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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2화

최홍민도 당황했고 지켜보던 사람들도 당황했다.

최가희를 따라왔던 시골 이웃주민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최홍민, 이건 다 네가 자초한 거야!”

최홍민에게 따귀를 날렸던 성유미도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이미 흥분을 가라앉힌 상태였고 보다 더 차분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

딸이 죽은 건 정말 괴롭고 슬픈 일이지만 최홍민을 본 순간 모든 것의 발단이 그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어차피 딸도 죽었으니 이 남자와 결판을 내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최홍민, 잘 들어!”

성유미가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최홍민은 어깨를 움찔하며 울음을 멈추었다.

그는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성유미를 바라보았다.

“가희 장례식은 내가 처리할 거야! 그리고 내가 가희를 위해서 모은 그 적금, 나랑 네 명의로 같이 저금하기로 한 그 통장 전액 회수할 거야! 너 같은 인간한테는 한푼도 남겨줄 수 없어! 우린 결혼한 적도 없고 동거하다가 애가 생긴 것뿐이니까!”

“더 정확히 말하면 네가 미성년자인 나를 속이고 꼬드겨서 생긴 아이잖아! 이제 가희도 없으니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 거야! 그러니 내 돈도 절대 너한테 줄 수 없어!”

말을 마친 성유미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머리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내가 돈을 회수하겠다고 했지만 비밀번호는 우리 두 사람이 두 자리씩 같이 설정한 거니까 그거로 어떻게 해볼 생각인 거지? 하지만 그 계좌에 매달 입금한 사람은 나야. 그리고 나한테는 입금 내역이 있어! 난 그 내역을 증거로 제출할 거야!”

말을 마친 성유미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그 돈 없이도 가지고 있는 와인가게로 평생 먹고 살 수는 있잖아?”

그녀는 더 이상 최홍민을 증오하지 않았다.

어차피 두 사람 사이의 유일한 연결고리인 최가희가 죽었으니 더 이상의 미련도 없었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자신을 갉아먹는 일이라는 걸 성유미도 잘 알고 있었다.

“가!”

성유미가 말했다.

최홍민은 여전히 영혼이 이탈한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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