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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1화

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그가 떠나지 않으면 그 여자는 반드시 자살할 거라는 걸. 그렇게 되면 여자의 정성은 정말 헛되게 된다.

“다시 올게.” 지영명이 여자에게 말을 남기고 윗옷을 벗은 채 창문을 통해 도망쳤다.

“따라잡아!” 구경민이 화가 나서 말했다.

구경민은 바로 아래 사람들더러 빨리 따라잡으라고 명령했다.

그날 밤, 서울에는 쫓고 쫓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영명은 진정한 망명자였다.

그는 서울 곳곳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골목 사이로 피해 다니다가 엄마와 동생이 있는 집으로 찾아갔다.

엄마와 동생은 이미 밖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에 깨어있었다. 지영명이 윗옷을 벗은 채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온 걸 보자 15살이 된 지영주, 즉 그때의 심설은 적지 않게 놀랐다.

“오빠, 사람들이 오빠 잡으려는 거야?” 지영주가 물었다.

“가자! 오빠랑 가자!” 지영명이 허리 굽혀 엄마를 등에 업고 지영주에게 말했다.

지영주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지영주는 오빠를 따라 나서면 또다시 망명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 식구가 같이 있다면 아무리 가난해도 두렵지 않았다.

지영명은 엄마를 등에 업고 차를 몰고 엄마와 동생과 함께 도망쳤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나려고 성문에 도착했을 때 이미 도시 전체는 경계 상태였다.

지영명은 할 수 없이 차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갔다.

엄마를 업은 채 길도 없는 깊은 산 속에서 꼬박 이틀을 걸었다. 그들은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고 지영명은 언제 등에 업힌 엄마가 돌아가셨는지도 몰랐다.

남매는 비통한 마음으로 엄마를 깊은 산속에 묻고 다시 길을 나섰다.

산을 벗어난 그들은 어디가 어디인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감히 누구한테 물어보지도 못했다.

남매는 신분증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했다.

특히 지영명은 낮에 거의 밖에 나가지 않았다. 둘은 15살이 된 지영주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생활을 유지했다.

그들은 걷다 머물다 하며 지영주가 돈을 좀 벌게 되면 계속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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