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은 반호영을 정말 많이 참아주고 있었다.하지만 이건 참을 수 없었다. 부소경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반호영, 네가 있는 곳… 가성섬의 절반 정도 되는 그 섬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 안에 점령할 수 있어. 아니다 30분이면 되려나?”반호영도 지지 않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30분이면 충분할 거야. 날 죽이는데는 15분도 걸리지 않을 거고.”“아니면 날 죽이려고 왔는데 섬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미 숨졌을 수도 있지. 다른 형제들에게도 이렇게 했잖아? 너 같은 사람은 정이라는 걸 몰라. 넌 그냥 살인마야! 너한테 인간성이란 건 존재하지도 않아! 네가 사람이야?”부소경은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히려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알면 됐어.”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는 회사 내선 전화를 통해 부하들을 소집했다.5분 뒤에 그의 부하들이 사무실에 도착했다.“지금 당장 그 섬을 밀어버려!”부소경은 담담하면서도 냉정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한 부하가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했다.“대표님, 한 달 전에는 거기에 물자를 보내려고 하셨지 않았나요?”“생각이 바뀌었어! 오늘 당장 움직여! 시간이 지나면 변수가 생길지도 몰라.”“네? 변수요?”부하들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변수를 말하는 걸까?“내가 마음이 바뀔까 봐 그래.”부소경이 말했다.부하들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부소경은 음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어차피 태어나서부터 버려질 운명이었다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게 맞지. 섬 점령할 때 그래도 시체는 챙겨서 돌아와. 어머니 옆에 묻어줄 테니까.”말을 마친 부소경은 또 중얼거렸다.“엄마가 나만 사랑했다고? 그런 질문은 나중에 엄마 옆에나 가서 해. 이게 옳은 선택일지도 몰라.”말을 마친 부소경은 부하들을 재촉했다.“지금 당장 출발해!”부하들은 그의 결정을 존중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그리고 부하들이 사무실을 나서려던 순간, 부소경은 책상 위에 놓인
구경민 혼자 병실 밖을 지키고 있었다.부소경은 그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자정이 거의 되어가는 시점이었다.안방으로 들어가 보니 딸과 아내가 한 침대에서 잠자고 있었다.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부소경은 갑자기 반호영이 오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안 돼! 절대 빼앗길 수 없어!아무리 친형제라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다.어차피 친족을 죽이는 일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니었다.남자는 딸을 방으로 데려간 뒤, 돌아와서 여자의 옆에 조심스럽게 누웠다. 그는 한쪽 팔을 여자의 부풀어오른 배에 두르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잠에 들었다.다음 날.부소경은 또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신세희는 오늘 안색이 확연히 좋아졌다. 잠을 잘 자서 그런지 피곤함이 싹 가셨다. 그녀는 고윤희와 성유미를 보러 병원에 가기로 했다.그런데 출발도 하기 전에 의사가 집으로 방문했다.“사모님, 건강상 별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멀리 나가는 건 위험해요. 집에서 며칠 더 쉬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의사의 말에 신세희는 금세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엄마, 엄마는 집에서 쉬고 있어. 내가 엄마를 대신해서 윤희 이모랑 숙모 보러 갈게.”밥을 먹던 신유리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넌 먼저 유치원에 가야지.”신세희가 말했다.“알아.”아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유치원 끝나면 갈 거야. 어제 유리가 숙모 저녁 식사까지 챙겨줬어. 유리가 나가서 직접 도시락을 샀어. 잘했지?”“엄마, 오후에 나 병원 가면 윤희 이모 아들 사진 찍어서 엄마한테 보내줄게.”신유리는 엄마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신세희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기다리고 있을게.”이날 오후 여섯 시, 신세희의 핸드폰이 울렸다. 고윤희에게서 걸려온 영상통화였다.신세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언니, 좀 괜찮아요? 상황이 어떤지 몰라서 전화도 못 했네요. 지금은 좀 어때요? 아기는 잘 있죠? 유리가 사진 보내준다고 했
그 남자와의 만남은 벌써 이번이 세 번째였다.다행히 이번에는 아이와 부딪히지 않고 손에 도시락을 든 채, 어딘가로 급히 향하고 있었다.남자는 복도 모퉁이에 도착했을 때, 살짝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아이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뒤, 급히 자리를 떴다.신유리도 남자를 향해 방긋 웃었다.“유리야, 왜 그래?”옆에 있던 엄선우가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남동생이 너무 귀여워. 손도 작은데 솜털이 보송보송해. 팔다리도 짧고.”신유리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엄선우도 따라서 웃었다.그 역시 신생아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나는 건 처음인데 정말이지 너무 귀여워서 빨리 결혼이라도 하고 싶었다.그는 먼저 솔로 탈출한 서시언이 부러워질 정도였다.안 돼!대표님이 조금 덜 바쁠 때 여자 소개나 부탁해 볼까?10년이나 같이 일했는데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엄선우는 21세에 부소경의 옆에서 경호와 운전, 그리고 잡무까지 처리하며 비서로 승진했다.그렇게 바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여차친구 한번 사귀어 본 적 없는 모태솔로였다.엄선우는 이런 생각을 하며 신유리와 함께 성유미의 병실로 갔다.최근 그들은 매일 병원을 방문했기에 여기 장기로 입원해 있는 환자들과 벌써 친해졌다.그들이 지나갈 때면 복도를 지나가던 환자들이 웃으며 인사해 주었다.생기발랄한 여자애가 복도를 제집처럼 뛰어다니니 산부인과에 색다른 활력소가 되었다.그리고 구석진 곳에서 한 남자가 고배율 망원경을 내려놓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신유리와 연관된 내용이었다.“벌써 3일째야. 유리는 지금도 그 비서랑만 같이 있어?”“네, 대표님.”“괜찮은 기회인데 뭘 망설이는 거야?”명령 섞인 어조였다.“그게… 그 엄 비서라는 사람이 계속 신유리 옆을 지키고 있어요. 접근할 기회가 마땅치 않아요. 실력을 조금 가늠해 봤는데 아주 날쌔고 근력도 상당해 보였어요. 아마 정면으로 붙으면 제가 질 거예요.”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눈앞에 환각이 보이기 시작했다.“유리야, 이리 와. 내가 안아줄게. 나도 너한테 장난감 많이 사줄 수 있어.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장난감 다 사줄 수 있어. 그러니까 아빠라고 불러주면 안 되겠니?”물론 한창 성유미의 병실에서 놀고 있는 신유리의 귓가에 그런 절규가 들릴 리 만무했다.아이는 뭔가 섬뜩한 기운이 느껴져서 어깨를 움찔했다.“유리 왜 그래?”성유미가 물었다.“괜찮아. 날씨가 조금 쌀쌀한가 봐. 유리 추워.”신유리가 웃으며 말했다.“옷 많이 껴입고 다녀. 감기 걸리지 말고. 아픈 주사는 너도 싫잖아.”성유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 숙모. 유리는 말 잘 듣는 아이니까 다음에는 꼭 옷 많이 입고 올게.”신유리는 이상하게도 성유미를 처음 봤을 때부터 잘 따랐다.아이는 성유미를 처음 봤을 때 숙모로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억지를 부렸다.그때의 신유리는 성유미를 제외하고 어떤 누구를 데려와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다.성유미도 아이가 무척 귀여웠다.요즘 신유리와 가깝게 지내면서 죽은 딸에 대한 그리움도 서서히 잊혀지고 있었다.최가희랑은 오래 시간을 보낸 적도 없고 최가희가 워낙 그녀를 밀어내고 증오했으니 정이 쌓일 기회가 별로 없었다.어차피 최가희는 살았어도 최홍민 편에 섰을 것이다.그녀는 처음부터 성유미를 엄마라고 인정한 적 없었다.성유미는 힘들지만 이제 내려놓기로 했다. 죽은 사람을 붙잡고 계속 슬퍼하는 것보다 사랑스러운 아이가 재롱 부리는 모습을 보는 게 더 즐거웠다.사람은 즐거워야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법이다.건강해야 아이를 지킬 수 있다.오늘 오전 다녀가신 이모도 그렇게 말했다.이모는 성유미에게 이렇게 말했다.“유미야, 나중에 애 낳으면 나도 할 일이 생길 것 같아. 네 애는 이모가 봐줄게. 넌 나가서 하고 싶은 일 찾아서 해. 어쨌든 여자도 직장이 있어야 해.”성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이모. 그렇게 할게요.”40살 이전의 성유미의 인
남자는 음울한 미소를 지으며 술을 입안에 털어넣었다.“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같이 놀아도 주고 목마도 태워주고… 그 망할 자식보다 내가 널 더 예뻐했는데….”“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돈? 명예?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나한테는 가족이 필요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지?”“유리야, 넌 날 좋아하지? 내가 잘해줄게! 네 엄마한테도 잘할 거야! 네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고 강하고 착한 여자니까!”“그런 망할 놈은 네 엄마를 가질 자격이 없어! 없다고!”“네 엄마는 어디 있는 거야? 절친이 출산했는데 왜 병원에 나타나지 않는 거지? 유리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 놈이 네 엄마를 괴롭혔어? 아니지, 대놓고 괴롭힐 놈은 아니야. 그냥 냉대하고 무시했겠지.”“그 놈은 요즘 자기 제국, 자기 친구들 사업을 지킨다고 바빠서 너랑 네 엄마도 안 챙기잖아!”“네 엄마는 정말 괜찮니?”구석진 곳에서 이 남자가 하는 넋두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는 마치 알코올중독자처럼 미친듯이 술을 퍼마시고 바닥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다음 날 그가 깼을 때도 신세희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남자는 조바심이 났다.그렇게 또 3일이 지났다.그는 드디어 영상으로 신세희의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신세희는 고윤희가 출산한지 5일만에 병원에 방문했다.그녀는 집에서 5일간 휴식을 취하고 의사가 괜찮다고 이제는 외출해도 된다고 했을 때 드디어 밖으로 나온 것이다.부소경은 요즘 바쁘게 지내고 있었지만 어차피 엄선우가 따라다니면서 힘들 때면 부축해 줄 수도 있으니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신세희는 생각했다.그녀는 아침 일찍 미리 골라 놓은 임산부복을 입었다. 배를 살짝 가리면서도 세련됨을 잃지 않은 원피스에 연한 화장을 했다. 컨실러를 안 써서 얼굴에 난 주근깨까지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안색은 많이 좋아졌다.신세희는 C브랜드 한정판 단화를 신고 만족스럽게 밖으로 나가 엄선우가 운전하는 차에 탔다.옆에는 잔뜩 신이 난 신유리도 타고 있었다.오늘은 유치원 수업이 없
아이도 엄마처럼 빨리 동생이 태어나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러면 멀지 않은 미래에 신유리에게는 또 동생이 생기게 된다.사실 신유리는 여동생을 좀 더 바라고 있었다.여동생은 엄마나 자신처럼 예쁠 테니까.하지만 아빠를 닮은 남동생도 괜찮을 것 같았다.물론 쌍둥이면 더 좋았다.“엄마, 다음에 아기 가질 때 한 번에 두 명을 가질 수는 없어? 유리는 쌍둥이 동생들을 가지고 싶어.”신유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엄마에게 말했다.앞에 있던 엄선우가 말했다.“유리 넌 발상이 참 독특해.”신세희가 아이에게 물었다.“왜 쌍둥이었으면 좋겠어?”신유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남동생도 가지고 싶고 여동생도 가지고 싶으니까. 선택할 수 없는 걸 어떡해?”“어차피 엄마도 낳는 김에 남동생이랑 여동생 동시에 낳으면 편하잖아?”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래도 아이가 동생을 사랑하는 건 변함이 없었다.다른 아이들처럼 부모님 사랑을 빼앗길까 봐 걱정하지도 않았다.신유리는 동생이 많을수록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신세희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차는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다.신세희는 아이를 안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풍경들이 재빨리 스치고 지나가면서 과거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7년 전, 임신 사실을 금방 알게 된 신세희에게는 낙태할 돈도 없었다.게다가 가족도 없었기에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그래서 그녀는 아이를 낳기로 했다.신유리라는 존재가 태어나면서 그녀에게는 점차 가족이 생기고 믿을만한 친구도 주변에 생겼다.신유리는 신세희에게 있어서 그만큼 특별한 존재였다.아무리 나중에 또 아이를 낳게 되더라도 신유리만큼 특별할 수는 없었다.그녀는 아이를 품에 더 꼭 껴안았다.아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엄마의 품에 머리를 기댔다.병원에 도착해서 엄선우가 주차하는 사이, 신유리가 토끼처럼 차에서 먼저 뛰어내렸다.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잔뜩 신이 나서 이곳저곳을 소개했다.“엄마는 윤희 이모 병실이 오늘 처음이지? 숙모 병실에만 그때 왔다갔잖아.”
이게 얼마만이지?정말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임신한 여자는 안색이 많이 초췌하고 움직임이 느릴 줄 알았는데 오늘 확인한 신세희의 모습은 그의 상상과 완전히 달랐다.옅은 핑크색 캐주얼 원피스에 하얀색 가디건을 입은 그녀는 그냥 보기에도 아주 생기 있어 보였다.그리고 질감이 아주 좋아 보이는 단화도 신었다.이렇게 입으니 전혀 배가 부각되지도 않고 오히려 우아함과 여성스러움이 돋보였다.그녀는 걸음걸이도 아주 침착하고 평온했다.화면에 그녀의 얼굴도 잡혔다.안색이 약간 창백했는데 그래도 화장으로 잘 커버했고 조금씩 보이는 주근깨는 오히려 더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임신해서 배까지 나왔는데도 미치게 예뻤다.신유리도 오늘따라 더 사랑스럽게 보였다. 엄마와 같은 계열의 핑크색 공주 원피스에 그레이톤의 가디건으로 마무리하고 같은 색상의 구두를 신었다. 그리고 핑크색 꽃무늬 머리띠로 포인트를 주었다.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신나게 뛰고 있었다.조금 삭막해 보일 수 있는 병원 복도에 모녀가 나타나자 주변환경이 환해지는 느낌도 들었다.남자는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시선이 두 모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너무 그리웠던 두 사람이었다.두 사람은 늘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생기 있고 발랄해 보였다.반호영은 평생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남자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신세희, 안 힘들어? 배가 불러서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또 혼자네? 너도 힘든데 넌 아이까지 케어해야 하는구나!”“왜지? 왜 매번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그 인간은 자리를 비우는 거야? 네가 유리를 임신했을 때도 그랬고 유리 낳을 때도 그랬고 너랑 유리가 가성섬에 잡혔을 때도 그랬어. 그런데 임신 7개월이나 된 너를 그냥 밖에 내보낸다고?”“그런데도 그 사람을 사랑해? 그럴 가치가 있는 인간이야?”남자는 이 순간 깊은 분노를 느꼈다.그리고 이때, 신세희의 핸드폰이 울렸다.남자는 영상을 통해 그
“당장 움직여!”“네!”전화를 끊은 반호영은 신세희가 또 어딘가에 전화를 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남자는 곧장 부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다른 지시사항이 또 있으십니까?”“당장 도청기를 이쪽으로 연결해!”“대표님, 그러면 잘 들리지 않을 텐데요.”“당장 연결하라고!”“네!”잠시 후, 반호영은 그녀가 통화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부소경과 통화 중이었다.“소경 씨, 깜빡하고 얘기 안 한 게 있어요.”부소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뭔데? 임산부가 기억력이 왜 이렇게 좋아? 무슨 일인데?”신세희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의사한테 들었는데 당신도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서요. 나 때문에… 매번 내가 당신을 자꾸 자극해서 힘들었다면서요? 난 당신이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줄은 몰랐어요.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져서 염증까지 생겼다면서요?”“그래서 가방 안에 소염제 챙겨 넣었으니까 잊지 말고 먹어요. 그리고 물 자주 마셔요. 그래야 염증이 빨리 가라앉는대요.”부소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응대했다.“어쩐지 요즘 얌전해졌다 했어. 내가 스트레스 받을까 봐 일부러 자제한 거야?”“꼭 그런 건 아니고… 미안해서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게요.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그때 못한 거 보상해 줄게요!”부소경은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그래야지!”“점심에는 유리랑 밖에서 먹을 거예요. 당신도 맛있는 거 먹어요.”“그래.”부소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당부했다.“다닐 때 조심하고 난 지금 서시언이랑 이번 프로젝트 예산을 검토 중이야. 점심에는 시언이랑 같이 밥 먹기로 했어.”그 말을 들은 신세희는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오빠를 위해 당신이 수고가 많아요. 이게 다 날 위해서 그런 거라는 거 알아요. 내가 없었으면 당신은 남을 도와줄 사람이 아니잖아요.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요.”부소경은 웃으며 말했다.“시언이는 내 동생이기도 하지만 당신한테도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니 내가 챙기는 건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