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만이지?정말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임신한 여자는 안색이 많이 초췌하고 움직임이 느릴 줄 알았는데 오늘 확인한 신세희의 모습은 그의 상상과 완전히 달랐다.옅은 핑크색 캐주얼 원피스에 하얀색 가디건을 입은 그녀는 그냥 보기에도 아주 생기 있어 보였다.그리고 질감이 아주 좋아 보이는 단화도 신었다.이렇게 입으니 전혀 배가 부각되지도 않고 오히려 우아함과 여성스러움이 돋보였다.그녀는 걸음걸이도 아주 침착하고 평온했다.화면에 그녀의 얼굴도 잡혔다.안색이 약간 창백했는데 그래도 화장으로 잘 커버했고 조금씩 보이는 주근깨는 오히려 더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임신해서 배까지 나왔는데도 미치게 예뻤다.신유리도 오늘따라 더 사랑스럽게 보였다. 엄마와 같은 계열의 핑크색 공주 원피스에 그레이톤의 가디건으로 마무리하고 같은 색상의 구두를 신었다. 그리고 핑크색 꽃무늬 머리띠로 포인트를 주었다.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신나게 뛰고 있었다.조금 삭막해 보일 수 있는 병원 복도에 모녀가 나타나자 주변환경이 환해지는 느낌도 들었다.남자는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시선이 두 모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너무 그리웠던 두 사람이었다.두 사람은 늘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생기 있고 발랄해 보였다.반호영은 평생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남자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신세희, 안 힘들어? 배가 불러서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또 혼자네? 너도 힘든데 넌 아이까지 케어해야 하는구나!”“왜지? 왜 매번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그 인간은 자리를 비우는 거야? 네가 유리를 임신했을 때도 그랬고 유리 낳을 때도 그랬고 너랑 유리가 가성섬에 잡혔을 때도 그랬어. 그런데 임신 7개월이나 된 너를 그냥 밖에 내보낸다고?”“그런데도 그 사람을 사랑해? 그럴 가치가 있는 인간이야?”남자는 이 순간 깊은 분노를 느꼈다.그리고 이때, 신세희의 핸드폰이 울렸다.남자는 영상을 통해 그
“당장 움직여!”“네!”전화를 끊은 반호영은 신세희가 또 어딘가에 전화를 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남자는 곧장 부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다른 지시사항이 또 있으십니까?”“당장 도청기를 이쪽으로 연결해!”“대표님, 그러면 잘 들리지 않을 텐데요.”“당장 연결하라고!”“네!”잠시 후, 반호영은 그녀가 통화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부소경과 통화 중이었다.“소경 씨, 깜빡하고 얘기 안 한 게 있어요.”부소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뭔데? 임산부가 기억력이 왜 이렇게 좋아? 무슨 일인데?”신세희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의사한테 들었는데 당신도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서요. 나 때문에… 매번 내가 당신을 자꾸 자극해서 힘들었다면서요? 난 당신이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줄은 몰랐어요.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져서 염증까지 생겼다면서요?”“그래서 가방 안에 소염제 챙겨 넣었으니까 잊지 말고 먹어요. 그리고 물 자주 마셔요. 그래야 염증이 빨리 가라앉는대요.”부소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응대했다.“어쩐지 요즘 얌전해졌다 했어. 내가 스트레스 받을까 봐 일부러 자제한 거야?”“꼭 그런 건 아니고… 미안해서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게요.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그때 못한 거 보상해 줄게요!”부소경은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그래야지!”“점심에는 유리랑 밖에서 먹을 거예요. 당신도 맛있는 거 먹어요.”“그래.”부소경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당부했다.“다닐 때 조심하고 난 지금 서시언이랑 이번 프로젝트 예산을 검토 중이야. 점심에는 시언이랑 같이 밥 먹기로 했어.”그 말을 들은 신세희는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오빠를 위해 당신이 수고가 많아요. 이게 다 날 위해서 그런 거라는 거 알아요. 내가 없었으면 당신은 남을 도와줄 사람이 아니잖아요.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요.”부소경은 웃으며 말했다.“시언이는 내 동생이기도 하지만 당신한테도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니 내가 챙기는 건 당
반호영은 고개를 들고 여자를 빤히 보다가 소리쳤다.“꺼져! 이 악귀 같은 년아! 안 꺼지면 당장 미라로 만들어 버릴 거야!”남자는 냉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겁나서 가만히 있는 것 같아?”“임신한 널 때려서 낙태시키고 사람 시켜서 자궁까지 드러내고 널 감금했으면 죽일 수도 있는 거야. 알아?”“난 너 같은 여자가 정말 싫어! 역겨워! 난 혐오스러운 여자면 여자라고 봐주지 않아!”여자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맞아! 넌 그런 사람이지! 하지만 반호영, 내 목숨도 그만큼 질긴 거 알아?”“너한테 그렇게 당하고도 난 너한테서 성공적으로 도망쳤잖아? 난 지옥에서도 살아서 도망칠 수 있어! 어차피 이제 인간처럼 보이지도 않을 텐데 내가 두려울 게 뭐가 있어?”반호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미워?”“그럼 안 밉겠어?”최여진의 반문에 반호영은 차갑게 대꾸했다.“최여진, 넌 날 미워할 자격도 없어! 난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는 않으니까! 너랑 나는 본디 아무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었어! 우린 모르는 사이었다고! 그런데 넌 처음 본 나한테 욕설을 퍼붓고 내가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저주를 퍼부었지!”“그러니 내가 널 때린 건 당연한 거야! 그렇게 우린 찢어져야 했었다고! 그런데 나랑 잠자리를 가진 건 너야! 네가 수치심도 없이 나한테 달려든 거고! 난 네가 역겨워. 알아?”“고작 하룻밤의 실수였어! 솔직히 원나잇이라고 하기도 민망하지! 한 시간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으니까! 그런데 내 아이를 임신했다고? 최여진!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니! 왜 나한테 그런 짐짝까지 떠넘기려 했냐고!”“그래서 낙태를 시키고 네 자궁을 드러냈어! 다 네가 자초한 거야! 넌 아무도 탓할 자격이 없어!”최여진도 지지 않고 맞섰다.“그래! 나도 인정해! 네놈이 한 짓에는 다 이유가 있었겠지! 그래서 내가 널 원망하지도 않았잖아! 내가 정말 네가 미워서 탓할 거였으면 널 돕지도 않았다고!”“난 너한테 손을 내민 것뿐이야! 사실은 손을 잡고
도망쳐 나오면서 느낀 생각은 반호영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점이었다.고윤희가 없었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도 않았다.더 앞으로 나아가서 생각한다면 신세희가 문제였다.신세희 때문에 고윤희가 반항 심리가 생겼고 고윤희의 도주 생활을 도운 것도 신세희였다. 그녀가 없었으면 고윤희는 아마 구경민의 집을 나왔을 때 길바닥에서 죽었을 거다.남성과 서울 각종 사건의 중심에는 항상 신세희가 있었다.고윤희와 결혼한 구경민, 그리고 민정아와 결혼한 구서준!시정잡배 같은 그 비천한 출신들이 재벌들과 결혼한 게 눈꼴이 시렸다. 특희 고윤희. 다른 남자와 결혼한 전적도 있고 팔려간 신세였던 주제에 구경민이랑 결혼하다니!최여진은 이 모든 배후에 신세희가 있다고 생각했다.신세희가 모든 상황을 조종하고 있고 신세희가 남성과 서울의 상류 사회를 더럽게 물들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와 잘 지내는 여자들이 상류 사회에 진출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최여진은 신세희가 증오스러웠고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최여진은 가장 큰 적을 신세희로 정했다. 신세희만 무너뜨리면 그녀의 추종자들도 다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물론 반호영에 대한 복수는 이 모든 게 마무리되고 다시 고민할 생각이었다.반호영, 감히 네가 나를 무시해? 나 이래봬도 해외파라고!반호영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하지만 신세희를 제거하기 전까지 반호영은 이용가치가 있었다.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반호영에게 말했다.“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너에게 복수하려는 건 아니야. 사실 나도 알고 있어, 반호영.”“난 진심으로 너와 손을 잡으려고 하는 거야.”“넌 어쨌든 지금 얼굴을 내밀 수 없는 존재가 되었잖아. 하지만 난 남성이나 서울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 나에게는 지인들도 있고 무기도 구해다 줄 수 있어. 필요한 것만 말해.”“네가 해킹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아무리 해커라도 손에 실질적인 무기가 있어야지 부소경을 무너뜨릴 수 있지 않겠어?”“
그 말을 들은 최여진은 미소를 지었다.신세희와 신유리를 인적도 없는 무인도까지 납치해 갈수만 있다면…생각할수록 아드레날린이 샘솟았다.신세희와 신유리를 부소경에게 떼어놓는 것이 최여진의 첫 번째 목표였다.아마 평생 다시 부소경 옆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이제 신세희를 떨어뜨려 놓으면 고윤희만 남게 되는데 그건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최여진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반호영의 곁을 떠났다.반호영은 여전히 부하들한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인력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나?”부하직원이 대답했다.“네, 대표님! 지시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반호영은 차갑게 말했다.“납치해! 무조건 납치해! 난 내 여자와 내 딸을 되찾는 것뿐이야! 그 놈에게서 모든 걸 빼앗을 거야! 언젠가는 부소경의 그 잘난 가슴에 칼을 꽂을 거라고!”반호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는 원래 우울한 사람이었고 감수성이 풍부했다. 그만큼 억울한 게 많고 한이 많았다.반호영은 자신이 최대 피해자라고 생각했다.그는 신세희를 사랑하고 신유리도 사랑했다. 신유리가 딸이라면 누구보다 더 사랑해 줄 자신이 있었다.하지만 그가 이렇게 사랑하는데도 신세희의 눈에는 부소경밖에 보이지 않자 반호영은 주저했다.아무리 많은 일이 있었어도 부소경은 자신의 형이었다.모든 게 준비된 상황에서도 그는 마지막 지시를 내릴 수 없었다.사실 그는 여린 사람이었다.하지만 부소경은 어떤가?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인간이 부소경이라고 생각했다.죽어 마땅할 놈!어떻게 조용히 섬에서 숨어 지내고 있는 동생을 사면팔방으로 포위할 수가 있지?어떻게 그렇게 큰 함선을 동원해서 동생이 지내는 섬에 대포를 겨눌 수 있지?반호영은 부소경이 가성섬에서 자신을 처단하지 못한 걸 두고두고 후회하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며칠 전에 섬을 밀어버리겠다는 그 말이 진심일 수도 있었다.나쁜 자식!부소경은 여전히 냉정하고 가족도 봐주지 않는 매정한 인간이었다.그렇다면 자신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반호영은 다짐했다.“행동
반대편, 죽음을 각오한 상대가 신세희와 신유리를 향해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오고 있었다.“대장님께서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하셨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군.”“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보니 우리한테 아주 속수무책으로 맞을 것 같아.”또 다른 상대는 말했다. “하하! 저놈은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앞으로 이 병원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데, 참 안타깝군. 이곳을 다 쓸어 버려야 해!”상대 무리들은 조금씩 신세희와 신유리에게 다가갔다. 이때, 한 중년 여자가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신세희와 신유리 앞을 지나갔다. 그리고 중년 여자 뒤에 네다섯 명의 남자가 과일상자와 꽃을 들고 따라 지나갔다. 상대 무리들은 이들이 병문안을 온 가족들이라고 생각하며 안심했다.이때 갑자기 중년 여자의 손을 잡고 있던 남자아이가 신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남자아이는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정말 예쁘게 생겼다. 나 너 좋아...”하지만 남자아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 뒤에 있던 남자는 남자아이의 손목을 낚아채며 신유리에게 멀리 떨어트렸다. 다행히 남자아이는 다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엄선우의 손동작은 매우 빨라서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반호영조차도 보지 못했다. 깜짝 놀란 남자아이는 대성통곡을 하며 울부짖었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 중 두세 명의 남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엄선우에게 덤비려고 했다. 하지만 엄선우는 잽싸게 남자들을 모두 제압했다. 남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바닥에 쓰러졌다. 엄선우는 재빨리 신세희와 신유리 앞을 가로막으며 보호했다. 잠시 후, 엄선우는 매우 담담하게 말했다. “사모님, 유리 공주님 걱정 마세요. 제가 두 사람 옆에 있는 한 백 명이 덤벼도 다 막아낼 겁니다! 제가 반드시 사모님과 유리를 지켜줄 겁니다!”엄선우 뒤에 있는 신세희와 신유리는 담담하기 짝이 없었다. 두 사람은 당연히 엄선우를 믿는다. 이때, 엄선우를 공격하려던 무리들은 넋을 잃었다. 엄선우의 실력을 두 눈으로 본 무리들은
반호영은 최여진에게 물었다. “무슨 방법?”최여진은 사악한 미소를 짓고 반호영 귀에 대고 한참 동안 귓속말을 속삭였다. 최여진의 말을 듣고 화가 난 반호영은 최여진을 발로 차 바닥에 쓰러트린 후 가슴을 짓밟았다. “켁…” 최여진은 숨을 헐떡였다. 반호영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최여진, 내 말 잘 들어!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신세희를 한 방에 죽이려는 거지? 잘 들어, 신세희 죽일 생각은 절대 하지 마! 이제부터 신세희 털 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가만 안 둘 거야! 네가 아직 나한테 쓴맛을 덜 봤지?”최여진은 반호영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낙태를 강요당했던 것.강제로 자궁을 제거했던 것.최여진은 이 모든 것들이 아직도 눈에 선해서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하지만 최여진은 반호영이 신세희를 사랑하는 모습이 더욱 화나고 질투가 났다. 왜일까?신세희는 남성을 시끄럽게 만들고, 약혼자를 버리고 도망가기까지 했다!그런 신세희를 어찌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뼛속까지 한이 맺힌다!최여진은 아픈 마음을 억누르고 억지로 웃으며 반호영에게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생각해 봐, 신세희가 어떤 사람이야? 6년 동안 도망쳐 다닐 때 산에서 떨어지고, 사람들이게 쫓기며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으면서도 신유리를 낳았잖아. 그만큼 의지가 대단한 여자야. 당신도 신세희가 나보다 의지가 강해서 좋아하는 거 아니야? 의지력이 강한 여자는 뱃속의 아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게다가 나는 한의사 집안 출신 딸이니까 훌륭한 의사와 최고의 의료 장비를 알아봐 줄 수 있어. 신세희가 다치면 내가 도와줄게.”반호영은 최여진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주는 거야?”최여진은 매우 똑 부러지게 말했다. “이유는 두 가지야! 첫 번째, 신세희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이 나를 죽일 테니까! 두 번째, 나는 신세희를 미워해! 신세희가 부소경을 사랑하니까 두 사람을 떼어놓을 거야! 그리고 신세희가 다
겨우 7살 밖에 안 됐는데 여자를 사로잡을 줄 안다며 연신 칭찬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칭찬이 끝나기도 전에 엄선우에게 제압을 받자 어리둥절했다. 엄선우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말했다.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자식 교육은 똑바로 하세요! 아직 어린 나이에 험한 꼴 당하고 싶으세요?”엄선우는 사람들 앞에서 손에 쥐고 있던 열쇠고리를 부숴버렸다. 사람들은 넋을 잃고 떨어진 열쇠고리 조각들을 멍하니 쳐다봤다.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떨어질 것 같았다. 엄선우는 가족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신세희와 신유리에게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사모님, 공주님 저희 들어갈까요?”“네.” 신세희는 배를 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신세희 품에 안긴 신유리는 고개를 돌려 오줌을 싸고 있는 남자아이에게 말했다. “야! 선우 삼촌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지? 원래 네 앞니 두 개를 없애버리고 싶었어. 네 앞니 진짜 못생기고 누런 거 알아? 너 양치 안 한 지 며칠 됐어?”“......” 남자아이는 말이 없었다. 바로 이때, 고윤희의 병실에서 십여 명이 넘는 건장한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신세희와 신유리 그리고 엄선우를 에워쌌다. 그리고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사모님! 공주님, 엄 비서님! 다 저희가 늦게 발견한 탓으로 일어난 일입니다.”신세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어서 들어가서 사모님 경호에만 신경 쓰세요.”“네, 알겠습니다!” 제일 앞에 있던 리더가 대답했다. “......” 그리고 뒤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엄선우 같은 고수가 왜 숨어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지금에서야 정말 상대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에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강태민! 앞으로 얌전히 행동해! 7살이나 돼서 동생을 괴롭히기나 하고! 이게 다 네 엄마가 그렇게 키운 거야! 앞으로 한 번만 더 그러면 가만 안 둘 거야!”아빠에게 혼이 난 남자아이는 깜짝 놀라 바지에 오줌을 쌌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