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줄곧 자신이 가져야 할 것과 가지지 말아야 할 것을 잘 알고 있었다.부씨 가문 반쪽 재산이 과연 숫자로 셀 수 있는 존재란 말인가?게다가 부씨 가문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게 된 것도 최근 10년 동안 부소경이 쌓아 올린 공 덕분이었다. 부소경 덕분에 부씨 가문 재산이 열 배로 늘어나게 되었다.한낱 외부인인 그가 무슨 이유로 열심히 쌓아올린 남의 재산을 거저 가진단 말인가?싫다.그는 가족 사랑 하나로 충분했다.반원명은 담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윽고 편안한 중저음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닙니다, 부 대표님. 저는 사실 돈은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먹고 사는 데 문제없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남성 최고 병원에서 주치의로 일하면서 받는 월급도 이 도시에선 중고소득에 속합니다. 남성에 집 한 채 하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말을 마친 반원명은 지영주와 반명선을 바라보았다.그는 지영주가 자신을 반호영으로 착각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사실 그도 그를 반호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지영주와 반명선을 만나기 전까진 그저 꿈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지영주와 반명선을 만난 뒤에는 우주에서 일어난 기적이라고 여기게 되었다.예를 들면 환혼?이걸 환혼이라고 할 수 있는가?현대 의학자인 반원명은 이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또 너그럽게 이를 받아들였다.그의 뇌는 이미 손상을 입었고 현재 그의 뇌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그의 뇌 속에는 또 다른 사람의 영혼이 들어있었다.그 사람이 바로 반호영이다.반호영은 자신의 조카딸이 대학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때문에 반원명이 해야 할 일은 지영주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버림받은 여자에게 가족을 선물한다면, 앞으로 아이도 많이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반명선.그는 그녀의 대학 생활 모든 비용을 대줄 예정이다앞으로 그녀가 졸업한 뒤에도 자신의 의술을 그대로 물려줄 생각이었다.그의 실력
지영주는 반원명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품고 있었다.그녀가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매 세포 하나하나가 반호영을 그리워하듯 그를 뼛속 깊이 그리워했다.그녀의 눈앞에 있는 건 반원명이 아니라 반호영이다."호영 씨, 나... 당신이랑 가고 싶어."서른 살 넘는 여자도 감정 문제 앞에선 백지장이 되듯 그녀가 반원명을 마주했을 때 말투도 응석 부리는 여자아이 같았다.아련하고.기대 가득하면서도.불쌍하고.맑았다.반원명의 심장은 사르륵 녹고 말았다.눈앞에 서 있는 여자는 전세린처럼 세련되지도, 똑똑하지도, 값비싸게 굴지도 않았다. 전세린처럼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지영주는 반원명의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수 있었다.반원명은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다 바쳐 이 가엾은 여자를 지켜줘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다.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부드러운 미소로 지영주에게 말했다."좋아, 나랑 가자. 앞으로 거기가 당신 집이야.""응."지영주는 순간 눈물을 왈칵 쏟았다.그녀는 울면서 물었다."앞으로 나한테도 집이 있는 거야?""그래, 앞으로 당신도 돌아갈 집이 있어.""나 더 이상 외로운 사람 아니지?""맞아, 당신은 더 이상 외롭지 않아.""아무도 나 괴롭히지 못하는 거 맞지?""아무도 당신을 괴롭히지 못해.""더 이상 나 혼자 떠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거지?""더 이상 혼자 떠돌아다닐 필요 없어. 그냥 집에서 편하게 드라마 보고 미용도 하면서 지내면 돼. 심심하면, 나한테 연락해도 돼. 그런데 이건 기억해. 난 바쁜 사람이야. 특히 수술하면 휴대폰 전원을 꺼둬서 몇 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너무 속상해하지는 마.""흑... 흑흑흑."지영주는 갑자기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 하고 다짜고짜 반원명의 품에 안겼다,"난 그렇게 철없게 굴지 않아. 난 청소할 줄도 알고 집을 깨끗하게 정리해 줄 수 있어. 우리 집 베란다에 꽃도 심고 매일 당신
그녀에게 돈을 줄 때도 아주 쌀쌀맞았었다.항상 온갖 쌀쌀맞은 태도로 그녀를 대하곤 했다.하지만 반원명은 달리 아주 부드러웠다.반명선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삼촌, 나도 날 챙길 수 있었어요. 호영 삼촌에 비해 저를 더 아껴주시네요. 호영 삼촌은 단 한 번도 내가 어디에 사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으셨어요. 늘 저한테 다른 사람한테 돈 빌리면서 살지 말라고 혼내셨어요! 한 푼도! 양아치로 살면 제 다리를 분질러 버리겠다고 하셨거든요! 늘 이런 식으로 얘기했어요.""그럼 앞으로 나도 널 많이 관리해야겠네. 제대로 공부 안 하면 때릴 줄 알아!"반원명은 곧바로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히히히, 삼촌..."반명선은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나는?"등 뒤로 신유리가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반원명을 바라보며 물었다.반원명은 곧바로 엄숙한 표정으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신유리! 난 네 넷째 삼촌이야!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네 아빠는 마음 아파서 널 못 때릴 수 있어도 난 혼낼 수 있어.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헤헤헤, 걱정하지 마, 삼촌, 나 신유리는 줄곧 전교 1등이었어!"신유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그렇다면 삼촌한테 혼날 일은 없겠네."반원명이 잔뜩 풀이 죽은 말투로 대답했다."하하하, 삼촌 너무 재밌어. 당연히 삼촌한테 나를 혼낼 기회는 주지 말아야지! 하지만 나한테 동생들이 있으니까 걔네들은 마음껏 혼내도 되."신유리는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동시에 집에 있는 동생들을 팔아넘겼다.반원명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녀석도 참!""삼촌, 영주 이모랑 함께 가는 거 맞지? 난 두 사람이 남동생을ㅇ 낳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 아니야, 남동생은 너무 많으니깐..! 여동생 가지고 싶어."신유리는 내친김에 자신의 속마음까지 얘기했다.지영주는 그 말을 듣고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바로 그때 신세희가 나서서 상황을 모면했다."우리 이만 가자. 반 선생 피곤해 보이는 데 서둘러 쉬게 해줘야지. 반
그 목소리는 반원명이 간절히 잊고 싶었고 심지어 이젠 다 잊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다시 들으니 너무나 역겨웠다. 그건 바로 전세린의 목소리이다. 전세린은 휴대폰 너머로 예전처럼 다시 그를 불렀다."여보..."반원명은 곧바로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만 뭔가 잊으신 것 같은데 우리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이만 끊겠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는 이미 전세린과 이혼했다.그들은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 과거는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이미 과거에서 벗어난 사람이다.그의 미래는 남성에 있다.그가 앞으로 돌봐야 할 여자는 눈앞에 있는 지영주였다.지영주가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호영 씨, 누구야?"반호영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전 와이프, 이미 이혼했어. 재산과 부동산에 아무런 분쟁도 없으니까 연락할 필요도 없어."지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앞으로는 내가 있잖아. 당신 마음속엔 나만 있으면 돼.""알겠어."남자는 말하면서 팔을 뻗어 지영주를 품에 안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반원명은 지영주에게 더 이상 낯설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았다. 되레 지영주가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지영주도 마찬가지였다.그녀에겐 오직 그뿐이었다.엘리베이터에 타고 반원명의 새집에 도착했다. 반원명도 새집이라 익숙치 않았고 안에 물건도 널브러져 있었지만, 지영주는 마치 제 집 들어오듯 익숙하게 들어갔다.그녀는 아주 기뻤다.그녀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반원명에게 말했다."호영 씨, 피곤할 텐데 먼저 소파에서 쉬어. 정리는 내가 할게. 정리 마치고 식사 준비할 거야. 냉장고에 식재료 있어?"반호영은 흠칫 놀랐다.그러고는 낮은 중저음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있어. 어제 장 보러 가는 김에 사서 냉장고에 넣어뒀어."사실 그 혼자 요리해 먹을 생각도 없었다.하지만 살림살이에 익숙한 사람이라 어제 마트에서 장 보면서 식재료와 식기들을 사두었던 것이다.그저 사기
그때 얼마나 긴장했으면 지금 마음이 이리도 편한것인가. 소파에 누워 잤는데도 반원명은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그는 자신과 똑 닮은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는 활짝 미소를 지은 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네... 네가 호영이야? F그룹 대표 부소경의 친동생?"반원명이 물었다.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반원명은 또다시 되물었다.그 사람은 뒤로 물러서더니 점점 멀어져갔다. 반원명의 시야가 흐릿해질 때쯤 그가 입을 열었다."그 사람이 바로 너야. 네가 가리키는 그 사람이 바로 너 자신이야. 네가 나고 내가 너인 것처럼...""가지 마, 가지 말란 말이야!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려줘. 어떻게 된 일인지 네가..."그 그림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잘 돌봐줘..."마지막으로 사라지기 전 또 이 한마디가 들려왔다."가지 마..."반원명은 벌떡 꿈에서 깼다.깨난 순간 그는 탄 냄새를 맡게 되었다.주방으로부터 흘러나온 냄새였는데 아무래도 음식 탄 냄새 같았다.왜 탄 냄새가 나는 거지?반원명은 이성을 되찾기도 전에 흠칫 놀랐다.시선이 닿는 곳마다 아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단지 집안에 화분이 부족할 뿐이었다.시간 내어 가서 사와야 했다.그러면 이 집에 인간미가 풍길 것이다.너무 좋았다.단지 이 탄 냄새는?반원명은 냄새를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그는 그제야 주방에서 연주처럼 들려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그는 몸을 일으켜 느긋하게 주방으로 걸어갔다. 가는 내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거실에서 안방으로 향하는 길에 원래 각종 옷이 널브러진 옷걸이와 세수용 물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깨끗하다 못해 빛이 반짝반짝할 정도였다.반원명은 원래 주방 탄 냄새 때문에 이끌려 갔다가 지금은 몸을 돌려 안방으로 걸어갔다. 안방 침대는 이미 정리를 마친 뒤였고 그 위에는 회색 이불이 덮여있었다.마치 그가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아주 포근했다.그는 몸을 돌
반원명의 폭소에 지영주는 민망하기 그지없었다.그녀는 우물쭈물해하며 대답했다."호영 씨, 미안해. 여자로서 요리는 할 줄 알아야 하는데.. 호영씨가 배고플 수도 있으니까 내가 맛난 음식 준비해 주려고 했는데..."그녀는 반원명이 냉장고에 넣어둔 식재료를 몽땅 써버렸지만, 정작 완성된 요리는 하나도 없었다.그녀는 고윤희가 집에서 한가할 때 토마토와 고수를 넣어 만든 수제비를 떠올렸다. 그 수제비는 아주 맛있었다.그리고 수제비는 만들기도 쉬웠다. 반죽과 물만 있으면 되었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하지만 지영주는 반원명이 사 온 밀가루를 몽땅 써버렸고 수제비도 만들지 못했다.되레 얼굴, 머리, 그리고 앞치마에 밀가루만 덕지덕지 묻혔다.수제비는 실패한 것 같아 계란찜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지영주는 고윤희가 아이들에게 맛있는 계란찜을 만들어 주던 모습을 떠올렸다. 고윤희는 계란찜을 만들 때 아이 외에 매번 지영주에게도 요리 해줬었다.계란 세네개로 지영주는 매번 맛나게 먹었었다.계란찜 만들기는 또 얼마나 쉬운가, 계란을 휙휙 저어 찌기만 하면 된다.하지만 지영주가 만들어 낸 계란찜은 까만색인 데다 거품이 가득했다. 계란찜 특유의 탱탱함은 아예 찾아 볼 수도 없었다.절망적이었다.한 시간이나 지났으니 이젠 반호영이 깰 시간이었다.‘어떡하지, 어떡하지?’지영주는 다급한 마음에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켜야만 했다.그녀는 오늘 반드시 반호영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해 줘야 한다!‘상관없어! 그냥 하는 거야!’그녀는 프라이팬을 씻고 고윤희가 계란후라이를 만들던 방법을 떠올렸다. 그녀는 기름을 약간 쏟은 다음 곧바로 계란을 깨뜨려 넣었다.‘됐다! 하하!’지영주는 프라이팬 뚜껑을 닫고 앞에서 기다렸다.그녀는 계란이 얼마나 지나야 익는지 몰랐다.그녀는 얌전히 기다렸다. 사실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겨우 몇분만에 일어난 일 이었다.뚜껑을 열자마자 이미 타버린 계란을 발견했다.아!지영주는 힘이 빠졌다.어찌할 바를
이런 그녀의 모습이 반원명의 눈에 얼마나 귀엽게 보였는지 모른다.너무 포근했다.그는 그녀를 자신의 가슴에 박아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배고파?"남자가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응."지영주는 아주 배가 고팠다. 레스토랑에서 그녀는 내내 반원명의 과거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밥 먹는 것도 잊어버렸다. 게다가 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한 시간 너머 청소만 하다 보니 당연히 배고플 수 밖에 없었다."자, 먼저 얼굴부터 씻으러 가자. 그리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 보면서 기다려. 30분이면 충분해."남자는 지영주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다.그는 그녀의 얼굴을 씻겨주고 싶었다.하지만 지영주가 부끄러워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지영주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가 이윽고 박장대소하며 그의 품에 안겼다.꽉 안긴 반원명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흥분을 자제해야만 했다.그렇지 않으면, 지영주가 놀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직접 지영주의 얼굴을 씻겨주고 난 뒤 반원명은 지영주를 거실까지 데려다주고 그는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주방은 비록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는 금방 정리를 마쳤다. 냉장고 안에 있던 식재료도 이미 써버리고 얼마 남지 않았다.식재료가 있는 한 굶을 일은 없었다.반원명에게 요리는 식은 죽 먹기였다.주방에서 바삐 움직일 그를 생각하니 지영주는 도저히 마음 편히 거실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쭈뼛거리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주방 입구에서 반원명이 앞치마를 두른 채 익숙한 솜씨로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남자의 뒤태는 비록 약했지만 넓고 힘이 있어 보였다.그녀는 등 뒤에서 반원명을 끌어안더니 얼굴을 그의 등에 갖다 대며 말했다."호영 씨..."그녀가 나긋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남자도 조심스럽게 되물었다."응? 배고파? 금방 돼, 일 분만 기다려.""호영 씨, 나... 당신 사랑하는 것 같애. 아니, 사랑해."지영주가 말했다.반원명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호영 씨,
지영주는 모른다.그녀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그녀는 오빠를 따라 20년 넘게 떠돌아 다니기만 했다. 대다수 경우엔 남장까지 하고 다녔었다.그녀에겐 연애할 기회가 없었다.그렇기에 키스는 말할 것도 없다.30년 삶을 돌이켜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맑고 기대 가득하면서도 가엾은 눈빛으로 반원명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반원명은 씩 웃으며 말했다."진짜 바보네."그녀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그런 모습을 보니 그는 순간 자괴감이 들었다.대체 얼마나 순수한 여자인 걸까?반면 그는 한번 갔다 온 몸이니 당연히 경험이 많았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녀에게 미안했다.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반원명은 남은 생을 그녀를 돌봐주고 아껴주는 데에 전념해야 겠다는 다짐이 생겼다.그들의 밤은 아주 뜨겁고 아름웠다. 리드한 사람은 누가 봐도 반원명이었다.그녀가 다칠까 봐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행동했다.내내 참는 것도 몹쓸 노릇이었다.자신의 품에 안긴 그녀가 백합처럼 꽃을 피운 것을 보고는 만족했다.그 뒤 그녀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품에 안긴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는 차마 잠을 청하지 못했다.그는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잠이 든 그녀의 모습은 아주 예뻤다.꿈을 꾸고 있는 그녀는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러면서 중얼거렸다."호영 씨, 드디어 내가 당신 여자가 됐네. 참 행복해, 진짜 좋아. 나도 드디어 여자 노릇을 해보네. 호영 씨, 앞으로 꼭 날 지켜줘야 해. 난 이제 당신 와이프니까, 알겠지?"반원명은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래, 넌 내 와이프야, 앞으로 우리의 아이를 낳아줄 사람.""응!"그녀는 행복한 표정으로 그의 품에서 잠을 잤다.짧았지만 아주 아름다웠다.두 사람은 달콤한 꿈을 꾸었고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두 사람은 서로 꼭 껴안고 있었다.지영주는 더 이상 입을 옷이 없었다.다행히 반호영의 옷장 안에 셔츠가 몇 벌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