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기사는 바로 핸드폰을 찾았다. 그가 직원들한테 전화하려는데 구경민의 핸드폰이 먼저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신세희였다.구경민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세희 씨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구경민이 고윤희를 찾았다고 말하려던 순간, 신세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구경민 씨, 사실 깜빡하고 하지 않은 얘기가 있어요. 조금 전 낮잠을 자는데 악몽을 꿨어요. 그래서 이 일을 꼭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전화했어요.”구경민이 물었다.“무슨 꿈인데 그렇게 심각해요?”“윤희 언니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꿈을 꿨어요. 4개월 전에 임서아 신장이식 때문에 소란이 있을 때도 그런 꿈을 꿨었거든요.”구경민이 물었다.“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예요?”신세희는 암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경민 씨, 2주 전 윤희 언니랑 통화했을 때 말투에서부터 느껴졌던 게 있어요. 언니는 이제 경민 씨를 피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 말은 경민 씨가 언니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이 예전보다는 크다는 거예요. 하지만….”신세희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그건 언니가 경민 씨랑 정면승부를 택했다는 뜻이기도 해요. 경민 씨가 언니를 찾게 되는 날이 언니에게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 된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언니를 너무 압박하지 마세요.”“언니가 압박감을 못 이겨서 나쁜 선택을 하면 난 평생 경민 씨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구경민 씨, 명심해요! 언니를 먼저 내친 사람은 경민 씨잖아요. 경민 씨가 윤희 언니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어요. 언니의 희생은 알아주지도 않고 그 전 여자친구만 챙긴 건 경민 씨잖아요. 10년을 안 만난 그 여자가 돌아왔다고 경민 씨가 언니를 먼저 내쫓았잖아요!”“경민 씨가 언니를 버린 거예요! 그러니 제발 언니 가만히 내버려둬요! 언니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내가 당신을 죽여버릴 거예요!”신세희의 말은 구경민에게 큰 타격이었다.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그는 4개월 동안 고윤희를 찾아다녔다. 서울에서 동부 지방, 그리고 남성까지 몇 번을 인력을
그렇게 두 시간 정도 낮잠을 잤는데 그 사이 많은 꿈을 꾸었던 것 같다.꿈 속에서 그녀는 고윤희가 사람들에게 쫓기다가 벼랑 끝까지 내몰린 상태에서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것을 들었다.“이런 날이 올 거라 예상하고 있었어. 날이 참 좋네! 뛰어내리기 좋은 날씨야!”“구경민, 잘 들어.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게 당신을 만난 거야. 그리고 그보다 더 후회하는 건 당신의 자상함을 탐낸 거야. 이제는 그러지 않을 거야.”“나를 향했던 자상함이 나에게 가장 큰 상처가 될 거라는 걸 알았으면 그 지하실에서 평생 갇혀 살더라도 평생 매를 맞으며 살더라도 당신에게 구원을 요청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때는 매를 맞아도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거든.”“구경민 당신은 내 마음을 망가뜨렸어! 평생 당신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 이제 이별할 시간이야!”말을 마친 고윤희는 웃으며 절벽에서 뛰어내렸다.“언니, 언니!”신세희는 울며 잠에서 깼다. 비명소리가 너무 커서 밖에서 청소하던 가정부도 그 소리를 들었다.놀란 가정부가 안으로 들어와서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사모님, 왜 그러세요? 악몽이라도 꿨어요?”신세희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아줌마, 저 유리 임신하고 유리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6년이나 도망다녔어요. 그때는 소경 씨가 저를 사랑하는 줄도 모르고 그 사람이 나를 잡으면 죽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사람에게 잡히면 아이를 데리고 죽을 생각까지 했어요. 소경 씨가 저를 찾아왔을 때, 그 사람은 제 약점을 쥐고 있었어요. 그게 아니라면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 소경 씨를 따라오지 않았을 거예요.”가정부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보다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사모님, 두 분은 지금 사이가 너무 좋으시잖아요. 대표님은 남성 남자들의 공공의 적이라고요. 아내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왜 갑자기 옛날일이 떠오른 거예요?”“다 지나간 일이예요. 그만 잊고 앞으로 꽃길만 걸어야죠.”신세희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거 알아요? 저는 사
수화기 너머로 구경민의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소경아, 너… 세희 씨를 찾으러 다닐 때 어떻게 접근했어? 접근하기 엄청 어렵지 않았어?”부소경이 물었다.“너 윤희 씨 만났어?”구경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조금 전에 네 마누라가 연락이 왔어. 나한테 윤희를 찾아도 절대 자극하지 말라고 경고하더라. 안 그러면 나쁜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고.”부소경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신세희 성격이라면 무턱대고 접근하면 아마 시체로 발견됐을지도 몰라.”“그때 신세희가 곡현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찾아갔거든. 하지만 곡현에 도착한 뒤에는 바로 세희를 찾아가지 않았어.”“그러면 어떻게 했어?”구경민이 다급하게 물었다.부소경은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경민아, 이거 얘기해 주면 나 우리 마누라한테 맞아 죽어!”“빨리 말해!”“약간의 계획을 세우고 접근했지.”부소경이 말했다.“자존심 강하고 고집도 센 여자를 억지로 데려와 봐야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죽는다고 난리를 칠 거야. 내 여자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부소경의 말투에서 신세희를 향한 사랑이 가득 느껴졌다.잠시 침묵하던 구경민이 말했다.“알았어. 세희 씨 말이 맞아.”“신세희가 너한테 뭐라고 했는데?”부소경의 질문에 구경민은 볼멘 소리로 대꾸했다.“한바탕 협박하더라!”부소경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넌 욕 좀 먹어야 해!”“세희 씨 보면 꼭 좀 잘 얘기해 줘. 네 마누라는 나한테 불만이 너무 많아. 애초에 나는 얼마나 예의 바르게 대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알았어.”부소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먼저 끊을게.”“고윤희 씨는 찾았어?”부소경이 물었다.“아니!”구경민은 1초의 주저도 없이 거짓말을 했다.전화를 끊은 뒤, 구경민은 사면팔방에서 이쪽을 포위해 오는 자신의 부하직원들을 바라보았다.“다 물러가라고 해! 당장!”구경민이 다급히 말했다.“대표님….”“다 철수해!”송 기사는 어쩔 수 없이 핸드폰으로 지시를 전달했다.
구경민은 홀로 식당 근처에 남았다. 그는 차에 앉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식당 내부를 쳐다보았다. 시간은 일분일초 흐르고 있었다.멀지 않은 곳 모퉁이의 한 호텔방에서 최여진은 창가에 앉은 채, 커튼 뒤에 숨어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그녀의 마음도 칼에 베인 것처럼 아팠다.그녀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손바닥이 손톱에 찔려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눈에서는 차가운 불꽃이 튀었고 이가 갈렸다.“빌어먹을 고윤희! 도대체 나보다 잘난 게 뭐야? 비천한 하녀 주제에! 도대체 뭐가 잘나서 내 약혼자가 이렇게까지 널 신경 쓰는 거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고윤희! 나가서 죽어 버려!”“아니지! 넌 행복을 가질 자격이 없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든 네 행복을 막을 거야!”최여진이 언제 근처 호텔까지 왔는지, 언제부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아무도 몰랐다. 구경민은 온 신경을 고윤희에게 집중하고 있었다.이날 오후는 구경민에게 고역이었다.그는 고윤희가 식당에서 무리하다가 지칠까 봐 걱정이었고 고윤희한테 발각될까 봐 노심초사해야 했다. 신세희 말처럼 만약 고윤희가 그를 발견하고 갑자기 나쁜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그럼 구경민은 아내를 찾으러 왔다가 장례식을 치러야 할 수도 있었다.절대!구경민은 그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구경민은 이미 고윤희를 자신의 아내로 생각하고 있었다.고윤희와 함께 있던 날들에는 전혀 생각도 해보지 않았는데 사람은 정말 이상한 동물이었다.왜 모두가 잃은 후에야 소중함을 깨달을까?다행인 건 그녀가 어디 있는지 이제 안다는 점이었다.지금 그에게 부족한 건 돌파구였다. 어떤 방식으로 그녀의 앞에 나타나야 그녀가 겁을 먹지 않을까?이날 오후, 구경민은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지 고민하며 식당 주변을 지켰다.밤 여덟 시가 지나서야 고윤희는 지친 기색으로 허리를 두드리며 식당에서 나왔다.여 사장은 그녀에게 반찬을 챙겨주며 말했다.“알바, 먹다 남은 거긴 하지만 집에 가서 데워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식당에서 남은 반찬을 싸가지고 오면서 저런 표정을 짓다니!저건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 거 아닌가?구경민의 마음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더 가슴 아픈 건 한진수를 향해 웃는 그녀의 표정이었다. 만족스럽고 행복하고 애틋함이 엿보였다.그를 떠난지 고작 4개월인데 이 여자 벌써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준 걸까?구경민은 달려가서 남자를 칼로 찔러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하지만 결국은 그 충동을 삭혀야 했다.부소경과 신세희가 했던 말이 귓가에 울렸다.그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하지만 구경민은 오늘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조차 막막했다.그들을 따라 그들의 집까지 찾아갔는데 고윤희와 저 남자가 같이 잠든 모습을 보면 참을 수 있을까?그건 못 참을 것 같았다!그는 조용히 한진수와 고윤희의 뒤를 따라 그들이 살고 있는 월세방 근처까지 왔다.이 도시에서 가장 환경이 열악한 다세대 주택이었는데 여러 세대가 같이 살고 있었다. 공사장 일군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거지 행색을 한 사람도 있었다.물론 지저분한 일을 하는 여자들도 있었다.이곳 다세대 주택가에는 백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소형 원룸 형식으로 된 방들이 줄 지어 있었는데 가장 큰 방이라고 해봐야 10평 정도였고 거기에는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떼를 지어 살고 있었다.가장 작은 방은 5평 정도에 침대와 옷장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어떤 사람들이 이런 곳에 사는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부소경이 경고했던 말이 떠올랐다.“세희도 달동네 같은 곳에서 산 적 있는데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어. 고생도 참 많이 했지. 그래서 앞으로는 절대 그런 고생시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어.”부소경이 말한 달동네를 구경민은 가본 적 없었다.하지만 만약 이 시대에 빈민굴이 있다면 이런 곳이겠구나 싶었다.정말 소름이 돋았다.다행히 한진수, 고윤희가 사는 방은 조금은 크고 옵션도 있었다.10평 정도의 1.5룸 형태였는데 작은 방을 고윤희 혼자 쓰고 있었다
노인은 봉지 안에 들어 있는 반찬들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남성에서 몇 년 살기도 했고 아들이 공장 관리인으로 일했지만 노인은 이런 사치스러운 반찬은 거의 먹지 않았다.“어머니, 이따가 데워서 같이 먹어요. 새우가 칼슘이 풍부해서 노인한테 좋대요.”고윤희가 말했다.“그래, 그래. 만두는 일단 보관했다가 반찬 없을 때 데워서 먹자.”노인은 기쁜 얼굴로 말했다.세 사람은 웃고 떠들며 주방에서 부산을 떨었다.저택 밖에 세워진 차 안에서 구경민은 고배율 망원경으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방 두 개에 다 창문이 있었고 반찬 냄새 빠지라고 창문을 다 열어 두었기에 안 쪽 상황이 똑똑하게 보였다.온 가족이 다 같이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자 구경민은 속이 쓰렸다.그와 고윤희는 같이 7년을 살았다.고윤희는 항상 배려심 많고 온화한 여자였지만 한 번도 그의 앞에서 시름 놓고 크게 웃어본 적 없었다. 그녀는 지금 아이처럼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에는 풍성한 식사가 차려졌다.세 사람은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다.한진수가 새우를 고윤희에게 권하자 고윤희는 웃으며 거절했다.“어머니 드려요. 칼슘 보충해야죠. 난 임신 중이라 해산물 많이 먹으면 안 돼요.”말을 마친 그녀는 새우를 발라 노인의 밥그릇에 놓아주었다.노인도 사양하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하지만 고윤희가 다시 새우를 발라서 권하자 노인은 극구 사양하며 고윤희한테 먹으라고 했다. 고윤희는 어쩔 수 없이 새우를 한진수의 그릇에 놓아주며 말했다.“진수 오빠, 많이 먹어야 해요. 우리 집에 노동력이라고는 오빠뿐이잖아요. 나와 어머니, 그리고 배속의 아이까지 오빠만 바라보고 있다고요.”한진수는 새우를 다시 고윤희의 접시에 놓아주었다.그녀는 더는 거절하지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오빠, 새우가 일곱 개나 있어요. 내가 세 개 먹을 테니까 오빠랑 어머니가 두 개씩 드세요. 계속 사양하지 말고요.”일가족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고윤희는 새우
고윤희는 누가 들을까 봐 작은 소리로 한진수의 귓가에 대고 말했지만 어려서부터 특수훈련을 받은 구경민의 청각은 남들보다 훨씬 뛰어났다.사실 이런 상황이 올 거라 어느 정도 예측하고는 있었다.두 사람이 같이 4개월을 생활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게 더 이상했다.하지만 직접 그 말을 들었을 때, 구경민은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다.머릿속에 우뢰가 울고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저 집을 폭파시키고 싶었다.하지만 한진수의 말 한 마디가 구경민의 이성을 다시 돌려놓았다.한진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바보야! 내가 한 말 벌써 잊었어? 너 지금 임산부야. 아무 사고도 없어야 한다고. 너도 이 아이 놓치면 다시는 엄마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앞으로 우린 결혼도 할 건데 뭐가 그렇게 급해?”고윤희도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오빠, 오빠가 나를 구하고 벌써 4개월이 지났어요. 그 동안 한 번도 내 몸에 손을 댄 적 없잖아요. 오빠는 내가 싫어요?”“바보!”한진수가 웃으며 말했다.“네가 싫었으면 너를 업고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 난 당연히 네가 좋지. 그래서 너를 다치게 할 수는 없어. 난 기다릴 수 있어. 너 아이를 출산하고 산후조리가 끝나면 나도 더 이상 참지 않을 거야!”“그때 가서 굶주린 늑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지!”“농담도 참!”“원래 농담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내 마누라한테는 할 수 있지!”말을 마친 한진수는 부드럽게 웃었다.“어서 들어가서 자. 난 엄마랑 같이 저쪽 방에서 널 지킬게.”“잘 자요, 오빠.”그리고 방에서는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구석진 곳에 숨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구경민은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다행이다!정말 다행이다!그의 아내는 아직 다른 남자와 살을 섞지 않았다.마음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주었지만.만약 오늘 두 사이에 뭔가 일어났다면 구경민은 이성을 잃고 그 남자를 죽였을지도 모른다.그날 밤, 구경민은 흥분에 잠에 들 수 없었다. 전날도 밤
남자는 난감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다른 때였다면 그녀의 이런 주동적인 스킨십이 당연히 좋았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그의 예상이 정확하다면 일단은 참아야 했다.부소경은 그녀를 살짝 밀치며 말했다.“신세희, 얌전히 있어! 오늘은 안 돼!”그러자 여자가 울음을 터뜨렸다.“소경 씨, 이제 내가 싫어졌어요? 싫증난 거예요?”그녀는 입을 삐죽이며 많이 서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한 달 전에 그와 헤어지겠다고 난리를 치던 여자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부소경은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임신인 것 같다고 얘기해야 하나? 그래서 지금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이야기해 주면 될까?하지만 내일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그녀가 속상해할까 봐 두려웠다.사실 임신이든 아니든 부소경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그들 사이에는 이미 유리가 있고 앞으로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도 좋았다.그녀의 기분과 건강이 가장 우선이었다.남자는 그녀를 품에 끌어안으며 말했다.“아니야, 세희야. 그런 거 아니야.”“그럼 키스해 줘요. 안 한지 며칠이나 됐잖아요. 나… 하고 싶어요.”그녀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작은 소리로 애원했다.이런 상황에서 욕구가 없다면 당연히 거짓말이었다.하지만 그는 참아내야 했다.그가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신세희의 부드러운 손길이 또다시 그의 몸을 덮쳤다.오늘의 그녀는 아주 매혹적이었다.그리고 어느 때보다 더 적극적이었다.부소경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는 몸을 뒤집어 여자의 위에 올라탔다.그리고 조심스럽게 힘조절을 해가며 그녀를 안았다. 불타오르는 욕구도 절제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나오는 그녀를 만족시켜 주느라 일이 끝나자 남자는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다.여자는 그의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잠들었다.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녀와 처음 만나고 벌써 6년이 지났다. 그녀의 나이 올해 서른, 하지만 얼굴은 6년 전과 거의 변화가 없었다. 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