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1461 - Chapter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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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1화

신민지는 곧장 드레스 자락을 잡고 도망치려 했다.“잠깐!”구경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겁에 질린 신민지는 울먹이며 고개를 돌렸다.“구… 구 대표님, 다음에는 다시 안 그럴게요.”“내 파트너한테 사과도 안 했잖아!”고윤희가 말했다.“그만해.”구경민은 말없이 신민지를 쏘아보았다.신민지는 수치스러워서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그녀는 서울에서 잘나가는 남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일부러 도도한 이미지를 유지했다. 구경민이 잠시 솔로라는 정보도 미리 입수했다.그렇게 힘들게 파티 초대장을 얻어 들어왔는데 두 시간이나 지나는 동안 구경민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가는 척, 연기했던 것이다.사람들이 보기에 그렇게 의심스러운 모습도 아니었는데 구경민은 그것 마저 싫은 눈치였다.그것도 부족해서 현장에서 그녀에게 망신을 주었다.사과?오늘 사과를 하지 않고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결국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고윤희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실수했어요. 용서해 주세요.”그 사건이 있은 뒤로 구경민은 신민지를 저격했고 서울에서 내쫓았다.파티에서 그녀가 자신의 눈에 너무 띄었고 술잔을 들고 비틀거리던 모습이 거슬린다는 게 이유였다.그 사건으로 서울 연예계는 크게 소란이 있었다.그 뒤로 서울 사람들은 평소에는 부드럽고 침착해 보이는 구경민이 짜증 나게 하는 여자에게 절대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리고 이 세상에서 구경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여자는 한 명뿐이라는 것도 알았다.그 여자가 바로 해외에 있는 최여진이었다.그리고 구경민 신변의 지인이나 부하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그들이 알던 구경민이 변했다.그는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찾으러 가겠다고 말했다.고윤희 씨를 찾으러 간다고?주광수는 고윤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좋은 여자이고 가여운 여자였다.상사가 직접 지방에 내려가서 고윤희를 찾겠다고 고집을 피우자 주광수는 머뭇거리며 그를 말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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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2화

최여진을 태운 운전기사는 그녀가 구성훈의 부하들 중에서 고른 믿음직한 정찰 요원이었다.그래서 그들이 계속 구경민의 차를 쫓고 있었음에도 들키지 않았다.하지만 쫓아간 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최여진은 구경민의 차량 대오가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일부 차량들은 산 속으로 진입하고 있었고 일부는 시내로 향하는 교차로로 달렸다.구경민의 차량만 여전히 동부 지방을 향하는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운전기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최여진에게 물었다.“아가씨, 구 대표님은 왜….”최여진도 구경민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계속 따라가! 구경민 차만 쫓아가면 돼!”운전기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가씨!”앞에서 달리는 구경민은 누군가가 쫓아온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그의 모든 신경이 고윤희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를 찾으러 가는 길이고 어디 전쟁터를 나가는 게 아니었기에 경계가 느슨했던 것도 있었다.게다가 오늘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평소 구경민을 보필하던 감각이 예민한 운전기사도 아니었다.구경민은 동부 지방으로 향하며 핸드폰으로 계속 지시를 내렸다.“각자 흩어져서 찾아. 사람들 놀라지 않게 조심하고. 사람들 눈에 띄면 윤희가 또 놀라서 도망갈지도 모르니까.”“담 기사는 내 차 맡지 말고 다른 차를 맡아. 윤희가 자네 얼굴을 잘 아니까 나랑 떨어져서 움직이는 게 좋겠어.”“주 팀장 자네의 얼굴도 윤희가 알고 있으니까 우리 셋이 흩어져서 찾자. 소란 부리지 말고 사람들 주의 끌지 않게 꼭 조심해. 현지 시민들 눈에 띄면 안 돼. 단서를 찾으면 바로 나한테 보고하고.”모든 부하직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구경민의 새 운전기사 송 기사는 동부 지방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읍으로 향했다.구경민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윤희가 있을만한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그의 여자.고윤희와 살을 맞대고 산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그때는 그녀가 아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줄곧 자신이 결혼할 사람은 최여진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가 사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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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3화

그녀는 배가 조금 나온 것이 임신 5개월 정도로 보였다.여자는 뭐가 화가 났는지 씩씩거리며 걷고 있었다.그 뒤에서 기골이 장대한 남자가 내리더니 성큼성큼 여자를 따라가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그러더니 다짜고짜 큰 손을 들어올려 여자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고집 피우지 말고 나랑 돌아가!”뺨을 맞은 여자는 비틀거리더니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하지만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지 않았다.뒤에서 달려온 구경민이 여자의 어깨를 꽉 끌어안더니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드디어 찾았어! 윤희야, 내가 얼마나 힘들게 찾아다녔는지 알아?”“배가 벌써 나왔네? 이제 5개월인가?”“남자친구를 사귀었구나. 왜 그렇게 사람을 잘 믿어? 저 남자가 당신 때렸지?”말을 마친 구경민은 여자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녀를 부축해서 버스정류장에 비치된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는 여자를 때렸던 남자를 노려보았다.“다… 당신 누구야? 시퍼런 대낮에 왜 남의 와이프를 안고 난리야? 죽고 싶어?”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경민은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남자는 주먹을 맞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코에서는 코피가 나고 있었다.구경민은 남자의 멱살을 잡고 부하를 향해 소리쳤다.“송 기사! 이 쓰레기 같은 자식을 당장 하수구에 던져버려!”놀란 여자가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질렀다.“악! 여기 누가 사람을 죽이려 해요! 이 살인자! 당신 누구야? 왜 가만히 있는 내 남편을 때러? 당신 누구야?”남편을 사랑하는 여자는 남편에게 뺨을 맞았으면서도 남편이 쓰러지자 미친 듯이 구경민에게 달려들어 손을 물어뜯었다.다행히 행동이 빠른 담 기사가 여자를 제지했고 그녀의 두 손을 뒤로 비틀어 제압했다.구경민은 그제야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그녀는 뒷모습만 고윤희와 조금 닮았을 뿐 전혀 다른 여자였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구경민은 잔뜩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송 기사, 놓아줘.”“대표님….”“저 여자 임신했어!”송 기사는 바로 여자를 풀어주었고 구경민 일행의 상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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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4화

구경민은 귀를 쫑긋 세우며 다급히 물었다.“뭐… 뭐라고 했어?”주광수는 기쁨을 금치 못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해변 마을에서 사모님을 봤어요. 그런데 대표님 계신 곳이랑은 거리가 좀 있네요.”“바로 가지!”구경민이 말했다.“알겠습니다.”“잠깐!”구경민이 또 말했다.“네, 대표님!”“절대 그 여자 눈에 띄지 마!”“알겠습니다, 대표님!”전화를 끊은 뒤, 구경민은 바로 송 기사를 불렀다.“송 기사, 출발하자!”송 기사는 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차는 몇 미터 안 가고 다시 멈추었다. 차에서 내린 구경민은 부부에게 다가가서 현금뭉치를 남자에게 건넸다.“아내에게 잘해줘!”말을 마친 그는 쿨하게 뒤돌아섰다.남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난 뒤, 임산부가 중얼거리듯 물었다.“여보, 나… 꿈을 꾸는 거 아니지?”“무려 4천만 원이나….”두 사람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차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밤새 달린 차는 동부지구에서 가장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해변가 마을로 도착했다.목적지에 도착한 구경민이 감개무량해서 중얼거렸다.“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네. 이렇게 가까운데 내가 몰랐다고?”바다로 둘러싸인 이곳은 진강 시.이곳에서 서울까지는 돌아서 가도 고작 100km밖에 되지 않았다.만약 바닷가에서 서울까지 직선거리를 낸다면 70km 정도 될 것이다.구경민은 고윤희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사실 고윤희와 한진수, 그리고 그의 어머니도 이곳에 온지 얼마되지 않았다.고윤희는 신세희와 통화한 뒤로 구경민이 자신을 찾아다닌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녀를 평생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통화를 마친 뒤, 그녀는 한진수와 노인이 있는 거처로 돌아가서 눈물을 흘리며 그들에게 말했다.“어머니, 진수 오빠, 저는 이곳에 있으면 안 돼요. 어머니와 진수 오빠한테까지 피해를 줄 수는 없어요. 다음 생에 가족으로 만나요. 저는 가야겠어요.”“윤희야, 또 왜 그래?”한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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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5화

그래서 그녀는 한진수와 그의 어머니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고윤희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상관없어! 구경민 그 자식이 네 목숨을 노리면 내가 그 자식 죽여버릴 거야!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어!”고윤희는 울며 고개를 흔들었다.“진수 오빠가 몰라서 그래요. 그 사람 정말 잔인한 사람이에요. 나랑 같이 목숨을 내걸 필요는 없어요.”한진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네가 틀렸어, 윤희야. 난… 아들을 잃었을 때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어. 내가 여태 살 수 있었던 건 어머니 때문이야. 어머니가 이제 더 사시면 몇 년을 더 사시겠어?”“우리가 남성 근처의 산 속에 있을 때 난 그렇게 생각했어. 어머니 돌아가시면 나도 그 옆에서 자결하겠다고. 혼자 사는 거 정말 재미없을 것 같았거든.”“윤희 네가 나타나고 나와 내 어머니는 다시 희망이 생겼어. 너까지 가면 우린 무슨 재미로 살아?”고윤희는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어차피 죽을 거, 우리 셋이 같이 가는 거야. 어디 가든 서로 보살펴 줄 수 있잖아. 정말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면 그때는 같이 죽는 거지. 저승에 가서도 서로 말동무가 되어줄 수 있잖아.”한진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고윤희는 감정에 북받쳐 그의 품에 안겼다.“오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평생을 다 바쳐도 이 은혜에 보답하지 못할 거예요.”한진수는 웃으며 말했다.“보답을 바라고 한 건 아니야. 우린 가족이고 평생 함께하는 거로 만족해.”고윤희도 울며 말했다.“맞아요. 영원히 같이 있어요.”그렇게 일가족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감정을 가라앉힌 뒤, 고윤희가 말했다.“진수 오빠, 어쨌든 이 마을에서는 더 못살 것 같아요. 구경민의 사람들을 봤어요. 언젠가는 그들이 우리를 발견할 거예요. 시내로 가는 게 좋겠어요. 사람이 많으면 찾기도 힘들 거예요.”“제가 생각 좀 해봤는데요. 구경민이랑 가까운 곳일수록 더 안전할 것 같아요. 제가 간도 크게 자기 근처에 살 거라고 생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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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6화

4개월 사이 그녀는 많이 야위어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임신하면 잘 먹어서 살도 찐다는데 고윤희는 야위어서 뼈만 남은 상태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작은 주근깨가 좀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아니, 지금의 그녀는 아름답다는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행복해 보이고 미소가 달콤해 보인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하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구경민은 그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다.여자는 큰 키에 비해 발은 아주 작은 편이었다. 평소에는 235 사이즈의 하이힐을 자주 신었다.그런데 지금 교각 아래에 걸터앉은 그녀는 사이즈도 맞지 않는 큰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것도 건설 현장에서나 신는 남성용 검은색 작업화였다.신발 안쪽에는 실밥이 약간씩 보였는데 아마 다 해진 신발에 천을 덧대서 꿰맨 것 같았다. 물론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구경민은 워낙 시력이 좋았다.여기저기 꿰맨 그 신발은 딱 봐도 260 이상은 되어 보였다. 발이 작은 고윤희가 그런 걸 신고 있으니 그렇게 거슬릴 수 없었다.신발이 벗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녀는 신발끈을 아주 타이트하게 묶었는데 그래서 더 괴상하게 보였다.구경민은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고윤희는 할머니들이나 입는 얇은 솜바지를 입고 있었다. 구경민 옆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차림이었다.세상에나!이런 옷은 시골 마을 장터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옷이었다. 아마 많이 쳐줘도 3천원 이상은 아닐 것이다.나이가 많은 할머니들이나 구매할 옷을 고윤희가 입고 있었다.그래도 걸치고 있는 롱 패딩은 그나마 나았다.무릎을 살짝 덮는 길이에 촌스러운 붉은색 패딩이었다.패딩에 달린 모자는 변두리가 하얀색 털로 되어 있었다. 커다란 모자는 안 그래도 작은 고윤희의 얼굴을 더욱 작아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그녀는 화장을 하지 않았다.얼굴은 창백하고 입술마저 핏기가 없이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구경민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구경민은 가슴이 너무 아팠다.뒤에 있던 송 기사가 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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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7화

그녀는 마사지를 꽤 잘했다.여느 마샤지샵 실장님들보다 더 잘했다.구경민은 그때 그녀가 마사지를 해주기 위해 일부러 손톱을 기르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지금의 고윤희는 그때처럼 예쁜 옷을 입고 있지는 않지만 초라하기 짝이 없는 옷을 걸치고 있어도 손은 정말 예뻤다.그녀는 손톱을 알맞은 길이로 길렀고 예쁘게 다듬었다.과거 구경민은 줄곧 이해하지 못한 게 있었다. 가꾸기 좋아하는 여자들은 다 네일 아트를 좋아하는데 왜 고윤희는 한 번도 네일 샵에 가지 않는지 궁금했다.오늘이 되어서야 구경민은 고윤희가 네일 아트를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와 같이 있을 때, 집안일을 하고 요리를 하고 과일을 깎느라 손톱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뿐이다.시간이 나면 그녀는 그의 머리와 전신 마사지를 해주었고 가끔은 족욕도 해주고 발마사지도 해주었다.그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손톱을 길게 기를 수 없었다.혹시라도 손톱에 피부가 스쳐서 그가 다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뜨겁게 사랑을 나눌 때, 그녀는 그 짧은 손톱으로 구경민의 어깨를 강하게 끌어안다가 그의 어깨에 빨간 자국을 낸 적이 있었다.일이 끝난 후, 고윤희는 정말 미안해하며 그에게 말했다.“경민 씨, 내 손톱에 피부가 쓸렸나 봐. 미안해, 짧게 잘랐어야 했는데 깜빡했어.”그때 그 여자는 항상 배려심 많고 온순했다.구경민의 말이라면 뭐든 들었고 그가 원한다면 뭐든 해주었다.지금의 그녀는 전처럼 고분고분하지는 않지만 전보다 더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고 손톱도 알맞게 길렀다.손톱을 길러서 그런지 손가락도 더 길어 보이고 예뻤다.고윤희는 지금 거지처럼 입고 있고 일자리도 없고 먹을 것도 형편없지만 이 남자의 옆에서 가사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어쩌면 빨래도 고윤희가 직접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등 뒤에 있던 부하직원이 재촉했다.“대표님, 움직일까요?”하지만 구경민은 그를 제지했다.구경민은 분하고 억울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고윤희에게 밥을 떠먹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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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8화

고윤희는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조심스럽게 여자에게 말했다.“사장님… 혹시 알바생 필요하지 않나요?”사장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고윤희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어디 촌구석에서 올라온 아줌마야? 글은 읽을 줄 알아?”고윤희가 웃으며 말했다.“사장님, 저 나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글은… 당연히 읽을 줄 알죠.”식당 사장은 고윤희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물었다.“할 줄 아는 게 뭐야?”“저… 뭐든 할 수 있어요. 힘든 일, 더러운 일 다 괜찮아요.”고윤희가 다급하게 말했다.“서빙은 안 돼. 옷차림 보고 손님들이 도망가겠어.”고윤희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도 서빙은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그냥 설거지나 쓰레기 치우는 일을 시켜도 할 수 있어요.”설거지와 쓰레기 치우는 일?구경민은 당황스러웠다.옆에 있던 송 기사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식당 사장이 또 물었다.“그럼 월급은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어?”고윤희가 물었다.“얼마나 주실 수 있어요?”“설거지만 하면 80만원 정도 주기는 하는데….”여 사장은 말끝을 흐리며 고윤희를 아래위로 훑었다.그러더니 약간 미심적은 말투로 물었다.“너… 임신했지?”고윤희는 어떻게든 감추려고 옷으로 배를 가렸지만 너무 직설적인 질문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네… 맞아요. 저 임신했어요. 그래서 일자리가 꼭 필요해요. 아기 분유값이라도 벌어야죠. 그러니 사장님, 부탁 좀 드릴게요. 일하게 해주세요.”“임신은 맞지만 저 정말 일할 수 있어요. 저 힘도 좋아요. 며칠만 써보시면 알게 되실 거예요. 마음에 안 드시면 돈은 안 줘도 괜찮아요.”고윤희는 사장이 매몰차게 거절할까 봐 두려웠다.이미 이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아다닌 지 일주일이 지났다.화장실 청소하는 일도 지원했지만 써주는 사람이 없었다.그녀는 백수로 살 수는 없었다.한진수 혼자 일해서 어머니와 그녀, 그리고 아기까지 돌보기엔 한없이 부족했다.그녀는 그에게 미안했다.집에 돌아가면 한진수와 그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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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9화

고윤희는 고집스럽게 양동이를 든 채, 간절한 말투로 말했다.“사장님, 보셨잖아요. 저 이 정도는 들 수 있어요. 그러니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저 정말 돈이 필요해요. 한 달에 80만원이라도 저한테는 큰 돈이에요.”구경민은 고구마를 먹다가 목이 멘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여 사장이 말했다.“받아줄 테니까 일단 그거 내려놔.”고윤희는 그제야 양동이를 내려놓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장을 바라보았다.여 사장이 말했다.“내가 너 불쌍해서 받아주는 거야. 사실 식당에서 임산부는 안 받아. 일하다가 다치면 우리가 책임질 수 없으니까. 차라리 50대 아줌마를 돈 더 얹어주고 쓰고 말지.”“사장님, 제 몸은 제가 챙길 수 있어요. 혹시라도 저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사장님한테 책임을 지게 하지 않을 거예요. 저도 늦은 나이에 가지게 된 아이라 저한테도 소중한 아이예요. 그러니 제 몸은 제가 잘 돌볼게요.”여 사장은 그녀의 말을 잘랐다.“받아준다고! 하지만 임산부니까 너무 오래 일하게 할 수는 없어. 오전이나 오후에 일하고 60만원을 줄게. 그래도 괜찮으면 여기서 일하고 안 괜찮으면 나도 어쩔 수 없어.”“60만원이요?”고윤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사실 80만원도 적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사장은 60만원이 한계라고 말했다.“혹시….”그녀는 80만원은 받고 싶었지만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야, 됐어. 임산부 고용했다가 골치 아픈 일이라도 생기면…. 너 불쌍해서 받아주려고 했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아.”“할게요! 60만원이라도 주시면 할게요! 저 정말 일 잘할 수 있어요. 열심히 할게요!”고윤희가 다급히 말했다.잠시 머뭇거리던 여 사장이 말했다.“알았으니까 들어와. 급여는 오늘부터 계산할 거고 월말에 정산해 줄게.”“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고윤희는 뛸 듯이 기뻐하며 연신 감사하다고 했다.구경민은 누가 칼로 가슴을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대표님, 지금 당장 사모님을 모셔갈까요?”송 기사가 물었다.구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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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0화

송 기사는 바로 핸드폰을 찾았다. 그가 직원들한테 전화하려는데 구경민의 핸드폰이 먼저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신세희였다.구경민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세희 씨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구경민이 고윤희를 찾았다고 말하려던 순간, 신세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구경민 씨, 사실 깜빡하고 하지 않은 얘기가 있어요. 조금 전 낮잠을 자는데 악몽을 꿨어요. 그래서 이 일을 꼭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전화했어요.”구경민이 물었다.“무슨 꿈인데 그렇게 심각해요?”“윤희 언니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꿈을 꿨어요. 4개월 전에 임서아 신장이식 때문에 소란이 있을 때도 그런 꿈을 꿨었거든요.”구경민이 물었다.“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예요?”신세희는 암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경민 씨, 2주 전 윤희 언니랑 통화했을 때 말투에서부터 느껴졌던 게 있어요. 언니는 이제 경민 씨를 피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 말은 경민 씨가 언니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이 예전보다는 크다는 거예요. 하지만….”신세희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그건 언니가 경민 씨랑 정면승부를 택했다는 뜻이기도 해요. 경민 씨가 언니를 찾게 되는 날이 언니에게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 된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언니를 너무 압박하지 마세요.”“언니가 압박감을 못 이겨서 나쁜 선택을 하면 난 평생 경민 씨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구경민 씨, 명심해요! 언니를 먼저 내친 사람은 경민 씨잖아요. 경민 씨가 윤희 언니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어요. 언니의 희생은 알아주지도 않고 그 전 여자친구만 챙긴 건 경민 씨잖아요. 10년을 안 만난 그 여자가 돌아왔다고 경민 씨가 언니를 먼저 내쫓았잖아요!”“경민 씨가 언니를 버린 거예요! 그러니 제발 언니 가만히 내버려둬요! 언니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내가 당신을 죽여버릴 거예요!”신세희의 말은 구경민에게 큰 타격이었다.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그는 4개월 동안 고윤희를 찾아다녔다. 서울에서 동부 지방, 그리고 남성까지 몇 번을 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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