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면 구석에 가서 손 들고 벌서고 있을까?”신세희는 그제야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남편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런 건 싫어요. 당신도 일하느라 피곤했을 테니까. 그런 거 말고….”그녀는 남자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당신 이제 7개월 넘었어. 이러면 안 돼.”남자가 말했다.“싫어요! 하고 싶어요!”부소경은 자제력이 굉장히 강한 편이었다. 다른 남자였다면 지금쯤 분명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을 것이다.임신한 여자에게서는 오히려 더 진한 여성스러운 매력이 풍겼다. 평소에 애교도 잘 부리지 않던 그녀가 어린애처럼 그에게 애교를 부릴 때는 정말 자제력이 다 날아가는 순간이었다.남자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얌전히 있어!”“싫어요!”그녀가 눈시울을 촉촉하게 붉히며 대꾸했다.남자는 부드럽게 그녀를 달랬다.“그럼 조금만… 갈증 가시는 정도만 어때?”신세희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그의 가슴에 파묻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그녀의 상체를 편하게 고정시킨 뒤,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부드럽게 그녀의 몸을 파고들었다. 부소경에게는 오히려 고문인 시간이었다.하지만 그녀가 만족하고 여기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한 시간 정도 지난 뒤, 여자는 드디어 만족스러운 얼굴로 잠에 들었다.옷가지는 바닥에 여기저기 널브러졌고 이불도 구깃구깃한 상태로 옆에 버려져 있었는데 퉁퉁하게 부은 그녀의 발이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남자는 깊게 잠든 임산부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의 하얀 발을 손으로 잡았다.여자는 순간 움찔하더니 잠꼬대하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소경 씨….”“그래.”남자가 대답했다.“사랑해요.”부소경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그녀는 여전히 비몽사몽한 상태로 중얼거리고 있었다.“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요?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당신을 짝사랑했죠.”“그런데 자신이 없었어
부소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당연히 진짜지. 난 당신 남편이고 우린 가장 가까운 가족이야. 이번에 출산할 때는 꼭 옆을 지켜줄게.”신세희는 그의 품을 파고들며 감개무량해서 말했다.“나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어서 자.”남자는 부드럽게 그녀를 달랬다.이번에 신세희는 시름 놓고 잠에 들었다.남자도 뒤에서 그녀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부소경은 아침 다섯 시에 기상했다.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서씨 그룹, 그리고 구경민의 업무들.어제 신세희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부소경은 자신도 빨리 업무 처리하고 출산 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그래야 예정일에 맞춰 휴가를 내고 24시간 아내의 곁을 지킬 수 있었다.그는 6시 정각에 집에서 출발해서 바로 공항으로 갔다.구경민을 태우고 병원으로 향하는 길, 구경민은 길에서 그에게 업무 사항을 인계했다.“부탁 좀 할게, 소경아.”구경민은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부소경인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우리 사이에 감사는 무슨.”구경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세희 씨도 곧 출산 임박인데 네 일만 처리하려 해도 엄청 바쁘잖아.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은 마땅히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변방이랑 국가안보에 관련된 일이라 너 말고 해줄 사람도 없고.”부소경은 친구의 어깨를 다독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참, 소경아.”구경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변방 쪽에 요즘 왜 이렇게 조용해? 좀 이상하지 않아?”부소경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왜?”“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계속 소란이 있던 지역이었는데 요즘은 너무 조용해. 좀 이상하지 않아?”부소경은 잠시 생각하다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거기 어딘지 알아. 우리 부모님이 거금을 주고 반호영을 위해 구매한 섬이 동쪽에 있잖아. 가성섬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원래는 정말 가난한 시골 섬이었다고 들었어.”부소경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엄마가
“빨리 가자!”구경민이 재촉했다.한 시간 뒤, 그들을 태운 차는 병원에 도착했다.두 남자는 급히 산부인과로 뛰어갔다. 분만실 밖에 엄선희와 민정아, 구서준, 서시언이 복도에서 쪽잠을 자고 있었다.부소경과 구경민은 그들을 깨워 밥 먹으러 가라고 보냈다. 구경민을 본 네 사람은 안심하고 자리를 떠났다.분만실에는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구경민이 밖에서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의사가 다급히 안에서 나왔다.의사는 그들에게 다가와서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보호자가 누굽니까?”“제가 남편입니다.”구경민이 말했다.의사는 다급한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산모 상태가 안 좋습니다. 노산이고 첫 출산이라 골반이 좀 좁아요. 난산입니다. 밤새 산모도 많이 지친 상태고요.”구경민은 긴장한 얼굴로 의사를 쳐다보았다.의사가 한숨을 쉬며 본론을 꺼냈다.“만약에 말입니다. 만약에 꼭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산모를 살리시겠습니까? 아니면 아이를 선택하시겠습니까?”구경민이 인상을 찌푸렸다.“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그러니까 아이와 산모 중에 누굴 선택하시겠냐고요?”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의사지만 최대한 조심스럽게 물었다.“둘 다 살려야죠!”의사는 한숨을 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아이… 아이부터 살려주세요. 제 아이는 살아야 해요.”분만실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그 말을 들은 구경민은 눈시울이 확 붉어졌다.그는 만류하는 의사와 간호사를 제치고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고윤희는 거의 탈진한 상태였다.원래도 살이 없는 그녀였지만 지금은 배를 제외하고 모든 곳이 말랐다.“경민 씨… 아이부터 살려야 해.”고윤희가 힘없이 말했다.“안 돼!”구경민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애는 없어도 돼! 난 내 마누라부터 살려야겠어! 나한테는 마누라가 더 소중하니까!”현장에 있던 의료진들은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옆에 있던 간호사들은 뒤돌아서 눈물을 훔쳤다.그들은 평생 살면서 이런 남편을 만날 수 있다면 그 남자를 위해 죽어도 좋다
아이는 힘차게 울어댔다.구경민은 순간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의 아이였다.30년 넘게 살면서 처음 가지게 된 아이.드디어 무사히 태어났다!엄마인 고윤희가 사력을 다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아이였다.구경민은 아이를 확인할 여유도 없었다. 갓 태어난 아이는 의사가 안고 가서 목욕을 시키고 있었다. 아들인지 딸인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오직 고윤희만 보일 뿐이었다.그녀는 지쳐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에게 네 명의 의사가 달라붙었다.그들은 서둘러 응급조치를 준비했다.아무도 구경민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구경민은 아이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고윤희의 옆을 지켰다.“윤희야, 괜찮을 거야! 피를 많이 흘렸지만 내 피를 줄게! 다 줄 수 있어! 그러니까 살아줘! 꼭 살아줘!”고윤희는 힘없이 그의 말에 대답했다.“난 살 거야. 꼭 살아낼 거야. 아이까지 낳았으니 이제 내 가족이 생겼어. 나도 아이 엄마니까 강하게 살아남을 거야. 아이는 엄마가 돌봐야지.”“내 아이는? 아들이야? 딸이야?”힘없지만 그녀의 조급한 목소리가 분만실을 울렸다.그녀는 지쳐 잠들 때까지 아이만 찾아댔다.“윤희야….”구경민은 그녀의 머리를 끌어안고 속삭였다.“꼭 강하게 살아남아야 해.”“선생님, 우리 와이프 좀 살려주세요! 내 모든 걸 드릴 테니 제발 살려만 주세요!”구경민은 세상 다 잃은 표정으로 포효했다.의사들은 아무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은 신속하게 지혈 조치를 취하고 약물을 투여했다.모두가 고윤희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 드디어 피가 멈추었다.기적이었다.한 시간 뒤, 고윤희는 천천히 의식을 되찾았다.제대로 눈뜰 힘조차 없었지만 그녀는 살아남았다.의사들도 기적이라고 했다.하지만 세상에는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난다.고윤희는 힘없이 축 늘어진 목소리로 구경민을 찾았다.“경민 씨… 나 괜찮아. 애기 좀 봐줘. 아들인지 딸인지 궁금해. 어서 가서 애기 얼굴 보고 나한테 알려줘.”“그
힘없는 미소였다.이때, 의사가 그들에게 다가오며 말했다.“구 대표님, 사모님은 지금 기력을 다 소진한 상태라 입원치료를 하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앞으로 다른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어요.”“입원해야지! 일단 몸부터 추스르는 게 우선이죠!”“네, 대표님.”“그럼 우리 와이프는 이제 무사한 거죠?”구경민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의사가 웃으며 말했다.“기적이죠. 피를 그렇게 많이 흘렸는데 사모님의 생존 의지가 강하셔서 살아남은 겁니다. 피가 멈추지 않을 때는 정말 아찔했어요. 이제 괜찮아요. 그런데 워낙 허약한 체질이라 안정이 필요합니다.”구경민은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모든 절차가 끝나고 산모와 아이가 입원실로 내려왔을 때는 벌써 오후가 지난 시점이었다.그들이 입원실로 내려오자 분만실 밖을 지켰던 친우들이 그들을 반겨주었다.정문재와 장진혁은 내일 온다고 연락이 왔다.맨 앞에 선 신유리가 생글생글 웃으며 구경민에게 말했다.“경민 삼촌, 남동생이야, 아니면 여동생이야?”구경민이 대답을 하기 전에 뒤에 있던 민정아가 입을 열었다.“저기… 삼촌… 저랑… 서준 씨도 동생이라고 해야 하나요?”옆에 있던 구서준도 웃으며 말했다.“이제 저도 형이나 오빠가 되는 건가요? 정아 씨는 형수님이나 형님이 되겠네요?”“그게 뭐예요!”엄선희는 구서준의 어깨를 살짝 밀치며 말했다.“그 나이에 형이라니! 저는 이모가 되겟네요? 그리고 준명 씨는 삼촌이 되는 거고요!”“그럼 정아 씨나 서준 씨는 나랑 준명 씨를 부를 때 삼촌이나 숙모로 불러야 하는 거예요?”신유리도 고개를 들고 민정아, 구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러네. 그럼 유리도 서준 오빠, 정아 언니라고 불러야 해?”구서준 커플은 순식간에 할 말을 잃었다.이때 옆에 있던 서진희가 입을 열었다.“여기서 말장난 하지 말고 윤희도 애 낳느라 그 고생을 했으니 쉬어야 할 거야. 좀 조용히 하자.”말을 마친 그녀는 한가득 채워온 가방을 구경민에게 건넸다.“경민아, 이건 내가 만든 호박죽이랑 미
물론 문안을 온 사람들에게 감사하지만 고윤희가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신세희였다.많은 일을 겪으면서 신세희는 고윤희의 정신적지주가 되었다. 만약 힘든 나날에 그녀의 응원이 없었다면 아마 버티지 못했을 것 같았다.그래서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경험하고 드디어 아이를 낳았을 때 고윤희가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신세희였다.그녀는 신세희에게 엄마가 되었다고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다.그런데 다 왔는데 유독 신세희만 보이지 않았다.그리고 이때 구경민의 핸드폰이 울렸다.신세희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구경민은 바로 통화버튼을 누르고 스피커모드로 전환한 뒤, 고윤희의 침대 옆에 핸드폰을 놓아주었다.수화기 너머로 신세희의 조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경민 씨,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윤희 언니는요? 아기 나왔어요? 언니는 괜찮나요? 전화를 그렇게 했는데 왜 안 받았어요?”고윤희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세희 씨, 나예요.”“나 윤희예요.”고윤희가 말했다.신세희는 그제야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언니, 괜찮은 거죠?”고윤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좀 힘들었는데 세희 씨 어머님이 미역국을 끓여서 가져다주셨어요. 그거 먹으니까 이제 기운나요. 세희 씨, 나 아들 낳았어요.”“축하해요, 언니!”신세희는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났다.아무 연고도 없는 고윤희에게 드디어 진짜 가족이 생긴 것이다.“앞으로 나에게도 가족이 생겼어요.”아니나 다를까, 고윤희도 그녀와 같은 생각이었다.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언니. 든든한 아들이 생겼네요. 경민 씨가 또 언니 속 뒤집어지게 하면 나중에 아들이 혼내주겠네요!”고윤희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그럼요! 든든한 아군이 생긴 기분이에요! 앞으로 경민 씨가 다시 이상한 짓하면 우리 아들이 대신 혼내줄 거예요! 아들이랑 합세해서 재산 몰수하고 맨몸으로 집에서 내쫓을 거예요! 그러면 모텔 갈 돈도 없겠죠?”말을 마친 고윤희는 곁눈질로 구경민의 표정을 살폈다.그는 아들을
앞으로 그녀에게는 든든한 남편과 아들이 생겼다.신세희가 말했다.“언니가 강해진 것 같아서 정말 기뻐요.”그녀는 고윤희가 산고를 버틸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는데 아이가 무사히 나와서 정말 기뻤다.“세희 씨, 목소리가 조금 피곤해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요? 어디 아파요?”신세희한테 무슨 일 있는 게 아니라면 그녀가 출산하는데 병원에 안 왔을 리 없었다.조금 숨을 돌린 고윤희는 오히려 신세희가 더 걱정되었다.신세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침대에 피가 살짝 묻어난 것이 보였다.놀란 그녀는 부소경을 찾았지만 그는 이미 외출하고 자리에 없었다.요즘은 항상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는 부소경이었다.신세희는 핏자국을 보며 죄책감이 들었다.어젯밤에 이 몸으로 남편을 자극한 게 탈이 난 것 같았다.아무리 부소경이 조심했어도 산모인 그녀가 더 조심해야 하는 게 맞았다.‘어휴, 내가 문제지!’신세희는 두려웠지만 업무로 바쁜 부소경에게 이 일을 알리기가 두려웠다. F그룹과 서씨 그룹 업무만 해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이제 구경민이 하는 일도 도맡게 됐으니 남편이 안쓰러웠다.그래서 신세희는 스스로 주치의를 부르고 가만히 침대에서 의사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다행히 의사는 그녀를 안심시켜 주었다.“사모님, 요즘 피부가 많이 건조하신데 그런 상황에서 강한 충격이 전해지다 보니까 피부 조직에 약간의 찰과상이 생겨서 출혈이 생긴 것 같아요. 아기한테는 영향이 가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실 것 없어요. 침대에서 며칠 쉬시면 괜찮아질 겁니다.”그 말을 들은 신세희는 순식간에 얼굴이 확 붉어졌다.의사는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뭘 말하는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러니까 오래 잠자리를 가지지 않다가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일을 치르다 보니까 찰과상 때문에 출혈까지 갔다는 얘기였다.아기에게 영향이 없다고 하니 그래도 안심이 되었다.그녀는 의사의 당부대로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그래서 고윤희가
“당신 누구야? 이거 안 놔?”신유리는 경계 어린 시선으로 젊은 남자를 쏘아보았다.젊은 남자가 말했다.“아가, 그렇게 뛰다가 넘어져. 앞으로는 복도에서 그렇게 뛰지 마. 여기 시멘트 바닥이라 넘어지면 아파.”신유리는 그제야 생긋 웃으며 인사했다.“고마워, 삼촌.”“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아직 이렇게 작은데 왜 혼자 다녀?”남자가 물었다.“흥!”신유리는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다.“우리 아빠는 엄청 바쁜 사람이고 나도 이제 어른이야. 부모님 돌봄 같은 거 필요 없는 나이라고. 이제 나도 사람을 돌볼 수 있어. 지금 우리 외숙모 돌보러 가는 길이야.”말을 마친 신유리는 뒤돌아서 성유미가 있는 병실로 뛰었다.엄선우와 서시언은 뒤늦게 쫓아 나왔다.그들과 마주친 젊은 남자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했다.“보호자가 왜 그럽니까? 병원에서 애가 혼자 뛰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엄선우와 서시언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수긍했다.“네, 맞아요. 지적 감사합니다.”뛰어가던 신유리가 다시 돌아와서 그들을 대신 해명했다.“걱정하지 마, 삼촌. 여긴 익숙한 곳이라서 뛰는 거고 거리에 나가면 나도 이러지 않아. 거리에 차가 얼마나 많은데. 잘 피해서 다닐 거야. 그래도 고마워, 삼촌.”말을 마친 신유리는 또 방방 뛰며 사라졌다.아이는 오늘 기분이 아주 좋았다.좋아하는 윤희 이모가 예쁜 아들을 낳았으니 어서 이 소식을 숙모에게 전하고 싶었다.신유리는 앞에서 뛰고 엄선우와 서시언은 아이의 뒤를 따라갔다.그리고 그들이 못 보는 곳에서 누군가가 고배율 망원경으로 뛰어가는 신유리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그래. 애 주변에 엄마, 아빠가 안 보인다고?”“네, 대표님.”“망할!”수화기 너머로 묵직한 욕설이 들려왔다.“애 아빠는 뭐 하는데?”부하가 말이 없자 그는 짜증스럽게 재촉했다.“애 아빠 지금 어디서 뭐 하냐고!”부하가 말했다.“듣기로는… 요즘 엄청 바쁘게 지낸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