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그녀에게는 든든한 남편과 아들이 생겼다.신세희가 말했다.“언니가 강해진 것 같아서 정말 기뻐요.”그녀는 고윤희가 산고를 버틸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는데 아이가 무사히 나와서 정말 기뻤다.“세희 씨, 목소리가 조금 피곤해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요? 어디 아파요?”신세희한테 무슨 일 있는 게 아니라면 그녀가 출산하는데 병원에 안 왔을 리 없었다.조금 숨을 돌린 고윤희는 오히려 신세희가 더 걱정되었다.신세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침대에 피가 살짝 묻어난 것이 보였다.놀란 그녀는 부소경을 찾았지만 그는 이미 외출하고 자리에 없었다.요즘은 항상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는 부소경이었다.신세희는 핏자국을 보며 죄책감이 들었다.어젯밤에 이 몸으로 남편을 자극한 게 탈이 난 것 같았다.아무리 부소경이 조심했어도 산모인 그녀가 더 조심해야 하는 게 맞았다.‘어휴, 내가 문제지!’신세희는 두려웠지만 업무로 바쁜 부소경에게 이 일을 알리기가 두려웠다. F그룹과 서씨 그룹 업무만 해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이제 구경민이 하는 일도 도맡게 됐으니 남편이 안쓰러웠다.그래서 신세희는 스스로 주치의를 부르고 가만히 침대에서 의사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다행히 의사는 그녀를 안심시켜 주었다.“사모님, 요즘 피부가 많이 건조하신데 그런 상황에서 강한 충격이 전해지다 보니까 피부 조직에 약간의 찰과상이 생겨서 출혈이 생긴 것 같아요. 아기한테는 영향이 가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실 것 없어요. 침대에서 며칠 쉬시면 괜찮아질 겁니다.”그 말을 들은 신세희는 순식간에 얼굴이 확 붉어졌다.의사는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뭘 말하는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러니까 오래 잠자리를 가지지 않다가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일을 치르다 보니까 찰과상 때문에 출혈까지 갔다는 얘기였다.아기에게 영향이 없다고 하니 그래도 안심이 되었다.그녀는 의사의 당부대로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그래서 고윤희가
“당신 누구야? 이거 안 놔?”신유리는 경계 어린 시선으로 젊은 남자를 쏘아보았다.젊은 남자가 말했다.“아가, 그렇게 뛰다가 넘어져. 앞으로는 복도에서 그렇게 뛰지 마. 여기 시멘트 바닥이라 넘어지면 아파.”신유리는 그제야 생긋 웃으며 인사했다.“고마워, 삼촌.”“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아직 이렇게 작은데 왜 혼자 다녀?”남자가 물었다.“흥!”신유리는 아주 자랑스럽게 말했다.“우리 아빠는 엄청 바쁜 사람이고 나도 이제 어른이야. 부모님 돌봄 같은 거 필요 없는 나이라고. 이제 나도 사람을 돌볼 수 있어. 지금 우리 외숙모 돌보러 가는 길이야.”말을 마친 신유리는 뒤돌아서 성유미가 있는 병실로 뛰었다.엄선우와 서시언은 뒤늦게 쫓아 나왔다.그들과 마주친 젊은 남자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했다.“보호자가 왜 그럽니까? 병원에서 애가 혼자 뛰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엄선우와 서시언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수긍했다.“네, 맞아요. 지적 감사합니다.”뛰어가던 신유리가 다시 돌아와서 그들을 대신 해명했다.“걱정하지 마, 삼촌. 여긴 익숙한 곳이라서 뛰는 거고 거리에 나가면 나도 이러지 않아. 거리에 차가 얼마나 많은데. 잘 피해서 다닐 거야. 그래도 고마워, 삼촌.”말을 마친 신유리는 또 방방 뛰며 사라졌다.아이는 오늘 기분이 아주 좋았다.좋아하는 윤희 이모가 예쁜 아들을 낳았으니 어서 이 소식을 숙모에게 전하고 싶었다.신유리는 앞에서 뛰고 엄선우와 서시언은 아이의 뒤를 따라갔다.그리고 그들이 못 보는 곳에서 누군가가 고배율 망원경으로 뛰어가는 신유리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그래. 애 주변에 엄마, 아빠가 안 보인다고?”“네, 대표님.”“망할!”수화기 너머로 묵직한 욕설이 들려왔다.“애 아빠는 뭐 하는데?”부하가 말이 없자 그는 짜증스럽게 재촉했다.“애 아빠 지금 어디서 뭐 하냐고!”부하가 말했다.“듣기로는… 요즘 엄청 바쁘게 지낸
성유미는 신유리의 코끝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당연하지. 남동생이 앞으로 자라면 유리를 지켜줄 수도 있잖아!”“맞아! 그럼 엄마랑 숙모가 남동생을 한 명씩 낳으면 유리한테는 경호원이 세 명이나 생기는 거야? 그럼 앞으로도 유리가 여왕이야.”성유미도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리 유리는 착하면서도 강하고 엄마 말도 잘 듣는 착한 여왕이야.”칭찬을 들은 신유리는 좋아서 활짝 웃었다.괜한 칭찬이 아니라 신유리는 확실히 착하고 독립심이 강하며 배려심도 많은 아이였다.엄마가 몸이 불편하다는 걸 아이도 알고 있었고 아빠가 회사 일 때문에 항상 바쁘다는 것도 이해했다.아이는 자신도 부지런하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유치원 끝나면 돌아가서 엄마 얼굴도 봐야 하고 병원에 와서 윤희 이모와 숙모랑 놀아드리고 싶었다.게다가 금방 태어난 남동생도 있었다.그리고 엄선우랑 삼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아이는 생각했다.“삼촌, 앞으로 유리랑 같이 병원에 오자.”신유리는 서시언의 손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시언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부소경이었다.“여보세요, 형.”“시언아, 경민이는 어차피 병원에 있느라 바쁠 거고 문재랑 지혁이도 아마 일 때문에 늦어질 거야. 그러니 부탁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 F그룹에서 조금 전에 동남아에서 큰 프로젝트를 하나 따냈는데 난 서씨 그룹이랑 협조해서 같이 진행할 생각이야.”서시언은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그게 정말이에요, 형?”부소경은 회사에 괜찮은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서시언에게 외주를 주었다.서시언도 그걸 알기에 속으로 부소경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부소경은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그래서 요즘 진짜 바빠질 텐데… 제수씨가 만약….”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결혼한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40세의 아내가 임신해서 입원 중인데 차마 말이 입밖으로 떨어지지 않았다.그는 결과가 어떻든 서시언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때, 병상에 누워 있던 성유미가 서시언을 다그쳤다.“여보, 가서
아까 복도에서 신유리와 부딪쳤던 남자였다. 남자는 신유리의 말에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들어 엄선우를 빤히 보았다.엄선우는 평소에 신유리와 애처럼 장난을 치고 하지만 사실 경계심을 바짝 세우고 있었다.그는 말없이 눈앞의 남자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그 남자도 더 뭐라고 하지 않고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신유리는 엄선우의 손을 잡고 도시락을 사러 갔다.그들은 성유미가 저녁을 다 먹는 것을 확인한 뒤에 고윤희의 병실에 들렀다. 아기가 자고 있었기에 병실은 아주 조용했다.구경민을 제외한 남은 사람들은 조용히 병실을 빠져나왔다.구서준은 민정아와 함께 돌아가고 서준명도 엄선희와 서진희와 함께 돌아갔다.엄선우는 신유리를 집까지 데려다 주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부소경을 픽업하러 가야 했다.다른 운전기사에게 픽업을 맡기는 게 불안하다는 이유였다.요즘 부소경이 바빠지면서 비서인 엄선우의 업무도 바빠졌다.신유리를 집에 들여보낸 뒤, 엄선우는 다시 현관을 나섰다.“선우 삼촌!”문을 나서자마자 신유리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엄선우는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바라보며 물었다.“유리 왜 그래?”“내일은 좀 일찍 데리러 와. 이제 유리는 세 명이나 돌봐야 하잖아. 우리 엄마도 있고 숙모도 있고 윤희 이모도 있으니까.”신유리는 아주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알았어, 걱정하지 마.”엄선우는 웃으며 아이와 작별인사를 했다.“그럼 유리야, 갈게.”“잘가, 선우 삼촌.”안으로 들어온 신유리는 곧장 엄마가 있는 안방으로 달렸다.저녁 식사를 마친 신세희는 잠시라도 침대를 내려 걸어볼 생각이었다.조금 전까지 태동을 체크해 보았는데 별 문제는 없었다.하지만 어제 자신의 충동 때문에 남편도 괴롭게 하고 문제까지 생겼다고 생각하니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누운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신유리가 안으로 들어왔다.아이는 까치발을 들고 다가와서 엄마의 이마를 만지작거렸다.그러더니 마치 의사처럼 고개를 끄
신세희는 부소경의 팔을 베고 누우며 말했다.“그래요. 우리 유리가 엄마 걱정을 많이 해주기는 해요. 곡현에 있을 때도 애들이랑 싸우고 이유를 들어보면 내 흉보는 애들을 혼내주느라고 많이 싸웠더라고요. 나 바쁘고 그럴 때는 유치원에서 알아서 집으로 오기도 했어요.”“어린애가 고생을 너무 많이 했어.”부소경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당신 출산하고 우리 네 가족이 해외로 여행이나 다녀오자. 그리고 둘째가 좀 크고 당신 몸도 잘 회복되고 결혼식도 올리고.”신세희는 입을 삐죽이며 반박했다.“꼭 몸매가 회복되어야 결혼식 올린다는 말이에요? 산후조리하고 바로 결혼식부터 올리는 게 아니라?”부소경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사실 그는 그녀가 살이 얼마나 쪘든 손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하지만….“그렇지만 웨딩드레스를 입어야 하잖아. 평소에 입던 드레스도 다 몸에 안 맞을 텐데 확실해?”신세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왜 이걸 잊고 있었을까!당연히 웨딩드레스는 필수였다.게다가 일반 웨딩드레스도 아니고 가장 예쁜 드레스를 입고 싶었다.그러려면 출산하고 몸매부터 회복하는 게 중요했다.“알았어요.”신세희는 어쩔 수 없이 기죽은 얼굴로 대답했다.“그럼 1년 가까이 더 기다려야겠네요. 애 모유수유도 해야 하니까요.”“당신 생각대로 하자! 자, 이제 자야지?”남자는 아내의 이불을 여며주며 말했다.낮에는 시간이 없어서 밤에는 그녀를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사실 그녀는 전혀 살이 찐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배를 제외하고 더 마른 것 같았다.임신한 탓인지 얼굴에 작은 주근깨가 몇 개 보였지만 그것마저 사랑스러웠다.남자는 부드럽게 아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당신은 정말 예뻐. 어떤 모습이든 예뻐. 임신해서 주근깨도 나고 잠 잘 때 침을 흘려도 여전히 예뻐. 그러니까 그 자식이 자꾸 나한테 이상한 얘기를 하지.”그 자식은 반호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한달 내내 연락이 없던 반호영에게서 오늘 연락이 왔다.그는 사람을 시켜 전화번호를 역추적했으나
부소경은 반호영을 정말 많이 참아주고 있었다.하지만 이건 참을 수 없었다. 부소경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반호영, 네가 있는 곳… 가성섬의 절반 정도 되는 그 섬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 안에 점령할 수 있어. 아니다 30분이면 되려나?”반호영도 지지 않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30분이면 충분할 거야. 날 죽이는데는 15분도 걸리지 않을 거고.”“아니면 날 죽이려고 왔는데 섬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미 숨졌을 수도 있지. 다른 형제들에게도 이렇게 했잖아? 너 같은 사람은 정이라는 걸 몰라. 넌 그냥 살인마야! 너한테 인간성이란 건 존재하지도 않아! 네가 사람이야?”부소경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히려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알면 됐어.”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는 회사 내선 전화를 통해 부하들을 소집했다.5분 뒤에 그의 부하들이 사무실에 도착했다.“지금 당장 그 섬을 밀어버려!”부소경은 담담하면서도 냉정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한 부하가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했다.“대표님, 한 달 전에는 거기에 물자를 보내려고 하셨지 않았나요?”“생각이 바뀌었어! 오늘 당장 움직여! 시간이 지나면 변수가 생길지도 몰라.”“네? 변수요?”부하들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변수를 말하는 걸까?“내가 마음이 바뀔까 봐 그래.”부소경이 말했다.부하들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부소경은 음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어차피 태어나서부터 버려질 운명이었다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게 맞지. 섬 점령할 때 그래도 시체는 챙겨서 돌아와. 어머니 옆에 묻어줄 테니까.”말을 마친 부소경은 또 중얼거렸다.“엄마가 나만 사랑했다고? 그런 질문은 나중에 엄마 옆에나 가서 해. 이게 옳은 선택일지도 몰라.”말을 마친 부소경은 부하들을 재촉했다.“지금 당장 출발해!”부하들은 그의 결정을 존중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그리고 부하들이 사무실을 나서려던 순간, 부소경은 책상 위에 놓인
구경민 혼자 병실 밖을 지키고 있었다.부소경은 그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자정이 거의 되어가는 시점이었다.안방으로 들어가 보니 딸과 아내가 한 침대에서 잠자고 있었다.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부소경은 갑자기 반호영이 오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안 돼! 절대 빼앗길 수 없어!아무리 친형제라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다.어차피 친족을 죽이는 일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니었다.남자는 딸을 방으로 데려간 뒤, 돌아와서 여자의 옆에 조심스럽게 누웠다. 그는 한쪽 팔을 여자의 부풀어오른 배에 두르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잠에 들었다.다음 날.부소경은 또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신세희는 오늘 안색이 확연히 좋아졌다. 잠을 잘 자서 그런지 피곤함이 싹 가셨다. 그녀는 고윤희와 성유미를 보러 병원에 가기로 했다.그런데 출발도 하기 전에 의사가 집으로 방문했다.“사모님, 건강상 별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멀리 나가는 건 위험해요. 집에서 며칠 더 쉬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의사의 말에 신세희는 금세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엄마, 엄마는 집에서 쉬고 있어. 내가 엄마를 대신해서 윤희 이모랑 숙모 보러 갈게.”밥을 먹던 신유리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넌 먼저 유치원에 가야지.”신세희가 말했다.“알아.”아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유치원 끝나면 갈 거야. 어제 유리가 숙모 저녁 식사까지 챙겨줬어. 유리가 나가서 직접 도시락을 샀어. 잘했지?”“엄마, 오후에 나 병원 가면 윤희 이모 아들 사진 찍어서 엄마한테 보내줄게.”신유리는 엄마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신세희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기다리고 있을게.”이날 오후 여섯 시, 신세희의 핸드폰이 울렸다. 고윤희에게서 걸려온 영상통화였다.신세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언니, 좀 괜찮아요? 상황이 어떤지 몰라서 전화도 못 했네요. 지금은 좀 어때요? 아기는 잘 있죠? 유리가 사진 보내준다고 했
그 남자와의 만남은 벌써 이번이 세 번째였다.다행히 이번에는 아이와 부딪히지 않고 손에 도시락을 든 채, 어딘가로 급히 향하고 있었다.남자는 복도 모퉁이에 도착했을 때, 살짝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아이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뒤, 급히 자리를 떴다.신유리도 남자를 향해 방긋 웃었다.“유리야, 왜 그래?”옆에 있던 엄선우가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남동생이 너무 귀여워. 손도 작은데 솜털이 보송보송해. 팔다리도 짧고.”신유리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엄선우도 따라서 웃었다.그 역시 신생아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나는 건 처음인데 정말이지 너무 귀여워서 빨리 결혼이라도 하고 싶었다.그는 먼저 솔로 탈출한 서시언이 부러워질 정도였다.안 돼!대표님이 조금 덜 바쁠 때 여자 소개나 부탁해 볼까?10년이나 같이 일했는데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엄선우는 21세에 부소경의 옆에서 경호와 운전, 그리고 잡무까지 처리하며 비서로 승진했다.그렇게 바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여차친구 한번 사귀어 본 적 없는 모태솔로였다.엄선우는 이런 생각을 하며 신유리와 함께 성유미의 병실로 갔다.최근 그들은 매일 병원을 방문했기에 여기 장기로 입원해 있는 환자들과 벌써 친해졌다.그들이 지나갈 때면 복도를 지나가던 환자들이 웃으며 인사해 주었다.생기발랄한 여자애가 복도를 제집처럼 뛰어다니니 산부인과에 색다른 활력소가 되었다.그리고 구석진 곳에서 한 남자가 고배율 망원경을 내려놓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신유리와 연관된 내용이었다.“벌써 3일째야. 유리는 지금도 그 비서랑만 같이 있어?”“네, 대표님.”“괜찮은 기회인데 뭘 망설이는 거야?”명령 섞인 어조였다.“그게… 그 엄 비서라는 사람이 계속 신유리 옆을 지키고 있어요. 접근할 기회가 마땅치 않아요. 실력을 조금 가늠해 봤는데 아주 날쌔고 근력도 상당해 보였어요. 아마 정면으로 붙으면 제가 질 거예요.”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