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081 - 챕터 1090

2823 챕터

제1081화

“하지만 당신이 끝까지 싫다고 거절하니까 당신의 목숨을 노린 거야.”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당신이 죽어야 저들은 당당하게 당신의 장기를 가져갈 수 있겠지.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협조하겠다고 했을 테고.”신세희는 갑자기 가슴이 무거워졌다.하지만 겉으로는 괜찮은 척, 오히려 부소경을 위로했다.“아버님 잘못이 아니에요. 영감이 감언이설로 아버님을 꼬드겼겠죠.”부소경이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지어졌다.이런 범행에 동조한 아버지를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었다.“이제….”신세희가 고개를 들고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무도 내 신장을 탐내지 않겠죠?”“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못해.”말을 마친 부부는 호텔 입구를 바라보았다.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서준명과 서 씨 어르신이었다.그렇게 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참 고집불통이었다. 부소경도 그들이 장모님을 자꾸 자극하는 게 달갑지 않았다.어떻게든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해결해야 했다.부소경은 몰래 서준명의 부모에게 연락을 넣었다.서준명과 함께 안으로 들어온 서 씨 어르신은 로비에 앉아 있는 신세희 부부를 보자 비틀거리며 그들에게 다가왔다.“세희야….”자신을 부르는 서준명의 목소리에 신세희는 그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서 씨 어르신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돼서 신세희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말을 먼저 해야 할까.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입만 뻐금거리던 서 씨 어르신의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은 황당했다.“그때 네가 나한테 내 손녀라고….”“아니요!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저는 서 씨 가문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에요.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고요. 죄송하지만 이제 외손녀를 살리기 위해 나한테 신장을 내놓으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잠시 뜸을 들이던 신세희는 담담한 얼굴로 먼곳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차피 진실이 밝혀지면 임서아는 사형 확정일 텐데 신장이 왜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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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거친 목소리에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다.2층 계단에 50대 여성이 서 있었다.그녀는 하얗고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밖에서 생활하면서도 머리카락이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여자의 이마에는 주름이 졌는데 전혀 미모에 영향주지 않았다.오히려 진중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슬픈 분위기.그녀가 신세희를 부르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그녀가 조금 전 들어온 노숙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준명의 부친이 가장 먼저 침묵을 깼다.“내 동생!”하지만 여인은 그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너 내 동생이잖아! 나 너 본 적 있어! 우리 어릴 때 만났었잖아! 한 눈에 알아보겠어!”서준명의 아버지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아버지의 명을 받들어 동생의 행방을 수소문한지 벌써 몇십 년이 흘렀다.다시는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동생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서 씨 어르신도 감격에 겨운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진희….”진희는 서 씨 어르신이 오래도록 그리던 딸의 이름이었다.그 이름은 어르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던 첩이 지어준 이름이었다. 그때 아기 이름이 어떠냐고 묻던 그녀가 떠올랐다.그때도 서 씨 어르신은 못들은 척했었다.딸이 집을 나간 뒤에야 어르신은 딸의 이름이 서진희라는 것을 떠올렸다.그래서 지금도 이름을 부르는 것이 너무 어색했다.서준명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 번도 서진희의 이름을 불러준 적 없었다.집을 나가기 전, 서진희는 가문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존재였다.“죄송하지만 어르신, 저 그 이름으로 안 불린지 오래됐어요. 삼십 년은 넘었을걸요? 저는 원효진이라고 해요.”한참이 지난 뒤에야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하지만 네가 진희 맞잖아. 사진보다 주름이 생겼지만 이목구비는 여전해. 네가 진희야.”원효진은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신세희가 엄마를 위해 골라준 옷은 적당한 길이의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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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마침 이때, 임지강의 핸드폰이 울렸다.사실 아까부터 울리고 있었는데 형사들이 지키고 있어서 받을 수 없었을 뿐이었다.서준명은 다가가서 임지강의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아니나 다를까, 허영이었다.임지강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서준명은 서 씨 어르신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할아버지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할아버지가 받아요.”서 씨 어르신은 바로 일어나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서준명은 다가가서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허영이냐?”서 씨 어르신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수화기 너머로 허영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아버님….”옆에서 듣고 있던 원효진은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서 씨 어르신은 분노에 피가 거꾸로 솟았지만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 무슨 일이냐?”허영이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아버님, 일은 어떻게 됐어요? 아주 순조롭죠? 신세희는 경찰에 잡혀갔나요?”“아버님, 빨리 방법을 생각해서 신세희가 사형을 집행할 수 있게 하셔야 해요.”“아시다시피 서아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러다가 서아 잘못되기라도 하면….”허영은 말끝마다 서 씨 어르신을 아버님이라고 불렀다.신세희 모녀는 헛웃음만 나왔다.신세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하지만 고집스럽게 눈물을 닦았다.서 씨 어르신이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서아 상태는 좀 어떠니?”“오늘은 좀 괜찮은 것 같아요, 아버님. 투석을 진행했는데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해서 바람도 쐬러 나왔어요. 지금 부소경 집 근처에 왔는데 아버님은 어디 계세요? 왜 안 보이죠?”서 씨 어르신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이때 수화기 너머로 임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전혀 환자 같지 않은 들뜬 목소리였다.“외할아버지, 신세희 집 근처에 왜 사람이 없어요? 벌써 경찰에 잡혀갔나요? 걔 이번이 두 번째네요!”“외할아버지, 신세희가 감옥에서 허튼 짓을 하지 못하게 잘 감시해야 해요. 절대 자해하지 못하게 해요!”“솔직히 오늘 당장 수술했으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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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그제야 임서아는 등골이 오싹했다.고개를 돌리자 하얀 피부에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허영과 비슷한 나이로 보였는데 허영보다 키도 크고 분위기가 차분했다.임서아는 누군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6년 전, 임지강이 원효진을 감금했을 때, 노숙자 생활을 하다 끌려왔기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임서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여자에게 물었다.“당신은 누구죠?”서준명이 차갑게 대답했다.“이분이 내 고모야!”고모?임서아는 생각을 굴리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 고모면 나한테는 이모잖아. 우리 엄마보다 언니겠지? 이모, 안녕하세요. 저는 이모 동생의 딸이에요. 아… 그런데 외할아버지한테 또 다른 딸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요?”“이분은 내 엄마야!”신세희가 말했다.“악!”임서아는 그제야 원효진의 옆에 앉아 있는 신세희를 발견했다.“너….”임서아는 입을 크게 벌리고 신세희를 손가락질하며 횡설수설했다.“너 이… 살인자! 너… 경찰에 잡혀간 거 아니었어? 네가 왜 여기 있어? 내 이모가 어떻게 네 엄마야? 네 엄마는 시골 아줌마잖아? 너 미쳤어?”고개를 돌린 그녀는 서 씨 어르신에게 따지듯 물었다.“외할아버지, 신세희가 왜 여기 있어요? 분명….”임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준명은 긴 다리를 들어 그녀를 걷어찼다.“아!”바닥에 쓰러진 임서아가 배를 끌어안고 고통스럽게 신음했다.“서아야….”허영은 다급히 임서아를 부축하며 서준명과 서씨 어르신을 번갈아보았다.그리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구석진 곳에 얼굴이 흙빛이 된 임지강이 보였다.허영은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챘다.그녀는 임서아를 꽉 끌어안고 조심스럽게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하지만 눈치 없는 임서아는 여전히 칭얼거렸다.“외할아버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이때 서진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목소리는 괴이할 정도로 거칠었다.그녀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임서아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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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넌 죽기를 두려워하면서 내 딸을 죽이려고 했니?”서진희가 서늘한 표정으로 물었다.“걔가 안 죽으면… 가짜 신분이 언젠가는 들통날 테니까요….”겁에 질린 임서아의 입에서 진심의 말이 흘러나왔다.“하! 정말 웃기는 애구나!”서진희가 웃음을 터뜨렸다.씁쓸한 미소였다.웃음을 멈춘 그녀가 서 씨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어르신, 보셨죠? 이게 당신이 사랑한 외손녀예요. 신분을 막론하고 당신이 선택한 아이가 이런 애라고요. 이런 애를 위해 내 딸을 6년이나 미워하셨죠. 어렵게 돌아온 아이를 끝까지 괴롭혔고요! 어르신, 제가 전생에 어르신께 무슨 죄를 지었나요?”서 씨 어르신은 눈물을 흘리며 딸을 바라보았다.“너 진희 맞구나. 네가 진희야. 그렇지?”서진희는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진희가 당신 딸 이름인가요?”“진희야….”서진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어르신, 난 정말 당신 딸이 아니에요. 사람 잘못 보셨어요.”“그… 그럴 수는 없어!”“우리 엄마가 죽기 전 한 말은 거짓말이에요. 엄마가 사모님 손을 잡고 그랬다면서요? 몰래 어르신과 사모님의 아이를 훔쳐갔다는 말. 그거 거짓말이라고요.”“엄마는 당신들 아이를 훔치지 않았어요.”“그냥 엄마가 죽으면 아무도 나를 돌봐줄 것 같지 않아서 내가 재벌가에 들어가서 편하게 살라고 거짓말한 거예요.”서 씨 어르신은 말문이 막혔다.서진희는 서준명을 돌아보며 말했다.“난 네 고모가 아니야. 네 막내고모는 태어나자마자 죽었어.”서준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우리 할머니의 딸이 아니라도 우리 할아버지의 핏줄이잖아요. 그러면 우리 아버지의 동생이고 저한테는 고모예요!”서진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네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나를 딸로 인정하지 않으셨어. 네 할아버지는 나와 내 엄마가 알아서 죽기를 바랐을 거야. 그래야 네 할머니한테 덜 미안하니까.”“그래서 내 몸에 네 할아버지의 피가 흐른다고 해도 저 사람은 생물학적인 아빠일 뿐 사실상 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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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자리에서 일어선 신세희가 엄마를 부축했다.“가자, 엄마.”서진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은 임지강과 허영 모녀를 바라보았다.부소경이 그녀를 불렀다.“장모님.”“내 전남편은 나를 감금한 것도 부족해서 온갖 죄를 내 딸에게 뒤집어씌웠어. 악질적인 놈이야. 그리고 저놈의 딸 임서아도 마찬가지야. 9년 전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은 임서아잖아. 저들 일가족은 감옥에 보내야 해. 우리 딸 고생한 거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아.”“걱정하지 마세요, 장모님.”부소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제 가자.”서진희는 부소경과 신세희와 함께 뒤돌아섰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서 씨 어르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서준명 일가도 마찬가지였다.“진희야….”서 씨 어르신의 지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아무리 뭐라고 해도 넌 내 딸이야. 네가 네 엄마가 낳은 딸이라고 해도, 준명이 할머니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고 해도 너는 내 딸이잖아.”서진희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어르신, 그게 가능할 것 같아요?”“내가 당신 딸이라고요? 내가 어디 유치원에 다녔는지 아세요?”“내가 어디 초등학교를 나오고 고등학교는 어디로 갔는지 아시냐고요?”“열여섯 살에 음대에 합격했는데 돈이 없어서 학교를 포기했던 거 아시나요?”“딸이라면서요? 내가 댁 사모님한테 몇 번이나 찾아가서 돈을 구걸했는지 알아요? 그때마다 사모님은 매몰차게 거절했죠. 그 여자가 나를 여우년이라고 욕한 건 아시나요?”“딸이라면서요? 엄마가 힘들게 2년 동안 모은 돈으로 인문계 대학에 합격했는데 그것마저 남이 가로챈 사실은 아셨어요?”서 씨 어르신은 말문이 막혔다.서진희는 고개를 흔들며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내가 왜 집을 나왔는지 알아요?”서 씨 어르신은 고개를 들고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몰랐어. 항상 그게 궁금했어. 그때 왜 집을 나갔니? 네 큰엄마는 너를 딸이라고 믿고 너에게 모든 것을 주겠다고 했는데 왜 집을 나갔어?”“큰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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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면 온통 아픔뿐이었다.50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그때 서 씨 어르신은 준수한 외모의 30대 청년이었다. 그는 한창 잘나가는 군인 장교였다.서 씨 어르신과 그의 아내는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소꿉친구이자 가문에서 맺어준 인연이었다.그들은 결혼할 나이가 되자 바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하지만 행복한 날은 길지 않았다. 서 씨 어르신은 아내와 아들과 짧은 시간을 보낸 뒤, 다시 군으로 돌아갔다.그 해 서 씨 어르신은 중동지역으로 파견근무를 나갔다.그곳에서 그는 피아노와 회화를 가르치는 자원봉사자를 만났다.서울에서 온 그녀는 그곳 아이들에게 피아노와 회화를 가르치고 있었다. 중동 지역의 풍경에 매료된 그녀는 이곳에서 잠시 거주하기로 하고 장기 교사직을 신청했다.어느날 학교 앞을 지나가던 서 씨 어르신은 여교사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이끌려 교실 앞까지 다가갔다. 서 씨 어르신을 발견한 그 여교사는 수업 시간이 끝난 뒤 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날 어린 서 씨 어르신과 여교사는 통성명을 했다. 여교사의 이름은 주희진이었다.두 사람은 길게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날 이후로 매번 어르신이 교실 앞을 지나갈 때면 서로 미소를 보내며 인사를 주고받았다.하지만 그것뿐이었다.그날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그날 벌어진 사건은 서 씨 어르신과 주희진의 관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동료의 배신으로 서 씨 어르신은 추격 당하는 신세가 되었고 갈 곳을 잃은 그는 저도 모르게 주희진의 집 근처까지 갔다.그때 잠을 자고 있던 주희진은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서 씨 어르신이 그녀의 집 마당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다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을 집으로 끌어들인 뒤, 욕실로 들어가서 옷을 벗었다. 바깥을 지나가던 추격자들은 남녀가 욕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줄 알고 그 앞을 지나쳤다.그렇게 서 씨 어르신은 한 번의 위기를 모면했다.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잦아들자 서 씨 어르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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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서 씨 어르신은 그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그는 경멸에 찬 말투로 주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걸 노리고 그날 밤 날 받아준 건가? 어쩌면 내 동료가 날 배신한 것도 당신과 관련 있을 수도 있겠군!”주희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반박했다.“그럴 리 없잖아요. 난 그냥 평범한 자원봉사자일 뿐이에요. 권력도 없고 돈도 없는 내가 무슨 수로 그런 엄청난 일을 버리겠어요?”서 씨 어르신은 그제야 날카롭던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애 지우는데 돈이 필요해서 온 거야?”주희진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아… 아니에요.”“그럼 왜 왔지?”“난 가정이 있는 남자야. 난 내 아내를 사랑해! 우린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어. 대외적으로 난 책임감 있는 남편이고 좋은 아빠야! 이런 난잡한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그러니까 아이 지워. 돈이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 줄게. 보상이 필요하면 그것도 해줄 수 있어. 원하는 숫자만 얘기해!”주희진은 울음을 터뜨렸다.“나 아파요!”“아픈 사람 같아 보이네!”“난 선천적으로 병을 가지고 태어났어요. 앞으로 10년밖에 더 살지 못해요. 아직 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아직 세계 일주도 이루지 못했단 말이에요. 연애도 못 해봤고….”“아직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데 의사가 그러더라고요. 난 앞으로 10년밖에 더 살지 못 한다고요.”“10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를 지우면 아마 수술 과정을 견디지 못할 거예요.”주희진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어르신을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서 씨 어르신이 물었다.“무슨 병이길래 그래?”“심장병이요.”주희진이 말했다.어르신이 오래도록 아무 말이 없자 주희진은 애처롭게 애원했다.“난 죽고 싶지 않아요. 아직 10년이나 남았어요. 부탁할게요. 아이를 낳게 해줘요. 아이는 죄가 없잖아요.”서 씨 어르신은 차갑게 거절했다.“안 돼!”“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매몰차요?”주희진이 울며 물었다.하지만 서 씨 어르신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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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주희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한참 망설이던 그녀는 더 애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한 번만 도와주세요. 명분 하나면 만족해요.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만 낳고 바로 이혼할게요. 그때 당신이 사랑하는 아내 곁으로 돌아가세요!”“미친년이네!”서 씨 어르신은 혐오스럽게 한마디 하고는 주희진을 뿌리쳤다.그 일이 있고 3일 뒤, 서 씨 어르신은 임무를 마치고 귀국했다.하지만 그는 그 사이 한 번도 주희진을 찾아가지 않았다.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두 여자의 인생을 다 책임질 수는 없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집에서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여자였다.그는 돌아가서 아내에게 어쩔 수 없었던 그날의 사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할 생각이었다.집으로 돌아온 어르신은 아내와 달콤한 시간을 보낸 뒤, 즐겁게 뛰노는 아들을 바라보며 이 일을 이야기했다.그의 아내는 밤새 슬피 눈물을 흘렸고 그는 밤새 아내의 곁을 지켰다.아내가 울음을 그친 뒤에야 그가 말했다.“한 번도 그 여자한테 흔들린 적 없어.”그의 아내는 배려심 많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울다 지친 그녀는 남편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어떤 일이 있든 같이 해결해요. 그 여자가 찾아오면 같이 쫓아버려요! 어린 여자가 미혼모가 되기를 진심으로 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 봐야 돈이겠죠! 주면 돼요!”하지만 그 일이 있고 한동안 주희진은 서 씨 어르신을 찾지 않았다.불러온 배 때문이었다. 아이를 지울까 생각도 했지만 현지인 친구도 없었기에 수술 동의서에 사인해 줄 사람도 없었다.주희진은 어쩔 수 없이 귀국을 선택했다.그녀가 귀국하고 이틀 째 되던 날, 서 씨 어르신의 아내가 그녀를 찾아왔다.“주희진 씨? 남성 근교에 사는 거 다 알고 왔어요. 해외로 자원봉사를 갔었다고요. 참 따뜻한 사람인데 왜 남의 남편을 탐냈을까요?”겁에 질린 주희진은 몸을 웅크리고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욕을 먹는 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소리가 너무 컸던 탓에 근처에 살던 주희진의 친척오빠들이 그 사실을 알아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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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잠시 머뭇거리던 주희진이 서 씨 어르신에게 말했다.“이렇게 됐으니 난 이제 갈 곳도 없어요. 그러니 나와 결혼해 줘요. 사랑까지는 바라지 않을게요. 난 그냥 살고 싶어요.”비굴하고 구슬픈 그녀의 목소리에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서 씨 어르신은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결국 그는 여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와 이혼한 뒤, 주희진과 식을 올렸다.주희진이 출산 동의서를 손에 넣자 두 사람은 이혼하고 서 씨 어르신은 전처에게 돌아갔다.그 뒤로 주희진은 그들의 저택 근처에 집을 마련했다.서 씨 어르신은 매달 그녀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약속했다.많지 않은 돈이지만 주희진이 생활하기에는 충분했다. 주희진도 피아노나 그림을 가르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삶을 향한 갈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이를 임신하고 강해진 건지 주희진의 건강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출산 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녀는 임신 5개월 때부터 매일 산책을 했다. 출산하는 그날까지 주희진은 혼자였다.그녀는 혼자 여자 아이를 출산했다.아이가 생긴 뒤, 삶을 향한 주희진의 갈망은 더욱 커졌다. 그녀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아이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주희진은 아이를 자신의 목숨처럼 아꼈다.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 탓인지 서 씨 어르신의 아내가 출산한 여자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태어날 때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하던 아이였다.하지만 끝내는 하늘나라로 가버렸다.그 일로 주희진을 향한 서 씨 어르신 부부의 증오는 깊어져만 갔다.매달 주희진이 생활비를 요구할 때면 어르신의 아내는 욕을 퍼부었다.가끔 서 씨 어르신과 마주칠 때도 있었지만 그는 주희진을 철저히 무시했다.아이가 두 살이 되었을 때, 주희진이 서 씨 어르신을 찾아가서 아이의 이름을 알려주며 물었다.“내 아이도 서 씨 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마음대로 해!”서 씨 어르신은 차갑게 대답했다.주희진도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름은 서진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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