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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0화

그 목소리는 반원명이 간절히 잊고 싶었고 심지어 이젠 다 잊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다시 들으니 너무나 역겨웠다.

그건 바로 전세린의 목소리이다.

전세린은 휴대폰 너머로 예전처럼 다시 그를 불렀다.

"여보..."

반원명은 곧바로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만 뭔가 잊으신 것 같은데 우리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이미 전세린과 이혼했다.

그들은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 과거는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미 과거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그의 미래는 남성에 있다.

그가 앞으로 돌봐야 할 여자는 눈앞에 있는 지영주였다.

지영주가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

"호영 씨, 누구야?"

반호영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전 와이프, 이미 이혼했어. 재산과 부동산에 아무런 분쟁도 없으니까 연락할 필요도 없어."

지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앞으로는 내가 있잖아. 당신 마음속엔 나만 있으면 돼."

"알겠어."

남자는 말하면서 팔을 뻗어 지영주를 품에 안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반원명은 지영주에게 더 이상 낯설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았다. 되레 지영주가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지영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에겐 오직 그뿐이었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반원명의 새집에 도착했다. 반원명도 새집이라 익숙치 않았고 안에 물건도 널브러져 있었지만, 지영주는 마치 제 집 들어오듯 익숙하게 들어갔다.

그녀는 아주 기뻤다.

그녀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반원명에게 말했다.

"호영 씨, 피곤할 텐데 먼저 소파에서 쉬어. 정리는 내가 할게. 정리 마치고 식사 준비할 거야. 냉장고에 식재료 있어?"

반호영은 흠칫 놀랐다.

그러고는 낮은 중저음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

"있어. 어제 장 보러 가는 김에 사서 냉장고에 넣어뒀어."

사실 그 혼자 요리해 먹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살림살이에 익숙한 사람이라 어제 마트에서 장 보면서 식재료와 식기들을 사두었던 것이다.

그저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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