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이때, 임지강의 핸드폰이 울렸다.사실 아까부터 울리고 있었는데 형사들이 지키고 있어서 받을 수 없었을 뿐이었다.서준명은 다가가서 임지강의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아니나 다를까, 허영이었다.임지강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서준명은 서 씨 어르신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할아버지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할아버지가 받아요.”서 씨 어르신은 바로 일어나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서준명은 다가가서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허영이냐?”서 씨 어르신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수화기 너머로 허영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아버님….”옆에서 듣고 있던 원효진은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서 씨 어르신은 분노에 피가 거꾸로 솟았지만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 무슨 일이냐?”허영이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아버님, 일은 어떻게 됐어요? 아주 순조롭죠? 신세희는 경찰에 잡혀갔나요?”“아버님, 빨리 방법을 생각해서 신세희가 사형을 집행할 수 있게 하셔야 해요.”“아시다시피 서아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러다가 서아 잘못되기라도 하면….”허영은 말끝마다 서 씨 어르신을 아버님이라고 불렀다.신세희 모녀는 헛웃음만 나왔다.신세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하지만 고집스럽게 눈물을 닦았다.서 씨 어르신이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서아 상태는 좀 어떠니?”“오늘은 좀 괜찮은 것 같아요, 아버님. 투석을 진행했는데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바람도 쐬러 나왔어요. 지금 부소경 집 근처에 왔는데 아버님은 어디 계세요? 왜 안 보이죠?”서 씨 어르신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이때 수화기 너머로 임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전혀 환자 같지 않은 들뜬 목소리였다.“외할아버지, 신세희 집 근처에 왜 사람이 없어요? 벌써 경찰에 잡혀갔나요? 걔 이번이 두 번째네요!”“외할아버지, 신세희가 감옥에서 허튼 짓을 하지 못하게 잘 감시해야 해요. 절대 자해하지 못하게 해요!”“솔직히 오늘 당장 수술했으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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