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도 없었다.필경 그 부부와 그들의 딸은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았기 때문이다.이제 그녀도 그 암흑을 씩씩하게 딛고 일어섰다.하지만 이런 얘기를 들은 지영주는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지영주의 어린 시절은 가난하여 새 옷을 입지 못하고 배고픔을 참아야 했지만, 그녀에겐 엄마의 사랑과 오빠의 보살핌, 매달 아버지가 보내주는 20만 원이 있었다.신세희가 그녀보다 더 고된 삶을 살았다고는 생각지 못했다.신세희는 힐끔 그녀를 보고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 그들 부부의 딸이 학교에서 애들을 선동해서 함께 나를 괴롭힌 거야. 그들은 내 몸에 오물을 붓기 일쑤였어. 그 악취로 난 구토를 수십번 반복할 수 밖에 없었지.”“......”침묵을 지키던 지영주는 급히 신세희를 다독이며 입을 열었다.“신세희......”“아빠와 엄마가 알게 될까 봐 집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강가에서 모두 씻어버리려고 모진 애를 썼었어.”“그들의 무자비한 발길질에 갈비뼈가 끊어진 그날도 고통을 참으며 수십 리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어.”“하지만 이런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제일 절망스러웠던 건 생부가......”그녀는 자신의 생부를 언급하였다. 그거야말로 신세희의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11살이었을 때 새 아빠는 병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몸이 편찮았어. 우리 시골 사람들은 내가 새 아빠의 친딸이 아니라고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보다 좋은 학습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엄만 나를 아버지에게 보냈어.”“아버지는 줄곧 나를 친딸로 인정하지 않았어.”여기까지 말한 신세희는 지영주를 다시 바라보며 덧붙였다.“난 너와 달라. 너는 어머니와 아버지, 계모까지 함께였고 아버지의 딸임을 확신할 수 있었잖아. 그들은 그저 너의 존재를 어린 동생에게 숨겼을 뿐이고 고작 그녀가 상처를 입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잖아.”“하지만 난?”그녀의 웃음에 씁쓸함이 더 짙어졌고 눈은 어느새 촉촉하게 젖었다.“가족들이 모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신세희......”방안의 반호영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나와 지영주가 너의 어려움을 조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참혹할 줄은 몰랐어. 여태까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가엽다고 생각했었어.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에게 버림받았고 아버지가 누구인지조차 몰랐어. 양부모들도 줄곧 날 탐탁지 않아 했었으니까. 내 삶이 제일 엉망이라고 여겼어. 양부모는 날 관심해 주지도 학대하지도 않았어. 기본 생활은 할 수 있게 해주고 형들도 날 아껴줬지만 난 도리어......그리고 양부모가 내 친부모가 아니라는 것도 나중이 되어서야 알았지.”반호영은 그의 이야기를 더 이상 이어 나가지 않았다.그저 소리 내 웃을 뿐이었다. 그 소리에는 석연함이 묻어있었다.아마도 갑자기 모든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누구한테 복수를 해?이 세상에서 어느 누가 살면서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을까?진정 평탄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몇 안 된다..반호영, 지영명, 지영주, 부소경, 신세희 모두 그랬다.모친 하숙민의 일생을 보더라도 파란만장 그 자체, 달기보단 쓸 때가 많은 인생이었다.그러니 반호영은 누구도 탓하고 싶지 않았다.그의 웃음소리는 작고 미세했다. 그는 남성 특유의 두꺼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젠 아무 미련 없으니 날 죽이고 싶다면 죽여.”지영주는 말이 없었다.그녀가 예전에 들었던 그의 목소리라곤 위협적인 고함, 혹은 거친 욕설이 다였다.그러나 이건 반호영의 정상적인 목소리였다. 그녀는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듣기 좋고 매력적일 수 없었다.그의 말투에는 쓰라림과 우울함도 섞여 있었다.이는 지영주가 동병상련의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도리어 다리를 절며 문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반호영, 괜찮아?”말을 마친 지영주는 얼굴까지 붉혔다.그녀도 자신이 왜 얼굴을 붉혔는지 알 수 없었다.갑자기 심장도 두근거렸다.반호영이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 언제 날 죽을 거야? 시원하게 한 방으로 보내줘. 그러나 한가지 요구가
하지만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은 반호영과 내전을 할 때가 아니다. 그녀는 반드시 침착해야 했다.이대로 상황을 유지하기만 해도 살 길이 생길 수도 있다.그리고 반호영은 어머니인 하숙민의 아들이고 부소경의 쌍둥이 형제이기도 했다.신세희는 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반호영은 유독 신유리를 극진히도 아꼈다.여기까지 생각하니 신세희의 마음이 그제야 조금 석연해졌다.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신세희......”반호영이 입을 열려는데 신세희가 그의 말을 끊었다.“흥분하지 말고 상처 치료를 잘해. 지영명의 분노의 화살은 부소경을 향한 것이지 너를 향한 게 아니야. 지영명은 너를 죽이지 않을 거야. 그러니 이제부터는 잘 살면 돼.”신세희는 반호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지영주에게 말했다.“난 이만 갈게.”여기는 지영주가 반호영을 감시하는 공간이었고 신세희가 있는 곳은 지영명이 따로 안배했다.“그래.”지영주가 대답했다.적나라한 그녀의 과거를 듣고 또 그녀에게서 다리까지 치료받고 나니 신세희가 친근해졌다. 지영주는 혹시라도 불편할까봐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부축하기까지 했다. 밖으로 향하던 그들은 마침 거기에 있던 지영명과 마주쳤다.다시 지영명을 보게 된 신세희는 험악해 보였던 그의 얼굴이 전에처럼 무섭지 않았다.그녀는 지영명을 향해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놀란 지영명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그가 마음대로 주무른 여자는 부지기수였고 재미를 보고는 모두 죽여버렸다.꼭 죽여야 했던 이유는 그녀들이 지영명을 바라보는 모욕적인 눈빛과 반대로 살려달라고 하는 가식적인 모습이 가증스러웠기 때문이었다.그 여자들의 모습은 심지산의 와이프 홍원을 떠오르게 했다.홍원은 얼마나 고귀한 여자인가?심지산을 유혹해 어머니에게서 남편을 빼앗은, 어머니가 충격을 받고 미치게 만든 장본인이다.그녀는 서울의 잘 나가는 패션 디자이너이다.백옥같은 피부에 기품이 흘러넘쳤다.지영명이 심지산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앞에서 대놓고
지영명의 고백을 들은 신세희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러나 신세희는 마음속의 악감정을 참으며 개의치 않는다는 듯 냉소를 지었다. 그리고 대꾸했다.“그래? 임신한 날 사랑한다는 걸 보니 내가 그만큼 매력이 넘치나 보지 뭐.”“......”할말을 잃은 지영명은 오만하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그녀의 이런 성격이 마음에 쏙 들었다.“그래.”지영명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운 톤을 유지하고 있었다.“......”신세희는 대꾸하지 않았다.“나 지영명은 여자를 구워삶는 데에 능숙해. 있는 것이 방법이지. 단, 그 상대가 너라면 인내하면서 기다릴 수 있어. 반드시 네가 날 좋아하게 만들 거야.”지영명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너......”그의 태도에 도리어 신세희가 말문이 막혔다.이때 지영주가 갑자기 끼어들었다.“오빠! 신세희는 좋은 사람이야!”지영명은 냉소를 지었다.“지영주! 잊지 마! 우리는 전에도 좋은 사람들을 상대했었어!”“진짜 좋은 사람이야. 내 상처도 치료해 줬고 나의 아픔도 공감해 줬어. 그녀는 나와 같은 비통한 운명에 우리보다 더 험한 고통을 겪었어. 오빠.”지영주는 차근차근 자신의 오빠를 설득했다.하지만 그 순간, 지영명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게 아니면 내가 왜 신세희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지영주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지영명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다시 입을 열었다.“잘 감시해! 오빠는 곧 마흔이고 많이 지쳤어. 이제는 가정도 이루고 싶어. 이 여자를 너의 형수로 꼭 만들고 싶어.”지영주는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오빠.”오빠가 가족을 이루고 싶다는 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잖아?하나도 과하지 않다.오빠는 한평생을 방화에, 살인에 안 해본 악행이 없어 와이프가 없었다.이 모든 것이 그의 여동생 때문이었다.그날 밤, 지영주와 신세희는 함께 잠들었다.비록 지영주보다 어린 신세희이지만 밤중에 일어나 무거운 몸을 움직여 지영주에게 이불을 덮어줬다.“뭐야!”지영주는 총을 품에 안은 채
지영주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마치, 내가 줄곧 그 사람한테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아. 그 사람이 나한테 빚을 진 게 아니라. 나는 한 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이란 걸 느껴본 적이 없었어. 난 항상 아버지의 사랑 갈망했어. 심지산이 조금이라도 날 사랑해 줬다면 난 지금 무척 행복했 을거야.”“사실 난 아직도 가끔씩 이 모든 게 다 꿈이길 바라고 있어.”“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예전으로, 소설 속 주인공들이 과거로 환생하는 것처럼!”“난 우리 아버지가 죽는 걸 바라지 않아. 난 우리 아버지를 원망하고 싶지도 않아.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냥 아버지 하나면 돼. 난 그냥 아버지가 갖고 싶을 뿐이야… 누가 내 아버지 좀 돌려주면 안 되나?”서른이 넘은 여자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그녀의 말에는 두서가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미워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아버지가 자기에게 얼마나 매정하게 굴었는지 말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녀는 단지 한번 또 한 번 질문을 내 던지고 있을 뿐이었다. “누가 내 아버지 좀 돌려주면 안 될까?”누가 그녀의 아버지를 돌려줄 수 있을까?사람들이 자주 하던 말이 생각난다. 행복한 어린 시절이 평생을 치유하고, 불행한 어린 시절은 평생을 쏟아가며 치유해야 한다는 말 말이다.사람은, 그런 존재다.지영주가 자신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우는 모습을 보자 남성에 있는 유리의 모습이 신세희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이 세상은, 마치 모든 사람들이 고난을 겪고 있는 것 같다.신세희도 그랬다.신세희의 양아버지와 생모도 그랬다.유리도 똑같았다. 유리의 영유아 시절에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었다. 5살이 되어서야 부소경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다행인 건, 서시언이 유리의 곁에 있어 주었다는 사실이었다.그래서, 유리는 비록 가난하고 힘든 영유아 시절을 겪었지만 대신 사랑은 모자라지 않았다.유리는 줄곧 건강하고 바르고 활발하게 자랐다.하지만, 앞으로는?아이는 어렵게 아빠와 2년이
“너!” 살짝은 몽롱한 정신이었던 부소경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험악했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눈까지 빨갛게 충혈되었다.옆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김미정은 깜짝 놀랐는지 몸을 움찔거렸다.부소경이 누구 전화를 받은 거지?왜 받자마자 화를 내는 거지?고민하던 그녀는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그 아이가 아직도 살아있다고?아직도 실종이 안됐다고?김미정의 마음은 순식간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유리에게 당했다면서 부소경에게 솔직하게 말 할 생각으로 이곳에 찾아온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말을 입증 할 증거가 충분했다. 게다가 유리가 자신의 처지를 난감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유리한테 따져 묻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녀는 어제부터 지금까지 줄곧 유리를 찾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김미정은 자신이 제일 먼저 부소경에게 알려주러 이렇게 찾아왔다는 말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소경은 줄곧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었다.그의 의식이 조금은 돌아온 지금, 김미정은 그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며 완곡하게 부소경에게 알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부소경은 신유리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재수 없는 애 같으니라고!아직도 살아있다니!하루가 지났는데도 아직도 아무 일이 없다고? 인신매매 범한테 안 잡혀갔다고?이런 젠장!아무리 기분이 더러워도 김미정은 그들의 대화를 들어야만 했다.“유리, 너 대체 어딜 간 거야!”“그냥 평생 돌아오지 마!”“이제는 가출까지하고 진짜 대단하다! 네 엄마랑 아직 태어나지 않은 네 동생도 버리다니! 그냥 죽어!”부소경의 목소리는 히스테리적이었다.그의 목소리에는 혐오감이 가득하고 그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풍겼다.김미정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사람이 정말 내가 아는 부소경이 맞나? 아내를 무척이나 아끼고, 자기의 자식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남성 전체를 겁에 질리게 만든 그 부소경이 맞나?김미정이 알던 부소경은 늘 침착하고 진중한 사람이다. 이렇게 화를 내며 갈팡질팡
그 표정, 술에 취해 불분명했던 의식이 다시 돌아온 표정이 분명했다.부소경은 이제야 김미정이 신유리를 데리고 나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김미정은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소경 씨… 방금까지 유리랑 통화하셨잖아요…”“맞아요! 하지만 유리는 지금 어딨죠? 당신, 대체 내 딸을 어디에 둔 거예요! 김 씨 집안이라 그랬죠? 그 집안 공주님이에요? 잘 들어요. 만약 우리 딸 못 찾아오면 당신을 찢어버릴 거예요!”“그래요!” 김미정은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어느새 그녀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버렸다.이건 그녀가 이곳으로 부소경을 찾아오기 전에 진문옥이 직접 전수해 준 것이었다. “소경이는 자기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 여자를 싫어해. 신세희 그 여자, 단 한 번도 소경이 말을 들은 적이 없었어! 그러니까 이거 하나만 기억해. 적당히 소경이 말에 반박도 하고 화도 내야 한다는 걸. 소경이가 널 죽일까 두려워하지 말고.”진문옥의 말에 김미정은 입을 오므렸다. “저… 소문으로는 사람을 밥 먹듯 죽인다던데… 저 무서워요…”“그렇게 무서우면서 뭘 해!” 진문옥은 김미정을 나무랐다.“사람을 밥 먹듯이 죽이기는 해! 하지만 지금 소경이가 너한테 쏟을 정신이 있을 것 같아? 할아버지 장례식에, 와이프고 딸이고 다 실종됐는데 사람 죽일 정신이 있겠어?”그 말에 김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겠네요…”“그러니까, 지금 이 타이밍을 잘 이용해야 한다니까. 제일 약하고 힘들 때, 반항도 하고 위로도 해주면서! 울어야 할 때는 또 울면서! 여자의 눈물을 잘 이용해야 해!”“귀여운 척, 이쁜 척 하면서 울라는 거 아니야! 그러면 짜증만 나지!”“억울하게 울라는 뜻이야! 신유리가 널 이렇게 만들었는데, 넌 당연히 억울한 입장이잖아. 네가 어떤 상황인지, 얼마나 억울한지 그 감정을 담아서 소경이한테 울어 보이라는 거야!” 진문옥은 직접 시범을 보일 뻔했다.이렇게 자세하게 알려줬는데, 김미정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는 바로 진문옥의 뜻을 알아차렸다. 줄 듯 말 듯
김미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신세희의 자리를 탐내고 있긴 했다. 그녀는 부소경의 아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마음을 부소경에게 알려주지 않았다.순간 김미정은 부소경에게 뭐라 대답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저…”“같이 술 좀 마셔줘요.” 부소경은 해롱해롱한 정신으로 말했다.“저 술을 잘 못해서…”그녀는 술을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부소경이 같이 술을 마셔달라고 할 줄은 몰랐다.이곳은 부태성의 장례식장이었다.김미정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계속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저…”“앉아요! 나랑 같이 술 몇 잔만 마셔줘요!” 부소경은 다시 한번 김미정에게 명령했다. 그는 한 손으로 여자의 손목을 낚아채기까지 했다.그의 손에는 힘이 넘쳤다. 그는 마치 집게처럼 여자의 손목을 낚아챘고 옴짝달싹 못 하게 했다. 하지만 김미정은 무척이나 기뻤다.자신의 손목이 드디어 남자의 손에 들어가게 됐다.느낌이 달랐다.김미정의 얼굴은 그만 빨개지고 말았다. “저… 알겠어요.”비록 같이 술을 마셔준다고 했지만 김미정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계속 부소경만 잔을 들이키고 있었다. 부소경은 진짜 술을 마셨다.몇 병의 술이 부소경의 입에 들어갔고, 그는 그만 인사불성으로 취하고 말았다.김미정은 부소경이 술에 취하면 자기에게 뭔가 어긋나는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김미정이 무척이나 바라고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인사불성이 된 부소경은 그녀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손조차 잡지 않았다.그는 단지 비틀대며 빈소 앞에 누울 뿐이었다. 그는 횡설수설 중얼거렸다.처음, 김미정은 이런 반응에 실망했다.하지만 조용히 그의 말을 듣던 그녀의 기분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부소경은 계속 중얼거렸다. “당신… 굳이 유리가 뭔 짓을 했는지 나한테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나도 알아요. 유리가 어떤 애인지. 애만… 애만 아니었다면… 걔 엄마가 납치되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김미정은 조금 당황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