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931 - 챕터 1940

2823 챕터

제1931화

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그가 떠나지 않으면 그 여자는 반드시 자살할 거라는 걸. 그렇게 되면 여자의 정성은 정말 헛되게 된다.“다시 올게.” 지영명이 여자에게 말을 남기고 윗옷을 벗은 채 창문을 통해 도망쳤다.“따라잡아!” 구경민이 화가 나서 말했다.구경민은 바로 아래 사람들더러 빨리 따라잡으라고 명령했다.그날 밤, 서울에는 쫓고 쫓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지영명은 진정한 망명자였다.그는 서울 곳곳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골목 사이로 피해 다니다가 엄마와 동생이 있는 집으로 찾아갔다.엄마와 동생은 이미 밖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에 깨어있었다. 지영명이 윗옷을 벗은 채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온 걸 보자 15살이 된 지영주, 즉 그때의 심설은 적지 않게 놀랐다.“오빠, 사람들이 오빠 잡으려는 거야?” 지영주가 물었다. “가자! 오빠랑 가자!” 지영명이 허리 굽혀 엄마를 등에 업고 지영주에게 말했다.지영주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지영주는 오빠를 따라 나서면 또다시 망명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 식구가 같이 있다면 아무리 가난해도 두렵지 않았다.지영명은 엄마를 등에 업고 차를 몰고 엄마와 동생과 함께 도망쳤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나려고 성문에 도착했을 때 이미 도시 전체는 경계 상태였다.지영명은 할 수 없이 차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갔다.엄마를 업은 채 길도 없는 깊은 산 속에서 꼬박 이틀을 걸었다. 그들은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고 지영명은 언제 등에 업힌 엄마가 돌아가셨는지도 몰랐다.남매는 비통한 마음으로 엄마를 깊은 산속에 묻고 다시 길을 나섰다.산을 벗어난 그들은 어디가 어디인지도 몰랐다.그럼에도 감히 누구한테 물어보지도 못했다.남매는 신분증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했다.특히 지영명은 낮에 거의 밖에 나가지 않았다. 둘은 15살이 된 지영주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생활을 유지했다.그들은 걷다 머물다 하며 지영주가 돈을 좀 벌게 되면 계속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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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2화

지영명에게 관심을 보인 독사는 그와 함께 외국에 가려 했다.지영명도 흔쾌히 동의하였다.모든 준비를 마친 그들이 막 떠나려던 그때 또다시 구경민에게 붙잡혔다.그는 서울에서부터 여기 한적한 시골 마을까지 쉬지 않고 쫓았다. 그러면서 겪은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지영명이 비록 지은 죄가 커 죽어 마땅했지만 억울함도 있었다.그는 이미 거듭되는 살인에 마비가 된 위험한 인물이었기에 구경민은 반드시 그를 잡아야 했다.구경민은 그들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다.지영명도 더는 도망가려 하지 않았다.그는 더 이상 여동생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이제 16살이 된 그녀는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만약 그가 여동생을 데리고 이런 식의 험난한 여정을 계속한다면, 정말로 여동생의 앞날을 망치게 될 것이다. 지영명이 손을 들어 투항하려고 하는 낌새를 눈치챈 독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너의 여동생의 미래는 생각해봤어?”지영명이 그를 보며 되물었다.“무슨 뜻이야?”“이렇게 곱상하게 생긴 네 여동생이 네가 죽으면 내 손에 들어오는 건 시간문제일 거야. 그리고 내가 재미 좀 보다가 싫증 나면 이 배에 싣고 아프리카에 가서 좋은 값에 팔아버릴 수도 있어.”지영명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올랐다.“너...... 내가 지금 널 당장 죽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해?”“네가 감히?”독사는 여유롭게 웃으며 대꾸했다.“나를 죽인다 하더라도 넌 도망가지 못해. 그리고 저들한테 또 잡히겠지. 그때면 네 여동생은 나 같은 양아치들이 널린 이 바닥에 홀로 남겨지겠지.”지영명은 더는 참지 못하고 그의 목을 졸랐다.“그래서 어쩌라고!”“들이받자고! 우리는 지금 한배를 탔고 들이받을 수밖에 없어. 너의 실력 정도면 우리 모두 살 수 있어.”지영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와 한번 붙은 적 있는데 난 무릎을 꿇고 말았어. 나보다 더 악독한 사람이야. 난 안 돼.”“당연히 막무가내로 덤비면 안 되지. 단둘이 겨뤄 봤으니 넌 이미 그의 상대가 아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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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3화

그는 꼭 그를 잡아야 한다! 그가 겪은 이 모든 것이 어쩌면 그 자신한테는 불공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는 이미 씻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영명의 존재는 서울 사람들의 정상적인 생활을 심하게 위협하고 있다.하지만, 지금 당장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가여운 두 아이를 보다가 고통스럽게 흐느끼는 아이들의 어머니를 보았다.구경민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들어 부하에게 지시했다.“풀어줘!”지영명이 배에 올랐다.시동이 켜지고 배는 순식간에 저만치로 멀어져갔다.손 놓고 있을 리 없는 구경민도 그의 뒤에 몰래 따라붙었다.하지만 4시간 후, 구경민은 떠내려오는 두 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작디작은 두 시체였다.지영명은 두 아이를 죽을 마음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신변 보호용으로 이용해 순리롭게 출국하려던 거였다. 하지만 지영명은 두 아이가 사람을 물 수 있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여자아이는 좀처럼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오빠, 나 무서워.”반면 남자아이는 분노하며 소리쳤다.“나만 데려가고 내 동생은 당장 풀어줘! 안 그러면 물어버릴 거야! 나쁜 놈아!”4살짜리 남자아이는 한다면 하는 아이였다. 그렇게 그는 지영명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물어버렸다.고작 4살이고 이빨도 완전히 자란 상태는 아니었지만 힘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 아이는 지영명 손목의 멀쩡한 살집을 우악스럽게 물어뜯었다.지영명이 상처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신음을 뱉었다.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인내심까지 바닥을 향해 달리고 있던 차에 남자 아이에게까지 물리고 나니 그는 철저히 이성을 잃었다. 그는 남자아이를 아무렇게나 들어 머리끝까지 올리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바닥에 닿는 순간 남자아이는 숨을 제대로 내쉬지 못했다.“오빠, 오빠......”여자이이는 목청이 터질 듯이 비명을 지르며 오빠에게 달려갔다.오빠가 바닥에 던져져 움직임이 없자 여자아이는 점점 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편 더 용감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놀랍게도 오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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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4화

구경민이 해외로 가게 된 것이 전부 지영명을 추적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다만 아직 외국에 남아있는 세력들이 존재했기에 소탕하러 가는 것이었다.그래서 간 김에 지영명까지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경민이 꿈에도 생각 못 했던 것은 지영명이 해외에서 곧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영명은 후에 점점 이성을 잃고 날뛰며 불을 지르고 사람을 죽이며 약탈을 멈추지 않았다.어리든, 억울하든 그는 똑같이 놔주지 않았다.그의 신조는 이랬다.“너는 약자이고 내가 너를 죽이지 않아도 내가 아닌 다른 강자가 너를 죽이게 될 거야. 그들이 너로 인해 세력이 커지는 것보다 내가 너를 죽이고 강해지는 게 나아!”“내가 매정하다고?”“나도 관대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고 화목한 가족들도 있었어. 하지만 우리 어머니는 타인 때문에 미치광이가 되어버렸고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며 내 10살이었던 여동생은 70세의 노인과 동침해야 했어. 이 세상에서 내 여동생보다 더 불쌍한 사람 있어?”“난 이미 참을 만큼 참았어!”“살인마가 될지언정 더 이상 내 여동생이 그런 고통을 또 당하게 할 수 없어.”“몽땅 죽여버릴 거야.”이것이 그의 신조라고 했다.절대 다시 교정으로 돌아오지 않을 16살 소녀인 지영주는 이미 오빠와 함께 유랑 생활을 하며 서서히 세뇌당하여 심장이 차갑게 식었다.그렇게 단단해졌다.몇 년이 지난 지금, 지영주는 어느덧 30살인 노처녀가 되어 있었다.그녀도 다른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킬러들과 다를 바 없었다.그들이 해외에서 한창 잘나가던 그때, 서울에서 지영명에게 도와달라며 연락해 온 적 있었다. 그러면 한자리 크게 내어준다고 했다.심지어 지영명도 흔들렸다.그러다가 주변을 맴돌던 구경민에게 또 붙잡히고 말았다. 구경민은 지영명을 끈질기게 물고 놓지 않았다.해외에서 구경민은 지영명이 감당되지 않았다.하마터면 지영명의 손에 꼼짝없이 당할 뻔했다. 다행히 위기의 순간에 부소경이 나타났다.부소경!지영명보다 조금 어린 고아 출신의 그는 고작 18, 1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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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5화

구경민과 부소경에 대한 그의 원한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특히 부소경이 F그룹의 최연소 권력자가 되어 남성의 킹이 되었다는 소문에 지영명은 질투로 눈까지 뻘개졌다.왜!왜 그들은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거고 나 지영명만 도망 다니는 신세여야 하는가! 그때 구경민과 부소경이 그를 죽이려고 쫓아다니지 않았다면 지영명도 지금쯤 서울에 돌아갈 수 있었고 어머니의 유골함도 깊은 나무숲에서 서울로 옮겨 제대로 안치했을 것이다.그러나 부소경때문에 지영명은 여동생을 데리고 여기저기를 이렇게 오랫동안 떠돌았다.한편, 신세희가 설치해 놓은 폭탄에 다리를 상한 지영주는 마치 어린아이 처럼 엉엉 소리내 울었다. 신세희는 그녀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30살 남짓한 지영주의 행동 하나, 표정 하나는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었다.아마도 미혼이고 거기에 아이도 없는 이유일 수 있다.그래도 그녀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특히 그녀가 울음을 터뜨렸을 때 그동안 겪었던 고됨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울며 신세희에게 하소연했다.“네가 입만 열면 우리 오빠를 강도, 살인범이라고 하던데. 오빠는 공부도 곧 잘했고 나름 노력하는 사람이었어.”“부잣집 사모님 출신인 여자가 어떻게 나와 오빠, 그리고 엄마까지, 우리 세 식구가 대도시 서울에서 타인들에게 막무가내로 짓밟히던 과거를 이해할 수 있겠어!”“고작 10살 밖에 안되는 여자아이가 동생에게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당하고 목줄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녔어. 당하는 내 기분이 어땠을 거 같아? 넌 몰라. 짐작조차 못 할걸! 너는 이쁜 옷에 배부르게 실컷 먹으며 상위층 생활을 했으면서 그런 환경에서 지낸 나와 내 오빠, 엄마가 하마터면 굶어 죽었을 수도 있었던 걸 이해 한다고? 넌 영원히 모를 거야!”“임신 7, 8개월인데도 넌 흐트러짐 없이 기품이 넘쳐. 이 아름다운 것들은 아마도 너의 남편이 너를 위해 주문 제작한 거겠지. 임산부들이 피할 수 없는 붓기까지도 완벽히 커버했잖아. 나는 1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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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6화

지영주는 멈칫했다.“무슨 말?”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둘은 처지가 비슷해.”지영주가 되물었다.“응?”“나도 너랑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 나도 너랑 똑같이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 못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들었어. 내 딸아이를 임신했을 적도 도망다니기 바빴고. 내가 편한 생활을 누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지영주는 말이 없었다.솔직히 그녀는 신세희에 대한 인상이 꽤 나쁘지 않았다.비록 임신한 상태라 거동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잃지 않는 침착함과 강경함은 지영주가 신세희를 인정하는 부분이었다.지영주는 오빠에게서 그녀도 힘들었다고 들었었다.그래서 지영주는 내심 그녀가 부러웠다. 똑같이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신세희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나 지영주는?한평생을 오빠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던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느껴 볼 기회가 없었다.지영주가 대답이 없자 신세희는 자신의 배를 부축하며 가볍게 웃었다.“나는 신 씨가 아니야. 친아버지 성은 임 씨야. 적어도 너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았지만 난 몰랐어.”지영주가 물었다.“너... 진짜야?”어느 정도 고생을 했다는 건 알았지만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는 건 예상 밖이었다.신세희가 지영주를 바라봤다.동정 어린 지영주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그녀는 처음 태어날 때부터 못돼먹은 것이 아니었다.지영주도 동정할 줄 아는 보통 사람이다.신세희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지영주의 손에 죽고 싶지 않았던 신세희는 여기를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조금만 생겨도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녀의 남편도 오매불망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6살인 신유리는 아직 엄마 필요한 나이다. 그래야만 인격에 결함이 생기지 않는다.그리고 아직 성별조차 모르는 곧 태어날 뱃속의 아이는 빛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할 순 없다.신세희는 절대 이대로 죽으면 안 된다.죽음은 도무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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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7화

슬픔도 없었다.필경 그 부부와 그들의 딸은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았기 때문이다.이제 그녀도 그 암흑을 씩씩하게 딛고 일어섰다.하지만 이런 얘기를 들은 지영주는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지영주의 어린 시절은 가난하여 새 옷을 입지 못하고 배고픔을 참아야 했지만, 그녀에겐 엄마의 사랑과 오빠의 보살핌, 매달 아버지가 보내주는 20만 원이 있었다.신세희가 그녀보다 더 고된 삶을 살았다고는 생각지 못했다.신세희는 힐끔 그녀를 보고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 그들 부부의 딸이 학교에서 애들을 선동해서 함께 나를 괴롭힌 거야. 그들은 내 몸에 오물을 붓기 일쑤였어. 그 악취로 난 구토를 수십번 반복할 수 밖에 없었지.”“......”침묵을 지키던 지영주는 급히 신세희를 다독이며 입을 열었다.“신세희......”“아빠와 엄마가 알게 될까 봐 집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강가에서 모두 씻어버리려고 모진 애를 썼었어.”“그들의 무자비한 발길질에 갈비뼈가 끊어진 그날도 고통을 참으며 수십 리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어.”“하지만 이런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제일 절망스러웠던 건 생부가......”그녀는 자신의 생부를 언급하였다. 그거야말로 신세희의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11살이었을 때 새 아빠는 병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몸이 편찮았어. 우리 시골 사람들은 내가 새 아빠의 친딸이 아니라고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보다 좋은 학습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엄만 나를 아버지에게 보냈어.”“아버지는 줄곧 나를 친딸로 인정하지 않았어.”여기까지 말한 신세희는 지영주를 다시 바라보며 덧붙였다.“난 너와 달라. 너는 어머니와 아버지, 계모까지 함께였고 아버지의 딸임을 확신할 수 있었잖아. 그들은 그저 너의 존재를 어린 동생에게 숨겼을 뿐이고 고작 그녀가 상처를 입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잖아.”“하지만 난?”그녀의 웃음에 씁쓸함이 더 짙어졌고 눈은 어느새 촉촉하게 젖었다.“가족들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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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8화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신세희......”방안의 반호영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나와 지영주가 너의 어려움을 조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참혹할 줄은 몰랐어. 여태까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가엽다고 생각했었어.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에게 버림받았고 아버지가 누구인지조차 몰랐어. 양부모들도 줄곧 날 탐탁지 않아 했었으니까. 내 삶이 제일 엉망이라고 여겼어. 양부모는 날 관심해 주지도 학대하지도 않았어. 기본 생활은 할 수 있게 해주고 형들도 날 아껴줬지만 난 도리어......그리고 양부모가 내 친부모가 아니라는 것도 나중이 되어서야 알았지.”반호영은 그의 이야기를 더 이상 이어 나가지 않았다.그저 소리 내 웃을 뿐이었다. 그 소리에는 석연함이 묻어있었다.아마도 갑자기 모든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누구한테 복수를 해?이 세상에서 어느 누가 살면서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을까?진정 평탄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몇 안 된다..반호영, 지영명, 지영주, 부소경, 신세희 모두 그랬다.모친 하숙민의 일생을 보더라도 파란만장 그 자체, 달기보단 쓸 때가 많은 인생이었다.그러니 반호영은 누구도 탓하고 싶지 않았다.그의 웃음소리는 작고 미세했다. 그는 남성 특유의 두꺼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젠 아무 미련 없으니 날 죽이고 싶다면 죽여.”지영주는 말이 없었다.그녀가 예전에 들었던 그의 목소리라곤 위협적인 고함, 혹은 거친 욕설이 다였다.그러나 이건 반호영의 정상적인 목소리였다. 그녀는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듣기 좋고 매력적일 수 없었다.그의 말투에는 쓰라림과 우울함도 섞여 있었다.이는 지영주가 동병상련의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도리어 다리를 절며 문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반호영, 괜찮아?”말을 마친 지영주는 얼굴까지 붉혔다.그녀도 자신이 왜 얼굴을 붉혔는지 알 수 없었다.갑자기 심장도 두근거렸다.반호영이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 언제 날 죽을 거야? 시원하게 한 방으로 보내줘. 그러나 한가지 요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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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9화

하지만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은 반호영과 내전을 할 때가 아니다. 그녀는 반드시 침착해야 했다.이대로 상황을 유지하기만 해도 살 길이 생길 수도 있다.그리고 반호영은 어머니인 하숙민의 아들이고 부소경의 쌍둥이 형제이기도 했다.신세희는 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반호영은 유독 신유리를 극진히도 아꼈다.여기까지 생각하니 신세희의 마음이 그제야 조금 석연해졌다.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신세희......”반호영이 입을 열려는데 신세희가 그의 말을 끊었다.“흥분하지 말고 상처 치료를 잘해. 지영명의 분노의 화살은 부소경을 향한 것이지 너를 향한 게 아니야. 지영명은 너를 죽이지 않을 거야. 그러니 이제부터는 잘 살면 돼.”신세희는 반호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지영주에게 말했다.“난 이만 갈게.”여기는 지영주가 반호영을 감시하는 공간이었고 신세희가 있는 곳은 지영명이 따로 안배했다.“그래.”지영주가 대답했다.적나라한 그녀의 과거를 듣고 또 그녀에게서 다리까지 치료받고 나니 신세희가 친근해졌다. 지영주는 혹시라도 불편할까봐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부축하기까지 했다. 밖으로 향하던 그들은 마침 거기에 있던 지영명과 마주쳤다.다시 지영명을 보게 된 신세희는 험악해 보였던 그의 얼굴이 전에처럼 무섭지 않았다.그녀는 지영명을 향해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놀란 지영명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그가 마음대로 주무른 여자는 부지기수였고 재미를 보고는 모두 죽여버렸다.꼭 죽여야 했던 이유는 그녀들이 지영명을 바라보는 모욕적인 눈빛과 반대로 살려달라고 하는 가식적인 모습이 가증스러웠기 때문이었다.그 여자들의 모습은 심지산의 와이프 홍원을 떠오르게 했다.홍원은 얼마나 고귀한 여자인가?심지산을 유혹해 어머니에게서 남편을 빼앗은, 어머니가 충격을 받고 미치게 만든 장본인이다.그녀는 서울의 잘 나가는 패션 디자이너이다.백옥같은 피부에 기품이 흘러넘쳤다.지영명이 심지산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앞에서 대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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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0화

지영명의 고백을 들은 신세희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러나 신세희는 마음속의 악감정을 참으며 개의치 않는다는 듯 냉소를 지었다. 그리고 대꾸했다.“그래? 임신한 날 사랑한다는 걸 보니 내가 그만큼 매력이 넘치나 보지 뭐.”“......”할말을 잃은 지영명은 오만하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그녀의 이런 성격이 마음에 쏙 들었다.“그래.”지영명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운 톤을 유지하고 있었다.“......”신세희는 대꾸하지 않았다.“나 지영명은 여자를 구워삶는 데에 능숙해. 있는 것이 방법이지. 단, 그 상대가 너라면 인내하면서 기다릴 수 있어. 반드시 네가 날 좋아하게 만들 거야.”지영명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너......”그의 태도에 도리어 신세희가 말문이 막혔다.이때 지영주가 갑자기 끼어들었다.“오빠! 신세희는 좋은 사람이야!”지영명은 냉소를 지었다.“지영주! 잊지 마! 우리는 전에도 좋은 사람들을 상대했었어!”“진짜 좋은 사람이야. 내 상처도 치료해 줬고 나의 아픔도 공감해 줬어. 그녀는 나와 같은 비통한 운명에 우리보다 더 험한 고통을 겪었어. 오빠.”지영주는 차근차근 자신의 오빠를 설득했다.하지만 그 순간, 지영명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게 아니면 내가 왜 신세희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지영주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지영명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다시 입을 열었다.“잘 감시해! 오빠는 곧 마흔이고 많이 지쳤어. 이제는 가정도 이루고 싶어. 이 여자를 너의 형수로 꼭 만들고 싶어.”지영주는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오빠.”오빠가 가족을 이루고 싶다는 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잖아?하나도 과하지 않다.오빠는 한평생을 방화에, 살인에 안 해본 악행이 없어 와이프가 없었다.이 모든 것이 그의 여동생 때문이었다.그날 밤, 지영주와 신세희는 함께 잠들었다.비록 지영주보다 어린 신세희이지만 밤중에 일어나 무거운 몸을 움직여 지영주에게 이불을 덮어줬다.“뭐야!”지영주는 총을 품에 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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