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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6화

지영주는 멈칫했다.

“무슨 말?”

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둘은 처지가 비슷해.”

지영주가 되물었다.

“응?”

“나도 너랑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어. 나도 너랑 똑같이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 못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들었어. 내 딸아이를 임신했을 적도 도망다니기 바빴고. 내가 편한 생활을 누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

지영주는 말이 없었다.

솔직히 그녀는 신세희에 대한 인상이 꽤 나쁘지 않았다.

비록 임신한 상태라 거동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잃지 않는 침착함과 강경함은 지영주가 신세희를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지영주는 오빠에게서 그녀도 힘들었다고 들었었다.

그래서 지영주는 내심 그녀가 부러웠다. 똑같이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신세희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나 지영주는?

한평생을 오빠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던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느껴 볼 기회가 없었다.

지영주가 대답이 없자 신세희는 자신의 배를 부축하며 가볍게 웃었다.

“나는 신 씨가 아니야. 친아버지 성은 임 씨야. 적어도 너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았지만 난 몰랐어.”

지영주가 물었다.

“너... 진짜야?”

어느 정도 고생을 했다는 건 알았지만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는 건 예상 밖이었다.

신세희가 지영주를 바라봤다.

동정 어린 지영주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그녀는 처음 태어날 때부터 못돼먹은 것이 아니었다.

지영주도 동정할 줄 아는 보통 사람이다.

신세희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지영주의 손에 죽고 싶지 않았던 신세희는 여기를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조금만 생겨도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남편도 오매불망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6살인 신유리는 아직 엄마 필요한 나이다. 그래야만 인격에 결함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성별조차 모르는 곧 태어날 뱃속의 아이는 빛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할 순 없다.

신세희는 절대 이대로 죽으면 안 된다.

죽음은 도무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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