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최여진은 미소를 지었다.신세희와 신유리를 인적도 없는 무인도까지 납치해 갈수만 있다면…생각할수록 아드레날린이 샘솟았다.신세희와 신유리를 부소경에게 떼어놓는 것이 최여진의 첫 번째 목표였다.아마 평생 다시 부소경 옆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이제 신세희를 떨어뜨려 놓으면 고윤희만 남게 되는데 그건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최여진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반호영의 곁을 떠났다.반호영은 여전히 부하들한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인력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나?”부하직원이 대답했다.“네, 대표님! 지시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반호영은 차갑게 말했다.“납치해! 무조건 납치해! 난 내 여자와 내 딸을 되찾는 것뿐이야! 그 놈에게서 모든 걸 빼앗을 거야! 언젠가는 부소경의 그 잘난 가슴에 칼을 꽂을 거라고!”반호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는 원래 우울한 사람이었고 감수성이 풍부했다. 그만큼 억울한 게 많고 한이 많았다.반호영은 자신이 최대 피해자라고 생각했다.그는 신세희를 사랑하고 신유리도 사랑했다. 신유리가 딸이라면 누구보다 더 사랑해 줄 자신이 있었다.하지만 그가 이렇게 사랑하는데도 신세희의 눈에는 부소경밖에 보이지 않자 반호영은 주저했다.아무리 많은 일이 있었어도 부소경은 자신의 형이었다.모든 게 준비된 상황에서도 그는 마지막 지시를 내릴 수 없었다.사실 그는 여린 사람이었다.하지만 부소경은 어떤가?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인간이 부소경이라고 생각했다.죽어 마땅할 놈!어떻게 조용히 섬에서 숨어 지내고 있는 동생을 사면팔방으로 포위할 수가 있지?어떻게 그렇게 큰 함선을 동원해서 동생이 지내는 섬에 대포를 겨눌 수 있지?반호영은 부소경이 가성섬에서 자신을 처단하지 못한 걸 두고두고 후회하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며칠 전에 섬을 밀어버리겠다는 그 말이 진심일 수도 있었다.나쁜 자식!부소경은 여전히 냉정하고 가족도 봐주지 않는 매정한 인간이었다.그렇다면 자신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반호영은 다짐했다.“행동
반대편, 죽음을 각오한 상대가 신세희와 신유리를 향해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오고 있었다.“대장님께서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하셨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군.”“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보니 우리한테 아주 속수무책으로 맞을 것 같아.”또 다른 상대는 말했다. “하하! 저놈은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앞으로 이 병원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데, 참 안타깝군. 이곳을 다 쓸어 버려야 해!”상대 무리들은 조금씩 신세희와 신유리에게 다가갔다. 이때, 한 중년 여자가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신세희와 신유리 앞을 지나갔다. 그리고 중년 여자 뒤에 네다섯 명의 남자가 과일상자와 꽃을 들고 따라 지나갔다. 상대 무리들은 이들이 병문안을 온 가족들이라고 생각하며 안심했다.이때 갑자기 중년 여자의 손을 잡고 있던 남자아이가 신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남자아이는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정말 예쁘게 생겼다. 나 너 좋아...”하지만 남자아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 뒤에 있던 남자는 남자아이의 손목을 낚아채며 신유리에게 멀리 떨어트렸다. 다행히 남자아이는 다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엄선우의 손동작은 매우 빨라서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반호영조차도 보지 못했다. 깜짝 놀란 남자아이는 대성통곡을 하며 울부짖었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 중 두세 명의 남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엄선우에게 덤비려고 했다. 하지만 엄선우는 잽싸게 남자들을 모두 제압했다. 남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바닥에 쓰러졌다. 엄선우는 재빨리 신세희와 신유리 앞을 가로막으며 보호했다. 잠시 후, 엄선우는 매우 담담하게 말했다. “사모님, 유리 공주님 걱정 마세요. 제가 두 사람 옆에 있는 한 백 명이 덤벼도 다 막아낼 겁니다! 제가 반드시 사모님과 유리를 지켜줄 겁니다!”엄선우 뒤에 있는 신세희와 신유리는 담담하기 짝이 없었다. 두 사람은 당연히 엄선우를 믿는다. 이때, 엄선우를 공격하려던 무리들은 넋을 잃었다. 엄선우의 실력을 두 눈으로 본 무리들은
반호영은 최여진에게 물었다. “무슨 방법?”최여진은 사악한 미소를 짓고 반호영 귀에 대고 한참 동안 귓속말을 속삭였다. 최여진의 말을 듣고 화가 난 반호영은 최여진을 발로 차 바닥에 쓰러트린 후 가슴을 짓밟았다. “켁…” 최여진은 숨을 헐떡였다. 반호영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최여진, 내 말 잘 들어!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신세희를 한 방에 죽이려는 거지? 잘 들어, 신세희 죽일 생각은 절대 하지 마! 이제부터 신세희 털 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가만 안 둘 거야! 네가 아직 나한테 쓴맛을 덜 봤지?”최여진은 반호영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낙태를 강요당했던 것.강제로 자궁을 제거했던 것.최여진은 이 모든 것들이 아직도 눈에 선해서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하지만 최여진은 반호영이 신세희를 사랑하는 모습이 더욱 화나고 질투가 났다. 왜일까?신세희는 남성을 시끄럽게 만들고, 약혼자를 버리고 도망가기까지 했다!그런 신세희를 어찌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뼛속까지 한이 맺힌다!최여진은 아픈 마음을 억누르고 억지로 웃으며 반호영에게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생각해 봐, 신세희가 어떤 사람이야? 6년 동안 도망쳐 다닐 때 산에서 떨어지고, 사람들이게 쫓기며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으면서도 신유리를 낳았잖아. 그만큼 의지가 대단한 여자야. 당신도 신세희가 나보다 의지가 강해서 좋아하는 거 아니야? 의지력이 강한 여자는 뱃속의 아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게다가 나는 한의사 집안 출신 딸이니까 훌륭한 의사와 최고의 의료 장비를 알아봐 줄 수 있어. 신세희가 다치면 내가 도와줄게.”반호영은 최여진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주는 거야?”최여진은 매우 똑 부러지게 말했다. “이유는 두 가지야! 첫 번째, 신세희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이 나를 죽일 테니까! 두 번째, 나는 신세희를 미워해! 신세희가 부소경을 사랑하니까 두 사람을 떼어놓을 거야! 그리고 신세희가 다
겨우 7살 밖에 안 됐는데 여자를 사로잡을 줄 안다며 연신 칭찬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칭찬이 끝나기도 전에 엄선우에게 제압을 받자 어리둥절했다. 엄선우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말했다.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자식 교육은 똑바로 하세요! 아직 어린 나이에 험한 꼴 당하고 싶으세요?”엄선우는 사람들 앞에서 손에 쥐고 있던 열쇠고리를 부숴버렸다. 사람들은 넋을 잃고 떨어진 열쇠고리 조각들을 멍하니 쳐다봤다.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떨어질 것 같았다. 엄선우는 가족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신세희와 신유리에게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사모님, 공주님 저희 들어갈까요?”“네.” 신세희는 배를 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신세희 품에 안긴 신유리는 고개를 돌려 오줌을 싸고 있는 남자아이에게 말했다. “야! 선우 삼촌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지? 원래 네 앞니 두 개를 없애버리고 싶었어. 네 앞니 진짜 못생기고 누런 거 알아? 너 양치 안 한 지 며칠 됐어?”“......” 남자아이는 말이 없었다. 바로 이때, 고윤희의 병실에서 십여 명이 넘는 건장한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신세희와 신유리 그리고 엄선우를 에워쌌다. 그리고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사모님! 공주님, 엄 비서님! 다 저희가 늦게 발견한 탓으로 일어난 일입니다.”신세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어서 들어가서 사모님 경호에만 신경 쓰세요.”“네, 알겠습니다!” 제일 앞에 있던 리더가 대답했다. “......” 그리고 뒤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엄선우 같은 고수가 왜 숨어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지금에서야 정말 상대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에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강태민! 앞으로 얌전히 행동해! 7살이나 돼서 동생을 괴롭히기나 하고! 이게 다 네 엄마가 그렇게 키운 거야! 앞으로 한 번만 더 그러면 가만 안 둘 거야!”아빠에게 혼이 난 남자아이는 깜짝 놀라 바지에 오줌을 쌌
병실 안에는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는 고윤희, 그리고 구경민이 있었다. 구경민은 요 며칠 병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낮에 하루 종일 아기 기저귀와 옷을 갈아입혀 주었다구경민은 이제 육아 베테랑이 되었다.이때, 고윤희가 잘못된 자세로 분유를 먹이는 것을 본 구경민은 고윤희에게 한 마디 했다. “젖병이 너무 높으면 아기가 사레들릴 수 있어.” “알겠습니다 아빠!” 고윤희는 말했다. 구경민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아기 분유 탈 때는 반드시 적당한 온도에 타야 해. 손으로 감싸서 온도를 낮추면 딱 적당해.”고윤희는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잔소리 좀 그만해!”“......” 구경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울의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는 위풍당당한 권력자인 구경민은 잔소리꾼이 되었다. 하지만 구경민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구경민은 아무리 대단한 권력 보다 병원에서 잔소리꾼 아빠를 하는 것이 더 행복했다.구경민이 행복한 상상에 젖은 채 고윤희에게 분유 먹이는 방법을 알려주며 행복한 표정으로 고윤희를 바라보고 있을 때 신세희가 들어왔다. 두 사람은 신세희가 병원에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고윤희는 갑작스레 찾아온 신세희를 보고 더없이 기뻐하며 아기를 구경민에게 건네자 구경민은 매우 능숙하게 아기를 받았다. 고윤희가 병상에서 내려오자 신유리는 재빨리 달려가 고윤희를 말렸다. “윤희 이모, 움직이지 마세요.” 신유리는 매우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신유리는 고윤희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부축하여 천천히 병상에 앉혔다. “윤희 이모, 이모는 아기 낳을 때 출혈이 심해서 몸이 아직 약하니 움직이지 마세요. 저희 엄마는 임신을 했지만 힘이 있기 때문에 혼자 걸어올 수 있어요.” 신유리는 평소에 신세희의 가르침대로 말했다. 이때, 신세희는 신유리에게 말했다. “유리야, 엄마는 임신했을 때 더 강해. 엄마는 너희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더욱 강해져야 해!”신유리는 신세희의 말을 머릿속에 기억했다. 고윤희는 ‘엄마는 임신했을 때
고윤희는 신세희에게 웃으며 말했다. “세희 씨는 말은 매몰차게 해도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에요.”신세희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고윤희를 쳐다보고 말했다. “언니 얼굴이 너무 창백하고 뼈밖에 없어요.”고윤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잖아요.”“언니, 꼭 잘 살아야 해요!” 신세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네, 진짜 잘 살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아주 강해질 거예요! 세희 씨처럼 내 아이와 가정을 평생 지킬 거예요.” 고윤희는 아기를 안고 있는 구경민을 쳐다보았다. “구경민 씨.” 신세희도 구경민을 쳐다보고 말했다. 놀랍게도 아기를 안고 있는 구경민의 모습은 전혀 위화감이 없고 온화해 보였다. 구경민은 제법 아이 아빠 같았다. 이때 구경민은 아기에게 분유를 다 먹이고 나서 딸꾹질을 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구경민의 자세는 매우 완벽해 아기가 금방 딸꾹질을 했다. 잠시 후, 구경민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후 신세희에게 말했다. “세희 씨, 제가 소경이 보다 더 가정적인 것 같죠?”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훨씬 가정적이에요. 정말 많이 변하셨네요.”구경민은 말했다. “당연하죠. 윤희랑 아기가 없을 때는 소경이가 지난 2년 동안 왜 그렇게 많이 변했는지 몰랐어요. 알고 보니 한 집안의 가장,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 자연스럽게 변하게 되는 거였어요. 소경이의 악랄함은 가정과 아기로 인해 따뜻함으로 변했죠. 왜 그런지 알것 같아요.”신세희는 구경민의 말에 웃으며 고윤희에게 말했다. “윤희 언니, 고생 끝에 드디어 좋은 남편을 얻었으니 꽉 붙잡아야 해요.”신세희는 고윤희가 부끄러워할 줄 알았다. 하지만 고윤희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했다. “당연하죠! 앞으로 제 남편을 넘보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신세희는 고윤희의 의욕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용기가 가장 좋은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고윤희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세희는 병실에서 고윤희와 이야
전화를 한 사람은 바로 부성웅이었다. 더욱이 온화한 부성웅의 목소리에 신세희는 깜짝 놀랐다. 부성웅은 부소경을 무서워한다. 게다가 F 그룹은 이미 부성웅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부성웅은 여전히 위엄이 있다. 특히 부 씨 집안에서는 더욱이 위엄 있는 사람이다. 신세희와 신유리에게 부성웅은 매우 위엄 있는 존재이다. 하지만 전화 속 부성웅의 목소리는 매우 힘이 없었다. “세희야, 아... 아버지야.” 부성웅은 말했다.“......” 신세희는 말이 없었다. 아버지?신세희에게 아버지는 극히 낯선 단어이다. 신세희에게 아버지란 12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 한 명뿐이다. 그리고 그 후, 신세희는 임지강이 친아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임지강은 신세희에게 전혀 사랑을 주지 않고, 심지어 감옥에 보내버렸다. 때문에 이후로 신세희는 아버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시간이 지나고 신세희는 부소경과 결혼을 했다. 부소경도 신세희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소경은 부성웅과 거의 왕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세희가 부성웅을 만날 때마다 ‘아버님’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신세희가 부성웅에게 아버님이라고 할 때마다 부성웅은 매우 쌀쌀맞게 대했다. 때문에 신세희는 부성웅에게 그저 예의 차원에서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정도였다. 신세희가 임신한 후 지금까지 부성웅과 거의 만난 적이 없다. 신세희는 임지강, 서 씨 집안 어르신, 부성웅 등과 같이 만나면 기분이 안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부소경도 신세희에게 이 사람들을 만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또한 부소경은 신세희가 임신을 한 후 신세희가 굴욕 당한 부 씨 집안에는 한 번도 데리고 가지 않았다. 부소경은 신세희에게 부 씨 집안에 들어가 살 거냐는 질문도 한 적이 없다. 때문에 신세희는 부성웅이 먼저 전화를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부성웅이 약한 모습을 보일 줄은 더더욱 생각도 못 했다. 부성웅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
신세희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일 소경 씨랑 유리랑 같이 할아버지 뵈러 갈게요...”“세희야.” 다정하게 신세희의 이름을 부르는 부성웅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아버님... 또 무슨 일 있어요?” 신세희는 부성웅에게 물었다. “세희야, 너... 이 아버지를 용서해 줄 수 있니?” 부성웅은 신세희에게 물었다. “......”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오만하게 행동했어. 하지만 할아버지가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나도 늙었다는 것을 느꼈어. 일흔이 넘었는데 이것저것 따질 게 뭐가 있어? 너는 부 씨 집안의 아이를 두 명이나 낳았어. 유리도 이제 제법 많이 컸는데 내가 더 이상 바랄 게 뭐가 있겠니? 내가 죽을죄를 지었어! 세희야, 나는 이제 늙었어. 아마... 할아버지처럼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을 수도...”신세희는 부성웅의 말을 가로채고 말했다. “아버님!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 저는 아버님을용서해요. 그리고 저는 아버님을 한 번도 미워한 적 없어요.”신세희는 마음이 매우 약하다.신세희는 자신을 해치는 사람과는 끝까지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연약함을 보이는 사람과는 싸우지 못한다. 절대 싸우지 못한다. “아버님이 저를 못살게 굴지도 않으셨는데 제가 왜 아버님을 미워하겠어요. 아마 소경 씨가 말수가 적고 아버님이랑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 오해하신 것 같아요. 아버님도 소경 씨 성격 잘 아시잖아요. 소경 씨는 어머님의 죽음을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부 씨 집안과 사이가 틀어진 거예요. 아버님, 걱정 마세요. 제가 소경 씨 설득해서 유이랑 셋이 다 같이 할아버지 뵈러 병원에 갈게요.”부성웅은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그래, 그럼 됐어. 하하하...”부성웅은 매우 힘없이 웃었다. 신세희의 머릿속은 매우 복잡해졌다. 이날 저녁, 신세희는 집에 와 씻고 침대에 누운 부소경에게 말했다. “소경 씨, 오늘 아버님한테 전화가 왔었어요.”부소경은 전혀 망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