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761 - 챕터 1770

2823 챕터

제1761화

결국 그녀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장면이 펼쳐졌다.조금 전까지도 살아 숨 쉬던 생명이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안 돼! 가희야, 눈 좀 떠봐! 엄마 이제 널 원망하지 않을게! 이제는 널 용서할게. 엄마를 때린 것도 이해할게! 그러니까 제발 눈 좀 떠봐. 엄마가 돈 줄게. 네가 얼마를 원하든 원하는대로 줄 테니까 제발 정신 좀 차려봐!”“가희야….”“하나님이시여, 어째서 이런 식으로 내 딸을 벌하시는 겁니까….”성유미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통곡했다.서시언은 옆에서 그런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유미야, 울지 마. 가희는 원래 악한 아이였어. 아버지한테 오랜 세월 세뇌당해서 돈밖에 몰라. 가족을 버리고 돈을 선택한 아이이고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았어. 네가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떠났다는 걸 알면서, 최홍민이 너를 계속 착취하며 살아왔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아버지랑 손을 잡았잖아.”옆에 있던 이웃 주민도 성유미를 말렸지만 성유미는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딸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죽기 전까지도 자신을 증오하고 줄곧 자신을 저주해 왔다는 것도 알지만 그런 건 이제 상관없었다.모두 잊어줄 수 있었다.딸이 살아 있기만 한다면.“가희야, 엄마가 이렇게 빌게. 제발 눈 떠. 제발 정신 차려. 엄마가 너 대신 죽을 테니까 제발 살아줘….”성유미는 미친 듯이 울며 절규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마저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 들었다.서시언은 그런 그녀가 너무도 걱정이 되었다.“유미야, 너무 슬퍼하지 마. 이런 게 운명인가 봐. 그냥 내 진단서가 바뀌었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내가 건강한 사람이라는 게 너무 억울해서… 그래서 우리가 결혼한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거야. 가희는 자기가 자기 행복을 빼앗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잖아, 자기야.”서시언은 부드러운 말투로 성유미를 위로했다.성유미는 힘없이 서시언의 품에 기대며 흐느꼈다.“시언아, 내가… 잘못한 걸까?”“자기는 잘못한 게 없어. 정말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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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2화

최홍민도 당황했고 지켜보던 사람들도 당황했다.최가희를 따라왔던 시골 이웃주민만 한숨을 쉬며 말했다.“최홍민, 이건 다 네가 자초한 거야!”최홍민에게 따귀를 날렸던 성유미도 입을 열었다.그녀는 이미 흥분을 가라앉힌 상태였고 보다 더 차분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딸이 죽은 건 정말 괴롭고 슬픈 일이지만 최홍민을 본 순간 모든 것의 발단이 그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어차피 딸도 죽었으니 이 남자와 결판을 내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최홍민, 잘 들어!”성유미가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최홍민은 어깨를 움찔하며 울음을 멈추었다.그는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성유미를 바라보았다.“가희 장례식은 내가 처리할 거야! 그리고 내가 가희를 위해서 모은 그 적금, 나랑 네 명의로 같이 저금하기로 한 그 통장 전액 회수할 거야! 너 같은 인간한테는 한푼도 남겨줄 수 없어! 우린 결혼한 적도 없고 동거하다가 애가 생긴 것뿐이니까!”“더 정확히 말하면 네가 미성년자인 나를 속이고 꼬드겨서 생긴 아이잖아! 이제 가희도 없으니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 거야! 그러니 내 돈도 절대 너한테 줄 수 없어!”말을 마친 성유미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머리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내가 돈을 회수하겠다고 했지만 비밀번호는 우리 두 사람이 두 자리씩 같이 설정한 거니까 그거로 어떻게 해볼 생각인 거지? 하지만 그 계좌에 매달 입금한 사람은 나야. 그리고 나한테는 입금 내역이 있어! 난 그 내역을 증거로 제출할 거야!”말을 마친 성유미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어차피 그 돈 없이도 가지고 있는 와인가게로 평생 먹고 살 수는 있잖아?”그녀는 더 이상 최홍민을 증오하지 않았다.어차피 두 사람 사이의 유일한 연결고리인 최가희가 죽었으니 더 이상의 미련도 없었다.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라는 걸 성유미도 잘 알고 있었다.“가!”성유미가 말했다.최홍민은 여전히 영혼이 이탈한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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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3화

그려면 차사고를 당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최홍민은 평생 남을 등쳐먹었지만 결국 그 죄를 딸인 최가희가 고스란히 받게 되었다.성유미는 중년에 자신보다 연하인 재벌남을 만나 결혼까지 했다.최홍민은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고향 주민이 그를 찾아왔다.그가 걱정돼서 온 게 아니라 그의 비참한 처지를 비웃으러 온 것 같았다.이웃 주민은 오열하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그를 비난했다.“최홍민, 서른 살이나 먹고 미성년자인 유미를 감금하고 괴롭힌 것도 모자라서 애까지 낳았으면 심보 고쳐먹고 잘 살면 될 일이지! 평생 딸 속이고 성유미를 착취한 대가가 이거야?”“너도 참 어지간하다! 모든 게 네가 자초한 거야! 아무도 원망하지 마!”“평생 혼자 살아도 싸, 너는! 가족도 마누라도 없이 혼자 잘 살아 봐! 쌤통이야!”이웃들 모두가 그를 비난했다.그제야 최홍민은 지난날이 후회가 되었다.성유미에게 너무 가혹했던 과거가 후회되었고 그 행동으로 인해 지금 이 지경까지 온 것이 한탄스러웠다.이날 밤, 이웃들은 최홍민이 처절하게 오열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짐승의 마지막 포효 같기도 했다.날이 밝기 시작하면서 그 소리도 잦아들었다.아무도 최홍민이 언제 죽었는지 몰랐다.시체가 발견되었을 때, 집 안은 이미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최홍민 부녀의 사망은 성유미에게 그렇게 큰 타격이나 영향을 주지 않았다.성유미는 최가희의 죽음으로 극도의 슬픔과 스트레스를 느껴 입원하게 되었다.그 사이 서시언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녀의 곁을 지켰다. 최고의 의료진들이 그녀의 상태를 극진히 살폈다. 성유미는 40세가 넘은 고령에 임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서시언의 가족들도 시간만 나면 병원으로 출근하다시피 했다.가장 자주 방문한 사람은 신유리였다. 아이는 매일 학교가 끝나면 집에 가지 않고 병원으로 바로 출근도장을 찍었다. 유리는 성유미의 침상에 턱을 괴고 앉아 재잘재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이모, 아니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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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4화

문밖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왜 그래요?”병실에 있던 엄선우는 신세희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신유리와 서시언도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병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만삭이 된 신세희가 자기보다 배가 더 나온 고윤희를 힘겹게 부축하고 있었다.고윤희는 통증에 자리에 주저앉은 상태였다.그녀의 바짓가랑이 사이로 묽은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언니, 양수 터진 거 아니에요?”신세희가 다급히 물었다.고윤희는 힘겹게 벽을 짚고서 안쓰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것 참… 공교롭게 됐네요. 언니 보러 왔다가 이게 무슨 일이래요? 예정일이 아직 2주나 남았는데… 녀석이 벌써 나오려나 봐요.”“언니, 이거 웃을 일 아닌데요?”신세희가 당황한 듯 언성을 높였다.서시언과 엄선우가 그들의 앞에 도착했다.신세희도 곧 만삭이라 거동이 불편했기에 엄선우는 먼저 다가가서 신세희부터 챙겼다. 신세희가 다급히 말했다.“윤희 언니부터 빨리 산부인과로 모셔요. 빨리요!”신세희는 여기 오기 전 택시를 잡고 고윤희가 쉬고 있는 별장으로 가서 고윤희를 데리고 병원에 오기로 했다. 오는 길에 그들은 엄선희, 민정아와 통화를 마치고 그들에게서 퇴근하고 곧 이쪽으로 출발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먼저 병원에 도착했던 것이다.그들을 태운 운전기사는 두 임산부가 가족도 없이 택시에 탄 것을 보고 걱정스럽다며 혀를 찼다.그들이 차에서 내리기 전, 인심 좋은 택시기사가 신세희에게 물었다.“두 분, 정말 괜찮으시죠? 도움이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세요.”그때 신세희와 고윤희는 동시에 고개를 흔들며 괜찮다고 했다.운전기사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만삭인 임산부를 그냥 내보내다니. 남편들이 너무 책임감이 없어!”신세희와 고윤희는 그 말을 듣고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그들의 남편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었다.구경민은 고윤희가 돌아온 뒤로 계속 그녀의 옆을 지켰다. 급히 처리해야 할 서류가 있어도 별장에 팩스로 보내게 지시했고 3개월 동안 거의 외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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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5화

그런데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양수가 터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신세희의 지시를 들은 엄선우는 바로 다가가서 고윤희를 안아 들고 산부인과로 달려갔다.서시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신세희를 부축했다.“세희 넌 괜찮아?”“난 괜찮아. 그런데 윤희 언니가….”신세희는 안타까운 얼굴로 발을 동동 굴렀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서시언에게 말했다.“오빠, 구경민 씨한테 전화 좀 해줘. 아직 서울에 있을 거야.”“알았어, 바로 할게.”서시언은 곧장 구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창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던 구경민은 이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시언이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직 예정일이 2주나 남았는데… 벌써 양수가 터졌다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어?”구경민의 속사포 같은 질문공세가 이어졌다.서시언은 만약 구경민이 앞에 있다면 정신 좀 차리라고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었다.하지만 구경민도 처음 겪는 상황이라 당황했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그의 말에 반박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다급히 말했다.“형! 형수님 지금 산부인과로 실려 들어갔어요! 어쨌든 빨리 정리할 거 정리하고 병원으로 와요! 물론 형이 안 와도 서준이도 남성에 있고 차질은 없겠지만요.”“아… 안 돼! 그건 안 되지! 이런 일을 너희한테 맡길 수는 없어. 내가 남편인데 옆에서 돌봐야지. 곧 갈게. 조금만 기다려! 아니지, 소경이한테 연락해야겠어!”구경민의 당황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소경이 형이요? 그 형은 왜요? 내가 지금 병원에 있거든요? 소경이 형은 아직 회사에 있어요. 무슨 일로 그러는 거예요?”서시언이 물었다.“밀린 업무를 소경이한테 맡겨야겠어.”구경민이 당연한 듯이 말했다.서시언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신세희도 이제 7개월을 넘어서는 시점에 부소경에게 구경민이 해야 할 업무까지 맡긴다면 부소경은 하루종일 회사에 붙어 있어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서시언이 말이 없자 구경민이 또 말했다.“내가 하는 일은 소경이 아니면 맡아줄 사람이 없어. 다른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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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6화

신유리는 눈썰미가 꽤 좋은 편이었다.서시언은 정신이 없는 상태였기에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었는데 신유리는 날카롭게 그 눈빛을 캐치해 냈다.악랄하고 독기가 가득 서린 눈빛이었다.놀란 신유리가 움찔 몸을 떨었다.“유리 왜 그래?”뭔가 이상함을 느낀 서시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신유리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뭘 잘못 봤나 봐. 착각인가?”그 눈빛은 스쳐가는 듯이 사라져서 신유리가 다시 자세히 보려고 했을 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착각?”서시언은 피식 웃었다.“고작 여섯 살 주제에 아는 것도 많아!”신유리는 씩씩거리며 서시언을 흘겼다.“흥! 나도 알 건 다 알 거든?”아이는 자신을 너무 어린애로만 대하는 삼촌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분명 이제 여섯 살이고 내년이면 학교도 들어가는데!요즘 가족들이 바쁘게 지내면서 일손이 부족하니 아이는 숙모에게 간단한 아침이라도 해줄까 고민하고 있었다.신유리는 자신이 아주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으스댔지만 서시언 눈에는 그저 귀엽게만 보였다.그는 요즘 성유미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면서 조카에게 신경 쓸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게 서시언은 조금 미안했다. 신유리를 집으로 데려간 서시언은 정색하며 말했다.“오늘 숙제 내줄 건데 영어 단어 각 세 번씩 써! 두 시간 뒤에 네가 잘 썼나 게으름 부렸나 검사할 거야! 게으름 부리면 알지?”“알았어! 삼촌 나빠!”신유리는 입이 뿌루퉁해서 소리쳤다.하지만 아이는 삼촌의 명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서시언은 평소에는 아이의 말을 무조건 들어주는 편이지만 학업에 관해서는 아주 엄격했다.이제 고작 여섯 살인데….서시언이 돌아간 뒤, 신유리는 얌전하게 거실에서 숙제를 시작했다.서시언이 남긴 숙제를 완성한 뒤, 아이는 삼촌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서시언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분만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다들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신유리는 다 완성한 숙제를 삼촌에게 보여준 뒤, 시무룩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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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7화

“응!”신유리는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침대에 누운 아이는 많이 흥분했는지 잠이 오지 않았다.“엄마, 윤희 이모는 아기 낳았어?”“아직.”“아기가 왜 아직도 안 나와?”신세희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설마 경민 삼촌 기다려서 낳으려고 참고 있는 거 아니야? 지금 애기 낳으면 경민 삼촌은 애기 낳을 때 어땠는지 상황을 전혀 모르잖아. 사실 아기 낳는 거 엄청 힘든 거지?”신세희는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눈물이 눈시울을 적셨다.정말 어린 나이에 아이는 벌써 엄마가 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 것 같았다.그녀가 신유리를 낳을 때는 아이 아빠가 옆에 없는 건 물론이고 혹시라도 누가 쫓아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선다.“윤희 이모는 강하니까 경민 삼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낳으려나 봐. 그래야 아기 낳는 게 얼마나 힘든지 경민 삼촌도 알지.”“그럼 경민 삼촌은 언제 와?”아이는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더니 말했다.“윤희 이모가 너무 오래 기다리는 건 싫어. 너무 아프잖아.”신세희가 말했다.“내일 아침에 도착할 것 같아. 유리가 자고 깨면 경민 삼촌은 병원에 도착해 있을 거야.”“정말?”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정말이야.”“정말 잘됐네.”아이는 그제야 표정을 풀고 웃었다.“이제 자자.”신세희는 부드럽게 아이를 달랬다.“응.”신유리는 작은 손을 엄마의 부푼 배에 올려놓고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 이야기를 들으며 천천히 잠에 들었다.하지만 신세희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병실에 혼자 있는 성유미도 걱정되고 고윤희의 상황도 걱정되었다.아직 서시언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그렇다는 건 아직 아이가 나오지 않을 터.구경민은 언제면 남성에 도착할까?하필이면 그가 잠시 남성을 비운 사이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신세희는 제발 고윤희 모녀가 무사하기를 속으로 기도했다.그녀가 거실에서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움찔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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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8화

신세희도 이제 임신 7개월차를 넘어서고 있었다.부소경은 그녀의 건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자신은 냉수욕을 하는 한이 있어도 절대 쉽게 그녀를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신세희는 요즘 따라 감수성이 풍부해졌는지 계속 몸을 밀착하고 애교를 부리는 행동이 많아졌다. 정말 힘들 때는 부소경도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어주었다.이번에도 신세희가 먼저 그를 도발했다.그런데 오늘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신세희의 얼굴을 만지다가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왜 그래?”그의 아내는 누구보다 강하고 침착한 여자였기에 평소에는 거의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요즘 임신하고 조금 감수성이 풍부해지기는 했지만.남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기분이 안 좋아?”신세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윤희 언니 분만실 들어갔어요.”“알아. 집에 오기 전에 병원에 한번 갔었어. 선희 씨랑 정아 씨도 다 거기 있어. 의사 만나봤는데 첫 출산이고 노산이라 조금 힘들기는 하겠지만 크게 문제될 건 없대. 거기 최고의 의료진들이 대기하고 있잖아. 아무 일 없을 거야.”처음에 부소경은 신세희가 고윤희를 걱정해서 기분이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신세희는 위로를 받으면서도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그녀는 구슬픈 눈으로 부소경을 바라보며 물었다.“나 왜 이러는 걸까요? 기뻐해야 맞는 건데… 기분이 이상해요. 오빠도 평생 의지할 사람을 만났고 아이도 생겼는데 기뻐해야 맞잖아요. 그리고 선희 씨랑 정아 씨도 약혼했고. 외할아버지처럼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도 선희 씨를 받아줬고 정아 씨 같은 경우도 그 댁 어른들이 반대가 심할 줄 알았는데 어쨌든 약혼까지 했잖아요.”“그리고 윤희 언니도요. 그렇게 힘든 일을 겪고 드디어 출산까지 왔는데 분명 기뻐해야 하는데… 사실 나 어릴 때부터 친구도 별로 없었잖아요. 최근에 시언 오빠를 만나고 선희 씨, 정아 씨, 윤희 언니, 그리고 유미언니까지 정말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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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9화

그는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면 구석에 가서 손 들고 벌서고 있을까?”신세희는 그제야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남편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런 건 싫어요. 당신도 일하느라 피곤했을 테니까. 그런 거 말고….”그녀는 남자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당신 이제 7개월 넘었어. 이러면 안 돼.”남자가 말했다.“싫어요! 하고 싶어요!”부소경은 자제력이 굉장히 강한 편이었다. 다른 남자였다면 지금쯤 분명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을 것이다.임신한 여자에게서는 오히려 더 진한 여성스러운 매력이 풍겼다. 평소에 애교도 잘 부리지 않던 그녀가 어린애처럼 그에게 애교를 부릴 때는 정말 자제력이 다 날아가는 순간이었다.남자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얌전히 있어!”“싫어요!”그녀가 눈시울을 촉촉하게 붉히며 대꾸했다.남자는 부드럽게 그녀를 달랬다.“그럼 조금만… 갈증 가시는 정도만 어때?”신세희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그의 가슴에 파묻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그녀의 상체를 편하게 고정시킨 뒤,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부드럽게 그녀의 몸을 파고들었다. 부소경에게는 오히려 고문인 시간이었다.하지만 그녀가 만족하고 여기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한 시간 정도 지난 뒤, 여자는 드디어 만족스러운 얼굴로 잠에 들었다.옷가지는 바닥에 여기저기 널브러졌고 이불도 구깃구깃한 상태로 옆에 버려져 있었는데 퉁퉁하게 부은 그녀의 발이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남자는 깊게 잠든 임산부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의 하얀 발을 손으로 잡았다.여자는 순간 움찔하더니 잠꼬대하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소경 씨….”“그래.”남자가 대답했다.“사랑해요.”부소경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그녀는 여전히 비몽사몽한 상태로 중얼거리고 있었다.“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요?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당신을 짝사랑했죠.”“그런데 자신이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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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0화

부소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당연히 진짜지. 난 당신 남편이고 우린 가장 가까운 가족이야. 이번에 출산할 때는 꼭 옆을 지켜줄게.”신세희는 그의 품을 파고들며 감개무량해서 말했다.“나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어서 자.”남자는 부드럽게 그녀를 달랬다.이번에 신세희는 시름 놓고 잠에 들었다.남자도 뒤에서 그녀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부소경은 아침 다섯 시에 기상했다.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서씨 그룹, 그리고 구경민의 업무들.어제 신세희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부소경은 자신도 빨리 업무 처리하고 출산 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그래야 예정일에 맞춰 휴가를 내고 24시간 아내의 곁을 지킬 수 있었다.그는 6시 정각에 집에서 출발해서 바로 공항으로 갔다.구경민을 태우고 병원으로 향하는 길, 구경민은 길에서 그에게 업무 사항을 인계했다.“부탁 좀 할게, 소경아.”구경민은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부소경인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우리 사이에 감사는 무슨.”구경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세희 씨도 곧 출산 임박인데 네 일만 처리하려 해도 엄청 바쁘잖아.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은 마땅히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변방이랑 국가안보에 관련된 일이라 너 말고 해줄 사람도 없고.”부소경은 친구의 어깨를 다독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참, 소경아.”구경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변방 쪽에 요즘 왜 이렇게 조용해? 좀 이상하지 않아?”부소경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왜?”“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계속 소란이 있던 지역이었는데 요즘은 너무 조용해. 좀 이상하지 않아?”부소경은 잠시 생각하다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거기 어딘지 알아. 우리 부모님이 거금을 주고 반호영을 위해 구매한 섬이 동쪽에 있잖아. 가성섬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원래는 정말 가난한 시골 섬이었다고 들었어.”부소경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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