에 물건도 널브러져 있었지만, 지영주는 마치 제 집 들어오듯 익숙하게 들어갔다.그녀는 아주 기뻤다.그녀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반원명에게 말했다."호영 씨, 피곤할 텐데 먼저 소파에서 쉬어. 정리는 내가 할게. 정리 마치고 식사 준비할 거야. 냉장고에 식재료 있어?"반호영은 흠칫 놀랐다.그러고는 낮은 중저음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있어. 어제 장 보러 가는 김에 사서 냉장고에 넣어뒀어."사실 그 혼자 요리해 먹을 생각도 없었다.하지만 살림살이에 익숙한 사람이라 어제 마트에서 장 보면서 식재료와 식기들을 사두었던 것이다.그저 사기
그때 얼마나 긴장했으면 지금 마음이 이리도 편한것인가. 소파에 누워 잤는데도 반원명은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그는 자신과 똑 닮은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는 활짝 미소를 지은 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네... 네가 호영이야? F그룹 대표 부소경의 친동생?"반원명이 물었다.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반원명은 또다시 되물었다.그 사람은 뒤로 물러서더니 점점 멀어져갔다. 반원명의 시야가 흐릿해질 때쯤 그가 입을 열었다."그 사람이 바로 너야. 네가 가리키는 그 사람이 바로 너 자신이야. 네가 나고 내가 너인 것처럼...""가지 마, 가지 말란 말이야!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려줘. 어떻게 된 일인지 네가..."그 그림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잘 돌봐줘..."마지막으로 사라지기 전 또 이 한마디가 들려왔다."가지 마..."반원명은 벌떡 꿈에서 깼다.깨난 순간 그는 탄 냄새를 맡게 되었다.주방으로부터 흘러나온 냄새였는데 아무래도 음식 탄 냄새 같았다.왜 탄 냄새가 나는 거지?반원명은 이성을 되찾기도 전에 흠칫 놀랐다.시선이 닿는 곳마다 아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단지 집안에 화분이 부족할 뿐이었다.시간 내어 가서 사와야 했다.그러면 이 집에 인간미가 풍길 것이다.너무 좋았다.단지 이 탄 냄새는?반원명은 냄새를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그는 그제야 주방에서 연주처럼 들려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그는 몸을 일으켜 느긋하게 주방으로 걸어갔다. 가는 내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거실에서 안방으로 향하는 길에 원래 각종 옷이 널브러진 옷걸이와 세수용 물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깨끗하다 못해 빛이 반짝반짝할 정도였다.반원명은 원래 주방 탄 냄새 때문에 이끌려 갔다가 지금은 몸을 돌려 안방으로 걸어갔다. 안방 침대는 이미 정리를 마친 뒤였고 그 위에는 회색 이불이 덮여있었다.마치 그가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아주 포근했다.그는 몸을 돌
반원명의 폭소에 지영주는 민망하기 그지없었다.그녀는 우물쭈물해하며 대답했다."호영 씨, 미안해. 여자로서 요리는 할 줄 알아야 하는데.. 호영씨가 배고플 수도 있으니까 내가 맛난 음식 준비해 주려고 했는데..."그녀는 반원명이 냉장고에 넣어둔 식재료를 몽땅 써버렸지만, 정작 완성된 요리는 하나도 없었다.그녀는 고윤희가 집에서 한가할 때 토마토와 고수를 넣어 만든 수제비를 떠올렸다. 그 수제비는 아주 맛있었다.그리고 수제비는 만들기도 쉬웠다. 반죽과 물만 있으면 되었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하지만 지영주는 반원명이 사 온 밀가루를 몽땅 써버렸고 수제비도 만들지 못했다.되레 얼굴, 머리, 그리고 앞치마에 밀가루만 덕지덕지 묻혔다.수제비는 실패한 것 같아 계란찜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지영주는 고윤희가 아이들에게 맛있는 계란찜을 만들어 주던 모습을 떠올렸다. 고윤희는 계란찜을 만들 때 아이 외에 매번 지영주에게도 요리 해줬었다.계란 세네개로 지영주는 매번 맛나게 먹었었다.계란찜 만들기는 또 얼마나 쉬운가, 계란을 휙휙 저어 찌기만 하면 된다.하지만 지영주가 만들어 낸 계란찜은 까만색인 데다 거품이 가득했다. 계란찜 특유의 탱탱함은 아예 찾아 볼 수도 없었다.절망적이었다.한 시간이나 지났으니 이젠 반호영이 깰 시간이었다.‘어떡하지, 어떡하지?’지영주는 다급한 마음에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켜야만 했다.그녀는 오늘 반드시 반호영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해 줘야 한다!‘상관없어! 그냥 하는 거야!’그녀는 프라이팬을 씻고 고윤희가 계란후라이를 만들던 방법을 떠올렸다. 그녀는 기름을 약간 쏟은 다음 곧바로 계란을 깨뜨려 넣었다.‘됐다! 하하!’지영주는 프라이팬 뚜껑을 닫고 앞에서 기다렸다.그녀는 계란이 얼마나 지나야 익는지 몰랐다.그녀는 얌전히 기다렸다. 사실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겨우 몇분만에 일어난 일 이었다.뚜껑을 열자마자 이미 타버린 계란을 발견했다.아!지영주는 힘이 빠졌다.어찌할 바를
이런 그녀의 모습이 반원명의 눈에 얼마나 귀엽게 보였는지 모른다.너무 포근했다.그는 그녀를 자신의 가슴에 박아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배고파?"남자가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응."지영주는 아주 배가 고팠다. 레스토랑에서 그녀는 내내 반원명의 과거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밥 먹는 것도 잊어버렸다. 게다가 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한 시간 너머 청소만 하다 보니 당연히 배고플 수 밖에 없었다."자, 먼저 얼굴부터 씻으러 가자. 그리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 보면서 기다려. 30분이면 충분해."남자는 지영주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다.그는 그녀의 얼굴을 씻겨주고 싶었다.하지만 지영주가 부끄러워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지영주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가 이윽고 박장대소하며 그의 품에 안겼다.꽉 안긴 반원명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흥분을 자제해야만 했다.그렇지 않으면, 지영주가 놀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직접 지영주의 얼굴을 씻겨주고 난 뒤 반원명은 지영주를 거실까지 데려다주고 그는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주방은 비록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는 금방 정리를 마쳤다. 냉장고 안에 있던 식재료도 이미 써버리고 얼마 남지 않았다.식재료가 있는 한 굶을 일은 없었다.반원명에게 요리는 식은 죽 먹기였다.주방에서 바삐 움직일 그를 생각하니 지영주는 도저히 마음 편히 거실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쭈뼛거리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주방 입구에서 반원명이 앞치마를 두른 채 익숙한 솜씨로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남자의 뒤태는 비록 약했지만 넓고 힘이 있어 보였다.그녀는 등 뒤에서 반원명을 끌어안더니 얼굴을 그의 등에 갖다 대며 말했다."호영 씨..."그녀가 나긋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남자도 조심스럽게 되물었다."응? 배고파? 금방 돼, 일 분만 기다려.""호영 씨, 나... 당신 사랑하는 것 같애. 아니, 사랑해."지영주가 말했다.반원명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호영 씨,
지영주는 모른다.그녀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그녀는 오빠를 따라 20년 넘게 떠돌아 다니기만 했다. 대다수 경우엔 남장까지 하고 다녔었다.그녀에겐 연애할 기회가 없었다.그렇기에 키스는 말할 것도 없다.30년 삶을 돌이켜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맑고 기대 가득하면서도 가엾은 눈빛으로 반원명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반원명은 씩 웃으며 말했다."진짜 바보네."그녀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그런 모습을 보니 그는 순간 자괴감이 들었다.대체 얼마나 순수한 여자인 걸까?반면 그는 한번 갔다 온 몸이니 당연히 경험이 많았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녀에게 미안했다.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반원명은 남은 생을 그녀를 돌봐주고 아껴주는 데에 전념해야 겠다는 다짐이 생겼다.그들의 밤은 아주 뜨겁고 아름웠다. 리드한 사람은 누가 봐도 반원명이었다.그녀가 다칠까 봐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행동했다.내내 참는 것도 몹쓸 노릇이었다.자신의 품에 안긴 그녀가 백합처럼 꽃을 피운 것을 보고는 만족했다.그 뒤 그녀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품에 안긴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는 차마 잠을 청하지 못했다.그는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잠이 든 그녀의 모습은 아주 예뻤다.꿈을 꾸고 있는 그녀는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러면서 중얼거렸다."호영 씨, 드디어 내가 당신 여자가 됐네. 참 행복해, 진짜 좋아. 나도 드디어 여자 노릇을 해보네. 호영 씨, 앞으로 꼭 날 지켜줘야 해. 난 이제 당신 와이프니까, 알겠지?"반원명은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래, 넌 내 와이프야, 앞으로 우리의 아이를 낳아줄 사람.""응!"그녀는 행복한 표정으로 그의 품에서 잠을 잤다.짧았지만 아주 아름다웠다.두 사람은 달콤한 꿈을 꾸었고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두 사람은 서로 꼭 껴안고 있었다.지영주는 더 이상 입을 옷이 없었다.다행히 반호영의 옷장 안에 셔츠가 몇 벌 있
대단한 어머니라 생각했다.그는 그녀를 무척 만나 뵙고 싶었다.신유리와 반명선은 반원명의 차에 올라탄 뒤 그에게 끊임없이 질문 세례를 하기 시작했다."삼촌, 어젯밤 잘 보냈어?""삼촌, 영주 이모는요?""삼촌, 영주 이모랑 어젯밤 어떻게 보냈어?""삼촌, 영주 이모랑 언제 결혼할 생각이에요? 제가 화동으로 서도 될 나이인가요? 스무 살짜리 여자아이가 화동으로 선 적 있나요?""삼촌, 삼촌, 나 이제 열두 살이야. 내가 화동으로 설게. 명선 언니는 됐어.""내가 할래! 내 삼촌이야!""내 삼촌이기도 해!""내 삼촌이야! 너, 감히 나한테 덤벼? 맞고 싶어?"반명선은 신유리에게 인정사정없었다.신유리는 오직 반명선 앞에서만 기가 죽었다.그녀는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알겠어, 언니한테 양보할게. 누가 언니더러 그렇게 예쁘래? 삼촌, 우리 명선 언니 남성에서 제일 예쁜 것 같지 않아?"반원명은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켁켁...”화동의 나이는 얼마든 상관없었다.대여섯 살짜리 아이는 그냥 아기였다.열두 살짜리 아이도 아기였다.서너 살짜리 여자아이도 곧 마흔인 그에게는 여전히 아기였다. 게다가 친 조카딸인데.하지만 생김새라면...반원명은 몇번 헛기침하더니 아무것도 아닌 척 대답했다."당연하지, 우리 명선이가 제일 예쁘지."반명선은 기쁜 마음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동그랗고 콧대 낮은 얼굴에 주근깨만 잔뜩 남아있었다.반원명은 그제야 반명선이 웃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알게 되었다.자신감 넘치고 솔직한 아름다움이었다.아이의 밝은 미소를 본 반원명의 기분은 아주 좋아졌다.따라서 운전속도도 빨라졌다.신유리의 가이드에 따라 반원명은 하숙민의 납골당에 갔다.원래 아침에 부소경이 직접 반원명을 픽업하기로 했지만,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먼저 일을 보러 갔다.반면 신세희는 두 아이를 돌보느라 아침부터 바삐 움직였다. 따라서 반원명을 할머니 납골당에 모시는 미션은 신유리에게 넘겨졌다.신유리는 가는 길 내내 반명선에게
반원명, 아니 이제는 반호영이라고 해야겠지.반호영이 부성웅을 본 순간 그 또한 깜짝 놀랐다. 그는 부성웅에 대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고, 이는 부소경보다 더욱 강력했다. 마치 부성웅이 정말로 그의 아버지인 것만 같았다.그러나 반호영은 이 감정을 즉시 억눌렀고, 부성웅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호영, 내 아들아……”“……”반호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너희 어머니에게 너무 미안하구나. 너희 어머니는 살아생전 가장 널 보고 싶어 했는데 그러지 못했지… 네가 죽은 이후로 너희 어머니에게 더욱 미안했는데… 내 아들, 내 아들이 살아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네가……정말 살아 있구나!”부성웅은 눈물을 흘리며 반호영을 바라보았고,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르신, 저는 당신의 아들이 아닙니다, 단지 당신의 아들이랑 똑같이 생겼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람이 제 형이라는 걸 알고 오늘 무덤에 와서 저와 똑같이 생긴, 당신의 아들을 보러 온 겁니다.” “너……호영아……이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세상에 이렇게 비슷한 사람이 어떻게 있을 수 있단 말이야! 이건 불가능해! 넌 죽지 않았어, 내 아들, 넌 죽지 않았다고! 넌 단지 나를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지.. 그렇지?”“아뇨, 어르신, 저는 정말 당신의 아들이 아닙니다...""아니, 넌 내 아들이 맞다!” 부성웅은 반원명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이때, 부소경과 신세희가 부성웅에게 다가왔다. 지난 몇 년 동안 부성웅은 점점 더 빨리 늙어갔고, 허리도 많이 굽었으며 머리카락은 점점 더 하얘졌다. 그런 늙고 불쌍한 아버지를 보면서 아버지에 대한 부소경의 원한은 많이 사그라들었다. 그의 목소리 또한 부드러워졌다."아버지, 이 분은 정말로 반호영이 아니에요, 아버지 아들도 아니고요. 이 분은 남성 병원의 의사입니다. 그 당시에 남성에서 대학을 다녔고, 학교에도 파일이 존재합니다. 그때, 호영이는 아직 살아 있었어요. 아버지, 이 사람은 정말
마음속에 있는 갈망과 바램은 똑같았고,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반호영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잘 살고 싶었고, 반호영의 친척들과도 잘 지내고 싶었다.이제부터 이들은 그의 가족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반호영은 자신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노인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노인은 반호영에게 미소를 지었다. "내 아들아..."반호영은 부드럽게 말했다. "어르신, 저는 부 씨의 남동생이 되었고 당신은 부 씨 집안의 아버지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앞으로 제가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어쨌든 그에게는 가족이 없었고, 가족이 한 명 더 있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매우 좋은 일이다. 부성웅은 고개를 저었고, 눈물을 머금고 있던 눈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아니, 내 아들.. 넌 내 아들임에 틀림없다. 넌 내 친아들이야.” “……” 반호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노인의 친아들이 되는 것을 개의치 않아 했지만, 노인의 마음속에 그가 원하는 것은 친아들이지, 그와 혈연관계가 없는 아들이 아니었다. 반호영의 생각은 매우 분명했고, 미소를 유지한 채 말을 꺼냈다.“죄송합니다, 저는 정말로 당신의 아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저는 당신의 아들처럼 효도하고, 어르신과 함께 있으면서 잘 보살펴 드릴게요. 어떠세요?”“네가 아들이 아니면 다 필요 없다!"“……”"나는 아들, 내 아들을 원해! 난 호영이를 원한다고! 나는 평생 호영이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준 적이 없어서 나는 그 아이를 잘 사랑하고 싶다. 내가 미안한 사람은 내 친아들이기 때문에 나는 내 아들만을 원한다.” 노인은 한 마디 한 마디씩 내뱉었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 같았으며 치매 같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름을 반호영으로 바꾼 남자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부성웅을 바라보았고, 그 다음에는 신세희와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신세희와 부소경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부성웅은 이미 반호영의 손목을 잡았다. "아들아, 네가 나를 탓하는 것도 알고, 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